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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래야유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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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극) '동래야유' 대본 (동래탈놀음)
1
동래야유
 
 
2
제1과장 -문둥이-
 
3
평복(平服) 입은 문둥이 둘이 흰 수건을 머리에 동여매고, 한 다리는 걷어 올리고, 왼 손에는 소고(小鼓)를, 오른 손에는 북채를 들고,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등장한 뒤, 가렸던 팔을 떼고 타령 세마치장단에 발랄한 춤을 추는데, 자빠지기도 하고 누워서 뒹굴기도 한다.
 
 

 
4
제2과장 -양반-
 
5
나오는 사람
6
말뚝이
7
원양반(元兩班)
8
차양반(次兩班)
9
모양반(셋째양반, 두둥다리, 개잘량)
10
넷째양반
11
종가집도령.
 
12
악사- 꽹과리, 장고, 큰북, 징.
 
 
13
악사의 차림은 백색 상하의 위에 두루마기를 입었다. 두루마기는 양 자락 끝을 뒤로 접어 붙이고, 버선과 짚신을 신었고 꽃고깔을 쓴 복색(服色)이 똑같다.
 
14
놀이판을 한 바퀴 멋있게 돌고 무대 한 곳에 늘어서서, 잠간 연주가 느린 가락으로 계속되면,
 
15
차양반, 백색도포에 정자관(程子冠)을 쓰고 부채를 쥐었다.
16
모양반, 주색도포(朱色道袍)에 정자관을 쓰고 담뱃대를 가졌다.
17
종가집도령, 복쾌자 복건(幅巾)을 썼다.
 
18
이상 열기순(列記順)으로 장단에 맞춰 덧배기춤을 추며 등장.
19
네 양반은 각자 개성 있는 춤과 대무(對舞) 등과 난무(亂舞)로써 어울리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춤사위로 변화를 이룬다.
20
바보스런 종가집도령의 소행과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세 양반들에게 꾸중을 당하기도 하며, 세 양반은 세 양반대로의 뚜렷한 개성 있는 춤사위로 어울리는 가운데서도, 특이한 모양반의 이질적인 춤사위는 이채롭다.
21
예컨대, 종가집도령은 모양반의 턱 밑 방울을 흔들어 개 부르듯 조롱하는 행위, 때로는 원양반연(元兩班然)하게 흉내 내는 것 같은 행위 따위로 양반이 한참 소란을 피우고 있을 때, 사모(紗帽) 각대(角帶) 관복(官服)으로 차려입고 사선(紗扇)을 쥔 원양반이 어깨춤으로 우쭐거리며 등장, 한 사람 한 사람씩 살펴본 뒤, 사촌(四寸)들이란 안도감에서 신명이 나서 어울려 춤춘다.
 
22
한참 춤이 계속하는 동안 때로는 원양반의, '좋다-' 하는 흥겨운 소리에 다섯 양반은 호흡을 같이하여 배김사위로 춤의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23
원양반   쉬- [사선을 일대자〈一大字〉로 크게 그리며 무대를 한 바퀴 돈다.]
 
24
양반들   [쉬- 하면서 원양반 뒤를 따라 맴을 돌기도 한다.]
 
 
25
(동시에 음악이 멈춘다. 그러나, 종가집도령만이 계속 추는 춤을 넷째양반이 저지시킨다. 어리둥절한 종가집도령은 그제서야 뒤 늦게 '쉬-'하며 한 바퀴를 돈다.)
 
 
26
원양반   소년당상(少年堂上) 애기도령 전후좌우 벌려서서, 말 잡아 장고 메고 소 잡아 북 메고 안성(安城)마침 꽹쇠 치고 운봉(雲峰)내기 징 치고, 술 빚고 떡 거러고, 차일(遮日) 깔고 덕석 치고, 홍문연(鴻門宴) 높은 잔치, 항장사(項壯士) 칼춤 출 제, 이 몸이 한가하야 초당(草堂)에 비껴 앉아 고금사(古今事)를 생각하니, 이 어떤 제기를 붙고 금각 대명(潭陽)을 갈 이 양반들이 밤이 맞도록 웅박캥캥하는 소리, 양반이 잠을 이루지 못 하야 이미 나온지라, 이 사람 사촌들.
 
 
27
(이상 재담 중 요긴한 귀절에는 네 양반들은 강조 또는 신명을 돋우기 위하여 '핫', '그렇지' 등으로 호흡을 맞춰 가면서 맞장구를 쳐 주기도 한다.)
 
 
28
양반들   어 그래서.
 
29
원양반   우리 좋은 목청으로 옛 부르던 말뚝이나 한 번 불러 보세. [양반들 동의하여 자세를 갖춘다.]
 
30
원양반   이놈 말뚝아! [귀를 기울인다.]
 
31
차양반   이놈 말뚝아! [귀를 기울인다.]
 
32
모양반   이놈 말뚝아! [귀를 기울인다.]
 
33
종가집도령  이놈 말말말뚝아. [귀를 기울인다.]
 
34
원양반   본래 거만한 고로 한 번 불러 눈도 깜짝 안 할 터이니, 이 사람 사촌들, 우리 좋은 목청으로 한 번 더 불러 보세.
 
35
양반들   예, 그리합시다. [네 양반 어깨를 짜면서 동시에]
 
36
네 양반  이놈 말뚝아-!
 
 
37
(원양반 숨이 차서 뒤로 넘어지면, 나머지 세 양반 도와 주려 하기 전에 종가집도령 원양반의 등에 걸쳐 앉는다.)
 
 
38
종가집도령  이이이놈 말뚝아- [원양반을 흉내낸다.] [양반들 종가집도령의 무모한 짓에 야단치며 내쫓을 때, 웅박캥캥 장단이 울린다.]
 
 
39
(양반들, 쫓고 쫓기는 자세로 어깨춤부터 시작되어 덧배기춤으로 잠깐 동안 어울린다.)
 
