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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독립의 당위성 (대담) ◈
◇ 《독립신문》 제37호 (1920년 1월 1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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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1, 2월
여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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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독립의 당위성(대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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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 조선민족을 부강케 하여 세계에 자랑케 하는 것이 조선인이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하여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나 종교적 남의 나라에 머물면서 고심 ․ 참담하시는 조선의 우국지사 여러분에 대하여 성심으로 동정합니다. 그러나 민족에게 실효 있게 활동하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말하면 조선의 독립 또는 자치를 얻으려면 불가불 그 요소를 먼저 구하여야 하겠소. 요소는 부(富)와 강(强)이지요. 부는 민부 ․ 국부요, 강은 지강(智强) ․ 체강(體强)이니 교육을 개량하고 실업을 발달시켜 이를 증진케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업적 ․ 교육적으로 총독부와 일치 협력하는 것이 옳을 줄로 생각하오. 일한합병에 대하여는 나 개인은 이에 반대하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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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양 정부가 이미 합병한 이상에는 나 개인의 의견은 소멸된 것이오. 그러나 조선이 실력이 충분해진 뒤에 일본과 정치를 같이 하기를 바라지 않거나 자치를 요구하거나 함에 대하여는 나의 의견이 미칠 수 없는 바이외다. 요컨대 오늘에 있어서 조선을 부강케 하는 것만이 최선의 요건으로 생각합니다. 또 일한합병은 두 회사의 합병과 같으니 가령 실력이 조금 부족한 어떤 회사와 실력이 충분한 어떤 회사가 쌍방의 이익을 위하여 합한 것과 같소이다. 그러면 서로 동일한 권리를 공유하게 되고 동시에 합한 힘을 가지고 다른 회사에 대항 경쟁할 수 있게 되듯이 일한합병이 조선과 일본 양방의 이익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다만 종래는 사실상 평등한 관계가 되지 못하였음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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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형 : 당신의 나라를 위한(爲國) 열성과 노구에도 건강하신 것을 기뻐합니다. 또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조선을 부강케 하라는 말씀 또는 당신의 일한합병 관(觀)에 대하여는 절대로 의견을 같이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답변하기 전에 먼저 우리 독립운동의 주장을 말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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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민족의 복리 즉 조선의 부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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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은 건국 이래 반만년 동안 한 번도 다른 민족의 내정간섭을 받은 일이 없고 항상 스스로 치리하고 스스로 발전하여 동양문명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였소. 그렇게 자주성이 풍부한 민족이므로 다른 민족의 간섭은 물론 협조도 원치 않습니다. 그 뿐 아니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통치하는 데는 자연히 정치상 또는 경제상 충돌로 인하여 서로 용납하지 못함은 역사적 ․ 사회학적 ․ 경제학적으로 증명된바 분명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과거 10년 동안만 하여도 자유발전에 대한 손실이 적지 않았소. 지금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계승하기 위하여, 자유의 발전과 세계문명에 공헌하기 위하여 자손만대에 영속할 행복을 주기 위하여 독립을 주장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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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본의 신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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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서 신의가 없으면 “저런 사람은 어찌 일찍 죽지도 않느냐” 하는 옛 말이 있소. 개인도 신의가 없으면 그러하거늘 어찌 국가리오. 역사상으로 보면 일본은 조선에 대하여 문화의 부채자요. 일본은 문학 ․ 미술 ․ 공예 기타 여러 분야에서 문명을 조선으로부터 배워가지 않았나요? 그런데 일본은 때때로 전쟁(兵役)으로 보답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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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본은 일청, 일로 양 전쟁은 조선의 독립을 위하여 하였다고 말하면서 조선독립의 보장을 세계에 대하여 성명하였지만, 그 결과는 조선을 합병함으로써 사기로 드러났지요. 그래서 우리 2천만 조선민족의 골수에 사무친 원한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각국은 일본의 신의 없음을 꾸짖고(唾罵) 시기(猜忌)하지요. 지금 중국(支那)의 4억인 전 민족은 일본을 원수로 여기고 배척이 날로 혹심해져 가고 있지 않습니까. 일본은 다만 국토가 넓어지는 것만을 기뻐하겠습니다만 실상은 극히 위험한 지경에 이른 것이요. 그러므로 일본이 조선의 독립을 승인함은 일본의 신의를 위해서 뿐 아니라 일본 장래의 국리를 위하여 크게 유익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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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양의 평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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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하면 일본 ․ 중국 ․ 조선 등 3국을 우선 꼽지 않습니까. 