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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야유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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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극) '수영야유' 대본 (수영들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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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극) '수영야유' 대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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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과장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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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대와 말뚝이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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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野遊)의 전편(前篇)이라고 할 수 있는 대중농악 난무극(亂舞劇)의 끝장판에 수양반(首兩班)이 등장함으로써 양반과장의 막이 열린다. 수양반에 뒤이어 지차양반(之次兩班), 셋째양반, 넷째양반, 종갓(宗家)집 도령(道令)이 차례로 등장하자 난무군(亂舞群)은 점차로 퇴장하고, 무대에는 오광대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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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대가 일렬 횡대로 정렬이 되면, 그 전면에 악사(樂士)들이 서고 제1막이 시작된다. 오광대의 분장(扮裝)을 보면, 수양반은 관복에 사모각대(紗帽角帶)를 하고 사선(紗扇)을 들었고, 점잖은 풍도가 어리는 50대의 양반이다. 차양반은 70대의 홍안백발 백의 노인으로 털모자를 썼으며, 죽장(竹杖)에는 장연죽(長烟竹)을 달고 있다. 셋째양반은 30대의 무소양(無素養)한 인물로서, 청창옷에 머리에는 이중관(二重冠)을 쓰고 손에는 단선(丹扇)을 들고 있는데, 안면에는 백반점(白斑點)이 있다. 넷째양반은 청보가면에 일층관을 쓴 20대의 경박한 청년으로, 홍창옷에 권선(卷扇)을 쥐고 있다. 종가도령은 책방도령으로 춘향전의 이도령과 같은 복색이며 영리 경박한 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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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대가 악(樂)에 맞추어 덧백이춤을 제각기 춘다. 양반과장에는 무용의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춤의 종류가 돌단춤, 곱사위춤, 멍석말이춤, 화장무, 여닫이춤, 깨끼리춤 등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고 모두 '덧백이춤'이라고 칭하는데, 다만 배역(配役)에 따라서 춤의 양상이 조금씩 다르다. 수양반은 점잖은 풍도가 있어 양반춤이라 할 수 있겠고, 차양반은 동작이 느린 노인춤이고, 셋째와 넷째양반은 젊은이다운 씩씩한 춤으로 청년춤이라고나 할까. 또 종가도령은 애들의 까부는 춤으로, 동자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말뚝이는 마편(馬鞭)을 잡고, 두 다리를 껑충껑충 뛰며 냅다 꽂는 식의 춤으로, 가장 활발한 도약무(跳躍舞)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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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사선을 저으며] 쉬- [악과 무는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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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척지구폐요(跖之狗吠堯)는 요비불인(堯非不仁)이로되 구고폐비기주(狗固吠非其主)라. 소년당상 아게(아기)도령 전후좌우 버려 있고, 말 잡아 북 메우고 쇠 잡아 장기(長鼓) 메고 각성바지 꾕쇠 치고 운봉(雲峰)내기 징 치고 차일 깔고 덕석 치고 술 비비고 떡 거르며〈모두 역설〉홍문연(鴻門宴) 높은 잔치 항장령(項莊令) 칼춤 출 제, 이 몸이 한가하여 공성신퇴후(功成身退後)에 임천(林泉)에 초당(草堂) 짓고, 만권시서(萬卷詩書) 쌓아 놓고 금준에 술 빚어 절대가인 곁에 두고 벽오동 거문고 줄 골라 벽상에 걸어 두고 남풍시를 화답할 제, 엇따 이 제에기를 붙고 경각대명 갈 연식들 저희라사 양반인 체로 양반의 사랑 앞에서 밤이 맞도록 응박깽깽 …〈반창사설조(半唱辭說調)〉 [수양반이 악사를 향하여 사선을 흔들면 풍물을 치고 오광대가 춤을 추며 3·4분 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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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쉬-이 [악과 무는 그친다.] 우리 양반의 집 자식으로 과거 때가 임박하였으니 과거 갈 준비를 해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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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반   그러기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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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양반  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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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양반  그러기로 함세. [일동 동의를 표시하여 합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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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차양반에게] 자네가 노련하니 먼저 운자(韻字)를 떼어보지. 차양반§ 그럼 빽빽을 응자(應字)가 어떠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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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    그거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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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셋째양반에게] 다음은 자네가 내어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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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양반  나는 엷을 박자(薄字)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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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    그거 또 좋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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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빽빽을응 엷을박 응박(應薄). 응박. [응박을 연창하며 사선을 저으면 악이 울리고 오광대가 각기 춤을 추며 3·4분 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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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쉬- [악과 무는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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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과거를 가랴면 옛날 선조 대감시부터 부리던 하인 막득이(말뚝이)를 다리고 감이 어떨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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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    [합의가 되어 어깨를 나란히 뭊고] 이놈 막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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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도령  막득아 막득아. [경박하게 까불며 말뚝이를 부르면, 수양반이 도령의 면상을 때려서 꾸짖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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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이놈 막득아-" 이래 양반답게 불러야지. [도령 고개를 까딱거리고 섰다.]
 
