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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흥탈놀이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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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극) '서흥탈놀이'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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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흥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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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과장 -팔목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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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목이 등장하기 전에 헛탈이 등장한다. 헛탈은 보통 의복에 흰 장삼으로 얼굴을 휘감아 싸고 가면도 쓰지 않고 혼자서 등장한다. 헛탈은 탈판에 나와 떼구루루 구른다. 벌렁 누워 있다가 다음과 같은 동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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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 바른 다리부터 쳐들어 늘린다. 다음에 왼 다리를 늘린다.
5
⑵ 왼 편으로 구르고 다음에 바른 편으로 구른다.
6
⑶ 일어나면서 건기한다.
7
⑷ 외사위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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⑸ 화장춤을 추면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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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동작은 다음에 등장하는 첫목의 동작과 같으며, 다만 그 동작이 첫목에 비하여 간략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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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목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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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탈이 화장으로 춤추며 돌아갈 때, 첫목이 뛰어 들어와 떼구루루 구른다. 그러면 헛탈은 퇴장한다. 첫목은 목중 가면에 흰 장삼을 입는다. 왼 다리에 중둥다리를 매고 줄방울을 앞에 찬다. 첫목은 전술한 바와 같은 동작을 할 뿐 대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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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목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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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목이 한창 화장으로 돌아갈 때, 둘째목이 탈판에 나와서 떼구루루 구른다. 그러면 첫목은 퇴장하고 둘째목도 첫목과 비슷한 춤을 출 뿐, 이것 역시 대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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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목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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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하고 변증을 떨면서 등장하면, 둘째목은 퇴장한다. 셋째목은 변증만 떨지 않고 땅재주도 넘고 기타 여러 가지 짓구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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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목의 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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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 쉬- 하니 왕파리 똥구멍에서 나온 줄 알지 말고 잠간 재비를 멈추란 말이었다. 산지조종은 곤륜산이요 수지조종은 황하수라. 옛날 옛적 진시황 만리장성을 쌓고, 주무왕 득국 후에 대대손손이 찍 째진 오입쟁이 자손으로 역노 과차에 이곳을 지나다가, ××에서 풍악 소리 나기에 참새가 방앗간 지나가기 어려운 모양으로 들어와 본즉 뒤통수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사람들이 소 잡아 북 메고, 말 잡아 새 장구 메고, 개 잡아 소고 메고, 요강깨 북주깨 캥마 퉁퉁 홀로로벗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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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변증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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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이라 하는 것은 쉰사하는 법식이 조금 다르렸다. 양반의 쉰사는 웃어른을 만나면 아침에는 조반 잡수셨습니까 하고, 저녁이면 석반 잡수셨습니까 하는데, 한량의 쉰사는 그와 다르렸다. 한량 도처에 풍류객이요, 난봉 도처에 기생방이요, 감사 도처에 선화당이요, 수인사 연후에 대천명이요, 봉제사(奉祭祀) 연후에 접빈객이라 하였으니, 쉰사 한 마디 들어가겠다. 만일 이 쉰사를 잘못 받는 경우에는 내일 아침 조사 머리에 니 어미 니 아비 잡아다가 밑구멍에 널다리 놓겠다. 흑운(黑雲)이 만천천불견(滿天天不見) 하고 불림을 하고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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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목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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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목부터는 흔히 장삼을 입지 않고 버들가지 또는 풀가지를 들고〈쉬〉하면서 등장한다. 또한 재담이 없고 불림 한 마디씩 하고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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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흥탈놀이에 있어서는 8목이 전부 다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8목춤에 사용되는 불림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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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 한산에 심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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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동 도화 만사춘 가지 가지 봄 빛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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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수 청산 깊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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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양 수하 재백수하니 난가장천에 백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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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은 잎은 죽었으나 줄거리조차 죽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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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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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음 방초 승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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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아 달아 밝은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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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산은 반락 청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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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 좋단 말은 서산에 번쩍 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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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흥탈놀이에서는 목이 바뀔 때에는 나중에 들어가는 목이, 먼저 들어가 있는 목을 장삼 소매로 또는 버드나무 가지, 풀 가지 등으로 때려 쫓기도 하고 둘이 같이 추다가 먼저 목이 퇴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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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과장 -사상좌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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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무가 사인교(四人轎) 바탕에 왼 손에는 양산을 들고 바른손으로는 손춤을 추면서 등장한다. 이때 사인교는 목중 4명이 메고 목중은 다리춤을 춘다. 사인교는 탈판을 한 바퀴 돈 다음에 탈판 가운데 나려 놓인다. 사인교에서 내린 소무는 양손을 양 옆구리에 끼고 가만히 서 있다. 목중들은〈백수 한산에 심불로〉하고 불림을 하고 (이때에 불림은 마음대로 선택한다.) 잠간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다음에 탈판 네 모퉁이에서 목중들이 상좌 하나씩을 업고 등장하는데, 이때에 상좌들은 자진장단(타령조)에 맞추어 8목춤과 비슷한 춤을 추며 목중들은 다리춤을 추면서 나온다. 목중이 상좌를 내려 놓을 때에는 빙글빙글 빠르게 몇 번 돌아 가다가 떨어뜨리는 듯 내려 놓는다. 상좌는 흰 장삼에 청·홍의 가사를〈×〉자로 매고 고깔을 썼다. 상좌춤은〈긴 영산〉에서 잔〈도도리〉까지의 곡조에 맞추어 추게 된다. 처음에는 네 상좌가 전부 섞여서 추다가 그 중의 한 상좌가 탈판 가운데에 서 있는 소무를 얼르러 들어가서, 장삼 소매를 소무의 어깨 위에 놓는다. 이때에 소무는 손춤을 추고 있다가 그것을 뿌리친다. 그 후 상좌는 다시 되풀이한다. 이때에는 소무는 상좌의 장삼 소매를 두 손으로 잡고 얼르면서 춤을 춘다. 두어 바퀴 돌면서 춤을 추다가, 상좌는 장삼 소매를 뿌리쳐 빼앗아 가지고 화장춤으로 돌아가면, 다음 상좌가 소무에게로 가서 얼르며 춤을 춘다. 이와 같이 네 상좌가 다 한 번씩 번갈아 들어가 소무와 어울려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네 상좌 중의 한 사람의 상좌가 소무와 어울리어 춤을 출 때, 다른 상좌들은 네 모퉁이에 앉아 있다. 네번째 상좌가 소무와 어울리어 추다가 나올 무렵에, 모두 일어나서 같이 추다가 퇴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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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과장 -줄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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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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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는 붉은 동을 단 검은 걸치기를 입고, 바른 다리에 중둥다리를 매고, 꽁무니에 왕방울(퉁방울이라고도 한다)을 차고(무릎에다가 다는 경우도 있다.), 채찍(흔히 무푸레나무로 1m 정도의 것)을 들고, 말뚝이 가면 위에 벙거지를 제껴 쓰고, 기운차게 뛰어 나오면서〈채찍 든 채, 벙거지 쓴 채, 떵떵 꿍꿍 홀로로 비쭉〉하고 불림을 하면, 재비가 이에 응하여 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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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타령조에 맞추어 경쾌한 화장춤을 춘다. 어떤 때에는 채찍을 두 손으로 들고 추다가, 어떤 때에는 한 손으로 들고 추며, 또 어떤 때에는 취군 소리에 나오는 포수와 같은 자세를 취하는 일도 있다. 이때에 탈판 네 모퉁이에서 양반들이 등장한다. 쌍언청이 노진사가 먼저 나오고, 연달아 다른 양반들이 다 나온다.
 