40
(말뚝이, 채찍을 좌우로 크게 흔들어 거등거리며 양팔 든 '어름사위'로 활발히 등장 춤추는데, 말뚝이는 말뚝이대로 '울러멘 사위' 등으로 양반들은 양반대로의 '배김새' 등으로 일대난무장(一大亂舞場)이 벌어진다. 이 장면은 말뚝이가 양반들의 부름에 돌연 나타나서 모르는 척하고 채찍으로 위협을 주는 것이고, 위협을 받은 양반들은 양반의 위신상 겁을 집어먹고 넘어지기까지 하지만 말뚝이의 출현을 외면하는 장면이다.)
 
 
41
말뚝이   [채찍을 머리 위로 빙빙 두른다.] 쉬-
 
 
42
(양반들은 채찍의 위협을 받고 물러선다.)
 
 
43
말뚝이   엿다! [음악 멈춘다.]
 
44
말뚝이   이 제기를 붙고 금각대명(潭陽)을 우둥우둥 갈 이 양반들아! 오늘 날이 따따무리하니 온갖 김생 다 모았다. 손골목에 도야지새끼 모은 덧, 옹당샘에 실배암이 모은 덧, 논두렁 밑에 돌나무생이 모은 덧, 삼도 네거리 히둑새 모은 덧, 떨어진 중우 가랭이 신대가리 나온 덧, 모도모도 모아 가주고 말뚝인지 개뚝인지 부르난 소리 귀에 쨍쨍.
 
45
원양반   이 사람 사촌.
 
46
양반들   예, 그래서.
 
47
네 양반  이놈 말뚝이 소리가 저 은하수 다리 밑에 모구(모기) 뒷다리 만침 들리니, 우리 좋은 목청으로 한 번 더 불러 보세.
 
 
48
(양반들은 어깨를 짠다.)
 
 
49
네 양반  이놈 말뚝아- [한꺼번에 넘어진다.] '말뚝아-' [소리에 따라 웅박 캥캥 음악이 시작된다. 전원 어깨춤에서 본자세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덧배기춤으로 최고도의 난무가 발휘된다. 말뚝이 채찍을 크게 휘저으면 양반들은 놀라 한 편으로 물러선다.]
 
50
말뚝이   쉬-엿다. [음악과 춤이 멈춘다. 종가집도령, 재빨리 말뚝이에게 접근하여 「말뚝아 말뚝아」를 연발하며 맴돈다. 넷째양반 담뱃대로 종가집 도령의 면상을 딱 친다.]
 
51
말뚝이   이 제기를 붙고 금각 대명(潭陽)을 갈 이 양반들아 이제야 다시 보니 동정(洞庭)은 광활(廣濶)하고 천봉만학(千峰萬壑)은 그림을 둘러 있고, 수상부안(水上浮雁)은 지당(池塘)에 범범(泛泛), 양류천만사(楊柳千萬絲)는 계류춘풍(繫留春風)을 자랑할 제 탐화봉접(探花蜂蝶)은 너울너울 춘흥(春興)을 못 이겨서 흐늘흐늘 넘노난다. 장부공성신퇴후(丈夫功成身退後)에 임천(林泉)에 초당(草堂) 짓고, 만권시서(萬卷詩書) 쌓아 두고, 천금준마(千金駿馬) 손질하며 보라매 질디리고, 노속(奴屬) 불러 밭 갈어라, 절대가인(絶代佳人) 곁에 두고 금준(金樽)에 술을 넣어 옥반(玉盤)에 앉혀 두고, 벽오동(碧梧桐) 거문고 줄 골라 걸어 두고, 남풍시를 화답할 제 강구연월(康衢烟月) 반성반취(半醒半醉) 누었으니, 이 어떤 제기를 붙고 금각 대명을 갈 이 양반들이 말뚝인지 개뚝인지 제 의붓(義父) 아비 부르덧이 임의로 불렀으니 [허리를 굽힌다.] 말뚝이 새로 문안 아뢰오. [절하는 척하면서 채찍으로 위협을 준다. 양반들 위협을 느끼며 뒷걸음치는 한편 허세를 피운다.]
 
52
원양반   이놈 말뚝아, 이놈 말뚝아. 선타, 복타, 후타, 대면타, 이타, 탓을 마라. 금쟁반 선수박은 호로히 뺑뺑이요. 추풍강산 살얼음은 눈 위에 잠간(暫間)이요. 대주먹 평토제는 경각(頃刻)에 하백이라. 너같은 개똥쌍놈 [사선〈紗扇〉으로 말뚝이 가슴을 찍을 듯하다.) 내같은 [자기 가슴을 가리킨다.) 소똥 양반이 너 한 놈 죽이면 죽는 줄 알며, 살면 사는 줄 알까 분냥.
 
53
말뚝이   엿다. [하면서 채찍을 원양반의 면전에 쑥 내민다.] 이 양반아 아모리 양반이라고 쌍놈 죽이면 아모 일도 없단 말이오.
 
54
원양반   [뒤로 물러섰다가 나서며 허세를 부린다.] 이놈 죽이면 귀양밖에 더 가겠넌냥.
 
55
말뚝이   귀양을 가면 어디 어디를 간단 말이오.
 
56
원양반   길주(吉州), 명천(明川), 회령(會寧), 종성(鍾城), 진보(眞寶), 청송(靑松), 이원(利原), 단천(端川) 꼬사리 망풍밖에 더 가겠느냐.
 
57
말뚝이   길주(吉州), 명천(明川), 호령천. [호령천의 천의 끝 여음에 따라 웅박캥캥 음악이 울려 퍼지면 춤이 한참 벌어진다.]
 
58
말뚝이   쉬- 엿다. [음악과 춤이 멈춘다.]
 
59
말뚝이   엿다. 이 제기를 붙고……. [이때 종가집도령 놀라 춤을 멈춘다.]
 
