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라브라 왕(王)의 사적(事蹟) ◈
카탈로그   본문  
미상
최남선
1
라브라 王[왕]의 事蹟[사적]
 
 
2
또 北海[북해]의 한 귀퉁이 愛蘭國[애란국](아일란드)에서는 라브라(或作[혹작] 로라) 왕의 사적이라고 이러한 이야기를 전합니다(T.W. Rolleston ; Myth and Legends of the Celti Race).
 
 
3
라브라라는 임금님은 一[일]년에 한 번씩만 이발을 하시는데, 불러들여다가 구실을 치르게 한 이발사는 대궐로 들어가면 그만이지 나오는 일이 없으므로, 필시 죽여 없애는 것이라 하여 이발사들이 죄다 피하고 이 구실 맡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온 나라 안의 이발사를 모아 놓고 제비를 뽑아서 구실을 치르게 하는데, 그 제비가 공교롭게도 늙은 과부의 외아들에게 뽑혔다. 과부가 수심에 싸여서 울고불고하다가 되나 안 되나 임금님께 청이나 해 볼 밖에 없다 하고 대궐로 와 본즉 마침 문지기가 없으므로, 쑥 寢殿[침전]으로 들어와서 울면서 사정을 말씀하고, 제발 목숨을 붙여 줍시사고 하여 하도 불쌍하여 허가가 내렸다. 이튿날 그 아들이 이발 구실을 치르러 들어갔는데 목숨이 가위 하나를 隔[격]해서 왔다갔다하는 판이매, 이발 시작하기 전부터 넋이 반이나 나갔다. 왕이 특별히 온화한 음성으로 「그러지 마라, 이번에는 이발이 끝나면 너를 곧 돌려보내 줄 터인데, 다만 이발을 하다가 어떠한 이상한 것을 보든지 밖에 나가서 발설하였다가는 즉각으로 잡아다가 바다로 던지리라」고 미리 단속하셨다. 그래서 이발을 하면서 보니, 머리가 길 때에는 거기 가려서 몰랐더니, 짧게 깎으매 왕의 귀가 사람의 귀가 아니라 당나귀 귀이므로 깜짝 놀라면서 내괘 이런 內評[내평]이 있었구나 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히 머리를 다 잘 깎아 드리고 상까지 타 가지고 나왔다. 그래서 어머니가 아들이 살아 옴을 보고는 좋아라 좋아라하고 서로 붙들고 축수를 하였는데, 어찌 된 셈인지 하룻밤 동안에 아들이 重病[중병]에 걸려 몸을 꼼짝하지 못하게 되었다. 의사를 불러다가 보인즉, 그 말이 「이것은 심상한 병이 아니라, 필시 무슨 비밀한 일을 품어 가지고 그 말을 말리라, 그 말을 말리라 하는 중에 기운이 欝結[울결]하여 생긴 중병이로다」하거늘, 그 아들이 「분명 그렇습니다. 그러나 입을 벌렸다가는 죽을 터이므로 말을 못합니다」한대, 「그러면 사람만 듣지 아니하면 그만일 것이니, 혼자 깊은 수목 속으로 들어가서 제일 깊은 구석에 있는 큰 나무 밑에 깊은 구멍을 파고 그 속에다가 비밀한 일을 지껄여 넣고 고대 흙을 덮어 묻어버리면 그만일 것 아니냐」하므로 그도 그럴싸하여 혼자 깊은 숲속에 들어가 큰 나무 밑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다만 한 마디 「상감님 귀는 말귀!」하고 커다랗게 옮겨 집어넣고 곧 파묻어버린즉, 미상불 정신이 灑落[쇄락]하여 기쁨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왕께서는 이 사람을 내어보낸 뒤에 별 소문이 없으므로 「그놈 신용할 만한 놈이로다」하여 이로부터는 이 이발사만을 불러들여 쓰셨다. 이때에 나라에 크라프틴이라는 거문고 잘 타는 이가 있어, 마침 대궐 안 잔치에 풍악치는 큰 구실을 맡았는데, 본래 가졌던 거문고가 破傷[파상]된 고로 새로 장만을 하는데, 나무를 골라 숲으로 들어갔다가 하필 이발사의 비밀한 소리를 파묻은 그 나무가 마음에 합당하여, 베어서 거문고를 만들어 가지고 대궐 안 잔치하는 자리로 나갔었다. 왕의 앞에 나서서 차차 조용한 것으로부터 웅장한 것을 타서 곡조마다 大讃賞[대찬상]을 받고, 왕께서도 크게 만족히 생각하시더니, 잔칫상이 들어오매 또 한 곡조 하라는 명이 내렸다. 크라프틴이 막 거문고를 당기어 줄을 고르려 하자마자, 금세 하늘에 떼구름이 돌고 天動[천동] 번개를 하면서 돌비가 쏟아지므로 크라프틴도 마음이 소란하여 거문고를 쥔 채 한참 하늘만 쳐다보았다. 