24
수양반   그럼 차례대로 작시(作詩)나 하여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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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    그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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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누두월상가련소(樓頭月上可憐宵) 강상초봉이상사(江上初逢李上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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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詩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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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반   죽장 짚고 망혜(芒鞋) 신고 천리강산 들어가니 폭포도 장히 좋다 여산(鏑山)이 여기로구나.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은 옛 말삼 들었더니 의시은하낙구천(疑是銀河落九天)은 과연 허언이 아니로다. 그 물에 유두(流頭)하야 진금(塵襟) 씻은 후로 석경(石徑) 좁은 길로 인도한 곳을 나려가니, 저닉(沮溺)은 밭을 갈고 사호(四皓) 앉아 바둑 둘 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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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양반, 넷째양반  [각기 단가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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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도령  [천자뒤풀이를 한다.] [각기 한 마디씩 부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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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각기 작시(作詩) 자창(自唱)을 하였으니 이제 공동합창이나 하여 보세. [일동 합의가 되어 부르는데, 곡은 백구타령(白鷗打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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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구타령
 
33
⑴ 백구야 훨훨 나지를 마라 내 너 잡으러 아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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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렴] 남문을 열고 바라를 치니 계명산천(鷄鳴山川)이 밝아온다. [후렴까지 부른 후에 오광대는 악에 맞추어 춤추다가 제2절을 합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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⑵ 세월아 봄철아 오고 가지를 마라 사업에 청년이 다 늙어낸다.
36
[후렴] 아사라 아사라 죽고 경주를 가니 계명산천이 밝아온다. [후렴 뒤에 다시 악과 무로 한바탕 즐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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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쉬- [악과 무는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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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반   막득이놈을 불렀으되 소식이 없으니, 다시 한 번 불러 봄이 어떨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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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양반  그놈의 개똥상놈은 한 번 부르면 당장에 대령할 일이지, 뭘 또 부르다니 웬말이오! [부르자느니 말자느니 이론이 분분하다가 결국 재청하기로 합의가 되어 어깨를 뭊고]
 
40
일동    이놈 이놈 막득아- [세차게 불러놓고 다시 합창하니 오독도기타령이다. 타령을 합창하면서 중간에 수양반과 차양반의 대화가 섞인다.]
 
 
41
오독도기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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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 오독독 오독도기 춘양추추 월워월이 달도 밝고 명랑하다.
43
풍구다당실 풍구다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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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달이 밝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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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반   보름달이던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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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너 몰랐다. 월명성희(月明星稀)에 오작(烏鵲)이 남비(南飛)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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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렴] 용타 용타 용타 용타 지랄로 헐신 연자바리고 마-아 어허허 허허 헐레로구나.
48
[후렴 뒤에 악과 무로 잠시 놀다가]
 
49
⑵ 저놈의 양반 거동 보소 저놈의 양반 거동 보소 갓을 벗어 등짐하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비틀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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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비틀비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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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반   술을 먹었던가 봐.
 
52
수양반   너 몰랐다. 취야와공산(醉也臥空山)타가 갱문행화촌(更問杏花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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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렴] [1절과 같음]
54
[후렴을 부르고 나서 악과 무로 잠시 즐기다가]
 
55
⑶ 수양산 깊은 골로 가만히 슬슬 들어가니 버드나무 잎사귀를 한 오큼 주루룩 훐어다가 깊고 깊은 물에 여기도 풍덩 저기도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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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풍덩풍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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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반   웅덩이에 돌을 던지던가 봐.
 