60
말뚝이   금각 대명을 갈 양반들아 아모리 쌍놈이라고 이놈 저놈 할지라도 말뚝이 근본이나 천천히 들어 보오.
 
 
61
원양반   그래서.
 
62
말뚝이   육대 칠대 팔대 구대 십대조는 이미 다 멀거니와 우리 오대조 할아바시, 시년(時年)이 이십팔에 이음양(理陰陽) 순사시(順四時)하고 승정원(承政院)에 책문(策文) 지어 팔도선비 불러 올려 재조로 입재할 때, 백의로 생원진사(生員進士)하고 참봉(參奉)으로 감역(監役)하야 좌찬성(左贊成)·우찬성(右贊成)·참의(參議)·참판(參判) 지냈으니 그 근본(根本)어떠하며, 우리 사대조 할아바시 치국평천하지술(治國平天下之術)을 가져 삼강오륜(三綱五倫) 추언 다라 대사헌(大司憲)·대사성(大司成)·홍문관(弘文舘)·대제학(大提學)을 지냈으니 그 근본 어떠하며, 우리 삼대조 할아바시 십오세에 등과(登科)하여 정언(正言)으로 대교하고, 양사 옥당(玉堂)에 규장각(奎章閣)천 높고 팔도감사(八道監司) 지낸 후에, 육조(六曺)에 승천(昇遷)하야 초현고 높이 타고 파초선(芭蕉扇) 앞시우고 장안(長安) 종로(鍾路)로 안안히 다니시니 그 품이 어떠하며, 우리 할아바시 오십에 반무하야 흑각궁(黑角弓) 양(羊)각궁 둘러메고, 무학관(舞鶴舘) 마당에 땅재조하고 상시간에 큰 활 쏘아 우등(優等)으로 출신(出身)하야 선전관(宣傳官) 차음하고, 좌수영(左水營) 우수영(右水營) 남병사(南兵使) 북병사(北兵使) 오군문 도대장(五軍門 都大將)을 지냈시(으)니 그 근본 어떠하며, 우리 아부지는 얼골이 관옥이요, 말은 소진(蘇秦) 장의(張儀)라. 풍채(風采)는 두목지요, 문장(文章)은 이태백(李太白)이요, 글은 왕희지라. 고지한신(古之韓信)이요, 금지영웅(今之英雄)이라, 옛 글에 하였으되 요지자(堯之子)도 불초(不肖)하고 순지자(舜之子)도 불초로다. 내 하나 남은 것이 주색(酒色)에 호탕(豪蕩)하여 거리 거리 다닐망정, 저 건너 길길평평하고 와가(瓦家) 청계와집에 난간다리 놓고, 통개중문하고 홍문거족(紅門巨族)에 소승상(蘇丞相)의 자녀질(子女侄)이요….
63
('자녀질〈子女侄〉이요' 여음을 따라 웅박캥캥 음악과 춤이 벌어진다. 춤 추는 가운데 말뚝이는 채찍으로 크게 원을 그리면, 양반은 위협을 느낄 때도 있고 종가집도령은 모양반의 턱 밑에 달린 방울을 흔들며 개 부르듯, 혹은 말뚝이에 대한 거동이 간혹 삽입된다.)
 
64
원양반   쉬- [음악과 춤이 멈춘다.]
 
65
원양반   이놈 소승상(蘇丞相)이라니 소자(字)는…….
 
66
말뚝이   기화요초(奇花瑤草) 초도 밑에 삼강수 치친 점에 오백미 쌀미 밑에 낙양소진(洛陽蘇秦)이 남각북각 전이라 하오.
 
67
원양반   이놈 그 자(字)는 반자(藩字)어든.
 
68
말뚝이   게는.
 
69
원양반   월중 덜중 단계목(丹桂木)이란 목자(木字) 밑에 만승천자(萬乘天子)란 자자(子字)로다.
 
70
말뚝이   엿다 이 양반아, 그 자(字)는 우리나라 금상(今上)님의 성씨(姓氏)로다.
71
게 내 성자(姓字)를 찬찬히 들어 보오. 바라 목댁이란 목자(字) 밑에 후루개 자식(子息)이란 자자(子字)를 씨오.
 
72
원양반   [차양반에게] 게는?
 
73
차양반   좌(左) 삼삼 우(右) 삼삼 좌(左) 홍둑개 우(右) 홍둑개, 등 터지고, 배 터지고, 출내무처볼비화란 화자(字)로 씨오.
 
74
원양반   이전에는 대들보 양자(樑字)를 씨더니마는 이 정간목에 다 들어 가고, 맹자(孟子) 견양혜왕(見梁惠王) 양자(梁字)를 씨오. [모양반에게] 게는?
 
75
모양반   게게게, [춤으로 대신한다.]
 
76
원양반   [종가집 도령에게] 게는?
 
77
종가집도령  좌 삼삼 우 삼삼 좌 홍둑개 우 홍둑개. 전원 좌 홍둑개 우 홍둑개……. [웅박캥캥 음악과 춤이 한참 벌어진다.]
 
78
원양반   쉬-. [음악과 춤이 멈춘다.]
 
79
원양반   [다음 대사 진행 중 어느 정도 다다를 때 단가조로 변화하면 더욱 좋다.] 이때가 어느 때고, 때마침 삼춘이라 꽃은 피어 만발하고 잎은 피어 절을 짓고, 노고지리 쉰질 뛰고 각마 슬피 울고 초당에 앉인 양반, 공연히 공동하야 처를 불러 가장(家藏)을 단속하고, 훈장(訓長) 불러 자녀질(子女侄)을 단속하고, 모모친구(某某親舊) 통기(通奇)하야 일호주(一壺酒) 담화차(談話次)로 농점을 나려가니 주인은 누구던고. 난양공주(蘭陽公主) 영양공주(英陽公主) 진채봉(秦彩鳳) 계섬월(桂蟾月), 백능파(白菱波) 심요연(沈裊煙) 적경홍(狄驚鴻) 가춘운(賈春雲), 모도모도 모아 가주 주인은 양반 보고 체면으로 인사하되, 나는 그 가운데 뜻이 달라 월태화용(月態花容), 고운 얼골 눈만 들어 잠간 보니 그 마음 어떨소냐.
 
