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봉산탈춤 (대본) ◈
카탈로그   본문  
(민속극) '봉산탈춤' 대본 전문
1
봉산탈춤
 
 
2
제1과장
 
3
상좌 넷이 등장. 모두 흰 장삼을 입고 붉은 가사를 들쳐 입고 꼬깔을 썼다. 등장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즉, 먹중 하나가 상좌 하나를 업고 달음질로 입장하여 가지고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장내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상좌를 적당한 곳에 내려놓고 퇴장한다. 그런 뒤 다른 먹중이 다른 상좌를 업고 달음질하여 입장하여 장내를 춤추며 돌다가, 첫번 상좌 섰는 옆에다 내려놓고 퇴장한다. 제3·제4의 상좌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등장. 상좌들 일렬로 서서 춤추다가 긴 영산회상곡(靈山會相曲)에 맞추어 2인씩 동서로 갈라 서서 대무(對舞)한다. 영산곡이 끝날 때까지 춤은 계속. 타령곡으로 전(轉)하면 먹중1(첫목)이 등장한다. 상좌들은 팔먹중이 등장하는 동안 그 서 있는 자리에서 손춤 춘다.
 
 

 
4
제2과장
 
5
첫목: (붉은 웃옷을 입고 허리에는 큰 방울을 차고, 버드나무 생가지를 띠에 꽂고 달음질하여 입장한다. 얼굴은 두 소매로 가리고 타령에 맞추어서 누워서 춤춘다. 춤추며 삼전삼복(三轉三伏)한다.이와 같이 한참 추다가 일어서서 춤을 춘다.)
 
 
6
먹중2   [달음질하여 등장. 첫목의 면상을 탁 치면, 첫목 아무 말 않고 퇴장한다. 타령곡에 맞추어서 장내를 한 바퀴 춤추며 돌다가 적당한 곳에 서서 좌우를 돌아다보고] 쉬-. [반주의 음악은 그친다.] 한양성중 좋단 말을 풍편(風便)에 넌즛이 들었더니, 상통은 붉으디디하고 코는 울룩줄룩 매미잔등같고 입은 기르마까치같은 놈들이 예쁜 아씨를 두셋씩 모아 놓고 띵꼬랑 깽꼬랑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한다.] -넘노라 낸다- [춤을 한참 더 계속하여 추다가 악공에게 쉬-하면서 손짓하여 반주를 그치게 한다.] 하하 거 다 거젓부리〈거짓부리〉다. 세이인간사(洗耳人間事) 불문(不聞)하여 산간(山間)에 뜻이 없어 명승처를 찾어가니 천하 명승 오악지중(五岳之中)에 향산(香山)이 높었이니, 서산대사(西山大師) 출입 후에 상좌중 능통자로 용궁에 출입드니 석교상 봄바람에 팔선녀 (난양공주·영양공주·진채봉·적경홍·심요연·백능파·가춘운·계섬월) 노던 죄(罪)로 적하인간(謫下人間) 하직하고 대사당(大師堂) 돌아들 때, 요조숙녀는 좌우로 벌려 있고 난양공주 진채봉이, 세운(細雲) 같은 계섬월, 심요연 백능파와 이 세상 시일토록 노니다가 서산에 일모(日暮)하여 귀가하여 돌아오던 차에, 마침 이 곳에 당도하여 단상을 바라보니 노소남녀(老少男女) 소년들이 모여 있고, 그 아래로 굽어보니 해금(奚琴) 피리 저 북 장고가 놓여 있으니 이 아니 풍류정인가. 한 번 놀고 가려던.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다가] 쉬-. [음악과 춤이 그친다.] 봉제사연후(奉祭祀然後)에 접빈객(接賓客)하고 수인사연후(修人事然後)에 대천명(待天命)이라니 수인사 한 마디 들어가오.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부른다.] -심불노(心不老) 심불노(心不老) 백수(白首) 한산(寒山)에 심불노…… [먹중2는 위의 대사를 하는 대신에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를 한다.] 산중에 무력일(無曆日)하여 철 가는 줄 몰났더니, 꽃 피여 춘절(春節)이요 잎 돋아 하절(夏節)이라. 오동엽락(梧桐葉落) 추절(秋節)이요, 저 건너 창송녹죽(蒼松綠竹)에 백설이 펄펄 휘날였이니 이 아니 동절(冬節)인가. 나도 본시 외입쟁이로 산간에 묻쳤더니 풍류소리 반겨 듣고 염불에 뜻이 없어 이러한 풍류정을 찾아왔거던.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다가] 쉬-. [음악과 춤 그친다.] 봉제사연후에 접빈객하고 수인사연후에 대천명이라니 수인사 한 마디 들어가오. [타령곡에 맞추어 한참 춤추다 노래한다.] -심불노 심불노 백수한산에…-
 
7
먹중3   [달음질하여 등장. 먹중2의 면상을 탁 치면 먹중2는 퇴장한다. 타령곡에 맞추어 장내를 한 바퀴 춤추며 돌다가 적당한 곳에 서서 좌우를 돌아다보고] 쉬-. [음악의 반주는 그친다.] 이 곳을 당도하여 사면을 바라다보니 담박영정(澹泊寧靜)〈제갈무후서(諸葛武侯書)§ 비담박무이명지(非澹泊無以明志) 비영정무이치원(非寧靜無以致遠)〉네 글자 분명히 붙여 있고, 동편(東便)을 바라보니 만고성군(萬古聖君) 주문왕(周文王)이 태공망(太公望) 찾이랴고 위수양(渭水陽) 가는 경(景)을 역력(歷歷)히 그려 있고, 남편(南便)을 바라보니 춘추(春秋)적 진목공(秦穆公)은 건숙(蹇叔)이를 찾이랴고 농명촌 가는 경(景)을 역력히 그려 있고, 서편(西便)을 바라보니 전국(戰國)적 오자서(伍子胥)는 손무자(孫武子)를 찾이랴고 나부산(羅浮山) 가는 경(景)을 역력히 그려 있고, 북편(北便)을 바라보니 초한(楚漢)이 요란(擾亂)할 제 천하장사 항적(項籍)이는 범아부(范亞父)를 찾이랴고 기고산(菽高山)으로 가는 경(景)을 역력히 그려 있고, 중앙을 살펴보니 여러 동무들이 풍류를 잡히고 희락(喜樂)히 노니, 나도 한 번 놀고 가려던.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다가] 쉬-. [음악과 춤 그친다.] 봉제사연후(奉祭祀然後)에 접빈객(接賓客)하고 수인사연후(修人事然後)에 대천명(待天命)이라 하였이니 수인사(修人事) 한 마디 들어가오. [타령곡에 맞추어 다시 춤추며 노래한다.] -이 두견(杜鵑) 저 두견 만첩청산에-
 
8
먹중4   [등장하면 먹중3 퇴장] 쉬-. 멱라수(泊羅水) 맑은 물은 굴삼려(屈三閭)에〈의〉충혼(忠魂)이요. 삼강수(三江水) 얼크러진 비는 오자서에〈의〉정령(精靈)이요. 채미(採熒)하던 백이숙제(伯夷叔齊) 구추명절(九秋名節) 일렀건만 수양산에 아사(餓死)하고, 말 잘하는 소진(蘇秦) 장의(張儀) 열국(列國)제왕 다 달래도 염라대왕 못 달래며, 춘풍세우 두견성에 슬픈 혼백이 되었으니, 하물며 초로(草露)같은 우리 인생이야 이러한 풍악소리를 듣고 아니 놀 수 없거던. [타령곡에 맞추어 한참 춤추다가] 쉬-. [음악과 춤 그친다.] 봉제사연후에 접빈객하고 수인사연후에 대천명이라 하였이니 수인사 한 마디 들어가오.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부른다.] -절개는 여산(鏑山)이요 지상신선은-
 
9
먹중5   [등장] 쉬-. 오호(五湖)로 돌아드니 범려(范鐫)는 간 곳 없고, 백빈주(白蘋洲) 갈매기는 홍료안(紅蓼岸)으로 날아들고 삼호에 떼기러기는 부용당(芙蓉堂)으로 날아들 제, 심양강(潯陽江) 당도하니 이적선(李謫仙) 간 곳 없고,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노든 풍월 의구히 있다마는, 조맹덕 일세효웅(一世梟雄) 이금(爾今)은 안재재(安在哉)요, 월락오제(月落烏啼) 깊은 밤에 고소성외(姑蘇城外) 배를대니한산사(寒山寺) 쇠북소리 객선(客船)에 동동동 울려 있고, 소언(少焉)에 천변일륜홍(天邊日輪紅)은 부상(扶桑)에 동실 높았는데, 풍류정 당도하야 사면을 굽어보니 만학천봉(萬壑千峰) 운심처(雲深處)에 학선(鶴仙)이 노니는 듯, 유량(嚠藉)한 풍악소리 그저 지날 수 없거던.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다가] 쉬-. [음악과 춤 그친다.] 봉제사연후에 접빈객하고 수인사연후에 대천명이라 하였이니 수인사 한 마디 들어가오.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부른다.] 상산사호(商山四皓) 네 늙은이 날 찾는다.
 
10
먹중6   [등장] 쉬-. 산불고이(山不高而) 수려(秀麗)하고 수불심이(水不深而) 청징(淸澄)이라. 지불광이(地不廣而) 평탄(平坦)하고 인부다이(人不多而) 무성(茂盛)이라. 월학(月鶴)은 쌍반(雙伴)하고 송죽(松竹)은 교취(交翠)로다. 기산영수(箕山潁水) 별건곤(別乾坤)에 소부(巢父) 허유(許由) 놀아 있다. 채석강(采石江) 명월야(明月夜)에 이적선이 놀아 있고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놀아 있거든, 낙양(洛陽) 동천(東天) 유하정(柳下亭) 이러한 풍류정에 한 번 놀고 가려던.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다가] 쉬-. [음악과 춤 그친다.] 봉제사연후에 접빈객하고 수인사연후에 대천명이라 하였이니 수인사 한 마디 들어가오.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부른다.] -세이인간사(洗耳人間事) 불문(不聞)하는 한가롭다-
 
11
먹중7   [등장] 쉬-. 천지현황(天地玄黃) 생긴 후에 일월영측(日月盈昃) 되었어라. 천지가 개벽 후에 만물이 번성이라. 산(山) 절로 수(水) 절로 하니 산수간에 나도 절로. 때 마츰 춘절이라 산천경개 구경코저 죽장망혜(竹杖芒鞋) 단표자(簞瓢子)로 이 강산에 들어오니, 만산홍록(滿山紅綠)은 일년 일차 다시 피어 춘색을 자랑하야 색색이 붉었는데, 창송취죽(蒼松翠竹)은 울울창창(鬱鬱蒼蒼) 기화요초(奇花瑤草) 난만중(爛漫中)에 꽃 속에 자든 나비 자취 없이 날아난다. 유상앵비(柳上鶯飛)는 편편금(片片金)이요 화간접무(花間蝶舞)는 분분설(紛紛雪)이라.
12
삼춘가절(三春佳節)이 좋을시고. 도화만발(桃花滿發) 점점홍(點點紅)이로구나.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예 아니냐. 양류세지(楊柳細枝) 사사록(絲絲綠)하니 황산곡리(黃山谷裏) 당춘절(當春節)에 연명오류(淵明五柳)가 예 아니냐. 층암절벽상에 폭포수가 꽐꽐 흘러 수정렴(水晶簾) 드리운 듯 병풍석에 마주쳐서 은옥같이 헐어지니, 소부 허유 문답하든 기산영수(箕山潁水) 예 아니냐. 주각제금(住刻啼禽)은 천고절(千古節)이요 적다정조(積多鼎鳥) 일년풍(一年豊)이라. 경개무궁 좋을시고. 장중(場中)을 굽어보니 호걸들이 많이 모여 해금 피리 저 북 장고 느려놓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니 이 아니 풍류정인가. 나도 흥에 겨워 한 번 놀고 가려던.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다가] 쉬-. [음악 춤 그친다.] 봉제사연후에 접빈객하고 수인사연후에 대천명이라 하니 수인사 한 마디 들어가오.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부른다.] -옥동도화(玉洞桃花) 만수춘(萬樹春) 가지 가지…
 
13
먹중8   [등장] 쉬-. 죽장 짚고 망혜 신어 천리강산 들어가니 폭포도 장히 좋다마는 여산(鏑山)이 여게로다.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은 옛말로 들었드니 의시은하락구천(疑是銀河落九天)은 과연 허언이 아니로다. 은하석경(銀河石徑) 좁은 길로 인도한 곳 나려가니 사호선생(四皓先生) 바둑 두고, 소부는 무삼 일로 소 고삐를 거슬리고 허유는 어이하여 팔을 걷고 귀를 싯고 앉어 있고, 소리 좇아 나려가니 풍류정이 분명키로 한 번 놀고 가려던. [타령곡에 맞추어 춤춘다.] 쉬-. [음악과 춤 그친다.] 봉제사연후에 접빈객하고 수인사연후에 대천명이라 하였이니 수인사 한 마디 들어가오.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부른다.] - 강동(江東)에 범이 나니 길로래비 훨훨… [또는 만사(萬事)에 무심(無心)하니 일조간(一釣竿)도 가소롭다…]-
 
 
14
(먹중8이 춤추는 동안 일단 퇴장했던 다른 먹중 7인이 일제히 입장하여 한데 엉기어 뭇둥춤을 추면서, 각자 자기의 장기(長技)의 춤을 관중에게 보인다. 이때의 반주는 타령, 굿거리 등이다.)
 