58
수양반   너 몰랐다. 양류청청도수인(楊柳靑靑渡水人)이로구나.
 
59
[후렴] [전과 같음]
60
[역시, 후렴 끝에 악과 무로 한참 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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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쉬- [악과 무는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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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양반  막득이란 놈은 제 의붓애비 때부터가 오만한 놈이라 한두 번 불러서 아니 나오는 놈이니, 한 번 더 불러보기로 함이 어떨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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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양반  그놈을 다시 불러? 양반의 체면에 그놈에게 봉욕(逢辱)을 당하면 어찌하겠단 말인고? [일동 완강하게 반대하는 등, 이론이 분분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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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반   봉욕을 당해도 적잖이 한 섬쯤은 받을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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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그러나 저러나 봉욕을 혼자서 다 감당할 수 없으니 내가 적당하게 욕(辱) 분배를 하지, 욕이 만약 한 섬이 내린다며는 지차는 닷 말을 먹고 셋째와 넷째는 꼭 같이 두 말씩 먹고, 종가 아기는 한 말을 처먹으면 안되겠나?
 
66
차양반   수양반 니는 한 되도 안 처먹겠단 말가! [서로 수양반에게 욕설을 퍼부으니, 수양반이 종가의 책임상 봉욕을 독담(獨擔)키로 하고]
 
67
수양반   내가 전 책임을 지고 욕사발을 다 먹을 것이니 다시 부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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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    이놈 막득아, 이놈 막득아- [이때 말뚝이는 험악한 가면에 마고자를 입고 명주수건으로 한 쪽 다리를 잘라매고 마편을 등짐하고 등장한다.]
 
69
말뚝이   이제야 다시 보니 동정(洞庭)은 광활하고 천봉만학(千峰萬壑)은 구름 위에 솟아 있고, 양류천만사(楊柳千萬絲) 계류춘풍(繫留春風) 자랑하고, 수상부안(水上浮雁)은 지당(池塘)에 범범(泛泛) 추풍강산 살얼음은 눈 위에도 잠간이오, 대주먹이 평토제(平土祭)는 경각에 하박인데,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에 소인 막득이 문안이오. 〈반창반백〉
 
70
수양반   이놈 은쟁반 선수박은 호로이 뱅뱅이오 대주먹이 평토제는 경각에 타맹이라. 너 같은 개똥상놈 나 같은 옥당양반 네놈 한 놈 때려 죽이면 귀양밖에 더 가겠느냐?
 
71
말뚝이   귀양을 가면 어디로 간단 말이오?
 
72
수양반   이놈 함경도라 치치다라, 길주 명천(吉州 明川) 삼수갑산(三水 甲山) 부령 청진(富寧 淸津) 꼬사리밭밖에 더 가겠느냐! [수양반이 길주 길주를 연창하며 사선을 휘두르면 풍물이 울리고 오광대와 말뚝이는 함께 춤을 추고 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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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반   쉬- [악과 무는 그친다.]
 
74
수양반   이놈 막득아 저기 선 도령님에게 문안 잘 드렸느냐.
 
75
말뚝이   아니 드렸소이다.
 
76
수양반   저기 선 도령님이 훌륭하고 깨끗하며, 물찬 제비 같고 깨어진 파구(破具)로다. 앉으면 작약(芍藥) 같고 서면 모란(牧丹)이라. 옥안(玉顔)을 상대하면 여운간지명월(如雲間之明月)이오, 단순(丹唇)을 반개하면 약수중지연화(若水中之蓮花)로다. 모질기는 콩싸래기요 독하기는 보리싸래기 같은지라. 도령님에게 빨리 문안 드려라.
 
77
말뚝이   저기 선 도련님이 청보도령인지 째보도령인지 삼간제당(三間祭堂) 열쇠 맡은 도령님인지, 섣달 그믐날 저녁에 제사판 밑에서 낳은 도령님인지, 도령님 문안 드리오.
 
78
수양반   이놈 막득아, 과거 때는 임박한데 너는 너대로 가고 나는 나대로 가야 옳단 말이냐!
 
79
말뚝이   왜 그러하오리까. 서방님 찾으려고 아니 간 데 없사옵니다.
 