80
네 양반들  꼬라지 꼬라지 얽어도 장에 가고, 굶어도 떡 해 묵고, 성 밑 집에 오구하고, 통시 개구리 보지 문다더니 꼬라지…….
 
81
원양반   이놈 말뚝아 말뚝아 과거날은 임박한데,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다녀야 옳단 말이냐?
 
82
말뚝이   엿다 [채찍을 들어 민다.) 이 양반아, 생원님(生員任)을 찾으랴고 아니 간 데 없사이다.
 
83
원양반   [위세를 피우며] 어디어디 갔단 말이냐?
 
84
양반들   [숙덕이며 주시한다.]
 
85
말뚝이   [몸짓 좋게 채찍으로 방향을 팔방으로 가리킨다.] 서울이라 칫치달아, 안남산(南山), 밖남산, 먹자골, 주자골, 안동밭골, 장안골, 등고개, 만리재, 일금정, 이목골, 삼청동(三淸洞), 사직골, 오부, 육조(六曹) 앞, 칠간안, 팔각정, 구리개, 십가(十街)로 두러시 다 다녀도, 생원님은커녕, 내 아들놈도 없읍디다.
 
86
네 양반들  이놈 내 아들이라니?
 
87
말뚝이   엿다 [채찍을 양반들에게 내밀어 저으며) 이 양반아, 내일까지 찾는단 말이요.
 
88
원양반   고 자식 생색있다. 이놈 게만 갔단 말이냐?
 
89
말뚝이   엇다. 그렇지 게만 갔다 말이요. 행여 생원님이 도방에나 계시난지, 도방을 썩 들어서서 일 원산(元山), 이 강경(江景), 삼 포주, 사 마산(馬山), 오 삼량(三浪), 육 물금(勿禁), 칠 남창(南倉), 팔 부산(釜山), 두러시 다녀도 게도 아니 계시기로, 행여 색주가(色酒家)나 계시난지 색주가로 썩 들어서서 단가조〈短歌調〉로 차문주가(借問酒家) 하처재(何處在)오, 목동(牧童)이 요지행화(遙指杏花) 집과, 일락서산 황혼(日落西山 黃昏)되고 월출동령 명월(月出東嶺 明月) 집과 오동부판(梧桐付板) 거문고에 타고나니 탄금(彈琴)이집과 주홍당사(朱紅唐糸) 벌매짐에 차고나니 금랑(錦囊)이집과, 지재차산운심(只在此山雲深)이 사군불견 반월(思君不見 半月)이집을 두려시 다 다녀도 게도 아니 계시기로, 행여 [대사조로] 본댁에나 계시난지 본댁으로 썩 들어가니 옛 보던 노생원(生員)이 계십디다.
 
90
네 양반  [우르르 모여든다.] 이놈 노생원(生員)이라니.
 
91
원양반   [양반들을 제쳐 놓고] 이놈 노생원이라니.
 
92
말뚝이   이 양반아 청노새란 말이오. [다섯 양반이 만족하여 벌려 선다.]
 
93
원양반   해면 그렇지, 내가 이전에 대국사신(大國使臣) 들어가서 당 오전 칠푼(當 五錢 七分) 주고 청노새 한 마리 샀더니, 안장을 열두나 차리고도 발이 땅에 조로록 껏깃나니라.
 
94
종가집도령  청노새 청노새. [앞장 서서 외치고 춤추며 나선다.]
 
95
네 양반  청노새 청노새. [웅박캥캥 춤과 음악이 한참 어울린다.]
 
96
원양반   쉬- [음악과 춤 멈춘다.]
 
97
원양반   이놈, 그래서 그만 찾고 말았단 말이냐?
 
98
말뚝이   [동작 좋게] 집안을 썩 들어가니 칠패 팔패장에 가고, 종년 서답 빨래 가고, 도령님 학당(學堂) 가고, 집안이 동공(洞空)한데,〈단가조〉로 후원별당(後園別堂) 들어가니 만화방창(萬化方暢) 다 피었다. 기암괴석(奇岩怪石) 늙은 장송(長松) 쌍학(雙鶴)이 질더리고, 도화(桃花) 담수 맑은 물에 금붕어 꼬리 치고, 군왕부귀(君王富貴) 목단화는 삼춘(三春)을 맡아 있고, 만고충신 향일화(向日花)는 정절(貞節)에 직혀 있고, 한사방불(寒士彷彿) 동매화(冬梅花)는 정취를 품었으며, 홍도 벽도(紅桃 碧桃) 삼색화(三色花)는 풍류로 놀아나고, 청춘소년 석죽화(石竹花)는 호걸(豪傑)로 놀아나고, 절대가인(絶代佳人) 해당화는 일색태도(一色態度) 자랑하고, 외철죽 진달화며 춘색도 찬란하다. 또 한 곳 바래보니 꽃 본 나비 날아든다. 약수삼천(弱水三千) 요지연에 소식 전턴 청조(靑鳥) 새며, 부용당 운무(雲霧)벽에 오채(五彩)가 영롱하니, 그림 중에 공작이며, 귀촉도 불여귀(歸蜀道 不如歸), 체혈삼경 두견(啼血三更 杜鵑)새며, 칠월 칠석 은하수 다리 놓은 오작(烏鵲)이며, 맹상군 글귀 중에 말 잘 하는 앵무새며, 북강남 먼먼 길에 글 전하는 기러기며, 범범중류(泛泛中流) 저 오리는 상거쌍래(雙去雙來)하는구나. [재담조로] 이때 대부인(大夫人) 마누라가 하란에 비껴앉아 녹의 홍상에 칠보를 단장하고 보지가 재 빨개 하옵디다. [너울너울 춤을 춘다.] 재 빨개 하옵디다. [네 양반 잠깐 생각한다.]
 