 

 
15
제3과장
 
16
(먹중 8인이 한참 춤추다가 퇴장하면, 호래비거사 등장한다.)
 
 
17
호래비거사  [시래기 짐을 졌다.] [타령곡에 맞추어 되지도 않은 뭇둥춤을 되는 대로 함부로 춘다.] [이 때에 거사 6인이 사당을 가마에 태워 등장한다.]
 
18
사당    [화관(花冠) 몽두리로 화려하게 치장했다. 사당을 태운 가마는 거사 4인이 떠멘다. 가마 앞에 거사 둘이 등롱을 들고 앞서 가고, 가마를 멘 뒤의 거사 하나는 일산(日傘)을 받치고 사당을 차일(遮日)한다.]
 
19
호래비거사  [사당과 거사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자, 어찌할 줄 몰라 장내를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며 당황히 군다.] [타령곡이 끝나자, 사당이 탄 가마는 장내 중앙쯤 와서 내려놓는다.]
 
20
거사1   술넝수우.
 
21
거사 일동  [5인 일제히] 예에잇.
 
22
거사1   호래비거사 잡어 들여라.
 
23
거사 일동  예에잇. [거사들은 각기 북·장고·징·꽹과리·소고 등을 들고 치며 엉덩이춤을 추면서 호래비거사 잡으러 쫓아간다. 호래비거사는 잡히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다가, 내종에는 장외(場外)로 도망가 버린다.]
 
24
사당    [가마에서 나와서 거사 6인과 같이 어울려서 만장단조에 맞추어 놀량가를 같이 합창한다. 그리고 군물(軍物)을 치며 난무한다.]
 
 

 
25
제4과장
 
 
26
소무(小巫) [2인 등장. 화관몽두리를 쓰고, 검무복(劍舞服)을 입었다. 8먹중이 이 소무 둘을 각각 가마에 태워 들어와, 장내 중앙쯤 와서 내려놓는다. 소무는 가마서 내려와서 먹중들과 어울려서 타령곡에 맞추어 춤을 춘다. 이렇게 추는 동안 장내의 한편으로 다가 서서 손춤을 추다가, 먹중과 노장 사이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게 되면 적당한 시기에 살며시 퇴장한다.]
 
27
노장(老僧) [살며시 등장하여 장내 한편 구석에 선다. 검은 탈을 쓰고 송낙 쓰고 먹장삼 입고 그 위에다가 홍가사(紅袈裟)를 걸치고, 염주를 목에 걸고, 한 손에 사선선(四仙扇)을 들고, 한 손에 육환장을 짚었다. 먹중과 소무들이 난무하는 동안에 남모르게 가만히 입장하여 가지고 한편 구석에 가서 서서 사선선으로 얼굴을 가리고 육환장을 짚고 버티고 서서, 그 난무의 상(相)을 물끄러미 본다.]
 
 
28
먹중1   [한참 춤추다가 노장 있는 쪽을 보고 깜작 놀래여] 아나야아. [타령곡과 춤이 일제히 그친다.]
 
29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30
먹중1   [노장 쪽을 가리키면서] 저 동편(東便)을 바라보니 비가 오실랴는지 날이 흐렸구나.
 
31
먹중2   내 한 번 들어가 보겠구나. [하며 춤을 추면서 노장한테 가까이 갔다 곧 돌아와서] 아나 얘-
 
32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33
먹중2   날이 흐린 것이 아니다. 내가 자서 자세히 들어가 보니 옹기장사가 옹기짐을 버트려 놨더라.
 
34
먹중3   아나야아-
 
35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36
먹중3   내가 가서 다시 한 번 자서히 알어 보고 나올라. [노장한테 가서 보고 돌아와서] 아나야아.
 
37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38
먹중3   내가 이자 자서히 들어가 본즉 숯장수가 숯짐을 버트려 놨더라.
 
39
먹중4   아나야아.
 
40
먹중일동  그랴 와이.
 
41
먹중4   내가 가서 다시 한 번 자서히 보고 나올라. [노장한테 갔다 와서] 아나야아.
 
42
먹중일동  그랴 와이.
 
43
먹중4   내가 이제 자서히 들어가 본즉 날이 흐려서 대명(大蟒)이가 났더라.
 
44
먹중일동  [큰 소리로 놀래며] 대명이야?
 
45
먹중5   아나야아.
 
46
먹중일동  그랴 와이.
 
47
먹중5   내가 또 다시 가서 보고 올라. [엉덩이춤을 추면서 가나, 무서운 양(樣)으로 노장에게 가까이 가서 이모로 저모로 살펴보다가 깜짝 놀래며 땅 위에 구을면서 돌아온다.]
 
48
먹중일동  [먹중5가 굴러오는 것을 보고] 아 이놈 지랄을 벋는다. 아 이놈 지랄을 벋는다.
 
49
먹중5   [일어나서] 아나야아.
 
50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51
먹중5   사실이야 대명이 분명하더라.
 
52
먹중6   아나야아.
 
53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54
먹중6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데 대명이란 말이 웬말이냐. 내가 가서 자세히 알고 나올라. [노장 있는 데로 슬금슬금 가서 머리로 노장을 부딪쳐 본다. 노장 부채를 흔들흔들한다.]
 
55
먹중6   [놀래며 후퇴하여 와서] 아나야아.
 
56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57
먹중6   대명이니 숯짐이니 옹기짐이니 뭐니뭐니 하더니, 그것이 다 그런 게 아니고 뒷절 노(老)시님이 분명하더라.
 
58
먹중7   아나야아.
 
59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60
먹중7   그럴 리가 있나. 내가 가서 다시 자세히 알고 오리라. [타령곡에 맞추어 춤을 추며 유유히 노장한테로 가서] 노(老)시님!
 
61
노장    [부채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62
먹중7   [달음질하여 돌아와서] 아나야아.
 
63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64
먹중7   노시님이 분명하더라. 그렇다면 우리 시님이 평생 좋아하시든 것이 백구타령이 아니드냐. 우리 백구타령 한 번 하여 들려 드리자.
 
65
먹중일동  그거 좋은 말이다.
 
66
먹중8   그러면 내가 들어가서 노시님께 여쭈어 보고 나올라. [춤을 추며 노장에게로 가서] 노시님!
 
67
노장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68
먹중8   백구타령을 돌돌 말아서 귀에다 소르르-?
 
69
노장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70
먹중8   [돌아와서] 아나야아.
 
71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72
먹중8   내가 이자 가서 노시님게다 백구타령을 돌돌 말아서 귀에다 소르르 하니까. 대갱이를 횟물 먹은 메기 대갱이 흔들 듯이 하더라. [혹은 굶주린 개가 주인 보고 대갱이 흔들 듯이 끄덕끄덕하더라.]
 
73
먹중1,2  [둘이 같이 어깨를 겨누고 타령곡에 맞추어 같이 노래를 병창하며 노장에게로 간다.] 백구야 훨훨 날지 마라. 너 잡을 내 아니도다. 성상이 바리시니 너를 좇아 여기 왔다. 오류춘광(五柳春光)……
 
74
먹중3   [노래가 끝나기 전에 뒤쫓아가서 갑자기 1, 2의 면상을 친다. 1, 2 놀래며 돌아다보면] 백구야 껑충 날지 마라. [하고 노래부르며 셋이 같이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돌아온다.]
 
75
먹중4   아나야아. [타령곡과 춤 그친다.]
 
76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77
먹중4   아 네미를 붙을 놈들은 백구야 껑충 나지 말라 하는데, 우리는 오도독이타령이나 한 번 여쭈어 보자. [하며 노장 가까이 가서] 오도독이타령을 돌돌 말어 귀에다 소르르……
 
78
노장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79
먹중4   [이걸 보고 먹중들 있는 데로 와서] 아나야아.
 
80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81
먹중4   내가 이제 노시님께 가서 오도독이타령을 돌돌 말어 귀에다가 소르르 하니까, 대갱이를 용두치다가 내버린 좃대갱이 흔들 듯이 하더라.
 
82
먹중5   아나야아.
 
83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84
먹중1   첫목 아나야아.
 
85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86
첫목    시님을 저렇게 불 붙은 집에 좃기둥 세우듯이 두는 것은 우리 상좌의 도리가 아니니 그 시님을 모셔야 하지 않느냐.
 
87
먹중일동  네 말이 옳다. [하고, 모두 노장이 있는 데로 간다. 먹중 둘이 노장이 짚고 있는 육환장의 한 쪽 끝을 붙잡고 앞서 온다. 노장은 그에 따라온다. 남은 다른 먹중들은 나무대성 인로왕보살(南無大聖 引路王菩薩)의 인도소리를 크게 합창하면서 뒤따른다. 중앙쯤 와서 노장은 힘이 차서 육환장을 놓고 꺼꾸러진다. 다른 먹중 하나가 얼른 육환장을 잡는다. 앞서 가는 먹중 둘은 노장이 여전히 따르거니 하고 그대로 간다. 한참 가다가 뒤 돌아다보고 의외의 경(景)에 놀랜 듯이 큰 소리로] 노시님은 어데 가고 이게 웬 놈이란 말이냐? 앞서 가든 다른 먹중 이럴 리가 있나. 노시님이 온데 간데 없어졌이니, 아마도 상좌인 우리가 정성이 부족하여서 그런 거이다. 우리 같이 한 번 노시님을 찾어 보자.
 
 
88
(타령곡이 시작되자 먹중 여덟은 서로 어울러져 난무하며 노장을 찾아 본다. 노장이 넘어져 누워 있는 것을 먹중 하나가 본다.)
 
 
89
먹중    하나 쉬-. [타령곡과 춤 그친다.] 이거 안된 일이 있다.
 
90
다른 먹중  무슨 일이냐.
 
91
먹중    하나 이제 내가 한 편을 가 보니 노시님이 누워 있이니 아마 죽은 모양이더라.
 
92
먹중    아나야아.
 
93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94
먹중6   노시님이 과연 죽었는가 내가 가서 자세히 보고 올라. [달음질하여 가서 멀찍이 노장이 누운 양을 보고 돌아와서] 이거 야단 났다.
 
95
먹중7   무슨 일이게 야단 났단 말이냐.
 
96
먹중6   노시님이 유유정정 화화(柳柳井井 花花)했더라.
 
97
먹중7   아 그놈 벽센 말 한 마디 하는구나. 유유정정 화화, 유유정정 화화야? 그것 유유정정 화화라니, 아! 알었다. 버들버들 우물우물 꽃꽃이 죽었단 말이구나.
 
98
먹중3   아나야아.
 
99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100
먹중3   우리 노시님이 그렇게 쉽사리 죽을 리가 있나. 내가 들어가 다시 한 번 자세히 보고 올라. [달음질하여 노장 있는 데 갔다가 되돌아와서] 야아, 죽을시 분명하더라. 육칠월에 개 썩은 내가 나더라.
 
