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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마스코프의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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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 7. 24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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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스코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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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스코프 (시네스코)에 대한 일반의 기대가 컸던 만큼 「성의(聖衣)」와 「원탁의 기사」는 더 많은 실망을 주었다. 물론 만곡된 대스크린, 입체적인 음향의 효과가 지금까지의 평면 영화보다 뛰어나게 다르다는 점도 들 수 있겠으나 영화가 지닌 본질적인 예술성은 그것만으로 흡족하지는 못한 것이다. 스크린이 양면으로 퍼졌기 때문에 관객은 자연스러운 시각도로서 화면을 볼 수가 있고 넓은 스크린을 채우기 위해서는 웅장한 배경이나 많은 인물들이 등장되어야 하므로 지금까지의 영화보다는 훨씬 스펙터클한 것을 볼 수가 있으나 시네스코가 숙명적으로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우위성과는 다른 내면적인 문제인 것이다. 즉 시네스코는 흥미와 오락 본위의 세계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아가 깊은 인간성과 사회성을 어떻게 하면 묘사하느냐는 점이다. 「성의」와 「원탁의 기사」는 20세기 폭스사와 MGM사에서 모두 시험적인 도정으로 처음 만든 작품들이다. 그 때문인지 시네스코프서는 더욱 많은 약점을 지니고 뚜렷이 작품의 주체성이 나타나 있지가 않다. 비단 스크린이 크기 때문이라고 돌리지 않아도 이 두 작품에서는 결코 내면의 세계를 그리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어디까지나 흥행성에만 급급하였다는 것이 노골적으로 나타나 있다. 왜 우리들은 같은 시설과 같은 시간에 예술성이 없는 졸렬한 작품만을 보아야 하는가? 물론 제작액이 있으니 차차 이어볼 수가 있다고 답할지 모르나 그것은 업자의 패배가 되고 마는 이야기다. 처음으로 소개되는 시네스코 작품이 우수한 작품일수록 관객들은 앞으로 좋은 인상을 가지고 다른 시네스코를 안심하고 감상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번 두 작품 때문에 앞으로 들어올 수 있는 다른 우수작품은 몹시 해를 입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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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나라에 시네스코가 여하간 공개된 일을 기뻐하는 한 사람이지만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이 두 작품보다 기술적으로 내용적으로 발전된 작품이 상영되었다면 그것을 소개한 업자나 본 관객의 노고가 헛됨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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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지(本旨)에 들어가 시네스코는 화면이 넓기 때문에 생기는 막을 수 없는 공간이 많다는 점이다. 이것은 영화의 리듬을 정지시키며 관람성에도 좋지 못한 자극을 준다. 또 하나는 공연히 웅장성이 너무 심해서 부자연한 분위기를 초래시킬 때가 많으며 최소한의 제작비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어야만 되는 영화기업의 첫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구경거리적’ 요소만이 시네스코의 전부라고 부르게 된다면 전체의 영화를 아끼고 그 예술성을 옹호하려는 사람들은 얼마나 실망하여야만 되는가! 나는 이러한 위구와는 다른 우수한 몇 작품, 즉 「스타탄생」, 「해저 삼만리」, 「쇼보다 훌륭한 직업은 없다」등을 보고 다소 걱정은 덜 했으나 시네스코가 타개해 나아갈 문제는 결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텔레비전과 비할 때 전연 그 실감성은 논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텔레비전과의 대항만이 아니라 지난날의 흑백 영화의 빛과 그림자의 예술성에는 지금까지의 시네스코 수법으로는 도저히 따르지 못할 것이다. 광대한 서부의 원야(原野), 웅대한 나일강이나 스핑크스의 상…… 그것은 단지 그림엽서의 가치에만 그치고 말 것이다. 이번 두 작품은 실패작이긴 하나 그 창의성의 의의는 있다. 그리고 영화사상 최초의 시네스코 작품으로 오래도록 이름이 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새로운 의장으로 나타난 시네스코의 시스템이 음향의 완성에만 그치지 말고 그 소재나 배경을 구함에 있어서도 많은 창조적 의욕을 갖추어주기를 바란다. 다른 평면 영화보다 훨씬 떨어지는 불선명한 화면의 문제도 여기에 따르는 큰 난관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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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1955. 7. 24)
【원문】시네마스코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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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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