99
네 양반  이놈 재 빨개라니?
 
100
원양반   이놈 재 빨개라니?
 
101
말뚝이   엇다 이 양반아 보기가 재 빨개하단 말이요.
 
102
원양반   해면 그렇지, 내가 전에 대국사신(大國使臣) 들어갈 제 홍당목(紅唐木) 아흔 아홉 자 샀더니, 홍당목 저고리, 홍당목 치마, 홍당목 단솟꼿, 모다 홍당목이라, 보기가 모도 재 빨개한단 말이여, 이놈 그래서.
 
103
말뚝이   대부인 마누라가 말뚝이를 보더니 거부렁 굽신 합디다. [덩실덩실 춤춘다.] 거부렁 굽신 합디다.
 
104
종가집도령  거부렁 굽신, 거부렁 굽신. [외치며 춤춘다.] [웅박캥캥 음악과 춤이 한참 어울린다. 양반들, 춤을 차츰 죽여 가면서 생각한다.]
 
 
105
다섯 양반  쉬- [음악과 춤 멈춘다.]
 
106
네 양반  거부렁 굽신이라니.
 
107
원양반   이놈 거부렁 굽신이라니.
 
108
말뚝이   눈이 그부렁 굽신 하단 말이요.
 
109
원양반   [자랑 삼아] 내가 이전 평양감사 갔을 때, 대부인마누라가 감홍주(甘紅酒)를 어떻게 많이 묵었던지, 너만 못한 개를 보아도 눈을 그부렁 굽신한단 말이여, 이놈 그래서?
 
110
말뚝이   대부인 마누라가 말뚝이를 오르랍디다.
 
111
네 양반  이놈 오르다니?
 
112
원양반   이놈 말뚝아 오르다니?
 
113
말뚝이   마리(마루) 우로 오르란 말이오.
 
114
원양반   해면 그렇지, 그래서?
 
115
말뚝이   마리에 떡 올라가니 좆자리를 두루시 폅디다. [덩실덩실 춤을 춘다.] 좆자리 좆자리.
 
116
다섯 양반  [어깨춤을 춘다.] 좆자리 좆자리. [갑자기 네 양반만 어깨춤을 멈춘다.]
 
117
종가집도령  좆자리 좆자리. [혼자 춤춘다.] [넷째양반 담뱃대로 종가집도령의 면상을 탁 친다.]
 
118
네 양반  이놈 좆자리라니?
 
119
말뚝이   엇다 이 양반아, 초석(草席)을 두루시 폈단 말이요.
 
120
원양반   우리집이 근본 인심집인 고로 너같은 쌍놈 오면 덕석도 가이요 멍석도 가이지마는, 너만한 놈을 초석을 페어 주니 그리 알라, 이놈 그래서?
 
121
말뚝이   두 손목 더우잡고 방안을 썩 들어가니 각장장판, 소라반자, 당음(유)지 굽도리며, 청능화 도벽(塗壁) 황능화띠 띠고, [차츰 단가조로 들어간다.] 왕희지(王羲之) 필법으로 전자(篆字) 팔분 색여내어 이 벽 저 벽 붙어난데, 호엽도 소상팔경(瀟湘八景)이 이 벽, 저 벽 붙어 있고, 한 벽을 바래보니 부춘산 엄자능(嚴子陵)은 간의대부(諫議大夫) 마다하고, 동강에 홀로 앉아 양의 갓을 떨쳐입고, 은린옥척(銀鱗玉尺) 낚는 양을 역역히 그려 있고, 또 한 벽을 바래보니, 상산사호(商山四皓) 네 노인, 한 노인은 흑기(黑碁) 들고, 한 노인은 백기 들고 세상을 불고(不顧)하고 승부를 결단할 때, 그 중 한 노인은 훈수하다 무류당코 돌아서며, 그 중 한 노인은 송엽주(松葉酒) 반 잔 술에 반성반취(半醒半醉) 누운 양을 역력히 그려 있고, 또 한 벽을 바라보니, 각설(却說) 현덕(玄德)이 관공(關公), 장비(張飛) 거나리고, 와룡선생(臥龍先生) 찾으려고, 적토마(赤兎馬) 높이 타고, 지척지척 와룡강(臥龍崗) 건너 시문(柴門)에 다다르니 동자(童子) 나와 여짜오되, 선생 초당(草堂)에 석침(石枕) 높이 비고 춘수(春睡) 깊이 계신 양을 역력히 그려 있고, 또 한 벽을 바래보니 진처사(晋處士) 도연명(陶淵明)은 오두록 마다하고 전원에 돌아와서 종국동리(種菊東籬) 하여 두고, 무고송이반환(撫孤松而盤桓)할 제 요금서(樂琴書) 이소우(以消憂)함을 역력히 그려 있고, 삼층이층(三層二層) 거리 조개함농 반다지며, 청동화로 유정촛대 타구 설합 잿더리며, 동래(東萊)부죽 은수복에, 김해(金海)간죽 별간죽에 삼동초 섭적 넣어 두 손으로 받친 후에, 이 벽장 저 벽장 미다지 빼다지 열어 놓고, 주반(酒盤)치장 볼작세면, 낄낄 우는 꿩의 탕(湯)과, 꾀꾀 우는 앵케(軟鷄)탕과 펄덕 뛰는 숭어탕과 울산(蔚山)전복 대(大)전복과 동래전복 소(小)전복과, 맹상군(孟嘗君) 눈섭채로 어석어석 비져 놓고, 주병(酒甁) 치장 볼작새면 목 짜르다 자래병과 목 지다(길다) 황새병과 둥굴둥굴 수박병과 앙그자침 가제병과, 을는을는 유리병과 이태백(李太白) 포도주며 도연명(陶淵明) 국화주며 산중처사(山中處士) 송엽주며 소주 약주로다. 그 중에 골라내어 한 잔 먹고, 두 잔 먹고, 삼석 잔 거더 먹고, 취흥이 도도하야 보기 좋은 화초병(花草屛)과 경개 좋은 산수병(山水屛)을 좌우로 둘러 놓고 원앙침(鴛鴦枕) 도도비고 비취금(翡翠衾) 무렵쓰고, 대부인 마누라도 청춘이요. 말뚝이도 청춘이라, 청춘춘흥(靑春春興)이 겨워 두 몸이 한 몸 되야 왼갖 수작 놀아시니, [재담조로] 그 농락 어떠하리.
 