40
쌍언청이 노진사는 흰 장삼에 흰 가면 위에 개가죽 관을 쓰고, 바른 손에 큰 부채를 들고, 왼 손에 장죽을 들고 부채춤을 추며 나온다.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비쭉비쭉 얼굴을 내보이면서 한 손으로는 뒷짐을 집고 목으로 춤을 춘다.
 
41
반이는 흰 장삼에 산(山)자형 관을 쓰고, 바른 손에 작은 부채를 들고, 왼 손에 지팡이를 짚고 연달아 까불까불 부채질을 하면서 돌아 다니며 춤을 추는데, 경솔한 태를 나타내인다. (반이는 귀먹쟁이로 나타난다.)
 
42
째기는 흰 장삼에 말총 감투를 쓰고 역시 바른 손에 부채를 쥐고 왼 손에는 지팡이를 들었는데, 한 다리·한 팔을 잘 못 쓰는 반신불수 병신이며, 때로는 지랄을 부린다.
 
43
종가집 도령은 홑두루마기에 복건을 쓰고 바른 손에 부채를 들고 깡충깡충 뛰어 다니면서 까불댄다. (춤은 추지 않는다.)
 
 
44
모두 나와서 한동안 늘어지게 춘다. 그리하여 탈판은 번거러워진다. 그 후 쌍언청이 노진사가 춤을 멈추면 다른 사람들도 춤을 멈춘다.
 
45
쌍언청이  노진사 과거 장중에 들어가야겠는데, 내가 다리고 온 하인을 찾아야겠는데, 이놈이 어디를 갔노. 좀 찾아 보아야겠다. 네 이놈 말뚝! 어허허! [선 웃음을 친다.]
 
46
말뚝이   [이와 같이 세 번을 반복할 때에 말뚝이 떨렁떨렁 뛰어 나오며] 하늘이 꾸무르르하드니만 양반의 새끼 괴새끼라니 나를 잠시만 못 보아도 말뚝이네 한아부지 말뚝이네 한아부지하고 찾는데, 아니 가 볼 수 없다. 말뚝이 대령이요.
 
47
쌍언청이  이놈, 대령하다니.
 
48
말뚝이   여기 왔다는 말이지요.
 
49
쌍언청이  에익 이놈 상판 시뻘겋고 코 크단 놈 목아지를 쑥 뽑아서 밑구멍에다가 쏘아서 대령하라.
 
50
말뚝이   지당하올시다.
 
51
쌍언청이  이놈 지당하다니.
 
52
말뚝이   알아 들었다는 말이지요.
 
53
쌍언청이  알아 듣다니.
 
54
말뚝이   귀에 담아 부었다는 말이지요.
 
55
쌍언청이  어- 그놈 충노로군 충노로군 어허허. 에 이놈, 말뚝이라 꼴뚝이라 듣거라 하니, 올 세월이 풍류하여 만과거를 뵈실 때에, 저 함경도에서 나온 쌍언청이 노진사님이 ××에서 차려 놓은 배반이 낭자한데, 보리 탁주·이 탁주·쇠고기·말고기·돼지고기·개고기·닭고기·온갖 주효가 있다고 말하고, 저 함경도에서 오신 먹적골 생원님 모셔 오렸다.
 
56
말뚝이   지당하올시다. [하고 뛰어 나온다.] 이놈의 새끼를 찾으려면 어디를 가서 찾노. [하면서 여기 저기를 살펴본다. 이때에 양반들이 청올치를 꼬며 풍월을 읊으면서 앉아 있다.]
 
57
말뚝이   에 이놈의 새끼 여기 있구나. 알산이야, 이 댁이 함경도에서 똥 장수하다가 쫓겨 나온 먹적골 생원님이오니까? 이새 저새 날새 문안이 어떠 하온지 말뚝이 문안 하나 들어갑니다. [말뚝이 들어가면서 채찍으로 반이의 머리를 때린다.]
 
58
반이    어 이것 무엇이뇨, 괘씸한 놈. [하면서 자리를 옮겨 앉는다.]
 
59
말뚝이   [말뚝이 다시 따라 가면서] 이 댁이 함경도서 온 먹적골 생원님 댁입니까?
 
60
반이    무엇이야? 비가 와?
 
61
말뚝이   웬 이런 제기 귀먹쟁이란 놈이 돼서 말이 안 통하니 어찌 데려간단 말인가?
 
62
말뚝이   이 댁이 먹적골 사는 생원댁입니까? [하고 크게 소리를 친다.]
 
63
반이    왜 찾느냐?
 
64
말뚝이   저 함경도에서 나온 쌍언청이 노진사님이 ××에서 배반을 낭자하게 차려 놓았는데,우역에 죽은 쇠고기, 고새에 죽은 말고기며, 목 부어 죽은 돼지고기며, 코병 나서 죽은 개고기며, 계역에 죽은 닭고기며, 주효가 많은데, 샌님을 모셔 오라니 자 갑시다.
 
65
반이    주효가 그리 많다면 가겠는데 내 다리 아파서 못 가겠으니 좀 갖다 주려무나.
 
66
말뚝이   어허! 이것 참 맥낭하고나 어서 갑시다.
 
67
반이    야 그렇게 자꾸 가자고 할 테면 노새나 한 마리 가지고 오너라.
 
68
말뚝이   양반의 새끼라고 해서 거저 가지 않고 노새를 타고 가겠다고 하니, 이것 또 어디 가서 구하는 수가 있나. 내가 노새 노름을 좀 해야겠다.
 
69
말뚝이   [찬 방울을 떨렁떨렁하며, 다시 돌아 가면서] 노새 대령하였습니다. [하고 궁댕이를 돌려 댄다.]
 
70
반이    노새가 많이 갈개지나 않느냐.
 
71
말뚝이   좀 갈개요. [반이가 올라 타려고 할 때 둘러메친다.]
 
72
반이    엑 이놈, 고얀놈, 양반을 메때리다니.
 