101
먹중5   아나야아.
 
102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103
먹중1   아나야아.
 
104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105
먹중1   중은 중의 행세(行勢)를 해야 하고 속인은 속인의 행세를 해야 하는 법이니, 우리가 시님에(의) 상좌가 되여 가지고 거저 있을 수 있너냐. 시님이 도라가셨이니 천변수락에 만변야락굿을 하여 보자꾸나.
 
106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거 옳은 말이다. [하며, 먹중들 각각 징·장고·북·꽹과리 등 악기를 들고 치면서, 노장이 엎드러진 곳의 주위를 돌면서 염불하며 재(齋)를 올린다. 염불조로] 원아 임욕명종시 진제일체 제장애 면견피불아미타 즉득왕생 안락찰(願我 臨欲命終時 盡除一切 諸障碍 面見彼佛阿彌陀 卽得往生 安樂刹)
 
107
먹중2   아나야아. [염불과 굿치는 소리 그친다.]
 
108
먹중일동  그랴 와이이.
 
109
먹중2   염불이 약은 약이다. 시님이 다시 갱생을 하는구나. 그러면 시님이 평생 좋아하시던 것이 염불이댔이니 염불을 한바탕 실컨 하자.
 
 
110
(팔 먹중들, 염불조로 악기를 치면서 한참 난무하다가 전원 퇴장.)
 
 
111
소무2인  [먹중들이 다 퇴장하자 등장하여 노장이 누웠는 자리에서 좀 떨어진 데서 양인(兩人) 상당 거리를 두고 서서 염불타령곡조에 맞추어 춤을 춘다.]
 
112
노장    [누운 채로 염불곡에 맞추어 춤추며 일어나려 한다. 그러나 넘어진다. 다시 춤추며 일어나려 하는데 또 넘어진다. 겨우하여 육환장을 짚고 일어나서 사선선으로 면을 가리고 주위에 사람이 있나 없나를 살펴보려고 부채살 사이로 사방을 살핀다. 그러다 소무가 춤추고 있는 양을 보고 깜짝 놀래며 다시 땅에 업딘다. 한참 후에 다시 일어나 사방을 살펴보고 소무를 은근히 응시한다.]
 
113
노장    [동작과 춤으로써 다음과 같은 심정의 모습을 표현한다. -소무의 미용(美容)을 선녀인가 의심한다. 선녀가 이 속세에 어찌 왔나 한다. 그런데 그는 선녀가 아니고 사람임을 알게 된다. 인간세상에도 저런 미색이 있구나 하고 매우 감탄한다. 그리고 산중에 들어박혀 무미하게 지냈던 자기의 과거가 몹시도 무의미했고 적막한 것을 깨닫는다. 생을 그렇게 헛되이 보낼 것인가 하고 회의해 본다. 인간세상이란 저러한 미인과 자유로이 즐길 수 있는 세상인가 하고 생각해 본다. 자기의 과거의 생활을 그대로 계속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인간세상에 들어와서 저러한 여인과 흥취있는 생활을 하여 볼까 하고 계교(計較)하여 본다. 어떠한 결정이 지어졌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래도 좀 겸연쩍은지 부채로 면을 가리고 육환장을 짚고 염불곡에 맞추어 조심조심 춤추며 장내를 돈다. 소무1을 멀찍이 바라보며, 그 주위를 춤추며 세 바퀴 돈다. 소무의 주의를 끌 동작을 여러 가지 한다.]
 
114
소무1   [노장을 본체만체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춤만 춘다.]
 
115
노장    [소무의 무관심함을 보자, 좀 적극적으로 나가보려 든다. 육환장을 어깨에 메고 춤추며 소무 곁으로 간다. 그러나 아직도 조심스러운 동작이다. 소무의 배후에 가만히 접근한다. 그리고 자기 등을 소무의 등에 살짝 대어 본다.]
 
116
소무1   [모르는 체하고 여전히 춤만 춘다.]
 
117
노장    [소무가 본체만체하므로 소무의 앞으로 돌아가서 그의 얼굴을 마주쳐 본다.]
 
118
소무1   [보기 싫다는 듯이 노장을 피하여 돌아선다.]
 
119
노장    [낙심한다. 휘둥휘둥하다가 소무의 전면으로 돌아가 본다.]
 
120
소무1   [또 싫다는 듯이 돌아선다.]
 
121
노장    [노한 듯이 소무의 앞으로 바싹 다가선다.]
 
122
소무1   [약간 교태를 부리며 살짝 돌아선다.]
 
123
노장    [초면에 부끄러워서 그렇겠지 하고 소무의 심정을 해석하고, 자기를 싫어하지 않는구나 하고 좋아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두 손으로 육환장을 수평으로 들고 소무 곁에 가까이 가서 여러 가지 춤으로 얼러 본다. 그러다가 육환장을 소무 사탱이 밑에 넣었다가 내어든다. 소무를 한참 들여다본다. 육환장을 코에다 갖다 대고 맡아 본다. 뒤로 물러나와서 육환장을 무릎으로 꺾어 내버린다. 이때 반주는 타령곡으로 변한다. 이 곡에 맞추어 춤춘다. 염주를 벗어서 소무의 목에 걸어 준다.]
 
124
소무1   [걸어 준 염주를 벗어서 팽개친다.]
 
125
노장    [놀래어 염주를 주워 들고 소무 앞으로 가서 정면(正面)하며 얼린다.]
 
126
소무1   [살짝 돌아선다.]
 
127
노장    [춤추며 소무 곁으로 다가서서 얼리며 염주를 다시 소무의 목에 걸어 준다.]
 
 
128
(이러한 동작을 수차 되풀이한다. 그리하다가 내종에는 소무는 그 염주를 벗지 않고 그대로 걸고 춤을 춘다.)
 
 
129
노장    [대단히 만족해하며 춤을 춘다. 한참 추다가 소무에게 가까이 가서 입도 만져 보고 젖도 만져 보고 겨드랑도 후벼 보다가, 염주의 한편 끝을 자기의 목에 걸고 소무와 마주 서서 비로소 희희낙락하며 춤을 춘다.]
 
 
130
(노장은 이와 같은 동작과 순서로 소무2에게 가서 되풀이하여 자기의 수중에 들어오게 한다.)
 
131
(생불(生佛)이라는 노장은 두 소무를 자기의 수중에 넣은 것이나, 사실은 소무의 요염한 교태와 능란한 유혹에 빠진 것이다. 노장은 두 미녀의 사이에 황홀히 되었다.)
 
 
132
신장사   [원숭이를 업고 등장] 야- 장이 잘 섰다. 장자미(場滋味)가 좋다기에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왔드니 과연 거짓말이 아니구나. 인물병풍을 둘러쳤이니 이것 태평장이로구나. 이 장이나 태평장이나 속담에 이른 말이 쌈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이니, 상인이 되여서는 물건을 팔아야겠다. 식(食)이 위천(爲天)이라 하였이니 식료품부터 팔어 보자. [사면을 돌아다보며 외치는 소리로] 군밤을 사랴 삶은 밤을 사랴. [사러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러면 신이나 팔아 볼가. [크게 외치는 소리로] 세코 집세기 육날 메투리 고흔 아씨에 신을 사랴오.
 
133
노장    [신장사의 뒤로 가서 부채로 어깨를 탁 친다.]
 
134
신장사   [깜짝 놀라며] 이게 무엇이냐. [위아래로 훐어보고] 네 놈에 차림 차림을 보니 송낙을 눌러쓰고 백팔염주 목에 걸고 장삼을 줏어입고 홍가사를 걸치고서 육환장을 짚었이니 중놈일시 분명하구나. 중놈이면 승속(僧俗)이 다른데, 양반을 보면 소승 문안 드리요 하는 인사도 없이 몽동이로 사람을 치니 이것이 웬일이냐.
 
135
노장    [소무의 발을 가리키고 부채로 소무의 발 치수를 재어 보이고 신 사겠다는 동작을 한다.]
 
136
신장사   [노장의 뜻을 알아차리고 신을 내놓으려고 등에 진 짐을 내려놓고 보따리를 끄른다. 의외에도 원숭이가 뛰어나와 앞에 가 앉는다. 깜짝 놀라며 원숭이 보고] 네가 무엇이냐 물짐성이냐?
 
137
원숭이   [고개를 쌀쌀 흔들어 부정한다.]
 
138
신장사   그러면 수어냐?
 
139
원숭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부정한다.]
 
140
신장사   농어냐.
 
141
원숭이   [부정]
 
142
신장사   잉어냐.
 
143
원숭이   [부정]
 
144
신장사   메기냐.
 
145
원숭이   [부정]
 
146
신장사   뱀장어냐.
 
147
원숭이   [부정]
 
148
신장사   그럼 네가 뭐냐? 네 발을 가졌이니 산짐성이냐?
 
149
원숭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긍정한다.]
 
150
신장사   범이냐.
 
151
원숭이   [부정]
 
152
신장사   노루냐.
 
153
원숭이   [부정]
 
154
신장사   사심이냐.
 
155
원숭이   [부정]
 
156
신장사   맷도야지냐.
 
157
원숭이   [부정]
 
158
신장사   오오 알겠다. 그전 어른에 말슴을 들은 일이 있는데, 네가 사람에 입내를 잘 내는 것을 보니 원숭이로구나.
 
159
원숭이   [긍정]
 
160
신장사   오오 그러면 우리 선조 때에 대국사신으로 다닐 적에, 이 놈이 힘이 있고 날냄이 있는 고로 대국 다니던 기념도 되고 가정에 보호군도 될 것 같다 해서 사다가 둔 것을, 내가 신짐을 지고 나온다는 것이 이 원숭이 짐을 지고 나왔구나. 네가 영리하고 날냄이 있는 놈이라, 저 뒷절 중놈한테 신을 팔고 신값을 아직 못받은 것이 있이니, 네 가서 받어 가지고 오너라.
 
161
원숭이   [날쌔게 소무한테 가서 소무의 허리 등에 붙어서 음외(淫猥)스러운 동작을 한다.]
 
162
신장사   여보 구경하는 이들. 내 노리개 작란감 어데로 가는 걸 못봤오. [하며 사방으로 원숭이를 찾으려 돌아다닌다. 소무 허리 등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야 요놈 봐라. 요놈 신값 받어 오라니까 돈은 받어 거기다 다 써 버렸너냐. [원숭이를 붙잡아 가지고 전에 있던 자리로 와서] 요놈아, 너는 소무(小巫)를 하였이니 나는 네 뼉이나 한번 하겠다. [하며 원숭이를 엎어놓고 음외한 동작을 한다.]
 
163
원숭이   [날쌔게 빠져나와 신장사를 엎어놓고 뼉하는 동작을 한다. 한참 후에 둘이 같이 일어난다.]
 
164
신장사   이 놈, 생긴 게 요꼴이, 다 무얼 안다구…… 그런데 신값이나 분명히 받어 오너라. 얼만고 허니. [하며 신값을 계산하느라고 땅에다 숫자를 쓴다.]
 
165
원숭이   [신장사가 쓰는 숫자를 지운다.]
 
166
신장사   [다른 데다 계산해 쓴다.]
 
167
원숭이   [또 가서 지운다.]
 
168
신장사   [다른 데다 또 계산해 쓴다.]
 
169
원숭이   [또 쫓아가서 지운다.]
 
170
신장사   [땅 위에 계산한다.]
 
171
원숭이   [이번에는 신장사를 돌아보지 않고 소무한테 가서, 먼저와 같이 음외한 짓을 한다.]
 
172
노장    [원숭이의 동작을 보고 부채자루로 마구 때린다.]
 
173
신장사   [원숭이가 맞는 것을 보고 쫓아가서 원숭이를 잡어 가지고 치료하러 간다고 같이 퇴장한다.]
 
