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己未年[기미년] 六[육]월 二四[이사]일 미국으로부터 横濱(요코하마)에 입항한 엠프리스 오브 러시아 호에는 十三[십삼]세 되는 시방까지 무사하여 생장하여 나온 畸形[기형] 雙童[쌍동]이가 실려 왔었읍니다. 마스리슨이라는 比律賓[비율빈]의 아이인데, 臀部[둔부]로부터 背部[배부]에 걸쳐서 두 아이의 몸뚱이가 꼭 붙어서, 걸어다닐 때에는 서로 업고 다니며, 의자에 걸터 앉았으면 모르는 이는 동무끼리 나란히 앉아 있는 것으로 보였읍니다. 기형아란 것은 일찍 죽어 버리는 것이 통례지마는, 이 아이들은 곱게 자라고 또 정신 상태도 평등하여 바보도 아니었다 합니다.
4
부모들은 매우 민망히 여겨 둘을 따로 떼어 줄 양으로 수년 전 미국으로 보내서, 명의라는 명의는 모조리 찾아서 진찰을 청하였었으나, 모두 기이하다 하여 학계의 참고는 되었으되, 수술은 절망이라 하므로 悄然[초연]히 귀국하는 길이었읍니다. 여기 대하여 어떠한 유우머리스트 (好事家[호사가])는 이러한 의문을 제출하여 사람의 해답을 구하기도 하였읍니다. 이 아이를 比律賓[비율빈] 政廳[정청]에서는 一[일]개의 인격으로 인정하여 단독의 성명을 쓰지마는, 兩人[양인]이 가다가 수에 틀려 다투는 일도 있다 한즉, 兩個[양개]의 인격임이 분명하니, 만일에,
5
일방이 대죄를 범한 경우에 일방을 어떻게 할는지, 법률 학자에게 묻고 싶다.
6
일방이 사회주의자요 일방이 군국주의자이면, 그를 어떻게 처리할는지 관료 ‧ 정치가에게 묻는다.
7
일방이 죽은 때에는 장례를 어떻게 할는지 교회 목사에게 묻고 싶다.
8
일방이 급제하고 일방이 낙제를 하면 그 학급을 어떻게 할는지, 교육가에게 묻고 싶다.
9
일방이 색시를 얻어 결혼하면 일방은 어떻게 할는지, 性愛學者[성애학자]에게 묻고 싶다.
10
하는 등 조목을 열거하였읍니다(一癖隨筆[일벽수필] 五五頁[오오혈]). 이야기거리 아닌 것은 아닙니다.
11
아까 고려 仁宗[인종] ‧ 高宗[고종] 兩君[양군] 때에 여인이 두꺼비 ‧ 개구리 ‧ 뱀 등을 해산한 예를 말씀하였거니와, 이러한 사실은 支那[지나]의 문헌에서도 드뭇 드뭇 주워낼 수 있는 바입니다. 이를 테면 <晋書[진서]> 五行志[오행지]에,
하니라 한 것도 그 일례일 것입니다. 그 용이 어쨌다는 토막은 따로 해석할 일이거니와, 어떠한 기회에 뱀의 유충이 여인의 몸 속에 기생하든지 하여, 여인이 뱀이 유를 해산하는 일이 있음은 사실이 더러 있는 모양입니다. 또 그 거위를 낳았다 함은 아마 기형된 고기 덩어리가 鵝(아)의 形[형]으로 보인 것을 말한 것일 듯도 합니다. 미상불 기형 불구의 태아의 중에는 별별 기괴한 형상을 이룬 것이 많아서, 이러한 것이 옛날 문헌에, 사람이 무슨 짐승 무슨 물건을 낳았다 하는 것으로 기재된 예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역시 <晋書[진서]> 五行志[오행지]에,
라 한 것은 등은 사람의 볼 탓으로 새니 말이니 소니 돼지니 하는 것이지, 요하건대 배냇병신이 이런저런 모양을 이루었을 따름입니다. 마치 금강산의 萬物肖[만물소]를 무슨 바위 무슨 바위라고 이름하는 것쯤 될 뿐 입니다.
28
희랍의 神話[신화]에 센토어(Centaur)라는 괴물은 頭[두]로부터 腰[요]까지는 사람이요, 이 밖에는 馬[마]의 身[신]이었다 하고 유명한 스핑크스라는 여성 怪魔[괴마]가 테에베 시 부근의 암굴에 존좌하여 행인에게 朝[조]에는 四足[사족], 晝[주]에는 二足[이족], 夕[석]에는 三足[삼족]인 것이 무엇이냐는 수수께끼를 물어서, 이것을 풀지 못하는 이를 죽이고 지내더니, 영웅 에디푸스가 그것은 사람이라고 해답하매, 스스로 바위로부터 바다로 떨어져 죽었다는 이 유명한 괴마는 상반신 급 흉부는 女人身[여인신]이요, 하반신은 날개 돋친 사자의 형상이라고 한 것 이하로, 서양 여러 나라의 신화 전설 중에는 짐승의 몸과 사람의 몸이 반반으로 생겼다 하는 괴물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들의 신화 학설적 ‧ 종교학적 내력 의미는 어찌갔든지, 실제상에 있어서도 이런 따위 괴물의 표본이라 할 것이 기형 태아 ── 사람의 속에서 병신으로 나오는 태아의 중에서 많이 발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