122
네 양반  망했네, 망했네. 양반집도 망했네. [응박캥캥 음악과 춤이 한참 어울린다. 종가집도령 더욱 신명이 난 듯이 크게 날뛴다.]
 
123
원양반   쉬-. [음악과 춤 멈춘다.]
 
124
원양반   이 사람 사촌들.
 
125
네 양반  예.
 
126
원양반   모양반.
 
127
모양반   그래서. [나선다.]
 
128
원양반   구름도리 안개무자(霧字)논 일흔 두 마지기…
 
129
네 양반  일흔 두 마지기? [모여든다.]
 
130
모양반   [양반들을 헤치고 앞에 나선다.] 그래서!
 
131
원양반   구름도리 안개무자 일흔 두 마지기 모양반에게 허급사(許給事)라.
 
132
세 양반  아이쿠 배야. [이마를 치기도 하고, 배를 움켜 잡기도 한다.] 모양반은 도포자락을 높이 치켜들고 너울너울 춤을 춘다. 그리고는 원양반에게 도포자락을 내민다. [원양반은 모양반의 도포자락에 주먹으로 도장 찍는 시늉을 한다.]
 
133
모양반   흥했네 흥했네…….
 
134
전원 모양반  집안도 흥했네. [웅박캥캥 음악과 춤으로 일대 난무로써 본 과장의 끝을 맺는다.]
 
 

 
135
제3과장 -영노: -
 
136
머리에는 개털관을 쓰고, 흰 두루막을 입고 손에는 부채를 쥔 양반이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등장하여 무대를 나와 다닌다. 그러면 이어, 머리에는 얼룩얼룩한 큰 보자기를 뒤집어 쓴 영노가 입에서 '비-비-' 소리를 내면서, 역시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양반의 뒤를 따라 다닌다.
 
 
137
비비양반  [이상하여 뒤돌아 영노를 보고] 니(네)가 무엇고? [무엇이냐?]
 
138
영노    날물에 날 잡아 묵(먹)고 들물에 들 잡아 묵(먹)는 영노다. 양반 아흔 아홉 잡아 묵고, 네 하나 묵으면 등천(登天)한다.
 
139
비비양반  [겁을 내는 표정으로 약간 뒤로 물러서며] 나는 양반이 아니다.
 
140
영노    그러면 뭐꼬?
 
141
비비양반  내가 똥이다.
 
142
영노    똥은 더 잘 묵는다?
 
143
비비양반  내가 개다.
 
144
영노    개면 맛있고 더 좋다.
 
145
비비양반  내가 돼지다.
 
146
영노    돼지는 한 입에 셋씩 묵는다.
 
147
비비양반  내가 소다.
 
148
영노    소는 한 입에 둘씩 묵는다.
 
149
비비양반  내가 풀새기(쐐기)다.
 
150
영노    풀새기도 잘 묵는다.
 
151
비비양반  내가 구리(구렁이)다.
 
152
영노    구리도 잘 묵는다. [하고는, 양반의 두루막을 잡아 당긴다.]
 
153
비비양반  [안 끌릴려고 하다가 이때에 부채를 땅에 떨어뜨린다.]
 
154
영노    [양반의 부채를 발로 찬다.]
 
155
비비양반  [그 바람에 넘어져서는 '휴-휴-'하고, 숨을 내쉬면서 간신히 일어나 부채를 찾으니, 부채가 저 멀리 놓여져 있으므로, 영노가 보는가 안 보는가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기회를 보아 부채 있는 데로 살금살금 가까이 가서 손으로 그 부채를 잡으려고 한다.]
 
156
영노    [달려와서 양반의 손을 차버린다.]
 
157
비비양반  [차버리는 통에 손가락을 다쳤으므로, 주머니에서 침을 내어 손가락에 침을 주어 손가락을 고친다. -형용으로 함-그리하여 또 부채 있는 데로 살글살금 가서 이번에는 발로 부채를 늘여서 끌어 당긴다.]
 
158
영노    [이때, 양반에게로 와서 양반의 발을 차버린다.]
 
159
비비양반  [발가락을 다쳤으므로, 또 침을 내어, 발가락을 고친다. -형용으로 함-]
 
160
영노    ['비-비-'소리를 내면서 사방으로 돌아다닌다.]
 
161
비비양반  [영노가 저 멀리 가 있는 틈을 타서 살그머니 기어가 부채를 집어 가지고는 좋아서 부채를 펴들고 활활 부치면서] 허허 이 사람들아, 내가 오날 외출을 했다가 저놈을 만나 죽을 욕을 당했다. [악사가 꽹과리로 응박캥캥의 장단을 친다.] [함께 어울리어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한바탕 덧베기춤을 춘다.]
 
