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연두에 일언을 청하니 몇 장의 원고지에 무슨 말씀을 하겠습니까? 또한 겸하여 의사 발표에 부자유한 몸임에 오히려 침묵함이 가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한마디 하게 된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3
모든 생물은 확장하기 위하여 꿈틀거리고 또 생을 보존하기 위하여 뭉친다. 단세포 생물은 아메바의 꿈틀거림도 그 생을 확장하려고 먹을 것을 찾는 것이요, 조그마한 개미와 벌들이 단결하여 사는 것은 그들의 생을 멸육(滅育)하는 회계의 침해를 방지하는 행위다.
4
이를 생물의 본능이라 하고 또 원칙이라 하여 자기의 먹을 것을 뺏거나 자기의 생존에 위해를 가하려는 적과 싸움하는 것을 생존권의 행사라 하고, 또 부단히 옛것을 혁신하여 새것을 여는 가운데서 그 생을 존속하는 것은 생의 진리라 한다.
5
그런데 조선 민족은 이 생물계에서 그 본능을 몰각(沒却)하고 원칙을 위배하며 생존권을 존중할 줄 모르고 또 진리까지 불신하며 오직 슬피 외치는 (悲叫[비규]) 것 같이 보인다.
6
하늘과 땅이 한번 돌아(乾坤一轉[건곤일전]) 음이 다하고 양이 도래한(陰窮陽来[음궁양래]) 새해 원단에 앞서 보내는 희망(前送希望[전송희망])을 상징하는 효성을 바라보며, 한밤을 보내고 새벽(大夜將明[대야장명])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를 들으며 뚜렷이 솟아오를 태양을 기다리면서 나의 사랑하는 동포들에게 일언(一言)을 보낸다.
7
인생의 역사는 무사태평으로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니고 허다한 광란과 노도(怒濤)의 부침을 경과한 것이다. 어려운 싸움에 져서 물러난 자와 협박에 머리를 숙인 자들은 다 절멸되었고, 다만 생물계의 본능을 잘 발휘하며 또 그 원칙과 진리를 따라 생존권을 잘 행사한 자들만이 생존되었고 발전하였다.
9
갱생의 정신을 고취하고 신흥의 원기를 진작하여 마음과 힘을 합하여 활로로 함께 나아가라.
11
제군은 열성과 담용(膽勇)의 소유자다. 모든 사업의 성공은 오직 제군을 기다려 출현하려 한다. 퇴굴(退屈)·타락·안일 등은 제군의 생을 살라버리는 연료이요, 고난·압박·혹한은 제군의 역량을 일으키는 운동기구다. 제군의 앞길은 어려움도 많고 시름도 많겠지만, 제군의 사명은 무겁고도 귀하다.
13
비상한 인물을 만들라! 비상한 인물이라야 비상한 사업을 이루나니 이 비상한 시기에 직면한 제군은 새로운 정신을 발휘하여 새 길을 당당히 걸어라.
14
(―《동아일보》, 1933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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