73
말뚝이   갑시다. [하면서 반이의 손목을 잡아 끈다. 못 간다고 야단하는 반이를 억지로 끌고 쌍언청이 노진사 앞에까지 떠밀어 간다.]
 
74
쌍언청이  반이 본지 오랫구만.
 
75
반이    아 쌍언청이 본지 오랫구만.
 
76
쌍언청이  자네네 집안이 다 무사한가? 자네 아버지, 어머니 다 평안하신지?
 
77
반이    잘 있네.
 
78
쌍언청이  잘 있어야지 먹든지 굶든지 그것들이 잘 자라야 된다네.
 
79
반이    자네네 집안도 잘 자라나?
 
80
쌍언청이  우리 집도 무사하지. 자 쩍쩍골 생원도 오라는 것이 좋지 않나?
 
81
반이    좋지.
 
82
쌍언청이  에 이놈! 말뚝! 말뚝!
 
83
말뚝이   지당하올시다.
 
84
쌍언청이  쩍쩍골 생원님 좀 모셔 오렸다.
 
85
말뚝이   지당하올시다. [하면서 뛰어 나간다.]
 
86
말뚝이   에 이놈의 자식을 또 찾아야 할 텐데 어디를 가서 찾나. 늙은 놈이 또 한참 찾아야 하겠구나? [하면서 손을 이마에 대고 여기 저기를 바라본다.]
 
87
말뚝이   에! 이놈이 여기에 앉아서 버들거리고 있구나!
 
 
88
말뚝이   알산이야 댁이 생피 붙다가 쫓겨 나온 쩍쩍골 생원댁입니까? 이새 저새 날새 문안이 어떤지 말뚝이 문안 한 마디 드러갑니다. [하면서 달려들어 채찍으로 딱 하고 부신다. 쩍쩍골 생원 아무 말 없이 지랄을 벗는다.]
 
89
말뚝이   에 이놈! 지랄 벗고 있었구나! [하면서 째기의 이마를 비빈다. 째기 지랄을 멈춘다.]
 
90
말뚝이   저 함경도 사시는 노진사님이 ××에서 낭자하게 차렸는데, 우역에 죽은 쇠고기며, 고새에 죽은 말고기며, 목 부어 죽은 돼지고기, 코병 나서 죽은 개고기, 계역 들린 닭고기, 보리 탁주·이 탁주에 술 안주 많다고, 샌님을 모셔 오라 하니 자 갑시다.
 
91
째기    나는 그냥은 못 간다. 말을 대령하여라.
 
92
말뚝이   [허허 웃으면서] 그 주제에 또 말을 타겠단다. 네 이놈 견디어 봐라. [방울을 딸렁딸렁하면서 엉덩이를 돌려 댄다.]
 
93
째기    야 이 말 갈개지 않느냐?
 
94
말뚝이   좀 갈개지요.
 
95
째기    잘 붙잡아라.
 
96
말뚝이   어서 타시요.
 
97
째기    [버들버들 차면서 올라탄다. 그때 말뚝이〈액〉하면서 둘러 메친다.]
 
98
째기    [다시 지랄을 벗는다.]
 
99
말뚝이   [또 다시 비벼 준다.] 엑! 이놈! 지랄 벗는 데는 ×을 하나 먹어야 한다는데. [하면서 ×을 먹이는 형용을 한다.]
 
100
째기    [다시 정신을 차리니]
 
101
말뚝이   자 갑시다. [하면서 째기의 팔을 끌어 당긴다.]
 
102
째기    놔라!
 
103
말뚝이   갑시다.
 
 
104
(서로 놔라, 갑시다 하면서 째기는 말뚝이에게 끌리어 쌍언청이에게로 간다.)
 
 
105
쌍언청이  아! 이거 째기 본 지 오랫구만!
 
106
째기    자네 본 지 오랫구만.
 
107
반이    째기 자네 본 지 오랫구만.
 
108
째기    반이 자네 본 지 오랬네. 집안이 다 출무성한가?
 
109
반이    우리 집은 잘 있네.
 
110
쌍언청이  말뚝! [하고 다시 부른다.]
 
111
말뚝이   지당하올시다.
 
112
쌍언청이  도령님 가서 모셔 오너라.
 
113
말뚝이   [떨렁떨렁하며 나오면서] 늙은 놈이 구복이 원쑤라 우리 손자 같은 새끼 놈을 모셔 오라 하는데 안 갈 수는 없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요놈의 새끼를 어디 가서 찾나? [기웃기웃 하면서 찾아 본다.]
 
114
말뚝이   알산이야. 이 댁이 종가집 도령님 댁입니까? [하면서 종가집 도령을 채찍으로 딱 하고 때린다.]
 
115
말뚝이   저 함경도서 나오신 쌍언청이 노진사님이 도령님을 모셔 오라 하기에 왔으니 갑시다.
 
116
도령    야 그냥은 갈 수 없다. 당나귀 대령하라.
 
117
말뚝이   양반의 새끼 괴새끼라니 무얼 또 타고야 가겠다 하니, 당나귀를 어디서 구하여 오는 수가 있나.
 
 
118
말뚝이 돌아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면서 방울을 떨렁하면서 '당나귀 대령하였습니다. '하고 말한다.
 
 
119
도령이 나귀를 탄다.
 
 
120
말뚝이   도령을 업고 나오면서 '요놈의 새끼 아홉살 먹었을 때 정자년 흉년에 맹물을 끓여 주니까, 건데기 없다고 밥튀정을 하다가 뛰어 나온 놈의 새끼를 오늘이야 찾았구나. ' 한다.
 
121
쌍언청이  노진사 앞에 와서 떨어뜨려 놓는다.
 
 
122
종가집 도령, 쌍언청이, 반이, 째기에게 인사를 드린다고 까딱까딱하면서 돌아간다.
 
 
123
쌍언청이  우리가 이와 같이 오래간만에 모였는데, 이와 같이 모이기 쉽겠나. 우리 만난 김에 풍월이나 한 귀씩 짓세. [하고 말한 즉]
 
124
반이·째기  그 참 좋은 일일세. [하고 대답한다.]
 
125
쌍언청이  [반이를 돌아 보면서] 아! 자네부터 한 마디 짓게.
 
126
반이    아! 자네부터 짓게.
 
127
쌍언청이  천증세월인증수요
 
128
반이·째기  아! 그것 잘 지었다.
 
129
반이    내 또 한 마디 짓지. 썩은 바자 개 대갱이요 비 오는 날 나막신이라. 어허허 어떻게 지었나? [하고 묻는다. 그때 일동이 '잘 지었군'한다.]
 
130
일동    잘 지었군!
 
131
째기    차문주가하처재요 목동요지행화촌이라.
 
132
일동    잘 지었군!
 