 

 
162
제4과장 -할미·영감-
 
163
나오는 사람: 영감, 할미, 제대각시, 의생(醫生), 봉사, 무당(수명), 상도군(1, 2, 3, 4, 5.), 악사(양반 과장과 같음)
 
 
164
악사들이 멋있게 놀이판을 돌면서 한바탕 논다. 이것은 야류판이란 뜻에서다.
165
이윽고 한 곳으로 자리 잡은 악사들은 새로운 기분으로 굿거리장단을 울린다.
166
퇴색한 누런색 동저고리에 고동색 치마를 입고 처네를 쓴 할미가 지팡이를 짚었는데, 쪽박과 짚신을 뒤허리에 차고 음악에 맞추어 활발한 춤으로 등장하여 장내를 돌다가, 갑자기 힘이 빠져 엉덩이 춤사위로 바꾸어 걷기도 하는데, 먼 여로에서 피로를 느낀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할미의 등장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거기에 추한 것이 본위인 때문에 옆구리를 근질기도 하고, 이를 잡기도 하고, 오줌을 누기도 하는데, 이럴 때마다 율동을 정지치 말고, 예컨대 이 잡는 형용을 하는 것도 춤사위의 일부인 까닭이니, 항상 장단과 일치된 율동적이라야 한다. 이러한 춤사위에서 때로는 앉기도 하고, 콧물도 풀고, 한숨도 지으면서 사방을 기웃거리면서 적소(適所)에 이르러, 이마에 손을 얹어 발버둥으로 멀리 바라 보살필 때, 음악이 멈춘다.
 
 
167
할미    영감아-. [반응을 살핀다.]
 
 
168
음악이 서서히 울려 나온다. 음악의 흐름에 따라 다시 춤을 시작하다가, 반대쪽의 적소에 이르러 이마에 손을 얹어 발버둥을 하면 음악이 멈춘다.
 
 
169
할미    영감아-. [이렇게 두 번 반복하며 춤을 춘다. 악사 쪽으로 접근했을 때, 지팡이를 옆으로 저으면 음악을 멈춘다.]
 
170
할미    [청중을 향한다.] 여기 영감 한 분이 안 지나갑디까?
 
171
악사    [마을 사람을 대신한다.] 모색이 어떻게 생겼소?
 
172
할미    색골로 생겼지요. 키가 크고, 얼골은 갸름하며 코가 크지요.
 
173
악사    그런 영감 조금 전에 이리로 지나가는 것 봤오.
 
174
할미    아고 그러면 바삐 가 봐야겠다.
 
175
악사    [응박캥캥 음악을 울린다.]
 
176
할미    [좋아라고 생기 있는 춤으로 놀이판을 부산하게 돌아다니다가 적합한 자리에 이르러 오줌을 눈다. 허술한 평복에 백색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썼다. 손에 부채를 가진 영감이 춤추며 할미가 향하고 있는 반대쪽에서 등장, 할미와 같은 동작으로 놀이판을 돈다. 한 무대에서 거리를 두고 무대 가를 돌아다니지만,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영감은 할미를 찾는 시늉으로 할미의 예와 같다.]
 
177
영감    할맘아-. [이와 같이 삼사차 반복하다가 부채로 악사를 가리킨다.]
 
178
악사    [음악을 멈춘다.]
 
179
영감    [관중을 향한다.] 여보소 조금 전에 웬 할맘 하나 안 지나가던가?
 
180
악사    [마을 사람으로 대신한다.] 모색이 어떻게 생겼소?
 
181
영감    얼골은 포르쪽쪽하고 입은 크지요.
 
 
182
악사    그런 분 조금 전에 이리로 지나갔소.
 
183
영감    할맘 할맘.
 
184
악사    [응박캥캥 음악을 울린다.]
 
185
영감    [생기가 나서 놀이판을 부산하게 돌아다닌다. 할미와 영감, 놀이판 가로 돌아다니면서 여러 번 가까스레 스치며 교차 끝에 엉덩이를 뒤로 맞대고 비벼대기도 하고 얼굴을 서로 보고자 돌아볼 때, 서로가 반대 방향을 보다가 한참만에 서로 맞대 보고서야 놀랍고 반가워서 부둥켜 안는다. 이상 상면의 장면에는 다소 음행동(淫行動)을 연상케 한다. 영감이 부채를 펴 들면 음악 멈춘다.]
 
186
영감    할맘아.
 
187
할미    영감아.
 
188
악사    [응박캥캥 강렬한 음악 울린다. 할미와 영감의 대무(對舞)는 절정을 이루는데, 때로는 안은 채 넘어지기도 하며 남녀 성교적인 면도 엿보인다.]
 
189
할미    [지팡이를 든다.]
 
190
악사    [음악을 멈춘다.]
 
191
할미    내가 영감을 찾으랴고 계림팔도(鷄林八道)를 다 돌아댕겼고, 면면촌촌(面面村村)에, 방방곡곡이 얼개빗 틈틈이 찾다가, 오늘 이 야류판에서 만났구나.
 
192
영감    할맘 할맘, 내 말을 들어 보게, 내가 할맘을 찾일랴고, 인천 제물포까지 갔다가 작은마누라 하나 얻었네.
 
193
할미    ?!
 
194
악사    [장고만 친다.]
 
195
영감    [춤을 추며 제대각시를 데리러 간다.]
 
196
할미    [어이 없다는 듯이 엉덩이춤사위로 뒤를 따른다.]
 
 
197
영감    [장고 박자에 맞춘다.] 제대각시 제대각시!
 
 
198
(제대각시 꽃고깔을 쓰고 노랑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고, 목에 분홍 명주 수건을 늘어뜨리고 춤추며 등장. 음악이 장내를 크게 울린다. 영감·제대각시 장내를 돌면서 정분(情分) 깊게 춤추며 논다. 할미는 어리둥절하다가 샘이 나서 장단에 맞춰 지팡이로 땅을 친다. 이윽고 땅에 퍼질러 앉아 옆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면경을 내어 화장하는 형용을 하다가 다시 일어선다.)
 
 
199
악사    [음악을 멈춘다.]
 
200
할미    [관중을 향한다.] 아이고 여보소. [손뼉을 친다.] 저 인물 [제대각시를 가리킨다.] 이 내보다 잘 났나? 내가 더 잘났지!
 