일한합병의 형식을 유지하고자 하는 동안 두 민족의 상쟁은 물론이거니와 중국(지나)의 일본배척(排日)이 끊일 날이 없을 것은 자명하오. 중국의 일본배척은 산동 문제나 또는 21개 조약으로 인함이라 생각할지 모르나 그 실은 일한합병으로 인하여 분노심 ․ 공포심 ․ 적개심을 불러일으킨 것이오. 중국은 일본과 마관조약으로 조선의 독립을 승인하였는데 일본은 중국에 대하여도 사기하지 않았습니까? 이러므로 일한합병은 동양평화의 파괴의 근원이 되었소. 그러므로 조선독립은 동양평화의 보장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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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계평화를 위하여 또 세계문명에 공헌키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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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라 함은 동서양을 총칭하는 것인 만큼 동양에서 쟁란(爭亂)이 일어나면 비록 서양이 평온(平靜)할지라도 세계평화라고 할 수는 없지요. 그 뿐만 아니라 한 쪽의 세력이 약하면 다른 쪽의 세력이 범람하는 것은 공리(公理)인 즉 만일 동양이 상쟁하기를 마다하지 아니하면 필경에는 저절로 멸망할 뿐 아니라 서방의 동양침략(東侵)이 하루가 급할 것이오. 그러므로 동양 자체의 평화를 위하여 세계 대세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하여 또 동양이 단결하여 세계문화에 공헌하기 위하여 하루바삐 조선은 독립하여야 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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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일한합병은 회사의 합병과 같다는 데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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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합병에 이른 것은 결코 우리민족의 의사가 아니요 소수의 당국자 즉 매국노들이 한 짓이며 또 당시 주권자의 진정한 의사도 아니었소. 일본인은 합병이 양 국민의 호의(好意)로 되었다 하나 조선국민은 이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쳤소. 요컨대 이것은 강제로 된 정치적 불공정이오. 즉 합병이 아니라 병탄(倂呑)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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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일한합병을 가리켜 한인의 행복이요 동양의 평화라 하나, 그 실상은 한인의 재앙(殃禍)이고 수치요. 따라서 동양의 환란과 시의(猜疑)를 불러일으킨 원인입니다. 이른바 선정과 덕정을 표방한다는 현 총독정치로 보아도 우리 민족적 요구인 독립운동을 압박하지 않소? 민족의 희망을 압박하면 자유는 어디에 있으며 평등은 어디에 있소? 또 선정과 덕정(德政)은 다 무엇이오? 일본인에게 유리한 운동이면 원조하고, 우리 국민에게 유익하고 우리가 원하는 운동이면 저해하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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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업을 막론하고 다 이러하지 않소! 그러므로 단순히 이해관계로만 보더라도 조선이 합병 하에서 당하는 것은 대(大) 불이익, 전면적 부자유, 정신적 압박, 세계에 대한 쇄국(鎖國) 등 절통한 손해뿐이요. 회사는 자못 이해만으로 성립되는 것이지만 국가는 그렇지가 않소. 이익 이상의 그 무엇을 요구합니다. ‘하필 이익을 말하는가, 또한 인의가 있지 아니하냐(何必曰利亦有仁義而己矣[하필왈이역유인의이기의])’란 옛말이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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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라는 것은 사회의 실체요, 역사의 장성(長成)이요, 도덕의 존재요, 사법의 실체이며, 또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영구적인 것이오. 영구적이란 말의 의미는 자손만대를 뜻함이니 개인은 죽어 없어지지만 사회는 영속하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사회를 개량 ․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요, 국가는 사회를 위하는 사회임으로 따라서 애국을 하게 되는 것이오. 국가를 유지하고 국가를 개량하는 것은 우리 선조에 대한 의무요. 그러므로 국가를 위함은 의무이지 이익이 아닐 뿐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라면 이익을 희생하기까지 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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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두 회사가 합병하면 작은 회사는 반드시 큰 회사로부터 손해를 당하는 법이오 미국의 스탠더드 . 석유회사가 일찍이 상업정책에 따라 무수히 많은 작은 회사들을 병합하여 치부한 실례가 있지 않습니까. 일한합병이 이미 이렇게 대불공(大不公) ․ 대부정(大不正)을 드러내고 있으니 동양의 단결 또는 동양의 평화를 생각할진대 조선의 독립이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시급한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또 실력을 양성하려면 자유로이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최대요건이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성공의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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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신문》, 1920년 1월 11일자 제37호)
【원문】《독립신문》 제37호 (1920년 1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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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형(呂運亨)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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