80
수양반   이놈 어디 어디를 갔단 말이냐.
 
81
말뚝이   서방님이 소년시절에 호협(豪俠)하신지라 팔선녀집을 찾았읍니다.
 
82
수양반   그래서?
 
83
말뚝이   난양공주(蘭陽公主) 영양공주(英陽公主) 진채봉(秦彩鳳) 백능파(白菱波) 계섬월(桂蟾月) 적경홍(狄驚鴻) 가춘운(賈春雲)의 집을 다 찾아도 서방님은커니와 아무 개아들놈도 없읍디다.
 
84
차양반   이놈 개아들이라니?
 
85
일동    [말뚝이에게 대들며 욕질문을 하여 장내가 소란해진다.]
 
86
수양반   [차양반에게] 자네가 가서 적당히 물어 보게.
 
87
차양반   [말뚝이에게 가서 조용히 묻는다.]
 
88
말뚝이   개개(皆皆)히 찾았단 말이요. [차양반이 수양반에게 말뚝이의 뜻을 고하면]
 
89
수양반   그러면 그렇지! 그만만 찾았단 말이냐!
 
90
말뚝이   장안종로(長安鍾路)를 찾았사옵니다.
 
91
수양반   그래서?
 
92
말뚝이   일관암, 이목골, 삼청동(三淸洞), 사직(社稷)골, 오궁터, 육조(六曹) 앞, 칠관암, 팔각재, 구리기, 십자골, 두루시 다 찾아도 서방님은커녕 아무 새아들놈도 없읍디다.
 
93
셋째양반  이놈 새아들이라니!
 
94
일동    [말뚝이에게 욕질문을 하며 야단이다.]
 
 
95
(차양반이 말뚝이에게 조용히 물으면)
 
 
96
말뚝이   세세(細細)히 찾았단 말이오. [차양반이 수양반에게 전하면]
 
97
수양반   그래서, 그만만 찾았단 말이냐?
 
98
말뚝이   팔도도방을 찾았읍니다.
 
99
수양반   그래서?
 
100
말뚝이   일 원산(元山) 이 강경(江景) 삼 푸주(坡州?) 사 마산(馬山) 오 삼랑(三浪) 육 물금(勿禁) 칠 남창(南倉〈龜浦〉) 팔 부산(釜山)을 두루시 다 찾아도 아무 내 아들놈도 없읍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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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양반  내 아들이라니 이놈!
 
102
일동    [말뚝이에게 욕질문을 하고 야단이다.] [차양반이 말뚝이에게 조용히 물으면]
 
103
말뚝이   내내(끝끝내)히 찾았단 말이오. [차양반이 수양반에게 전하면]
 
104
수양반   그래 이놈 그만만 찾았단 말이냐?
 
105
말뚝이   서방님댁을 찾았사옵니다.
 
106
수양반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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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댁을 썩 들어가니 칠패 팔패(七牌 八牌) 장에 가고 종년 세탁 가고, 도령님 책 끼고 학당에 가고 머슴 논 갈러 가고, 집안이 교교(皎皎)한데 대부인마누라 오르랍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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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반   이놈 오르다니?
 
109
셋째양반  이놈 담을 오르다니?
 
110
넷째양반  이놈 마리에 올라가다니?
 
111
종가도령  이놈 손을 잡다니? [각 양반이 형형색색으로 욕질문을 하면, 말뚝이가 차양반에게]
 
112
말뚝이   축담을 오르랍디다.
 
113
수양반   그래서?
 