174
취발이   [허리에 큰 방울을 차고 푸른 버들가지를 허리띠에 꽂고 술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고 등장하다가, 갑자기 달음질하며 중앙으로 온다.] 에에케, 아 그 제에미를 할 놈에 집안은 곳불인지 행불인지 해해 년년이 다달이 나날이 시시 때때로 풀돌아들고 감돌아든다. [타령곡에 맞추어 한참 춤춘다.] 쉬-. [타령과 춤 그친다.] 산불고이수려(山不高而秀麗)하고 수불심이청징(水不深而淸澄)이라. 지불광이평탄(地不廣而平坦)하고, 인부다이무성(人不多而茂盛)이라. 월학(月鶴)은 쌍반(雙伴)하고 송죽(松竹)은 교취(交翠)로다. 녹양(綠楊)은 춘절(春節)이다. 기산영수 별건곤(箕山潁水 別乾坤)에 소부허유(巢父許由)가 놀고, 채석강 명월야(采石江 明月夜)에 이적선(李謫仙)이 놀고, 적벽강 추야월(赤壁江 秋夜月)에 소동파(蘇東坡)가 놀았이니, 나도 본시 오입쟁이로 금강산 좋단 말을 풍편에 잠간 듣고 녹림간 수풀 속에 친고 벗을 찾어 갔드니, 친고 벗은 하나도 없고 승속이 가하거든 중이 되여 절간에서 불도는 힘 안 쓰고 이쁜 아씨를 데려다가 놀리면서.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부른다.] 꾸웅꾸웅 [하며 노장 옆으로 가까이 간다.]
 
175
노장    [부채 꼭지로 취발이를 딱 친다.] [타령곡과 취발이의 춤 끝난다.]
 
176
취발이   아이쿠 아아 이것이 뭐이란 말인고. 아 대체 매란 거이 맞어 본 적이 없는데, 머이 뻑하고 때리니 아 원 이거 머이라는 건고. 오오 알겠다. 내가 세이인간사불문(洗耳人間事不聞)하여 산간에 뜻이 없어 명승처 찾어나니 천하 명승 오악지중에 향산이 높았이니, 서산대사 출입 후에 상좌 중 능통자로 용궁에 출입다가 석교상 봄바람에 팔선녀 노던 죄로 적하인간(謫下人間) 하직하고 대사당(大師堂) 돌아들 때, 요조숙녀는 좌우로 벌려 있고 난양공주 진채봉이며 세운같은 계섬월과 심요연 백능파와 이 세상 시일토록 노닐다가 귀가하여 돌아오던 차에 마침 이 곳에 당도하고 보니, 산천은 험준하고 수목은 진잡한 이 곳에 아마도 금수오작(禽獸烏鵲)이 나를 희롱하는가 보다. 내가 다시 들어가서 자세히 알고 나와 보겠다.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장 옆으로 가면서 노래를 부른다.] 적막은 막막 중천에 구름은 뭉게 뭉게 솟아 있네.
 
177
노장    [부채꼭지로 취발의 면상을 탁 친다.] [타령곡과 취발의 춤, 노래 그친다.]
 
178
취발    아 잘은 맞는다. 이, 이게 뭐람. 나라는 인간은 한창 소년시절에도 맞어본 일이 없는데, 아 이거 또 맞었구만. [노장을 쳐다보며] 아 원, 저거 뭐람. 오오 이제 내가 알겠다. 저이 거밋거밋한 것도 보이고 또 번득번득한 것도 보이고 히뜩히뜩한 것도 보이고 저 번들번들한 것도 보이는 것을 본즉 아마도 금인가 부다. 이 금이란 말이 당치 않다. 육출기계(六出奇計) 진평(陳平)이가 황금 삼만냥(黃金三萬兩)을 초군중(楚軍中)에 흩었이니 거 금이란 말도 당치 않다. 그러면 옥인가? [노장한테로 한발 가까이 가서] 너 옥이여든 옥에(의) 내력을 들어 봐라. 홍문연(鴻門宴) 높은 잔체 범증이가 깨친 옥이 옥석이 구분(俱焚)이라, 옥과 돌이 다 탔거든 옥이란 말도 당치 않다. 그러면 귀신이냐. [노장에게로 한 발 더 나간다.] 너 귀신이여던 귀신에 내력을 들어 봐라. 백주청명(白晝淸明) 밝은 날에 귀신이란 말이 당치 않다. 그러든 네가 대명이냐?
 
179
노장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취발이 앞으로 두어 걸음 나온다.]
 
180
취발    이이 이것 야단났구나. 오오 이제야 알겠다. 자세히 보니까, 네 몸에다 칠포(漆布) 장삼을 떨쳐 입었이며 육환장을 눌러 짚고 백팔염주 목에 걸고 사선선을 손에 들고 송낙을 눌리 썼일 때에는 중일시가 분명하구나. 중이면 절간에서 불도나 심씰 것이지 중에 행사(行勢)로 속가에 내리와서 예쁜 아씨를 하나도 뭣한데 둘씩 셋씩 다려다 놓고 낑꼬랑 깽꼬랑. [타령곡에 맞추어 한참 춤춘다.] 쉬- [타령과 춤 그친다.] 이놈 중놈아, 말 들어거라허니, 너는 이쁜 아씨를 둘씩이나 다려다 놓고 저와 같이 노니, 네 놈에 행세는 잘 안됐다. 그러나 너하고 나하고 내기나 해 보자. 너 그전에 땜질을 잘 했다허니, 너는 풍구가 되고 나는 불 테이니, 네가 못 견디면 저년을 날 주고 내가 못 견디면 내 엉뎅이밖에 없다. 그러면 솥을 땔가 가마를 땔가. [타령에 맞추어 한참 춤춘다.] 쉬- [타령과 춤 그친다.] 아 이것도 못 견디겠군. 그러면 이번에는 너하고 나하고 대무하며, 네가 못 견디면 그렇게 하고 내가 못 견디면 그렇게 하자.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한다.]-백수한산 심불노(白首寒山 心不老)……- [(타령 춤 노래 그친다.] 아 이것도 못 견디겠군. 자 이거 야단난 일이 있군. 거 저 도깨비는 방맹이로 휜다드니 이건 들어가 막 두들겨 봐야겠군.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한다.]- 강동에 범이 나니 길로래비가 훨훨 [하며 노장한테 간다.]
 
181
노장    [부채로 취발이 면상을 한 대 친다.]
 
182
취발    아이쿠. [타령과 춤 그친다. 훨쩍 한 번 뛰어 노장에게서 도망친다.] 아이쿠 이 웬일이냐, 이놈이 때리긴 바로 때렸다. 아 이놈이 때리긴 발 뒷축을 때렸는데, 아아 피가 솟아 올라서 코피가 나는군. 아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저거 코 터진 건 타라막는 것이 제일이라드라. 자 그런데 코를 찾일 수가 있어야지, 상판이 조선 반만해서 어디가 코가 있는지 찾일 수가 있어야지. 그러나 지재차산중(只在此山中)이지 내 상판 가운데에 있겠지. 그런즉 이걸 찾일랴면 끝에서부터 찾어 들어와야지. [하며 머리 정수리서부터 더듬어서 아래로 차차 내려온다.] 아 여기가 코가 있는 걸 그렇게 애써 찾었구나. [코에다 무엇을 타라막는다.] 아 이 코를 타라막아도 피가 자꾸 나오는구나. 이걸 어떻거나. 옛날 의사 말에 코 터진건 몬지로 문지르는 것이 제일이라드라. [하며 흙먼지로 코 터진 데를 문지른다.] 아 이렇게 낫는 것을 애를 괴연히 빠락빠락 썼구나. 이제는 다시 들어가서 찬물을 쥐여먹고 이를 갈고서라도, 이놈을 때려 내쫓고 저년을 다리고 놀 수밖에 없다. [타령곡에 맞추어 노장에게로 춤추며 노래부르며 간다.] - 소상반죽(瀟湘斑竹) 열두 마디…… [노장을 딱 때린다.]
 
183
노장    [취발이에게 얻어맞고 퇴장.]
 
184
취발    [좋아하며 신이 나서 춤추며 노래한다.] -때렸네. 때렸네. 뒷절 중놈을 때렸네. 영낙 아니면 송낙이지. [노래 끝내고 소무1에게로 간다. 타령과 춤 그친다.] 자 이년아 네 생각에 어떠냐. 뒷절 중놈만 좋아하고 사자 어금니같은 나는 싫으냐? 이년아 돈 받어라.
 
185
소무1   [손을 내민다.]
 
186
취발    아 시러배 아들년 다 보겠다. 쇠줄피 받다 대통 기름자 보고 따라댕기겠군. 이년아 돈 받어라. [돈을 던져 준다.]
 
187
소무1   [돈 주으러 온다.]
 
188
취발    [큰 소리로] 앗! [돈을 제가 주어 넣는다.]
 
189
소무1   [뒤로 물러 나간다.]
 
190
취발    아 그년 쇠줄피 받는 것을 보니 문고리 쥐고 엿장수 부르겠다. 그러나 너 내에(의) 말 들어 보아라. 주사청루(酒肆靑樓)에 절대가인(絶代佳人) 절영(絶影)하야 청산(靑山)동무로 세월을 보내드니마는, 오늘날에 너를 보니 세상인물이 아니로다. 탁문군(卓文君)에 거문고로 월노승(月老繩) 다시 맺어 나하고 백세를 무양하는 게 어떠냐.
 
191
소무1   [싫다는 듯이 살짝 외면해 선다.]
 
192
취발    아 그래도 나를 마대? 그러면, 그것은 다 농담이지만, 너겉은 미색을 보고 주랴던 돈을 다시 내가 거두아 가진다는 것은 당치 않은 일이다. 아나 돈 받어라. [소무1에게로 돈을 던진다.]
 
193
소무1   [돈을 받아 줍는다.]
 
194
취발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한다.] -낙양동천 류하정(洛陽東天 柳下亭)…… [하며 소무1에게로 가서 같이 어울려서 춤춘다……한참 춤춘 후 타령과 춤 그친다.]
 
195
소무1   [배 앓는 양을 한다.]
 
196
소무    [배 앓는 양을 한 뒤에 아이를 낳았다 하고 소무 둘 다 퇴장한다.]
 
197
취발    [춤추며 소무 섰던 곳으로 가서 아이를 안고서 아이 우는 목소리로] 에 애 애 [자기 목소리로] 에게게 이것이 웬일이냐. 아아 동내 양반들 말씀 들어 보오. 년만 칠십에 생남했오. 우리 집에 오지도 마시요. 우리 아이 이름을 지어야겠군. 둘째라고 질가. 아 첫째가 있어야 둘째라 하지. 에라 마당에서 났이니 마당이라 질 수밖에 없군. 마당 어머니 젖 좀 주소……[아이 얼르는 소리로] 에게게 둥둥둥둥 내 사랑. 어덜 갔다 이제 오나. 기산영수 별건곤에 소부 허유와 놀다 왔나.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과 놀다 왔나. 수양산 백이 숙제와 채미하다 이제 왔나. 둥둥둥둥 내 사랑아. [아이 소리로] 여보 아버지, 날 다리고 이렇게 둥둥 타령만 할 것 없이, 나도 남에 자식들과 같이, 아 글 공부를 시켜 주시요. [자기 목소리로] 야 이게 좋은 말이로구나. [소아소리] 그러면 아버지 나를 양서로 배워주시요. [제소리] 양서라니 평안도하고 황해도하고, [소아소리] 아아니 그거 아니라오. 언문하고 진서하고. [제소리] 오냐. 그는 그렇게 해라. 하늘천. [소아소리] 따지. [제소리] 아. 이넘(놈) 봐라. 나는 하늘 천 하는데 이넘은 따지 하는구나. [소아소리] 아버지. 나는 하늘천 따지도 배와 주지 말고 천자 뒤푸리로 배와 주시요. [제 목소리] 거 참 좋은 말이다. [음악에 맞추어 노래부른다.] -자시(子時)에 생천(生天)하니 불언행사시(不言行四時) 유유피창(悠悠彼蒼) 하날천(天). 축시(丑時)에 생지(生地)하다 만물창성 따지(地). 유현(幽玄)비모 흑적색(黑赤色) 북방현무(北方玄武) 가물현(玄).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 동서사방 중앙토색(中央土色) 누루황(黃). 천지사방 몇만 리냐 거루광활(巨樓廣濶) 집우(宇). 여도 국도(國都) 흥망성쇠 그 누구 집주(宙). 우치홍수(禹治洪水) 기자춘 홍범구주(洪範九疇) 넓을홍(洪). 전원장무(田園將蕪) 호불귀(胡不歸) 삼경취황(三徑就荒) 거칠황(荒). 요순성덕(堯舜聖德) 장(壯)하시다 취지여일(就之如日) 날일(日). 억조창생(億兆蒼生) 격양가(擊壤歌) 강구연월(康衢煙月) 달월(月). 오거시서(五車詩書) 백가서(百家書) 적안영상(積案盈床) 찰영(盈). 밤이 어느 때냐 월만즉측(月滿則昃) 기울측(昃). 이십팔숙(二十八宿) 하도낙서(河圖洛書) 중성공지(衆星拱之) 별진(辰). 투계소년(鬪鷄少年) 아해(兒孩)들아 창가금침(娼家衿枕) 잘숙(宿). 절대가인(絶代佳人) 좋은 풍류 만반(滿盤)진수(珍羞) 벌열(列). 야반삼경(夜半三更) 심창리(深窓裡)에 갖은 정담(情談) 베풀장(張). … [소아(小兒)소리] 그건 그만 해두고 이제는 언문(諺文)을 배와 주시요. [제소리로] 그래라. 언문을 배우자. 가갸 거겨 고교 구규. [소아소리] 아버지 그것도 그렇게 배와 주지 말고 언문뒤푸리로 배와 주시요. [제소리로 노래조로] 가나다라 마바사아 자차카타 아차차 잊었구나. 기억 니은 지긋하니 기억자로 집을 짓고, 니은같이 사잤더니 지긋같이 벗어난다. 가갸거겨 가이 없은 이내 몸은 거지 없이 되였구나. 고교구규 고생하던 이내 몸이 고구하기 짝이 없다. 나냐너녀 날라가는 원앙새야 널과 날과 짝을 무쳐, 노뇨누뉴 노류장화 인개가절(路柳牆花 人皆可折) 눌로 말미암아 생겨났는고. 다댜더녀 다닥다닥 붙었든 정이 덧이 없이 떨어진다. 도됴두듀 도장에 늙은 몸이 두고 가기 막연하다……{이하 약(略)}
 