이리 하는 중에 그 거문고가 제출물에 울기를 시작하여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니 차차 소리가 커지는 것을 들어 보니, 사람 같은 음성 으로 「상감님 귀는 말귀! 상감님 귀는 말귀!」를 수없이 되풀이하므로, 크라프틴은 이르도 말고 殿閣[전각]에 가득한 모든 손님들이 이상한 일도 많다 하면서 죄다 눈이 왕에게로 갔다. 왕이 또 그 소리를 듣더니만 어방없이 火症[화증]을 내시어 「저 요망한 거문고를 빨리 내다 불사르라. 듣는 귀도 더러워진다」하시고 逆情[역정] 끝에 고개를 내두르시다가 면류관이 벗겨지면서 그 밑에서 말귀 둘이 뾰족 내미니, 殿閣[전각] 안 일판이 깜짝 놀라서 「옳구면, 거문고 소리가 정말이로군. 상감님 귀는 말귀! 말귀 가지신 상감님이었었군」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이로부터 이 임금이 아주 위엄이 떨어져 「상감님 귀는 말귀! 말귀 가지신 상감님!」하고 온 나라의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4
하는 것이 같은 종류의 이야기 중에는 특별히 희곡적 흥미를 많이 가지기도 하였읍니다. 日本[일본]에도 이런 套式[투식]의 이야기가 행한 듯한 형적은 시방으로부터 약 九[구]백 년 전의 찬술인 〈大鏡[대경]〉이란 책에 「생각에 있는 일을 지껄이지 못하면 미상불 배가 띵띵 부른 것 같다. 그렇기로 옛날 사람이 말이 하고 싶어서 구덩이를 파고 말을 옮겨 집어넣은 것이로다」하는 말이 있음으로써 짐작할 수 있읍니다. 그러면 이 당나귀 귀의 이야기, 말을 구덩이에 파묻는 이야기도 꽤인즉 또 널리 동서양 각지에 유포되었음을 넉넉히 살피는 동시에 一[일]천 년 전, 혹 그보다 더 훨씬 오랜 옛날에 애급 · 희랍 같은 먼 서쪽 나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가 무궁화 피는 동방 들앉은 나라에서도 나불납신 돌아다닌 일이 얼마나 재미있다 하리까. 신라의 景文王[경문왕]이란 이는 시방부터 천 六[육], 七○[칠공]년 전쯤 되는 어른이지마는, 당초에는 이 이야기가 필시 한 遊離說話[유리설화]로 떠돌아다니다가, 무엇인지의 인연으로써 景文王[경문왕]의 사적으로 변한 것이리니, 그것이 처음 반도에 들어오기는 얼만지 몰라도 훨씬 그 전의 일일 줄로 생각됩니다. 우선 〈松澗貳錄[송간이록]〉이라는 책에는 이 이야기를 沙伐國王[사벌국왕]의 일이라 하였는데, 沙伐國[사벌국] ── 시방 尙州[상주]에 있던 작은 한 나라는 〈삼국사기〉를 보건대 신라 沾解王[첨해왕](二四七[이사칠]∼二六一[이육일]) 때에 멸망하였으니까 景文王[경문왕]보다 七[칠]백 년이나 전이 됩니다. 이 이야기를 기록한 처음 문헌인 〈메타프세스〉의 作者[작자] 오비디우스는 시방으로부터 약 二[이]천년 전의 시인인데, 이 시인의 붓대보다 더 빠르고 자유스러운 입과 입의 릴레이는 그보다 얼마 전에 동방 아무 구석에라도 도달하였을 수 있읍니다. 설화의 遞送[체송]·흥미의 수입에는 人種[인종]의 好惡[호악]도 없고 산천의 險阻[험조]도 없고 언어의 장벽도 없었읍니다. 이리하여 메르헨 세계의 동서 교통·인류 연락은 실로 상상 이상의 오램이 있는 것입니다.
 
5
바람 부는 데까지 식물의 종자가 날아가는 것처럼, 사람 사는 데면 어디든지 따라가고 굴러갔읍니다. 世界大流布說話[세계대류포설화]란 이렇게 생기고 또 수가 많아진 것입니다.
【원문】라브라 왕(王)의 사적(事蹟)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설화〕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3
- 전체 순위 : 6960 위 (4 등급)
- 분류 순위 : 1605 위 / 182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라브라 왕의 사적 [제목]
 
  최남선(崔南善) [저자]
 
  설화(說話)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라브라 왕(王)의 사적(事蹟)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9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