 
114
말뚝이   방문을 썩 열고 보니 청능화(靑菱畫) 도벽(塗壁)에 황능화(黃菱畫) 띠 띠고, 황능화 도벽에 청능화 띠 띠어, 꿩새끼 기린(그린) 방에 매새끼 날아들고 매새끼 기린 방에 꿩새끼 날아들 제, 한 벽을 바라보니 한종실(漢宗室) 유황숙(劉皇叔)이 와룡강상(臥龍岡上) 풍설 중에 제갈선생(諸葛先生) 보려 하니 동자 불러 물을 적에, 익덕(翼德)은 손을 잡고 자는 잠을 깨우랴고 고래눈을 부릅뜨고 운장(雲長)은 만류하며 동정을 보는 경을 역력히 기려 있고, 또 한 벽 바라보니 상산사호(商山四皓) 네 노인이 바둑판 앞에 놓고 한 노인 흑기(黑棋) 들고 한 노인 백기 들고 또 한 노인 훈수(訓手)구경 하려 하고 머리 우로 넘어보며, 또 한 노인 동자 불러 차 다리며 백우선(白羽扇) 손에 들고 송림에 비겨누어 한가히 조는 양을 역력히 기려 있고, 또 한 벽 바라보니 탕(湯)님금 희생되어 전조단발(剪爪斷髮) 하옵시고 대우방(待雨坊) 비를 빌다 곤룡포(袞龍袍) 적셔 입고 용궁으로 가는 양을 역력히 기려 있고, 또 한 벽 바라보니 동해상 강태공(姜太公)이 전팔십 곤궁하여 갈삿갓 숙여 쓰고 곧은 낚시 던져 놓고 위수빈(渭水濱)에 앉은 경을 역력히 기려 있다. 동창을 열고 보니 때마침 삼춘이라 화발풍(花發風) 자로 불어 만화방창(萬花方暢) 꽃이 필 제, 퇴끼산등 순님금이 팔원팔개(八元八愷) 다리시고 오현금 남풍시(南風詩)에 해오민지온혜(解吾民之慍兮)하던 군왕부귀 모란화며, 수양산(首陽山) 월운중(月雲中)에 헌원씨(軒轅氏)몸이 되어 조갈게라 호령하던 순국충신(殉國忠臣) 향일화(向日花)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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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양처사(潯陽處士) 도연명(陶淵明)이 오두록(五斗祿)을 하직하고 전원에 돌아들어 요금서이오유(樂琴書以娛遊) 은일풍도(隱逸風度) 국화꽃과, 육국풍진(六國風塵) 상산사호(商山四皓) 삼승갈포(三升葛布) 몸에 입고 청려장(靑藜杖) 비껴놓고 석탑(石榻)에 잠이 드니 노인 방불 박꽃이며, 이십세 등장군 (登將軍)이 백수진인(白鬚眞人) 잠간 만나 나라를 중흥하고 승상인수(丞相印綬) 받았으니 청춘소년 석죽화(石竹花)며, 설도(雪圖) 같은 묘(妙)한 일색 옥루사창(玉樓紗窓) 비껴앉아 황혼백마(黃昏白馬) 야유(野遊) 중에 추파(秋波) 들어 송정(送情)하니 향기 좋은 해당화(海棠花)며, 선풍도골(仙風道骨) 사안석(謝安石)이 절대가인 손을 잡고 사직으로 전도하며 동산(東山) 위에 올라 노니, 풍류랑(風流郞)은 홍도벽도(紅桃碧桃) 꽃구경도 좋거니와 원근산천 뭇새들이 경(景)을 좇아 날아든다. 부용당(芙蓉堂) 운무 중에 오채(五彩)가 영롱(玲瓏)하니 그림 속에 공작이며, 양류에 봄이 드니 교교호호 노래하던 꾀꼬리며, 칠월칠석 은하수 다리 놓던 오작(烏鵲)이며, 일쌍비거각비회(一雙飛去却飛廻)하니 전불상임 원앙새며, 상림원(上林苑) 글 전하던 원포귀래(遠浦歸來) 기러기며, 범범중류(泛泛中流) 지향없이 상시상근(相視相近) 해오리며, 말 잘 하는 앵무새며, 춤 잘 추는 학두루미, 경수무풍야(鏡水無風也) 벽파(碧波)에 목욕하던 백구들이 한없이 날아들 제, 구경을 못다하고 서동부서(婿東婦西) 자리 잡아 꽃방석에 앉은 후에 대부인마누라 벽장문 열어 놓고 온갖 술병 나오는데, 목 길다 황새병과 목 짧다 자라병과 절개 있다 죽절병(竹節甁)과 홍연자 산호병(珊瑚甁)과 웅글둥글 수박병과 고려자기 양류병(楊柳甁)에, 술치장 볼작시면 청산호호(靑山浩浩) 위국가에 불로장생 천일주(千日酒)며, 구월구일 용산음(龍山飮)에 띄워 놓은 국화주며, 산중처사 송엽주(松葉酒)며, 만고성인(萬古聖人) 백화주(白花酒)며, 녹파주(綠波酒) 과하주(過夏酒)를 찹도 덥도 아니하게 마침 맞게 덥혀 놓고, 동래(東萊)전복 소전복과 울산(蔚山)전복 대전복을 은장도 드는 칼로 맹상군(孟嘗君) 눈섭채로 어석비석 삐저내어, 통영소반(統營小盤) 안성유기(安城鍮器) 보기 좋게 차려 놓고, 노자자 앵무배에 소인 막득이도 한 잔 먹고 대부인마누라도 한 잔 먹어 일배일배부일배(一杯一杯復一杯)에 취흥이 도도하여, 대부인마누라도 청춘이요 소인 막득이도 청춘이라, 양청춘 마두쳐서 동방화촉(洞房華燭)이 밝더이다. 〈唱〉
 