 
198
(타령곡에 맞추어 춤을 한바탕 추고 아이를 들고 퇴장.)
 
 

 
199
제5과장
 
200
(먹중 8인 등장하여, 한 편 구석에 적당히 늘어선다.)
 
 
201
마부    [등장. 큰 소리로 외친다.] 짐생났오-.
 
202
사자    [마부 뒤에서 어슬렁어슬렁 들어온다.]
 
203
먹중일동  [사자 있는 데로 나오며] 짐생이라니. [사자를 보고 놀래며] 이거이 무슨 짐생이냐? 노루 사슴도 아니요. 범도 아니로구나.
 
204
먹중    하나 어디 내가 한 번 물어 보자. [사자 앞으로 가까이 가서] 네가 무슨 짐생이냐. 우리 조상적부터 보지 못 하든 짐생이로구나. 그런데 노루냐?
 
205
사자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
 
206
먹중    사슴이냐.
 
207
사자    [부정]
 
208
먹중    그러면 범이냐.
 
209
사자    [부정]
 
210
먹중    옳다 알겠다. 예로부터 성현이 나면 기린이 나오고 군자가 나면 봉이 난다드니 우리 시님이 났이니, 네가 분명 기린이로구나.
 
211
사자    [부정]
 
212
먹중    이것도 아니라, 저것도 아니라니, 이거 참 야단났구나.
 
213
먹중들   이거 참 야단났구나. [일동 제각기 떠들며 야단법석한다.]
 
214
먹중    옳지 알겠다. 제나라 때 전단(田單)이가 소에다 가장하여 수만 적군을 물리쳤다드니,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떠드니까 전장(戰場)으로 알고 뛰여들어 온 소냐.
 
215
사자    [부정]
 
216
먹중    이거 참 야단났구나. 하하아, 그러면 인제야 알겠다. 당나라 때 오계국(烏鷄國)이 가물어서 온 백성이 떠들 때에, 국왕에 초빙으로 너에 신통을 다 부려서 단비를 내려주고, 오계국왕 은총 입어 궁중에 한거(閑居)하여 갖은 영화 다 보다가, 궁중후원 유리정(瑠璃井)에 국왕을 생매(生埋)하고 삼년간 동안이나 국왕으로 변장하여 부귀영화 누리다가, 서천(西天) 서역국(西域國)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든 당삼장(唐三藏)이 보림사(寶林寺)에 유숙할 제, 생매된 오계국왕이 현몽하여 삼장법사 수제자로 도솔천에 행패하든 제천대성(齊天大聖) 손행자(孫行者)에게 본색이 탄로되어 구사일생 달아나다가, 문수보살에 구호 받어 근근히 생명을 보존케 되어 문수보살이 타고 다니든 사자냐.
 
217
사자    [머리를 끄덕끄덕하여 긍정]
 
218
먹중    그러면 네가 무슨 일로 적하인간(謫下人間) 하였느냐. 우리 시님 수행하야 온 세상이 지칭키를 생불이라 이르나니, 석가여래 부처님이 우리 시님 모시라고 명령 듣고 여기 왔냐.
 
219
사자    [부정]
 
220
먹중    그러면 네가 오계국에 있을 때에 실이목지호(悉耳目之好)하며 궁심지지소락(窮心志之所樂)하여 인간에 갖은 행락 마음대로 다 하다가, 손행자에게 쫓겨서 천상으로 올라간 후 문수보살 엄시하(嚴視下)에 근근이 지내다가, 우리가 이렇게 질탕이 노는 마당 유량한 풍악소리 천상에서 반겨 듣고, 우리와 같이 한바탕 놀아 볼랴고 내려 왔느냐.
 
221
사자    [부정]
 
222
먹중    그러면 네가 무엇을 먹으랴고 여기 왔느냐.
 
223
사자    [긍정]
 
224
먹중    그러면 네가 가왕 노릇 3년 동안 산해진미 다 먹다가 인간음식 취미 붙여서 다시 한 번 맛보고저 왔으냐.
 
225
사자    [부정]
 
226
먹중    [화를 내어] 그러면 네 에미 애비 먹으려 왔느냐. [하고 막대기로 사자의 머리통을 때린다.]
 
227
사자    [크게 노하며 장내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먹중을 잡아먹으려 한다.]
 
228
먹중일동  [사자에 쫓기어 이리 도망치고 저리 도망치고 한다.]
 
229
먹중    하나 [사자에게 잡혀 먹힌다.] [한참만에 사자의 꼬리 쪽으로 살짝 빠져 나온다. 그리하여 사자의 뱃속에서 본 것을 여러 가지로 재미있게 재담을 한다. 또는 약(略)하는 수도 있다. 여기에는 약한다.]
 
230
먹중2   [크게 무서워하며] 저놈이 우리 중을 잡어먹을 적에는 아마도 우리가 시님을 꾀여냈다고 해서 우리를 다 잡어먹으랴는 모양이다.
 
231
먹중들   아마 그런 모양이다. [하며 모두 무서워 야단친다.] 다시 물어 봐서 정 그렇다면 우리들은 마음과 행실을 고쳐야겠다.
 
232
먹중2   그러면 내가 한 번 자세히 물어 보자. [사자 앞으로 나가서] 여봐라 사자야. 말 들어거라 허니, 우리 시님 수행하여 온 세상이 생불이라 칭하는 것을 우리가 음탕한 길로 꾀여 내여 파계가 되게 하였다고, 석가여래 부처님이 우리를 징계하시기 위하여 이 세상에 너를 내려보내시며 우리를 다 잡아먹으라시드냐?
 
233
사자    [긍정]
 
234
먹중들   [한데 모여서 무서워 벌벌 떤다.] 우리들야 무슨 죄가 있느냐. 우리 스승 취발이가 시님을 시기하며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냐. 그러면 우리들은 기왕(己往) 잘못한 것을 곧 회개하기로 하자.
 
235
먹중2   [사자를 향하여] 사자야 네가 온 뜻 알겠다. 우리들이 회개하여 이제부터는 부처님을 잘 섬길 터이니, 우리가 기왕에 잘못한 것을 용서하고 춤이나 한 번 추고 마즈막으로 헤여지자.
 
236
사자    [긍정]
 
237
먹중2   꿍 떵. [이 말이 나자 음악이 연주된다. 먹중 8인과 사자, 한데 어울려 각각 장기의 춤을 추다가 전원 퇴장.]
 
 

 
238
제6과장
 
239
말둑이   [등장. 울긋불긋한 검붉은 탈을 쓰고, 머리에 검은 벙거지를 썼다. 불그레한 짧은 옷 입고, 우수(右手)에 채찍을 쥐었다.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우스운 춤을 추며 양반 삼형제를 인도한다.]
 
240
양반삼형제  [말둑이 뒤를 따라 매우 점잔을 피우며 들어온다. 허나 어색스러운 점잔뺌이다.] [양반 삼형제는 장은 샌님〈생원님〉, 둘째는 서방님, 끝은 도령님이다. 생원과 서방님은 흰 창옷을입고 머리에 관을 쓰고, 도령님은 복건(卜巾)을 썼다. 생원님은 흰 수염이 늘어진 백색면(白色面)인데 언챙이다. 장죽(長竹)을 물었다. 서방님은 검은 수염이 돋친 약간 붉은 면을 썼고, 도령님은 소년면을 쓰고 남색쾌자를 입었다. 이는 시종 말은 하지 않고 형들이 하는 동작을 같이 따라서 한다.]
 
241
말둑이   [중앙쯤 나와서] 쉬- [음악과 춤 그친다.] [큰 소리로]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거니 노론 소론 이조 호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 다 지낸 퇴로재상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지 마시요. 개잘양이라는 양자(字)에 개다리 소반이라는 반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요.
 
242
양반들   야 이놈 뭐야아.
 
243
말둑이   아아 이 양반 어찌 듣는지 모르겠오. 노론 소론 이조 호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를 다 지내고, 퇴로재상으로 계시는 이생원네 삼형제분이 나오신다고 그리 했오.
 
244
양반들   {합창} 이생원이라네에. [굿거리장단에 모두 같이 춤춘다.] [춤 추는 동안에 도령은 때때로 형들의 면을 탁탁 치며 돌아다닌다.]
 
245
말둑이   쉬- [음악과 춤 그친다.] 여보 구경하는 양반들 말씀 좀 들어 보시요. 잘다란 골연 잡수지 말고 저 연죽전(煙竹廛)으로 가서, 돈이 없이면 내에게 기별이라도 해서 양칠간죽(簡竹) 자문죽(紫紋竹)을 한발아웃식(式) 되는 것을 사다가, 육무깍지 희자죽 오동수복 연변죽을 사다 이리저리 맞추어 가지고, 저어 자령(載寧) 나무리거이 낚시 걸듯 죽 걸어 놓고 잡수시요.
 
246
양반들   머야아.
 
247
말둑이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양반이 나오시는데 담배와 훤화(喧嘩)를 금하라고 그리하였오.
 
248
양반들   {합창} 훤화를 금하였다네.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모두 같이 춤춘다.]
 
249
말둑이   쉬- [주악과 춤 그친다.] 여보 악공들 오통육률(五統六律) 다 버리고, 저 버들나무 홀뚜기 뽑아다 불고 바가지장단 좀 쳐 주소.
 
250
양반들   야 이놈 뭐야.
 
251
말둑이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용두 해금 북 장구 피리 저때 한 가락도 뽑지 말고 건건드러지게 치라고 그리하였오.
 
252
양반들   {합창} 건건드러지게 치라네.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같이 어울러져 춤춘다.] 말둑아아. [굿과 춤 그친다.]
 
253
말둑이   예에.
 
254
양반(생원)  이놈 너도 양반을 모시지 않고 어디로 그리 다니너냐. 말둑이 예에, 양반을 찾이려고 찬밥 국 말어 일조식(日早食)하고, 마죽간에 들어가 노새원님을 끌어내다 등에 솔질 솰솰하여 말둑이님 내가 타고, 서양 영미법덕(英美法德) 동양 3국 무른 메주 밟듯하고, 동은 여울이요 서는 구월이라 동 여울 서 구월 남 드리 북 향산 방방곡곡이 면면촌촌이 바위틈틈이 모래 쨈쨈이 참나무 결결이 다 찾어 다녀도 샌님 비뚝한 놈도 없기 보니, 낙향사부(落鄕士夫)라 경성본댁을 찾어가니 샌님도 안 계시고 둘째 샌님도 안 계시고 종가집 도령님도 안 계시고 마내님 혼자 계시기로, 벙거지 쓴 채 이 채찍 찬 채, 감발한 채, 두 무릎을 꿇코 하고하고 재독(再讀)으로 됐읍니다.
 