133
도령    당상학발은 천년수요 슬하자손만세영이라.
 
134
일동    어허! 그것 참 제일 잘 되었다.
 
135
쌍언청이  여보게들 내 말 들어 보게. 올 세월이 풍류하여 만과거를 보일 적에 우리 세 사람이 만나서 장중으로 들어 갈 때, 인사를 갖추어 가게 하세.
 
136
반이·째기  아 그것 좋은 말일세.
 
137
쌍언청이  말뚝! 듣거라 하니 내아에 들어가서 마구에 매인 말을 솔질하여 순금 안장 짓고 청청다리, 덧굴레, 남갑사 후굴레, 푹 씨워가지고 대령하여라.
 
138
말뚝이   지당하올시다. [흔들며 나오면서] 별한 심부름 다한다. 말까지 가져오라누나!
 
139
말뚝이   [말을 가져 오는 형용을 하면서] 말 대령하였습니다.
 
140
쌍언청이  말 가져 올 때 마나님을 못 뵈었느냐?
 
141
말뚝이   보았습니다. 마나님을 뵈옵고 세 판을 하였습니다.
 
142
쌍언청이  아 이놈 세 판을 하다니.
 
143
말뚝이   인사를 세 번 드렸다는 말이지요.
 
144
쌍언청이  그러면 그렇지! 아! 이놈 충노로군! 충노로군! 자 이제는 장중으로 가세.
 
145
쌍언청이  나하고 다니던 청노새.
 
146
반이    백수한산에 심불로.
 
147
째기    낙양 동청 이와정.
 
 
148
이상과 같이 각각 불림을 하고 춤을 추며 돌아 간다. 이때에 비비탈이 호각을 불면서 등장한다. 비비탈은 춤추는 쌍언청이 노진사를 따라가 귀에다 대고 호각을 강하게 계속하여 서너 번 분다. 그런즉 쌍언청이는 쫓겨서 퇴장한다. 다음에 반이를, 다음에 째기를, 다음에 도령을 비비탈의 호각으로 쫓아 버린다. (비비탈은 이름만 탈이지 실은 탈을 쓰지 않고 흰 장삼으로 얼굴을 가리고 -헛탈과 같이- 보통 의복으로 등장한다.) 이리하여 소위 양반들은 비비탈의 호각에 의하여 전부 쫓겨 나가고 말뚝이 혼자 남는다. 말뚝이가 최후로 춤추며 퇴장하면서〈이 놈의 새끼들 하나도 없구나. 〉하고 크게 소리친다.
 
 

 
149
제4과장 -노승-
 
150
8목 중의 하나가 소무를 업고 나와 탈판 중앙에 나려 놓고 불림을 하고 춤을 추다가 퇴장하는데, 이때 소무는 가만히 양팔을 겨드랑이에 끼고 서 있다. 소무는 흰 가면에 녹의홍상으로 곱게 단장하였다. 다음에 8목이 두 줄로 네 명씩 종대로 서서 노승이 짚은 지팡이를 끌면서 등장한다. 그때에 다음과 같은 노래를 한다."노장님을 모셔라 노장님을 모셔라"
 
151
노승은 두어 발자국을 따라 나가다가 지팡이를 놓고 뒤에 떨어진다. 8목들이 말하기를 "노장님이 나오셨댔는데 어디로 갔나 찾아들 보자." 목중 하나가 선듯 나서며 "야! 저기 무엇이냐? 뒷산에서 산멍애가 나왔구나!" 또 한 놈이 "내 좀 들어가 보마."하고 들어가다가 "으악"하고 물러나선다. 8목들이 번갈아 들어가 보다가 "으악"하고 물러나서곤 한다. 8목의 한 놈이 말하기를 "내 이번에는 정영 똑똑히 드려다 보아야겠다…… 야 산멍애가 아니라 뒷절 노장님이 있댔구나!" 8목들이 "노장님을 모시자 노장님을 모시자"하고 다시 노승을 끌고 들어오면서 백구 타령을 한다.
 
 
152
백구야 껑충 뛰지 마라
153
너 잡을 내 아니로다
154
성상이 버리시기
155
너를 좇아 내 여기 왔노라
156
다기봉의 소년들아
157
이십오현 탄현금을
158
네가 알고 즐기느냐?
159
모르고 즐길진댄
160
궁상각치우 오음 육률 나더러 묻게 되면
161
궁천지리를 대강 일르리로다.
 
 
162
그때에 노승이 뚝 떨어져 업딘다. 8목들이 "노장님이 또 없어졌구나."하면서 야단법석을 한다. 한 목중이 "내가 찾아 보마." 하면서 찾아 다니드니 "야! 여기서 노장님이 죽었구나! 빨리 살쿼야겠다." 한 목중이 말하기를 "밑구멍을 불어야겠다. 새 새끼는 밑구멍를 불면 살아나더라." 8목들이 내가 분다 네가 분다 하면서 번갈아 노승의 밑구멍을 분다. 한 목중이 "아 그럴게 아니라, 노장님이 법고놀이를 좋아하신댔는데 법고나 한 번 놀려 보자." 8목 한 놈이 재비한테 가서 북을 가져 온다. 법고는 둘이서 들고 한 놈이 뒷북을 울리고, 또 한 놈이 북채를 잡고 법고놀이를 한다. 나머지 8목중들은 서서 있다가 "북을 자조 울려라. 노장님이 살아난다. 북을 자조 울려라."하면서 야단 법석을 한다. 노승이 꿈틀꿈틀 하면서 살아난다. 8목들은 다 같이 "이제는 됐다."고 떠들어댄다. 그 후 8목들은 제가끔 불림을 하면서 춤을 추다가 각각 퇴장한다. 재비가 긴 영산을 잡는다. 소무가 영산에 맞추어 춤을 춘다. 이때까지 노승은 업디어 있다가 긴 영산에 맞추어 춤을 춘다. (노승은 흰 장삼에 붉은 가사를 메고 푸른 가면 위에 송낙을 쓰고 목에 염주를 걸고 한 손에 부채, 한 손에 지팡이를 들었다.) 노승, 소무 옆으로 가서 장삼 소매를 소무의 어깨에다가 얹는다. 소무 뿌리치고 다른 곳으로 간다. 노승 애가 타 하면서 춤을 추다가 다시 소무 옆으로 가서, 이번에는 목에 건 염주를 벗어서 소무 목에다 걸어 주니, 소무는 염주를 벗겨 들고 들여다 보다가 침을 탁 뱉고 다른 곳으로 내여 버린다. 노승 기가 막혀서 펄석 주저 앉드니 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내 제 얼굴을 들여다 보며 단장을 한다. 노승 다시 일어나서 소무를 얼루며 앞으로 가서 장삼 소매를 소무에게 던지니, 그때야 소무 장삼 소매를 쥐고 춤을 춘다. 두 번, 세 번 맵도리를 하고 노승이 그제야 신이 나서 소무가 잡았던 장삼 소매를 툭 채 가지고 타령조에 맞추어 한 바탕 춤을 춘다.
 