 
116
차양반   쉬- [당황하여 장내를 유달리 정리한 후 말뚝이에게 조용히 질문 확인하고는 수양반을 제외한 양반들과 상론하고 합창으로]
 
117
일동    망했네 망했네 양반의 집이 망했네. [가무하다가 해산타령에 이어서 갈가부타령을 제창한다.]
 
 
118
해산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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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 망했구나 망했구나 양반의 집이 망했구나.
120
[후렴] 얼(擘)쓰고 절(僧)쓰고 지하자(至下者) 졸(卒)쓰고.
 
121
⑵ 앞산 위에 흑운이 걷고 청천백일이 밝아온다.
122
[후렴] 위와 같음.
 
123
⑶ 참깨 들깨 노는 데는 아주까리도 못놀소냐.
124
[후렴] 위와 같음.
 
 
125
차양반   쉬- [악과 무는 그친다.]
 
126
차양반   인제 우리 각기 농장으로 어장으로 공장으로 학장(學場)으로 돌아갑시다.
 
 
127
갈가부타령
 
128
⑴ 가-아리 갈가부우다.
129
가-아리 갈가부우다.
130
님 홀로 따라와서 님과 둘이서
131
나도 갈가나부우다.
 
132
⑵ 노-비 권식을 다 영리별하아고 님 홀로 따라와서 님과 둘이서
133
나도 갈가나부우다.
 
134
⑶ 문-전 옥답을 다아 영방매하아여, 님 홀로 따라와서 님과 둘이서
135
나도 갈가나부우다.
 
 
136
(악에 맞추어 갈가부타령을 합창하면서 네 양반과 말뚝이는 퇴장한다.)
 
137
(수양반은 실망하여 고적한 태도로 무대에 홀로 남는다.)
 
 

 
138
제2과장 -영노 -
 
139
영노 와 양반의 장
 
140
오광대놀이가 끝나고 수양반이 홀로 쓸쓸하게 남아 있을 때, 무대 일우(一隅)에서 검은 보자기를 둘러쓴 동물체가 나타난다. 인간인지 동물인지 귀신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험상궂기 짝이 없다.
141
검은 물체는 '비비 비비' 소리를 내면서 수양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기 시작하면 수양반은 깜짝 놀래고 무서워서 뿌리친다. 당기고 뿌리치기를 여러 번 되풀이하며 싸우다가 그 검은 보자기를 베끼면 영노 의 무서운 가면의 정체가 현출(現出)된다. 경악실색(驚愕失色)한 양반은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뒷걸음치면 영노는 짖궂게 바싹 달라 붙는다.
 
 
142
양반    니가 무엇꼬!
 
143
영노    내가 영노 다.
 
144
양반    니가 어디서 왔노?
 
145
영노    내가 천상에 득죄(得罪)하야 잠시 인간에 나려왔다.
 
146
양반    니가 무엇을 하는 물건고?
 
147
영노    내가 날물에 날잡아먹고 들물에 들잡아먹고, 양반 아흔아홉 잡아먹고 하나만 더 잡아먹으면 득천(得天)한다.
 
148
양반    [놀라 떨며] 내가 양반 아니다.
 
149
영노    양반 아니라도 먹는다.
 
150
양반    내가 쇠뭉치다.
 
151
영노    쇠뭉치는 쫀득쫀득 더 잘 먹는다.
 
