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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외국 영화가 아메리카 영화에 전연 추종하지 못하는 몇 가지 소재 중에서도 권투영화는 더욱 가망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챔피언」을 권투영화로서 생각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하나의 운동선수를 통하여 본 미국 사회에 대한 냉혹한 비판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비판이란 반드시 그 사회와 구조가 옳고 그르다는 것을 지탄하는 것이 아니라 「챔피언」은 물질문명의 일단면을 미치 케리(커크 더글러스)가 가난한 부랑자에서 챔피언이 되고 죽을 때까지의 여러 경우를 밟으며 잘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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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1949년에 스탠리 크레이머 의해서 제작되었다. 그리고 감독은 마크 로브슨, 커크 더글러스가 주연을 했다. 거의 이름이 없었던 이들은 「챔피언」의 반향으로 크게 주목되었다. 더욱이 우리들이 화면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으나 스탠리 크레이머는 그 무렵의 다른 영화의 제작비보다 훨씬 적은 3분의 1로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면 그는 확실히 천재적인 제작자이다. 이러한 예로 미루어보아도 작품의 우열은 배우도 원작도 감독도 아니라 어디까지나 프로듀서의 손에 달린 것이다. 돈을 적게 들이고서도 「챔피언」은 전후 아메리카의 대표적인 영화의 하나로 되고 말았다. 이 영화의 테마는 아마도 처음부터 성공을 약속하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폭주하는 야간열차 속에서의 난투에서 시작되는 첫 신은 인상적인 타이틀백과 아울러 관객의 마음을 압도적으로 끌고 간다. 기차에서 굴러떨어진 케리의 그 후의 분방한 애욕과 야망의 행상(行狀)이 마크 로브슨의 날카로운 연출수법으로 전개되는가 하면 라스트신의 권투 장면은 이 영화가 단순한 복싱영화로서 드높이 평가받아야 될 것이다. 밥을 먹기 위해서 권투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챔피언이 되어야만 하고 거기에 따라 본능이 욕구하는 또 하나의 것…… 즉 사랑의 이름으로서의 여성과의 관계에 있어 케리는 돈과 비해서 여성을 버리기로 했다. 그는 헤어진 아내에게도 자기의 욕망을 차리기 위해 그 여자와 친형과의 행복도 짓밟았으나 결국엔 챔피언으로서 영광과 갈채에 싸인 순간을 즐기며 그는 죽었다. 이 영화의 원작은 링 라드너의 동명의 소설이나 칼 포어맨이 영화를 위해 각색을 했다. 대사는 별로 좋지 못한데 이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실패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아메리카 영화가 너무도 외향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심한 데 비해서 「챔피언」은 인간의 심리와 사회의 이면에 흐르는 보이지는 않으나 커다란 감정의 흐름을 그리는 데 애를 썼다. 그래서 여기에 나오는 인간은 모두가 적나라하며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무엇을 의식하고 목적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챔피언」은 가장 전후적인 아메리카 영화다. 말하자면 전후적인 의식이라 할까 사상을 가장 많이 함축시킨 작품이다. 케리에게는 어떤 인륜적인 도의도 책임도 없었다. 그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인 야심만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즉 냉혹한 물질문명에 시달린 인간…… 더욱 가깝게 예를 든다면 아메리카의 사회상을 상징시키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우선 놀란 것은 전언(前言)한 바와 같이 스탠리 크레이머라는 신예 제작자는 이 한 편만으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고 마크 로브슨이란 감독도 대단히 실력 있는 연출가라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과 긴박은 역시 연출의 힘이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케리와 에마(루스 로만)의 해변가의 신은 잊을 수 없이 아름다웠다. 아마도 「지상에서 영원히」의 애변(愛邊) 신도 여기에다 좀 더 격렬한 것을 가미시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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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정열의 광상곡」외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커크 더글러스는 참으로 훌륭한 연기를 하고 있다. 더욱이 그의 형으로 분한 아서 케네디는 브로드웨이의 성격배우로서도 이름이 알려져 있었을 뿐 아니라 여기서도 좋은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루스 로먼, 마릴린 멕스웰, 로라 올브라이트 등 세 사람의 여배우도 이 영화의 출연을 계기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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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챔피언」은 제작연도는 좀 오래되었으나 최근의 우수작이며 아메리카가 지니고 있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비극을 다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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