 

 
163
제5과장 -신장수-
 
164
노승이 소무와 같이 한창 춤을 추고 있을 때, 신장수가 등장한다. (신장수의 채림 채림은 말뚝이와 같다.)
 
 
165
신장수   신을 사시요 신을 사시요. 서흥 총에 평양 바닥에 모화관 뒷축에, 온갖 크고 작은 신이 다 있으니 신들 사시요.
 
 
166
(이때 노승이 신장수 옆으로 가서 부채로 딱하고 머리를 때리니,)
 
 
167
신장수   [깜짝 놀라서] 어! 이것 무엇이 사람을 친단 말이냐? [이곳 저곳으로 살펴 보더니] 아! 저것이 무슨 짐승이냐? 뒷산에서 산멍애가 내려왔구나!
 
168
노승    [지팡이를 들고 그 위에다가 뼘으로 재이는 형용을 한다.]
 
169
신장수   야! 그럼! 신을 사겠다는 말이냐?
 
170
노승    [고개를 꺼덕꺼덕한다. 지팡이로 땅 바닥을 딱딱 두드린다. 신짐을 내려 놓으라는 표시를 한다.]
 
171
신장수   금세를 하고 내려 놔야지.
 
172
노승    [세 뼘을 재인다. 한 뼘이 한 량으로 3량 주겠다는 표시이다.]
 
173
신장수   그럼 3량을 꼭 주겠느냐? [신짐을 내려 놓을 때 노승과 소무는 다른 곳으로 비껴 선다.] 예 이놈들 장수를 속이고 다른 곳으로 도망갔구나.
 
174
신장수   [그때 노승이 인기척을 한다.] 네 이놈 여기 있었구나.
 
 
175
노승 다시 지팡이로 신짐을 내려 놓으라는 표시를 한다. 신장수 노승 옆으로 달려가서 노승의 장삼을 꼭 붙잡은 다음에 신짐을 내려 놓는다. 신장수가 신짐을 풀어 헤칠 때, 원숭이가 벌꺽 일어나 뛰어 돌아다닌다. [원숭이는 십이세의 어린 사람으로 가장하는데, 원숭이 가면은 붉은 색의 등거리만 입고 정갱이를 내놓는다.] 원숭이는 당당 당다꿍, 당당 당다꿍조의 재비에 맞추어 춤추며 돌아 간다.
 
 
176
신장수   원숭이가 놀아라 철남생이가 놀아라. [하면서 원숭이와 같이 춤을 추며 돌아간다.]
 
177
원숭이   [춤을 추다가 소무 뒤에 딱 붙어 숨는다.]
 
178
신장수   요놈의 새끼 어디를 갔나. 요놈의 자식의 성명을 좀 알아 봐야겠다. [하면서 원숭이를 찾다가 소무 뒤에서 원숭이를 발견하고 붙잡아 내 온다.]
 
179
신장수   [원숭이를 앞에다가 앉혀 놓고] 대관절 네가 무엇이란 말이냐? [하면서 들었던 몽치를 끄덕끄덕하니 원숭이도 손으로 그 흉내를 낸다.]
 
180
신장수   네 이름이 무엇이냐?
 
181
원숭이   [가만히 있는다.]
 
182
신장수   에! 이놈 이름을 불러야 알겠군. 네 이름이 범이냐?
 
183
원숭이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184
신장수   그러면 노루냐?
 
185
원숭이   [고개를 가로 흔든다.]
 
186
신장수   그러면 사슴이냐? 그러면 곰이냐? 그러면 인가의 개냐? 그럼 소냐? 말이냐? 그러면 소도 아니요, 말도 아니요, 사슴도 아니요, 노루도 아니면 너 어미 ×이냐?
 
187
신장수   요런 놈의 새끼 보았나. [하고 탄식을 하면서, 머리를 기울이고 궁리를 한다. 그때 원숭이도 또한 신장수 흉내를 낸다.] 아! 요놈이 사람의 흉내를 잘 낼 때에는 원숭이가 아니냐?
 
188
원숭이   [고개를 앞으로 까딱까딱 한다.]
 
189
신장수   그럼 네가 원숭이가 분명하니, 춤이나 한 번 추어 보자.
 
 
190
당기 당기 당다꿍의 재비에 맞추어 신장수, 원숭이와 같이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191
제6과장 -취발-
 
192
취발이가〈쉬〉하면서 술 취한 듯 야단을 치면서 등장한다. (취발은 취발의 가면에 흰 장삼을 입고, 버들가지를 들고 줄방울을 차고 중둥다리는 매지 않았다.)
 
 
193
취발    산고수심하고 지불지평탄이라. 산지조종은 곤륜산이요 수지조종은 황하수라. 나도 옛날 옛적 진시황 만리장성을 쌓고 주무왕 득국 후에 대대손손이 째진 오입쟁이 자식으로 내려오던 차에, 역노 과차로 이 곳에 당도하니 풍악 소리가 들리기로,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가기 섭섭한 모양으로 한 가지 놀고 가려고 들어왔은즉 재비 장단을 잡으렸다.
 
194
낙양 동천 이화정 하고 불리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 장단에 노승도 춤을 춘다. 취발이 춤을 추며 소무 옆으로 돌아 들면 노승은 막아든다. 취발이 소무에게 바싹 닥아들었을 때, 노승이 부채로 취발이 면상을 딱 하고 때린다.
 
195
취발    아이고 좔 좔 좔 코피가 나온다. 아이고 자꼬 나온다. 코를 트러막아야겠는데 코를 찾을 수가 없구나. [이마의 혹을 만지면서] 코를 찾았다 [고 외치다가] 이것 코가 아니로구나 [하면서, 그 아래로 내려 더듬으면서 콧잔등의 혹을 만지고는] 하나, 이것도 아니요. 둘, 이것도 아니요. 셋, 이것도 아니요. 넷, 다섯, 에크! 여기에 있었구나! 내 코는 고봉 장술령 같은 코가 돼서 찾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하면서 들고 들어온 버들가지로 코를 틀어 막는다.]
 
196
취발    내가 엊저녁은 못 봐서 못 먹고, 오늘 아침은 없어서 못 먹고, 늙은 놈이 식이 막대라니 두 끼를 못 먹었더니만, 우리 사촌 누이가 시장하겠다고 하면서 술을 한 잔 주기에 대포로 마셨더니, 공복이라 나래가 올라서 상판이 시뻘개졌으니,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솔개미가 고깃덩인 줄 알고 이리로 가도 휙하고 저리로 가도 휙하고, 휙휙하는 바람에 코가 채워서 이렇게 코가 터졌구나. 그러나 사내 대장부가 날아 다니는 솔개미가 무서워서 못 놀겠느냐. 또 한 거리 놀아 보자. [불림으로 야양수하 제백수, 만가장천에 백동지 춤추며 들어갈 때 노승이 재차 또 갈긴다.]
 