152
양반    내가 그림자다.
 
153
영노    그림자는 거침없이 훌훌 들어마신다.
 
154
양반    [진퇴유곡(進退維谷)의 양반은 한참 생각하다가] 니가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꼬?
 
155
영노    참양반이 호령을 하면 물러가겠다.
 
156
양반    옳지! 우리 고조할아부지는 영의정(領議政)이요, 우리 증조할아부지는 이조판서(吏曹判書)를 지내고, 우리 조부님은 병조(兵曹)판서를 지냈고, 우리 아부지는 부마도위(駙馬都尉)요, 나는 한림학사(翰林學士)를 지냈으니 내야말로 참양반이로다. 이놈! 영노야, 썩 물러가라.
 
157
영노    옳지, 그런 양반을 잡아먹어야 등천(登天)하겠다. [양반을 강제로 끌고 퇴장한다.] {-파장-}
 
 

 
158
제3과장 -할미·영감-
 
159
할미·영감·제대각시의 장
 
160
초라한 옷차림에 죽장을 짚고 피로한 기색이 보이는 할미가 등장하여 털썩 주저앉는다. 할미는 면경 파편을 앞에 놓고 노끈으로 털을 밀며 화장한 연후에 일어난다.
 
 
161
할미    영감이여.〈唱〉[영감이 뒤따라 등장하는데, 오광대의 가면 중 셋째양반이나 넷째양반의 것을 사용한다.]
 
162
영감    할마닌가-.〈唱〉[서로 영감, 할미를 호창(互唱)하면서 장내를 빙빙 돌다가 할미는 영감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163
할미    애얼레망건(網巾) 쥐꼬리당줄 대모관자(玳瑁貫子) 호박풍잠(琥珀風簪) 통영(統營)갓은 어데 두고 파립파관(破笠破冠)이 웬일이오. 〈唱〉
 
164
영감    그것도 내 팔자라 팔자소관을 어이하리. 〈唱〉
 
165
할미    줄변자 가죽신은 어이하고 헌 신짝이 웬일이오. 〈唱〉
 
166
영감    그것도 팔자라 팔자소관을 어이하리. 〈唱〉 [영감이 퇴장해 버린다]
 
167
할미    [할미가 악대 앞에 와서 일장 무용을 하다가 악사에게] 여부시오. 우리 영감 못 보았소?
 
168
악사    당신 영감이 어떻게 생겼소?
 
169
할미    우리 영감이 훌륭하고 깨끗하고 이마가 투-ㄱ 터지고 사모(紗帽) 꼴 나고 점잔하고 양반답고 말소리가 알곰삼삼하오.
 
 
170
악사    방금 그런 양반 이리로 지나갔소.
 
171
할미    영감이여.〈唱〉 [할미 퇴장한다.] [영감과 소실인 제대각시가 등장하여 긴 장단에 쌍무(雙舞)를 추고 놀 때, 할미가 다시 등장하여 멀리서 그 모양을 자세히 살피다가 영감과 눈총이 마주치면 영감이 할미의 앞을 가리운다. 이 틈을 타서 제대각시는 피신하듯 퇴장한다.]
 
172
(할미가 질투에 북받쳐 시비를 건다.)
 
173
할미    이제 그년이 어떤 년이고?
 
174
영감    아무 년이면 어때… [시비가 설왕설래(說往說來) 한참 다툰다.]
 
175
영감    그래 내가 집을 나올 때 삼존당(三尊堂)이며 자식 삼형제를 살기 좋게 마련해 주고 혈혈단신(孑孑單身) 나온 나를 왜 추잡하게 이리고 찾아다닌단 말고.
 
176
할미    [할미 기가 막혀 손바닥을 치며] 그래 그 돈 한 돈 팔 푼은 이핀(당신) 떠날 적에 하도 섭섭해서 청어 한 못 사서 당신 한 마리 나 아홉 마리 안 먹었는기오.
 
177
영감    너 아홉 마리 나 한 마리를! 그래 자식 셋은 다 어쨌노?
 
178
할미    [후유 탄식하며 가슴팍을 치고 눈물을 닦은 후에] 큰 놈은 나무 하러 가서 정자나무 밑에서 자다가 솔방구(솔방울)에 맞아 죽고, 두째놈은 앞도랑에서 미꼬라지 잡다가 불행이도 물에 빠져 죽고, 셋째놈은 하도 좋아 어르다가 놀라 정기로 청풍에 죽었소.
 