255
생원    이놈 뭐야.
 
256
말둑이   하아 이 양반 어찌 듣소. 문안을 들이고 들이고 하니까 마내님이 술상을 차리는데, 벽장문 열고 목이 길다 황새병(甁), 목이 짤다 자라병, 강국주(强麯酒) 이강주며 우이쉬기 부란데며 금천대(金千代)를 내여 놓자, 앵무잔(鸚鵡盞)을 마내님이 친히 들어 잔 가득이 술을 부어 한 잔 두 잔 일이삼배 마신 후에 안주를 내여 놓는데, 대양푼에 갈비찜 소양푼에 저육(猪肉)초 고추 저린 김치 문어 전복 다 버리고, 작년 8월에 샌님 댁에서 등산갔다 남아온 좃대갱이 하나 줍디다.
 
257
생원    이놈 뭐야.
 
258
말둑이   아아 이 양반 어찌 듣소. 등산 갔다 남아온 어두일미라고 하면서 조기 대갱이 하나 줍디다. 그리하였오.
 
259
양반들   {합창} 조기대갱이라네에. [하며 굿거리에 맞추어 같이 어울려 춤춘다.]
 
260
생원    이놈 말둑아. [음악과 춤 그친다.]
 
261
말둑이   예에. 아 이 제미를 붙을 양반인지 좃반인지 허리 꺾어 절반인지 개다리 소반인지 꾸렘이전에 백반인지, 말둑아, 꼴둑아, 밭 가운데 최뚝아, 오뉴월 밀뚝아, 잔대둑에 메뚝아, 부러진 다리 절둑아, 호도엿 장사 오는데 하내비 찾듯 왜 이리 찾소.
 
262
생원    네 이놈 양반을 모시고 다니면 새처를 정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로 다니느냐.
 
263
말둑이   [채찍으로 둥그렇게 공중에 금을 그면서] 이마만큼 터를 잡아 참나무 울장을 두문두문 꽂고 깃을 푸군푸군이 두고, 문을 하늘로 낸 집으로 잡어 놓았읍니다.
 
264
생원    이놈 뭐야.
 
265
말둑이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자좌오향(子坐午向)에 터를 잡고 낭간 팔자로 오련각(五聯閣)과 입구(口)자로 집을 짓되, 호박주초(琥珀柱礎)에 산호(珊瑚)기동에 비취연목(翡翠椽木) 금파(金波) 도리를 걸어 입구(口)자로 풀어 짓고, 체다보니 천판자(天板子)요 내려다보니 장판방(張板房)이라. 화문석 칫다펴고 부벽서(付壁書)를 바라다보니, 동편에 붙은 것이 담박정녕(澹泊靜寧) 네 글자가 분명하고, 서편을 바라보니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가 완연히 붙어 있고, 남편을 바라보니 인의예지가 분명하고, 북편을 바라보니 효자충신이 분명하니, 이는 가위 양반에 새처방(房)이 될 만하고 문방제구(文房諸具) 볼작시면 용장봉장 궤(櫃) 두지 자기함롱 반다지 샛별같은 놋요강을 놋대야 바쳐 요기 놓고, 양칠간죽 자문죽을 이리저리 마좌 놓고, 씹털같은 기사미를 저 평양 동푸루 선창에 돼지똥물에다 축축이 추기여 놨읍니다.
 
266
생원    이놈 뭐야.
 
267
말둑이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소털같은 담배를 꿀물에다 추겨놨다 그리하였오.
 
268
양반들   {합창} 꿀물에다 추겨놨다네. [음악에 맞추어 어울려서 춤춘다.]
 
 
269
(한참 춤추다가 춤과 음악이 끝나서 사처방으로 들어간 양을 한다.)
 
 
270
생원    여보게 동생. 우리가 본시 양반이라. 이런 데 가만히 있자니 갑갑도 하네. 우리 글이나 한 수씩 지여서 심심풀이나 하세.
 
271
서방    형님 좋은 말심이요. 형님이 먼저 지으시요.
 
272
생원    그러면 동생이 운자를 하나 부르게.
 
273
서방    산자 영자외다.
 
274
생원    아 그것 어렵다. 여보게 동생 되고 안 되고 내가 부를 것이니 들어 보게. [영시조로] 울룩줄룩 작대산(作大山)하니 황천(黃川) 풍산(豊山)에 동선령(洞仙嶺)이라.
 
275
서방    거 형님 잘 지였오. [하며 형제 같이 환소(歡笑)한다.]
 
276
생원    동생 한 귀 지여 보게.
 
277
서방    형님이 운자를 부르시요.
 
278
생원    총자 못자네.
 
279
서방    아 그 운자(韻字) 벽자(僻字)로군. [한참 낑낑 하다가] 형님 들어 보시요. [영시조로] 집세기 앞총은 헌겁총이요, 나막신 뒷축에 거말못이라.
 
280
말둑이   샌님 저도 한 수 지을 테이니 운자를 하나 불러 주시요.
 
281
생원    재구삼년(齋狗三年)에 능풍월(能風月)이라드니, 네가 양반에 집에서 몇 해를 있드니 기특한 말을 다 하는구나. 우리는 두 자씩 불러 지였지마는 너는 단자(單字)로 불러 줄게, 한 자씩이나 달고 지여 보아라. 운자는 강자다.
 
282
말둑이   [곧, 영시조로] 썩정 바자 구녕에 개대강이요, 헌 바지 구녕에 좃대강이라.
 
283
생원    아 그놈 문장이로구나. 운자를 내자마자 지어내는구나. 자알 지였다. 그러면 이번에는 파자(破字)나 하여 보자. 주둥이는 하야코 몸댕이는 알락달락한 자가 무슨 자냐.
 
284
서방    [한참 생각하다가] 네에 거 운고옥편(韻考玉篇)에도 없는 자인데 그것 참 벽자요. 그거 그거 피마자자(󰜋麻子字)가 아니요.
 
285
생원    아아 거 동생이 용세.
 
286
서방    형님. 내가 한 자 부르라우.
 
287
생원    그리하게.
 
288
서방    논두럭에 살피 짚고 섰는 자가 무슨 자요.
 
289
생원    [한참 생각한다] 아 그것은 논임자가 아닌가.
 
 
290
(이러는 동안에 취발이 살짝 들어와 한 편 구석에 서 있다.)
 
 
291
서방    이놈 말둑아아.
 
292
말둑이   예에.
 
293
생원    나라 돈 노랑돈 칠분 잘라 먹은 놈. 상통이 무르익은 대추빛같고 울룩줄룩 배미잔등 같은 놈을 잡어드려라.
 
294
말둑이   그놈이 심이 무량대각(無量大角)이요 날램이 비호 같은데, 샌님에 전령이나 있이면 잡아올넌지 거저는 잡아올 수가 없입니다.
 
295
생원    오오 그리하여라. [지편에다 무엇을 써서 준다.]
 
296
말둑이   [지편을 받아들고 취발이한테로 가서] 당신 잡히였오.
 
297
취발    어데 전령 보자.
 
298
말둑이   [지편을 취발이에게 보인다.]
 
299
취발    [지편을 보더니 말둑이에게 끌려 양반의 앞에 온다.]
 
300
말둑이   [취발이의 엉덩이를 양반 코 앞에 내밀게 하여] 그놈 잡어드렸오.
 
301
생원    아 이놈 말둑아. 이게 무슨 냄새냐.
 
302
말둑이   이놈이 피신을 하여 다니기 때문에 양취를 못 하여서 그렇게 냄새가 나는 모양이외다.
 
303
생원    그러면 이놈에 모가지를 뽑아서 밑구녕에다가 갖다 박아라.
 
304
말둑이   이놈에 목쟁이를 뽑아다 밑구녕에다 꽂는 수가 있이면, 내 좆으로 샌님에 입술을 떼여 드리겠입니다.
 
305
생원    [노하여 큰 목소리로] 이놈 뭐이 어째?
 
306
말둑이   샌님 , 말슴 들으시요. 시대가 금전이면 그만인데 하필 이놈을 잡어다 죽이면 뭣 하오. 돈이나 몇백 냥 내라고 하여 우리끼리 노나 쓰도록 합시다. 그러면 샌님도 좋고 나도 돈냥이나 벌어 쓰지 않겠오. 그러니 샌님은 못 본 체하고 가만히 계시면, 내가 다 잘 처리하고 갈 것이니 그리 알고 계시요. [음악에 맞추어 다 같이 어울러져서 춤추다가 전원 퇴장]
 
 

 
307
제7과장
 
308
미얄, 영감, 용산 삼개 덜머리집, 3인(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춤추며 등장.)
 
309
(미얄은 검은 면에 하얀 점점이 박힌 면상을 하고, 한 손에 부채를 들고 한 손에는 방울 하나를 들었다.)
 
310
(영감은 좀 험상스런 노인 면상에 이상한 관을 썼다. 회색빛 나는 웃옷을 입고 지팡이를 짚었다.)
 
311
(용산 삼개 덜머리집은 소무면과 비슷한 면상이다.)
 
312
(영감과 용산 삼개 덜머리집은 한 편에 가서 있다.)
 
 
313
미얄    [악공 앞에 가서 운다.] 에에 에에 에에 에에 에에 에에.
 
314
악공1   웬 할맘입나.
 
315
미얄    나도 웬 할맘이드니 덩덩하기에 굿만 여기고, 한 거리 놀고 갈랴고 들어온 할맘이올세.
 
316
악공1   그럼 한 거리 놀고 갑쇄.
 
317
미얄    노든지 마든지 허름만 영감을 잃고 영감을 찾어다니는 할미가 영감 찾고야 아니 놀겠읍나.
 
318
악공1   할맘 난지 본향은 어데메와.
 
319
미얄    난지 본향은 전라도 제주 망막골이올세.
 
320
악공1   그러면 영감은 어째 잃었읍나.
 
321
미얄    우리 고향에서 난리가 나서 목숨을 구하랴고 서로 도망했기 때문에 잃었읍네.
 
322
악공1   그러면 영감에 모색이나 한 번 댑쇼.
 
323
미얄    우리 영감에 모색은 마모색(馬毛色)일세.
 
324
악공1   그러면 말새끼란 말인가.
 
325
미얄    아니 소모색(毛色)일세.
 
326
악공1   그러면 소새끼란 말인가.
 
327
미얄    아니 마모색도 아니고 소모색도 아니올세. 우리 영감에 모색을 알아서 무엇 해. 영감에 모색을 대기만 하면 여기서 생길가.
 
328
악공1   모색을 자세히 대면 찾일 수 있지.
 
329
미얄    [노래조로] 우리 영감에 모색을 대. 우리 영감에 모색을 대. 모색을 대면 좀 흉한데. 난간 이마에 주게턱 웅커눈에 개발코, 상통은 갖 발른 관역같고 수염은 다 모즈라진 귀열같고 상투는 다 갈아먹은 망좃같고 키는 석자 세치 되는 영감이올수에.
 
330
악공1   옳지. 고 영감 마루 너머 등 너머로 망 쪼러 갑데.
 
331
미얄    에에 고놈에 영감, 고리쟁이가 죽어도 버들가지를 물고 죽는다드니 상개 망을 쪼러 다녀.
 
332
악공1   영감을 불러 봅소.
 
333
미얄    여기 없는 영감을 불러 본들 무엇 합나.
 
334
악공1   그래도 한 번 불러 봅소.
 
335
미얄    영감!
 
336
악공1   너무 짧아 못 쓰겠읍네.
 
337
미얄    여어엉 가아암, 여어엉 가아암.
 
338
악공1   너무 느려서 못 쓰겠읍네.
 
339
미얄    그러면 어떻게 불르란 말인가.
 
340
악공1   전라도 제주도 망막골 산다니 신아위청으로 불러 봅소.
 