197
취발    아이쿠. [하면서 또 코를 싸고 돌아간다.] 아까보다 더 나오누나 좔 좔 좔 좔 아이구! [다시 버들가지로 코를 틀어 막는다.]
 
198
취발    솔개미가 채는 것이 아니다. 자세히 살펴 보아야겠다. [하면서 사면으로 기웃기웃 한다.]
 
199
취발    [틀어 막았던 버들가지를 빼면서] 취발이 코마개는 약재로 되는데, 무슨 병에 쓰느냐 하면 겉병·속병 할 것 없이 만병 통치약이다. 자 약을 사가시오. 아! 저것이 무엇인가? 뒷산에서 범이 나려온 것인가? 범이 아니라면 산멍애로구나. 이 놈 자세히 들어가 보아야겠다. [하고 가까이 들어가니, 노승이 두 팔을 쩍 벌리고 왈칵 달려든다. 취발이 질겁을 하여 쫓겨 나온다.]
 
200
취발    야! 이놈 괴상한 놈이다. 상통은 통산 대상별이 만들었는지 넓기도 넓고, 지어미 ×에서 쇠가 낫는지 시퍼렇기도 시퍼렇다. 아! 이놈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는데, 저 뒤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자세히 다시 보아야겠다! 옳다, 알았다. 내가 속았구나. 범도 아니요. 산멍애도 아니요. 뒷절 노승 놈이로구나. 저런 죽일 놈이 있나. 중놈이 사가에 나려 와서 고운 미색을 다리고 노라리하면서 늙은 놈을 땅땅 때리니, 저놈은 당장 죽일 놈이다. 에 이놈! 중놈아 잘 듣거라 하니 중놈의 본세가 산간 수도하여 하루에 염불이 세 마디요, 두부가 세 모요, 상좌의 ×이 세 판이라니 네 그것이 본세이지, 좋은 미색을 다리고 일리리 가도 꿍땅 절리리 가도 꿍땅이 웬 일이냐?
201
네 이놈! 내가 소상반죽 열두 마디로 이놈을 때려 부셔 내쫓고, 네 뒤에 있는 미색을 내가 좀 다리고 놀아 보자. '삼산은 반락 청천외' [하는 불림을 하고 춤을 추면서 노승 옆으로 다가 든다. 그러면 노승은 연방 막아 든다. 그러다가 노승이 다시 한 번 때린다.]
 
202
취발    에 이놈! 아까는 내가 몰라서 코가 터졌는데, 이번에야 코가 터질소냐? [취발이 다시〈금강산〉하는 불림을 하고 춤을 추면서 노승에게로 접어 든다.]
 
203
취발    [춤을 추면서 하는 말이] 저 놈을 내어 쫓을 도량을 하여야겠는데……. 소상반죽으로 에, 이놈, 이번에는 따려 내쫓겠다. ['소상반죽 열두 마디'를 하고 불림을 하고 춤을 추며 달려 들어 노승을 때린다. 노승은 한 대 얻어 맞고 도망친다. 취발이 노승을 따라 가면서 때린다. 노승을 쫓아 낸 다음,]
 
204
취발    네 이년 말 듣거라하니, 세상이 어떤 지를 몰라서 뒷절 노승 놈을 다리고 노느냐? 네 이년! 돈에 탐이 나서 놀았느냐? 얼굴이 잘 나서 놀았느냐? 나로 말하면 돈도 많거니와 강산 외입장이로다. 그까짓 중놈은 내쫓았으니 나하고 놀아 보자.
205
네 이년, 상투를 틀게 보아라. 개미 상투 열두 도리 날날이 ××처럼 틀어 놓을 터이니 보아라. [취발이 가면에 붙어 있는 한 가락 머리칼을 두 손으로 붙잡고 '한 도리 두 도리…… 열두 도리' 세면서 상투를 트는 형용을 한다. 다음에 '개미 상투 열두 도리'하는 불림을 하고 취발이 춤을 출 때, 소무도 따라서 춤을 춘다. 취발이 버들가지를 소무 어깨에 놓는다. 소무 버들가지를 탁 뿌리치고 다른 곳으로 간다.]
 
206
취발    저 저런 년 봤나. 이년 말 들어라. 뒷절 노승 놈은 다리고 놀고 나는 싫다고 하니, 내가 인물이 노승만 못 하냐? 돈이 노승만큼 없느냐? 무엇이 부족하여 방색 하느냐? 네 이년! 사 달라는 대로 다 사 줄 터이니 자 한 번 놀아 보자.
 
207
취발    사 달라는 대로 사 준다. [하고 다시 춤 추면서 소무 옆으로 가서 버들가지를 내어미니, 소무 이번에는 버들가지를 맞잡아 쥐고 같이 어울려 춤을 춘다.]
 
208
취발    이 늙은 놈이 몸살이 오는가 부다. 한증을 하여야겠다. [하고 소무의 치마를 들치고 다리를 데민다. 그리고] 한관, 두관, 세관, 네관… 일흔, 여든, 아흔 백관… 어 덥다. [하면서 관암을 센 다음에 다리를 뽑고,] 어 이제야 몸이 거뜬하군! 이제야 다리가 거뜬하다. [고 불림을 하면서 춤을 춘다. 소무도 같이 춤을 추다가 춤을 정지하고 팔장을 끼고 서 있다. 취발이 소무에게 가까이 와서] 왜 그러느냐? [한즉, 소무 배가 아프다고 한다.]
 
209
취발    그러면 약을 사 와야겠다. [하고] 약을 사러 나간다. [하고 불림을 하면서 춤을 추다가 춤을 정지하고,] 생각해 보니 약 사러 나갈 병이 아니라 입소리 날 병이로구나. [하고 다시 들어가] 배가 좀 나으냐. [고 한즉, 소무 취발의 귀에다 대고 송알송알 한다.]
 
210
취발    닭알이 먹구파. [하고] 닭알 사러 나간다. [고 불림하면서 춤을 추며 나온다. 취발이 다시 들어가] 닭알이 없어서 계란만 사 왔네. [한즉, 소무 다시 취발의 귀에다 대고 뭐라고 한다.]
 
211
취발    돼지고기가 먹구파? [하고] 돼지고기를 사러가. [하고 불림하면서 춤추며 나온다. 취발 다시 들어가서] 돼지고기가 없어서 제육을 사왔네. [한다. 그 후에 소무 다시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허리를 재이다가, 다리를 들고 아이를 땅바닥에 떨어 뜨린다.]
 