 
179
(할미는 엉엉 통곡한다.)
180
(통곡하는 할미를 영감이 발길로 차니, 할미가 실성(失性)하여 졸도한다.)
181
(당황한 영감은 악사에게 근처에 있는 의원을 불러 달라고 간청한다.)
 
 
182
악사    의원 의원! [의원은 가면 없이 갓을 쓰고 두루막을 입고 등장한다.]
 
183
의원    [맥을 짚는 등 진찰하고] 급상한(急傷寒)이라 난치병이로군.
 
184
(침만 한 대 놓고 퇴장한다.)
185
(영감은 다시 악사에게 근처의 봉사를 불러 달라고 청한다.)
 
 
186
악사    봉사, 봉사님
 
187
(봉사, 평복으로 지팡이를 짚으며 등장하는데, 소고(小鼓)를 들고 있다.)
 
188
봉사    어디서 불렀소?
 
189
영감    여기요 여기, 어서 죽은 사람 살아나는 경을 일러 주오.
 
190
봉사    [소고를 두드리며 독경한다.]
191
해동조선국 경상남도 부산 수영동 거주 심달래(沈月川) 신운이 불행하여 우연 졸도 명재경각(命在頃刻)하였으니 천지신명(天地神明)은 대자대비(大慈大悲)하옵소서,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 광대원만(廣大圓滿) 무애대비심대다라니(無碍大悲心大多羅尼) 일쇄동방결도량(一灑東方潔道場) 이쇄남방득청량(一灑南方得淸凉) 삼쇄서방구정토(三灑西方俱淨土) 사쇄북방영안강(四灑北方永安康) 도량청정무하예(道場淸淨無瑕穢) 삼보천룡강차지(三寶天龍降此地) 아금지송묘진언(我今持誦妙眞言) 원사자비밀가호(願賜慈悲密加護) 아석소조제악업(我昔所造諸惡業) 개유무시탐진치(皆由無始貪瞋痴) 종신구의지소생(從身口意之所生) 일체아금개참회(一切我今皆懺悔)… [독경 도중 할미가 절명하매 봉사는 무안하여 급히 퇴장한다.]
 
192
(영감은 하는 수 없이 악사에게 가서 향도군을 불러 달라고 청한다.)
193
(두건을 쓴 향도군(香徒軍)이 7·8명 등장한다.)
194
(향도군은 시체를 둘러메고 염불을 부르며 출상한다.)
 
 
195
염불가
 
196
① 저건너 저것이 북망산이냐. 어서 가고 바삐 가자.
197
[후렴] 니난실 난뇨 니난실 난뇨 나무아미타불이라.
198
② 다시 갔다 못오는 길을 속히 가면 무엇하리.
199
③ 황령추존 북망산에 만고영웅 토(土)일부라.
200
④ 고적무의(孤寂無依)한 이 영혼을 극락세계로 모셔 보자.
 
 
201
(이때 영감은 두건(頭巾)을 쓰고 작지를 짚고 후행하며, 악사들도 후행 퇴장한다.)
 
202
-파장-
 
 

 
203
제4과장 -사자무-
 
204
사자와 범(담비)의 장
 
205
거대한 사자가 춤을 추며 등장한다. 사자가면은 수영야유 가면 중 가장 큰데, 사자의 두부(頭部)는 탈을 쓴 사람으로 형성되고 동부(胴部)는 보자기(담요나 이불보)를 둘러쓴 사람(2인 내지 3인)으로 형성된다. 그러니까 자연히 보자기 속에 들어간 사람들끼리 조화된 춤을 춰야 한다. 악에 맞추어 사자가 사자춤을 한참 추고 있을 때, 범이 범춤을 추면서 등장한다. 사자와 범은 서로 으르렁대며 격투난무(格鬪亂舞)한다.
206
일장 투무(鬪舞)하다가 마침내는 범이 사자에게 잡아먹히게 되는 웅장한 무용극이다.
 
207
-파장-
【원문】수영야유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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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 야유(水營野遊) [제목]
 
  가면극(假面劇)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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