201
악사    [음악을 울린다.]
 
202
할미    [에라 보라는 듯이 어울려서 춤춘다. 이로부터 삼각관계적인 춤의 표현으로 일부다처의 가정 불화상을 노골적으로 반영시킨다. 영감과 제대각시 간에 정분이 넘치는 두 사람 사이를 뛰어 들어가 부부간의 애정행위를 발로하다가는, 첩에게 마음이 쏠리는 영감은 할미를 구박하고 첩인 제대각시에게 정분을 더 많이 쏟아낸다는 삼각적인 오가는 내용의 가정 비극이 우러나오는 가운데, 결국 할미는 제대각시를 강제로 쫓아낸다. 할미가 제대각시를 몰아내면 영감은 제대각시를 되려 들이고 하는 동안 결국은 지팡이로 위협하면서 몰아내면, 미련 있게 뒤를 따르려는 영감을 가로막고는 놀이판 중앙 지점까지 할미가 끌고 온다. 이쯤 음악은 멈추고 악사 전원 퇴장한다. 이로부터 본 과장은 대화극적(對話劇的) 형성이 이루어진다.]
 
203
할미    그런데 영감, 삼백주 통영갓은 어데다 두고, 폐의파관(弊衣破冠)이 웬 말고.
 
204
영감    그것도 내 복(福)이로다.
 
205
할미    맹지 두루막은 어데다 두고 석새베 창옷이 웬 말고.
 
206
영감    그것도 내 복이로다. 그런데 할맘, 내 갈 적에 아들 삼 형제 두고 갔는데 큰 놈, 내 솔방구(솔방울)는 어쨌노?
 
207
할미    떨어져 죽었다.
 
208
영감    뭐 떨어져 죽었다? 그래 둘째놈, 내 돌맹이는 어쨌노?
 
209
할미    빠져서 죽었다.
 
210
영감    뭐 빠져서 죽었다? 그래서 셋째놈, 내 딱개비는 어쨌노?
 
211
할미    민태서 죽었다.
 
212
영감    뭐 민태서 죽었다? 그래 자식 셋을 다 죽였다 말이지, 후후 [관중을 향한다.] 이 사람들아, 다들 보소. 이년이 아이 셋 있는 것을 다 죽여 버리고, 또 내 소실 하나 얻은 것까지 심술을 부리니 내가 어떻게 살겠나, 못 살지 못 살아, [할미 보고] 에이 이년 너도 죽어라. [발길로 찬다.]
 
213
할미    [간신히 일어나 두 손 모아 빈다.] 영감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다. 그것도 복이라고 잘 봐 주소.
 
214
영감    아나 여기 있다. 네 복 가지고 가거라. [발길로 크게 찬다.]
 
215
할미    아이고, 윽. [넘어져서 다시 일어난다.] 영감, 영감…… [전신을 벌벌 떨다가 넘어져 끝내 죽는다.]
 
216
영감    [넘어진 할미의 거동이 수상해서 만져 보고] 으응……? 아이고 이 일을 어야노, 할맘 할맘. [맥을 짚어 보고, 가슴에 귀를 대어 보고, 주무르고, 부채질한다.] 의원(醫員)을 불러야지. [뛰어간다.] 의원! 의원! [백의에 갓 쓴 의원이 보자기를 들고 등장.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는다.]
 
217
의원    [맥을 짚어 보고, 몸도 쓰다듬어 본다.] 안 죽으면 살 병이라 에헴! 없어지는 것이 상책이로다.
 
218
의원    [도망치다 시피 퇴장.]
 
219
영감    [어처구니 없이 있다가] 인자는 봉사를 불러 경을 읽혀야 되겠다. 봉사! 봉사! [의원을 부르던 반대쪽으로 간다. 백의에 갓 쓴 봉사, 북 메고 영감에게 지팡이를 잡히고 등장.]
 
220
봉사    [자리에 앉아] 성씨가 무엇이요?
 
221
영감    심달래 심씨요.
 
222
봉사    [북을 두드리며 경을 읽는다.] 해동 대한민국(조선국) 경상남도 동래읍 복천동 심달래 심운이 불행하야 우연 졸도 명재경각 하였으니 천지신명은 대자대비 하옵소서…… [고개를 저으며] 죽고 난 뒤에 경 읽으니 소용 있나……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고 퇴장한다.] 에헴 에헴 정구업진언은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223
영감    정말 죽은 게로구나, 아이고 아이고(곡소리) 인자는 원한이나 없구로 무당이나 불러 굿이나 해야겠다. [퇴장하면, 무당들이 들어와서 굿을 한다. 퇴장했던 영감은 상복으로 갈아입고 상여군 다섯 사람을 거느리고 등장하여 시체를 가지고 퇴장하면, 무당들은 무무(巫舞)를 계속하면서 서서히 퇴장한다. 바지 저고리에 고깔(혹은 두건)을 쓰고 행각을 친 상여군은 상여 메고, 앞소리군은 상여 앞에서 앞소리를 부르며 상여를 멘 상여군들은 상여를 어르어 대면서 뒷소리를 부르고, 영감은 그 뒤를 따르면서 장내를 돌다가 퇴장하면 끝을 맺는다.]
 
 
224
상도놀이
 
225
선창: 아-아-, 어-어-어-어-아-아, 이 세상에 올 적에는 백년이나 살자더니, 먹고진 것 못다 먹고, 어린 자손 사랑하여 천추만세 지낼려고 했더니 무정세월 여류하여 인생을 늙히는구나.
226
후창: 아-아-어-어-어-어-아-아.
227
선창: 북망산천이 먼 줄 알았더니 방문 밖이 북망이다.
228
후창: 너화홍 너화홍 너화넘차 너화홍.
229
선창: 황천수가 멀다더니 앞냇물이 황천술세, 수야 수야 어억수야 너와 너와 너이홍.
230
후창: 너화홍 너화홍 너화넘차 너화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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