212
취발    아이를 낳았구나. [하면서 아이를 받아 올린다.]
 
213
취발    둥둥 둥둥 두둥기 둥기 둥기야! 하누님께 천자동아, 나라님께 충신동아, 일가 친척 화목동아, 부모 양위의 효자동아. 둥둥 타령은 하지만 여자가 돼서 섭섭하다. 너 글 좀 배워 보겠느냐? 에무나이 글 잘 하면 돌저구 편지한단다. 좀 배울 테면 배워 보아라.
 
214
취발    하늘 천
 
215
아이    따 지
 
216
취발    야! 요놈의 에무나이 보아라. 생이지지 하누나! 하늘 천 하니 따지 하누나! 가물 현
 
217
아이    누루 황
 
218
취발    천자문이라는 것은 백수문 이다. 천자 뜻을 다 알려거던 머리가 새는 법이라, 그래 백수문이라. 하늘 천 자로 말하면 그 새김을 알기에는 문장도 똥을 싸느니라. 자시에 생천하니 불원행사시 유유피창 하늘천, 축시에 생지하여 오행을 알았으니 양생만물에 따지, 유현미묘 흑정색 북방현무 가물현, 궁상각치우 오현금에 토지장생에 누루황, 천지 사방이 몇 만리인가 하두 광활 집우, 년대국조 흥망성쇠 왕고래금의 집주. [이리하여 천자뒷풀이를 30자까지 느러 놓은 다음 계속하여,] 천자라는 것이 이렇게 뜻이 깊은 것이라, 옛날에 일렀으되 천지현황을 3년 독하니 언제 호야를 하시종고 이런 말이 있는데 네가 다 알 수 있느냐? 고만 두어라. [이때에 소무가 또 배가 아프다고 한다.]
 
219
취발    정말 이번에는 약을 사올 말이로구나. [하고] 약 사러 나간다. [하는 불림을 하면서 춤추며 나간다. 취발이 다시 들어와] 환자를 다리고 오라니 자네 가세. [하고 소무와 같이 퇴장한다.]
 
 

 
220
제7과장 -사자춤-
 
221
마부가 사자 고삐를 쥐고 탈판에 먼저 나와 떵더 꿍더꿍(굿거리장단)하면서 춤을 춘다.(마부 의 차림 차림은 말뚝이와 같다.) 사자 뒤따라 춤을 추면서 등장한다. 마부, 사자 한참 동안 화장으로 춤추며, 돌아가다가 마부가 우뚝 선다.
 
 
222
마부    우리 한아부지가 동지 상사 벼슬하여 미국 천자한테 들어가서 세배를 하고 돌아 나오는 길에 이 짐승을 만나 구하여 가지고 나왔는데, 이 짐승으로 말하면 무슨 짐승이냐 하면 액운은 걷어 주고 소망을 돌리는 짐승인데, 액운은 무슨 액운인가 하면 일년 열두 달 삼백 륙십 일 과역은 열석 달 하루같이 지나가도 입설 구설, 관자 귀설, 산에 올라 산중지액, 물로 나려 수중지액, 나무에 올라 낙마지액, 길을 떠나 노중지액, 모든 지액을 막아내는 짐승이라. 이 짐승이 조선에는 미국서 나왔으니, 무슨 짐승인지 이름을 알아 봐야겠다. 네가 이렇게 험상구지게 생겼으니 이름이 있을 터이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범이냐?
 
223
사자    [사자는 머리를 설레설레 앞으로 흔든다.]
 
224
마부    범이 아니면 몇 천년 묵은 산멍애냐?
 
225
사자    [사자 또 머리를 옆으로 흔든다.]
 
 
226
마부    노루냐?
 
227
사자    [전과 같다.]
 
228
마부    노루도 아니면 사슴이냐?
 
229
사자    [전과 같다.]
 
230
마부    범도 아니요 산멍애도 아니요, 노루도 아니요, 사슴도 아니면 다 아니라니 느 어미 ×이냐? [이때에 사자가 와닥닥 달려들어 마부를 잡아먹는다. 마부가 사자 밑으로 나온다.]
 
231
마부    네 이놈! 네가 험상스럽게 생겼기에 잡아먹을 줄 알았다. 그러기에 미리 짐작하고서 내 몸뚱이에다가 전부 기름칠을 하고 나왔으므로 네 밑으로 빠져 나왔지,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네 배때기 속에 장사 지낼 뻔하였다. 너 그러면 온갖 성명을 다 대도 아니라 하니, 네 성명이 무엇이란 말이냐? 그럼 네가 사람 잡아먹는 짐승이냐?
 
232
사자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233
마부    그러면 네 이름이 무엇이란 말이냐? 옳다 내 짐작하겠다. 인간 사람은 열시왕전에 매였다고 사자가 와서 잡아가건만, 네가 그리 험하게 생겼으니 사자가 아니란 말이냐?
 
234
사자    [고개를 앞으로 흔들흔들 한다.]
 
235
마부    그럼 네가 사자라면 우리 조선에 나왔다가 너의 나라로 돌아갈 때, 모든 재액은 걷어서 네 잔등에 실어 줄 터이니 가지고 건너가되, 옛 조선 땅에 있는 사람들의 자손 창생하고 부귀 공명하게 도와 주겠느냐?
 
236
사자    [고개를 앞으로 흔들흔들.]
 
237
마부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이냐? 그럼 네 건너갈 때 노수를 줄 터이니 그리하여 다오. 여러 남녀노소 들어 보소. 이 짐승이 못된 액운은 다 걷어가고 소망 성취 다 발원하겠으니 한푼 돈이라도 시주하시오.
 
 
238
이리하여 걸립을 떠난다.
 
 

 
239
제8과장 -미알-
 
 
240
미알할멈  가면에 보통 여자옷을 입었다. 치마를 내려입고 앞으로 팔장을 끼고 허리를 길게 내놓고 굿거리 장단으로 춤을 추면서 등장한다.
 
241
미알영감  쌍언청이 노진사 가면에 복식도 그와 같다. 미알 영감은 다른 편으로부터 춤추면서 등장한다. 이때에 영감 할멈이 모두 화장으로 돌아가면서 허리춤을 춘다. 할멈이 춤추며 재비 앞으로 지나갈 때.
 
242
재비    웬 할멈인가?
 
243
할멈    나로 말하면 영감을 찾아 다니는 할멈이요.
 
244
재비    영감은 어떻게 생긴 영감인가요?
 
245
할멈    우리 영감의 모색은 마모색이요.
 
246
재비    마모색이란 말 새끼란 말이요?
 
247
할멈    말 새끼라니요. 얼굴이 길다는 말이지요.
 