341
미얄    [신아위청으로] 절절 절시구, 절절 절시구. 지화자자 절시구. 어디를 갔나. 어디를 갔나. 우리 영감 어디를 갔나. 기산영수 별건곤 소부 허유 따러갔나.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 따러갔나.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따러갔나. 우리 영감 찾으려고 일원산서 하루 자고, 이강경이에서 이틀 자고, 삼부조서 사흘 자고 사법성서 나흘 자고, 삼국적 유현덕(劉玄德)이 제갈공명(諸葛孔明) 찾으려고 삼고초려(三顧草鏑)하든 정성(精誠), 만고 성군 주문왕이 태공망(太公望) 찾으려고 위수양(渭水陽)에 가든 정성, 초한적 항적이가 범아부 찾으랴고 기고산(菽高山) 가든 정성, 이런 정성 저런 정성 다 부려서, 강산천리를 다 다녀도 우리 영감을 못 찾겠네. 우리 영감을 만나면 귀를 잡고 코도 대고 눈도 대고 입도 대고, 춘향이와 이도령 만나 노듯이 업어도 주고 안어도 보며 건건드러지게 놀겠구만. 어디를 가고 날 찾을 줄 왜 모르나, 어엉 어엉. [굿거리장단에 춤춘다.] [한참 춤추다가 주악이 끝나면 춤을 그치고 저편으로 물러앉는다.]
 
342
영감    [등장. 악공 앞에 가서 운다.] 에에 에에 에에 에에 에에.
 
343
악공2   웬 영감이와.
 
344
영감    나도 웬 영감이더니 덩덩궁하기에 굿만 여기고 한 거리 놀라고 들어온 영감이올세.
 
345
악공2   놀라면 놀고 갑세.
 
346
영감    노든지 마든지 허름한 할맘을 잃고는 할맘을 찾고서야 아니 놀겠읍나.
 
347
악공1   난지 본향은 어데메와.
 
348
영감    전라도 제주 망막골이올세.
 
349
악공1   그러면 할맘은 어째서 잃었읍나.
 
350
영감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각분(各分) 동서로 도망하다가 잃고 말았읍네.
 
351
악공    할맘에 모색을 말해 봅수에.
 
352
영감    우리 할맘에 모색은 하도 흉해서 말할 수 없네.
 
353
악공2   그래도 한 번 말해 봅소.
 
354
영감    여기서 모색을 말한들 찾을 수가 있나.
 
355
악공2   모색을 말하면 찾을 수가 있겠지.
 
356
영감    우리 할맘에 모색은 마모색일세.
 
357
악공    그러면 말새끼란 말인가.
 
358
영감    아니 소모색일세.
 
359
악공    그러면 소새끼란 말인가.
 
360
영감    아니 마모색도 아니고 소모색도 아니올세. [노래조로] 우리 할맘에 모색을 대. 우리 할맘에 모색을 대. 할멈에 모색을 대면 좀 흉한데. 난간이마에 우멍눈 개발코에 주게턱 쌍통은 먹 푸는 바가지같고, 머리칼은 모즈러진 빗자루같고, 한켄 손엔 부채 들고 한켄 손엔 방울 들고, 키는 석자 세치 되는 할맘이올세.
 
361
악공2   옳지, 고 할맘 마루 너머 등 너머로 굿하러 갑데.
 
362
영감    에에 고놈에 할맘 항상 굿만 하러 다녀.
 
363
악공    할멈을 한 번 불러 봅소.
 
364
영감    여기 없는 할맘을 불러 무엇하나.
 
365
악공2   그래도 한 번 불러 봅소.
 
366
영감    할맘!
 
367
악공2   너무 짧아 못 쓰겠읍네.
 
368
영감    하아알 마아암.
 
369
악공2   그것은 너무 느려서 못 쓰겠읍네.
 
370
영감    그러면 어떻게 부르란 말인가.
 
371
악공2   전라도 제주 망막골 산다니 신아위청으로 불러 봅소.
 
372
영감    [신아위청으로] 절절절 절시구 절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자 절시구 어디를 갔나. 어디를 갔나. 우리 할맘 어디를 갔나. 기산영수 별건곤에 소부 허유 따러갔나.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 따러갔나.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따러갔나. 우리 할멈 찾으랴고, 일원산 이강경 삼부조 사법성 강산천리(江山千里)를 다 다녀도 우리 할맘은 못 찾겠네.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춤춘다.]
 
373
미얄    [춤을 추며 영감 쪽으로 슬금슬금 온다.] [노래조로] 절절 절시고, 지화자자 절시고. 보고지고 보고지고, 우리 영감 보고지고. 대한칠년(大旱七年) 왕가물에 빗발같이 보고지고. 구년치수(九年治水) 대탕수에 햇발같이 보고지고. 우리 영감 보잘시면 눈도 대고 코도 대고 입도 대고 귀도 대고, 연적같은 젖을 쥐고 신짝같은 혀를 물고 거드러지게 놀겠구만. 어델 가고 날 찾일 줄 왜 모르나.
 
374
영감    [춤을 추며 할맘 쪽으로 슬금슬금 간다.]
 
375
미얄    [노래조로] 절절 절시구 절절 절시구. 거 누구라 날 찾나. 거 누구라 날 찾나. 날 찾을 사람 없건마는 거 누구라 날 찾나. 술 잘 먹는 이태백이 술 먹자고 날 찾나. 상산사호(商山四皓) 네 노인이 바둑 두자 날 찾나. 춤 잘 추는 학두루미 춤을 추자 날 찾나. 수양산(首陽山) 백이숙제(伯夷叔齊) 채미(採熒)하자 날 찾나.
376
[절절 절시고 지화자자 절시고. 거 누구가 날 찾나. 거 누구가 날 찾나. 날 찾일 이 없건마는 거 누구라 날 찾나. 인당수 풍랑 중에 심낭자가 날 찾나. 소상반죽 물들이던 아황(娥媓)·여영(女英)이 날 찾나. 반도회(蟠桃會) 요지연(瑤池宴)에 서왕모가 날 찾나. 섬돌 위에 옥비녀가 꽂히였든 숙영낭자가 날 찾나. 이도령 일거후(一去後)에 수절하든 춘향이가 날 찾나. 거 누구라 날 찾나.]
 
377
영감    [미얄이 부르는 노래를 되풀이한다. 그리고 다음 것을 덧붙인다.] 낙양동천유하정(洛陽東天柳下亭)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춤추며 미얄 쪽으로 간다.]
 
378
영감·미얄  [서로 맞대 보고서 놀래고 반가운 목소리로 합성(合聲)] 거 누구가, 거 누구가. 아무리 보아도 우리 영감(할맘)일시 분명쿠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드니 이제야 우리 영감(할맘)을 찾었구나. {합창} 반갑도다 반갑도다 우리 영감(할맘) 반갑도다. 좋을시고 좋을시고 지화자자 좋을시고. 얼러 보세 얼러 보세. [양인은 서로 얼른다. 미얄은 영감의 전하부(前下部)에 매여달려 매우 노골적인 음행동(淫行動)을 한다. 영감이 땅에 누우면 미얄은 영감의 머리 위로 기여 나간다.]
 
379
미얄    [고통스런 소리로] 아이고 허리야 연만(年晩) 팔십에 생남자(生男子) 보았드니 무리공알이 시원하다.
 
380
영감    [발딱 누운 채로] 알날날날. 세상이 험하기도 험하다. 그놈에 곳이 좌우에 솔밭이 우거지고, 산고심곡(山高深谷) 물 많은 호수 중에 구비구비 동굴섬 피섬이요. 갈피갈피 유자로다. 자아 여기서 봉산을 갈라면 몇리나 가나. 육로로 가면 삼십리요, 수로로 가면 이천리외다. 에라 수로에서 배를 타라. 배를 타고 오다가 바람을 맞어서 표풍이 되야 이에다 딱 붙어놨으니, 어떻게 떼여야 일어난단 말이요. 아아 내가 이제야 알었다. 나 한창 소시적에 내 점치는 법을 배왔드니만 점이나 쳐서 어디 일어나 볼가. [점통을 꺼내어 절렁절렁 흔들며] 축왈(祝曰) 천하언재(天何言哉)시며 지하언재(地何言哉)시리요, 고지즉응(告之卽應)하시나니 감이순통(感而順通)하소서. 미련한 백성이 배를 타고 오다가 이곳에 딱 붙어 놓았이니, 복걸(伏乞) 이순풍 곽곽선생 제갈공명선생 정명도 정이천선생 소강절선생 여러 신명(神明)은 일시(一時) 동참하시사 상괘(上卦)로 물비소시…… [점괘를 빼 보고] 하아 이 괘상(卦象) 고약하다. 에 독성지괘(犢聲之卦)라, 송아지가 소리하고 일어나는 괘가 났고나. 음매애[하며 일어난다.] 어허어 이년 나를 첫아들로 망신 주었지. 이년을 만나면 씹중방을 꺾어 놓겠다. 웃중방을 우툴우툴하니 본대머리에 풍잠 파 주고, 아랫중방은 미끈미끈하니 골패짝 만들밖에 없구나. [미얄을 때린다.]
 
381
미얄    오래간만 만나서 사람을 왜 이리 치는가. 사람을 치는 것이 인사란 말인가.
 
382
영감    이년이 무얼 잘 했다고 이 지랄이야. 잔말 말고 가만 있거라. [하며 또 때린다.]
 
383
미얄    이놈에 두상아, 어서 때려라. [하며 달라들어 영감을 마구 친다.]
 
384
영감    [빈다.] 할마이! 오마이! 아바이!
 
385
미얄    내 매솜씨가 어떠냐.
 
386
영감    그러나 저러나 할맘에게 내가 매를 많이 맞은 모양이군. 내 잔등에서 개가죽 베끼는 내가 나는구나.
 
387
미얄    이봅소. 영감. 영감하고 나하고 이렇게 만날 쌈만 한다고 이 동내서 내여 쫓겠답데.
 
388
영감    우리를 내여 쫓겠대. 우리를 내여 쫓겠대. 나가라면 나가지. 욕거선이순풍(欲去船而順風)일다. 하늘이 들장지 같고 길이 낙지발같고, 막비왕토(莫非王土)에 막비왕신(莫非王臣)이지. 어데 가서 못살겠나. 그러나 저러나 너하고 나하고 이 동내 떠나면, 이 동내 인물 동티 난다. 너는 저 웃목기 서고 나는 아랫목기 서면, 잡귀가 범치 못하는 줄 모르드냐.
 
389
미얄    그건 그렇지들. 영감 나하구 이별한 후에 어찌나 지냈이며 다녔읍나.
 
390
영감    할맘하고 나하고 험한 난에 이별하여 여기저기 다니면서 고생도 많이 하였네.
 
391
미얄    영감 머리에 쓴 것은 무엇입나.
 
392
영감    내 머리에 쓴 것, 근본을 좀 들어 보아라. 아랫녁을 당도하야 이곳저곳 다니면서 해 먹을 것이 있드냐. 때음쟁이 통을 사서 걸머지고 다녔드니, 하루는 산대도감(山臺都監)을 만나서 산대도감에 말이 인왕산 모로는 호랑이 어디 있이며, 산대도감 모르는 땜쟁이가 어디 있드냐. 너도 세금 내여라 하길래 세금이 얼마냐 물었드니, 세금이 하레에 한 돈 팔 푼이라 하기에, 하 아이 세금 뻐건하군. 벌기는 팔 푼 버는데 세금은 한 돈 팔 푼이구나. 한 돈을 보태야갔구나. 그런 세금 난 못 내겠다 하니까, 산대도감이 달러들어 싸움을 해서 의관탈파(衣冠脫破) 당하여 어디 머리에 쓸 것이 있드냐. 마츰 때음쟁이 통 속을 보니 개털가죽이 있드구나. 이놈으로 떡 관(冠)을 지여 썼이니, 내가 동지벼슬이다.
 
393
미얄    동지 동지 곰 동지 님자가 무슨 벼슬 했나, 에에 [운다.] [노래조로] 절절 절시구 저놈에 영감에 꼴을 보게. 일백 열두 도리 통영갓 대모풍잠 어데 두고, 인모압산 진주 당공단 뒤막이 인모망건 어데 갖다 내버리고, 개가죽관이란 말이 웬 말이냐. [말로] 그러나 저러나 영감 입은 것 무엇입나.
 