248
재비    정녕 그런 영감이 이리로 한 번 지나갔다오.
 
249
할멈    어디메로 가든가요?
 
250
재비    저 동쪽으로 갑디다. 영감을 찾을려면 그렇게 찾아서는 안 됩니다. 영산 도도리춤 긴아리로 길게 띄워 찾아야 찾지, 그리 휘휘 돌아다녀서는 못 찾습니다.
 
251
할멈    그리 찾으면 찾을 수 있을까요?
 
252
재비    이제 곰박 지나갔으니 그리 찾아 보시요.
 
253
할멈    영감.
 
254
재비    그렇게 찾아서는 안 됩니다. 긴아리로 찾아야 합니다.
 
255
할멈    영감의 소리가 나는 듯 마는 듯 하구나. [긴아리곡으로 부른다.] [그때 영감이 재비 앞으로 돌아온다.]
 
256
재비    웬 영감이요?
 
257
영감    할멈 찾아 다니는 영감이요.
 
258
재비    할멈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소?
 
259
영감    우리 할멈 절색이지요.
 
260
재비    말을 해야 알 것이 아닌가요.
 
261
영감    난간이마, 주걱턱, 우물눈, 개발코, 상은 퍼렇고 키는 조그마고, 그런 할멈 하나 안 지나갔소?
 
262
재비    이제 영감의 하는 말과 같은 할멈이 하나 영감 찾으러 다니노라고 하기에 영감의 모색을 대라고 한즉 마모색이라 하기에 말 새끼 아니냐고 하였더니, 그렇지 않고 얼굴이 말과 같이 길다 하기에 그런 영감이 지나 갔으니 찾아 보라고 하였으니, 영감도 할멈을 찾으려거던 그리 찾지 말고 영산 도도리 긴아리로 찾아 보시오.
 
263
영감    할멈. [하고 찾는다.]
 
264
재비    그렇게 찾아서는 안 됩니다. 멋이 있게 길게 찾아 보아야 합니다.
 
265
영감    할멈의 소리가 나는 듯 마는 듯 하구나. 에헤 에헤.
 
266
재비    할멈의 소리가 나는 듯하면 자주 찾아 보시오.
 
267
영감    할멈이와.
 
268
할멈    영감이와.
 
 
269
서로 "영감이와" "할멈이와"를 부르면서 탈판을 서너 바퀴 춤추며 돌면서 차츰 접근한다. 그리하여 드디어 만나게 된다. 먼저 할멈이 영감의 허리를 두 다리로 끼고 늘어져 "영감이와"를 연창하면서 춤을 춘다. 다음에 영감이 할멈과 같은 동작을 한다.
 
 
270
할멈    어디 전에 하고 다니든 모색과 같나 봅시다. [하고 들여다 본다.]
 
271
할멈    이런! 세상에 이런 꼴이 있나. 집에서 떠날 때에는 부령 통영 진사닙에 은지은자(銀之銀子) 갓끈 달고, 진계 망건·인모 앞살 채림 채림이 훌륭하였는데, 어디서 다 팔아 먹고 개털관이란 웬 말이요.
 
272
영감    네 이년! 말 듣거라 하니, 개털관이 어떠한 개털관인 줄 알고 이런 꼴이라니, 증명 있는 개털관인 것을 알어라. 네 이년 그렇게 내 흉담을 할 것 같으면 세간사리 나누고 갈라 쓰자. 절반씩 꼭 나누어 줄 터이니 듣거라. 옹장, 공장, 궤두지, 자캐 함낭, 반닫이 그것도 모두 내가 차지하고, 샛별같은 놋요강·비련 세개·돈 3백량 그것도 모두 내가 차지하고, 네년의 몫으로는 만리창파 삿부채·미사리 없는 사까지·굴뚝에 덮었던 삼치짝·뒤축 떨어진 나막신. 그것 모두 네가 차지하고, 자 나누자.
 
273
할멈    여러분 말씀 좀 들어 보시요. 짭잘한 것은 제가 다 가지고, 내게 오는 것은 쓰지 못 할 것만 주니, 이런 세상에 변괴가 있단 말이요.
 
274
영감    가만히 있거라. 한 개 나누지 않은 것이 있다. 도끼 하나가 있으니 이것을 나누자. 도끼 자루는 네가 가지고, 도끼 날은 내가 가지마.
 
275
할멈    도끼는 나 준다 하드니 쓰지 못 할 자루만 나를 주니, 이런 흉칙 망칙한 일이 어디 있소.
 
276
영감    나는 좋은 것만 가지고 네년에 쓰지 못 할 것만 준다기에 길다란 것으로 주었는데, 흉칙망칙 하다니 그럼 나눌 것 없이 다 짓모고 말자.
 
277
할멈    영감 그렇다해도 그래서야 되겠소, 우리 한 번 헤어질 때 놀고 헤어집시다. 절시구 절시구 얼시구나 좋구나 지화자자 좋구나.
 
278
영감    절절 저절 저절 절시구나 얼시구나 절시구 지화자자 절시구. [하면서 같이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279
제9과장 -거사 사당-
 
280
거사는 목 밑에 패랭이를 쓰고 보통 의복을 입고, 중둥다리를 매고 소고를 들고 등에다가 삐드르하게 개나리 봇짐을 졌다.
 
281
사당은 소무 가면에 녹의홍상으로 차렸다. 거사와 사당이 같이 나와 탈판 가운데에 선다. 이때에 목중 5~6명이 달려든다. 이리로 저리로 돌아다니며 저마다 "어디에" "어디에"하고 외치면서 덤빈다. 그중의 한 목중이 "여기에 미색이 하나 나왔은즉 다리고 놀아 보자. 거사와 사당인데 거사는 드러 쫓고 사당만 다리고 놀자."고 한즉, 또 한 목중이 "거사·사당 잡아 드려라."하고 영을 내리면, 나머지 목중들이 "에-이"하고 대답을 한다. 이때에 거사는 사당 뒤에 숨어 버들버들 떨고 있다. 목중들은 "어라 쉬-" "어라 쉬-" 하면서 뛰어 돌아간다. 거사는 무서워서 쫓겨 다니다가 퇴장하고 만다. 사당은 남아 있다. 한 목중이 "거사는 나가고 사당만 남았으니 다리고 놀아 보자."한즉, 나머지 목중들이 "어- 그것 좋다."하고 떠들어 댄다. 장단에 맞추어 사당과 같이 소리를 한다. 처음에〈놀량 사거리〉, 다음에〈산타령〉, 다음에〈경발림〉, 다음에 잡가(〈방아타령〉〈양산도〉등) 이상 여러 가지 소리를 하다가 퇴장한다. 이때에 사당이 소리를 메긴다.
【원문】서흥탈놀이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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