394
영감    내 입은 것 근본 들어 보아라. 산대도감을 뚝 떠나서 평안도 영변 향산을 들어갔다. 중을 만나 노장님께 인사하고 하로밤 자든 차에, 어떠한 이쁜 중이 있기로 객지에 옹색도 하기에 한 번 덥쳤드니, 중들이 벌떼같이 모여들어 무수(無數) 능욕(凌辱) 때리길래, 갑잡기 도망하여 나오면서 가지고 나온다는 것이 이 중에 칠베 장삼일다.
 
395
미얄    [울며 노래조로] 에에에 절절절절절 해가 떴다 일광단. 달이 떴다 월광단. 도리 불수 영초단. 여름이면 하절 의복. 겨울이면 동절 의복. 철철이 철을 찾어 입혔더니 어데 갔다 내버리고 중에 장삼이란 말이 웬 말이냐. [말로] 영감! 기왕 전자에 날과 같이 살 적에는 얼굴이 명주자루 메물가루 같더니, 왜 이렇게 얼굴이 뻐적뻐적합나.
 
396
영감    내 얼굴이 어렇단 말이냐. 그래 나는 도토리하고 감자를 먹어서 찰나무 살이 졌다. 그런데 오래간만에 만났이니 아이들 말좀 물어 보자. 처음에 낳은 문열이 그놈, 어렇게 자라나나.
 
397
미얄    아아 그놈에 말 맙소. 세상사가 하도 빈곤하여 나무 하러 갔다가 그만 호환(虎患)에 갔다오.
 
398
영감    ……인저는 자식도 죽이고 말았이니, 집이라고는 볼 것이 없다. 너하고 나하고 헤여져야지.
 
399
미얄    헤여질라면 헤여질쇄.
 
400
영감    오냐 헤여지자고, 헤여지는 판에 더 볼 게 무엇 있나. 네 년에 행적이나 털어 내겠다. [관중을 보고] 여보 여러분 말씀 들으시요. 저년에 행위 말좀 들어 보시요. 저년이 영감 공경을 어렇게 잘 하는지 하루는 앞집 털풍네 며누리가 나더리를 왔다고 떡을 가지고 왔는데, 그 떡을 가지고 영감한테 와서 이것 하나 잡수 하면 내가 먹고파도 저를 먹일 것인데, 이년이 떡그릇을 제 손에다 쥐고 하는 말이, 영감 앞집 털풍네 나드리떡 가지고 온 것 먹겠읍나 안 먹겠읍나 묻드니, 대답할 새도 없이, 안 먹겠이면 그만두지 하고, 제 혼자 다 먹어버리니 내 대답할 사이가 어데 있나. 동지 섣달 설한(雪寒) 서북풍에 방은 찬데, 이불을 발길로 툭 차고 이마로 봇장을 칵 하고 받아서 코피가 줄 흘러나 가지고 뱃대기를 버적버적 긁으면서, 우리 요강은 파리 한 놈만 들어가도 소리가 왕왕 하는 것인데, 벌통 같은 보지를 벌치고 오줌을 솰솰 방구를 땅땅 뀌니, 앞집에 털풍이가 복(洑)뚱 터진다고 광이하고 가래하고 가지고 왔이니 이런 망신이 어데 있나.
 
401
미얄    이놈에 영감 하는 소리 보소. [용산 삼개 덜머리집을 가리키며] 저렇게 고흔 년을 얻어 두었이니개 나를 미워할 수밖에. 이별할라면 저년하고 같이 이별하고, 미워할랴면 저년하고 같이 미워하지. 어느 년에 보지는 금테두리 했었드냐. [와다닥 덜머리집에 달라들어 때리며] 이년아 이년아 너하고 나하고 무슨 웬수가 졌길래, 저놈에 영감을 환장을 시켜 놨나.
 
402
영감    [미얄을 때리며] 너 이년아 용산 삼개집이 무슨 죄가 있다고 때리느냐. 야 이년 썩 저리 가라. 구린내 난다.
 
403
미얄    너는 젊은 년하고 사니개 나를 이같이 괄세를 하니, 이제는 나도 너 같은 놈하고 살기가 시물정났다. 같이 버언 세간이니 세간이나 노나 가지고 헤여지자. 어어 어어. [운다.] 어서 세간이나 나나 줍소.
 
404
영감    자 그래라! 물이 충충 수답(水畓)이며 사래 찬 밭은 내나 가지고, 앵무 같은 여종과 날매 같은 남종일랑 새끼 껴서 내나 가지고, 황소 암소 자웅(雌雄) 껴서 새끼까지 내 가지고, 노류마당 곡석 안 되는 곳은 너를 주고, 숫쥐 암쥐 새끼 껴서 새양쥐까지 너를 주고, 네년에 네 새끼 너 다 가져라.
 
405
미얄    [노래조로] 아이고 아이고 서름이야. 낭구라도 짝이 있고 나는 새와 기는 즘생 모두 다 짝이 있거든, 우리 부부 헤여지잔 이게 모다 웬 말이냐. 헤여질라면 헤여지자. 어어 어어 어어. 저어 절시구 지화자자 절시구. 물이 충충 수답이며 사래 찬 밭도 너 다 가지고, 앵무같은 여종과 날매같은 남종에다 새끼까지 다 껴서 너 다 가지고, 황소 암소 자웅 껴서 새끼까지 너 다 가지고, 노류마당 곡석 안되는 곳은 나를 주고, 숫쥐 암쥐 새끼 껴서 새양쥐까지 나를 주고, 네년 네 새끼 너 다 가져라 하니, 이 늙은이가 함자 벌어먹기도 어려운데 새끼를 모두 다 나를 주니, 어찌하여 살란 말인고. [엉엉 운다.]
 
406
영감    그럼 조금 더 갈라 주마.
 
407
미얄    내가 처음 시집올 때 우리 부부 화합하고 수명장수하겠다고, 백집을 돌고 돌아 깨진 그릇 모고 모아 불리고 또 불리여서, 일만 정성 다 들이며 맨들어다 놓은 요강과 도끼하골랑은 나를 줍소.
 
408
영감    앗다 이년 욕심 봐라. 박천 뒤지 돈 삼만 냥 별은 세 갤랑은 내나 다 가지고, 옹장봉장 자개 함롱 반다지 샛별같은 놋요강 대야 바쳐 나 다 가지고, 죽장망혜 헌 집세기 만경청풍(萬頃淸風) 삿부채 이빨 빠진 고리짝과 굴둑 덮은 헌 삿갓치 모두 너 다 주고, 도끼날은 내가 갖고 도끼자룰랑은 너 가져라!
 
409
미얄    [노래조로] 저 놈으 영감 욕심 보게. 저 놈으 영감 욕심 보게. 박천뒤지 돈 삼만 냥 별은 세 개 너 다 가지고, 옹장봉장 귀두지 자기 함롱 반다지 샛별같은 놋요강 대야 바쳐 너 가지고, 죽장망혜 헌 집세기 만경청풍 삿부채 이빨 빠진 고리짝 굴둑 덮은 헌 삿갓치 나를 주고, 도끼날은 너 가지고 도끼자루 나를 주니, 날이 없는 도끼자루 낭굴랑은 어찌 하노. 아마도 동지설한(冬至雪寒) 서북풍에 얼어 죽기 똑 알맞겠다. [말로] 영감! 여러 새끼 많이 데리고 함자 몸뎅이 그것 가지고 어찌 살란 말이요. 좀더 나눠 줍소.
 
410
영감    너 그것 가지고 나가면 똑 굶어죽기 똑 알맞다.
 
411
미얄    어찌 그리 야속한 말 함나. 어서 더 갈라 줍소.
 
412
영감    이년에 욕심 보게, 똑같이 나나 줍소. 좀 더 줍소. 어서 더 갈라 줍소. - 예 이년 다 귀숭숭시러우니 다 짓모으고 말겠다. 꽝꽝 짓모아라.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짓모는 춤을 춘다.]
 
413
미얄    영감, 영감 여니 건 다 짓모아도 사당(祠堂)일랑 짓모지 맙소. 사당동티 나면 어찌 하오.
 
414
영감    사당동티 나면 말지. [여전히 짓모다가 갑자기 넘어져 죽은 듯이 가만히 있다.]
 
415
미얄    [손뼉을 치며 좋아 춤추며] 잘 되고 잘 되였다. 이넘에 영감아. 사당동티 난다고 사당 짓모지 말라고 그만큼 말을 해도 내내 말을 안 듣고 짓모드니, 사당동티 기예 나서 너 죽었구나. 동내 방내 키 크고 코 큰 총각 우리 영감 내다 묻고 나하고 같이 살아 봅세. [영감의 눈을 만져 보고] 이넘에 영감 벌써 눈깔을 가마귀가 파 먹었구나.
 
416
영감    [큰 소리로] 아야아!
 
417
미얄    죽은 놈에 영감이 말을 하나.
 
418
영감    가주 죽었이니 말하지. [벌떡 일어나 미얄을 때린다.] 너 이년 뭣이 어째? 키 크고 코 큰 총각 우리 영감 내다 묻고, 나하고 같이 살아 봅세?
 
419
미얄    이넘에 영감 나 싫다드니, 이제 와서 때리기는 왜 때려. 아이고 아이고 사람 죽네.
 
420
영감    야 이년아 뭐이 잘 났다고 악을 쓰는 거야. [하며 마구 때린다.]
 
421
미얄    [얻어 맞다가 그만 넘어져 죽는다.]
 
422
영감    [미얄을 들여다 본다.] 아 이 할맘 정말 죽었나. 성깔도 급하기도 급하여 가랑잎에 불붙기로구나. [노래조로] 아이고 아이고 불쌍하고 가련하다. 이렇게도 갑자기 죽단 말이 웬 말이냐. 신농씨 상백초(嘗百草)하야 모든 병을 고치랴고 원기부족증에는 육미 팔미 십전대보탕, 비위 허약한 덴 삼구탕, 주체(酒滯)에는 대금음자, 담증에는 도씨도담탕, 황달고창(黃疸鼓脹)에는 온백원, 대취난성(大醉難醒)에 석갈탕, 학질에는 불이음, 회충에는 건리탕, 소변불통에는 우공산, 대변불통에는 육신환, 임질에는 오림산, 설사에는 위령탕, 두통에는 이진탕, 구토에는 복령 반하탕, 감기에는 패독산, 관격에는 소체환, 구감(口疳)에는 감언탕, 단독(丹毒)에는 서각소독음, 방사 후에는 쌍화탕, 이러한 영약들이 세상에 가뜩하건마는 약 한 첩 못 써 보고 갑자기도 죽었이니 이런 기막힐 데가 어디 있노. [이때에 용산 삼개 덜머리집이 나가랴 하니까, 영감은 그리로 가서 덜머리집과 한데 어울려서 한참 희롱한다.]
 
423
남강노인  [등장. 흰 수염 늘어뜨린 백면(白面)의 노인이다. 장고를 메고 천천이 들어온다.] 이것들이 짜아 하드니 쌈이 난 게로구나. [미얄을 한참 바라보더니] 이것이 죽었구나. 불쌍하구도 가련하구나. 제 영감 이별 몇 해에 독부(獨婦)로 지내드니 아아 매를 맞어 죽어? 하도 불상하니 넋이나 풀어 줄 수밖에 없다. [범벅구조(調)로 장고를 치며 고개를 좌우로 내두르며 노래부른다.] 명산 대천 후토신령(后土神靈) 불쌍한 이 인생을 극락세계 가게 하소. 넋에 넋은 넋반에 담고 귀(鬼)에 귀는 귀반에 담아 연화봉(蓮花峰)으로 가옵소서. [춤을 춘다.]……아이덜아 일어나거라, 남창 동창 다 밝았다. ……
【원문】봉산탈춤 (대본)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가면극〕
▪ 최근 3개월 조회수 : 196
- 전체 순위 : 383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6 위 / 54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2) 토끼전
• (2) 날개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봉산 탈춤(鳳山----) [제목]
 
  가면극(假面劇)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판소리 / 가면극 카탈로그   본문   한글 
◈ 봉산탈춤 (대본)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8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