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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유행 예상기, 새해에 올 유행 중의 한 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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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1
권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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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유행 예상기, 새해에 올 유행 중의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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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닥쳐올 유행은 무엇이냐’ 이것을 말해 달라는 것이 편집자의 주문이다. 거북살스런 주문이다. 조변석개하는 세태에서 따로 해(年)를 나누어 가지고 금년에는 무엇이 유행한다. 또 명년에는 무엇이 유행하리라. 이렇게 세별적(歲別的)으로 구별을 지어서 말하기도 어렵거니와 더욱이 앞일인 만큼 미리 앉아서 추단하기도 정말 어려운 노릇이다. 문복(問卜)쟁이 처럼 잘 들어서 맞추면 만행이려니와 못 들어 맞추는 날이면 키가 납작해지는 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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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앞으로 올 유행을 미리 앉아서 말한다는 것은 그것을 대사시(大事視)하여서 무슨 ‘예언’ 이라 하는이보다도 차라리 문복쟁이 노름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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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유행이라는 것은 그 이름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전염병 같은 것이니 한 번 미균(微菌)이 발생만 하면 어떠한 힘으로도 막을래야 막을 수 없이 일사천리의 세(勢)로 쭉 퍼지고야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엄청난 세력을 갖게 되는 것이니 ‘모든 문화의 보급이라는 것은 곧 유행의 은택이라’고 누구도 말하였거니와 우리의 일상생활도 유행을 떠나서는 특별한 흥미를 맛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한가지 자미(滋味)스러운 것은 이러한 엄청난 힘을 가진 것이면서도 그것이 유행인 만큼 오랜 생명을 갖지 못하는 것이니 즉 일사천리의 세로 세상을 한번 배회하고는 이내 쑥 들어가곤 또 다른 유행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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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서 가장 들어난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카추샤 내 사랑아’하는 노래가 들어가자 ‘대동강변부벽루산보하는…’ 이러한 노래가 곧 뒤를 이어서 유행하였고 ‘오레와가와라노 가레스스기 ……’ 또 ‘오료꼬부시 가고 노도리 사스라이노 우다’ 등으로 변하여 왔다. 의복으로 말한대도 양복바지가 조선에 건너오자 이 본을 떠서 한동안은 홀태바지에 홀태저고리가 아니면 행세를 못할 것처럼들 알더니 또 이즈막에 와서는 두루마기 소매는 옥양목 한통광을 맞접어도 좁다하리만치 ‘콩택이’처럼 넓지 아니하고 바지에는 새악씨를 둘씩은 집어 넣을 만큼 풍성풍성하게 하여 입는 것이 새로운 한 유행이 되어 있고 머리를 기르는 것만 하여도 당초에는 불란서 어느 화가가 머리하나 깎을 처지가 되지 못하여서 그대로 길러둔 것이 일종의 유행이 되어서 화필 만들게 되면 으레 머리를 기를 줄 아는 것이 화가들 간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전염이 되어 있더니 이즈막에 와서는 시인, 소설가, 음악가, 주의자 할 것 없이 새로운 경향만 갖게 되는 사람이면 으레 머리를 기를 줄 알고 또 길러야만 그러한 경향을 갖게 되는 줄로 알다시피 하였고 이와 정반대로 여자들은 머리를 잘라야만 신여성이 되는 줄 알고 삼단 같은 머리를 함부로 댕강 자르더니 무슨 이유인지 최근에 와서는 남자들 사이에는 장발친구가 하나씩 둘씩 줄어들어 감에 따라 여자측에서도 단발양의 수효가 점점 줄어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남자들이야 30전만 가지면 당장에 장발귀를 면할 수 있지마는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아낌없이 잘랐던 머리를 길러가지고 단발미인 소리를 면하게 되기까지는 꽤 힘이 들것이다. 이밖에도 더 자미스러운 것은 남학생의 양복저고리가 갈빗대 위에 가 들어붙게 되자 여학생의 웃저고리는 펑퍼짐한 엉덩이를 덮게 되었고 남학생의 아랫바지가 구두 굽을 내려 덥게 되자 여학생의 치맛자락은 무릎에서 담방담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서는 풍기상 관계라고 그리하였는지 어쨌든 각 방면에서 비난과 공격이 심하였던 결과 윗저고리가 짧아짐에 상반하여 치마 길이도 최근에 와서는 좀 길어지게 되었다. 그러면 이에 따라서 남학생들의 양복바지 저고리도 좀 위는 길어지고 아래는 짧아져야 할 것인가? 그것도 유행 이것도 유행이니까 앞으로 어떠한 변동이 있어도 또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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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유행이라는 전염병 같은 괴물은 시간의 유전에 따라서 영원히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난날의 모든 유행을 회고하며 앞으로 의례 건으로 닥쳐올 새 유행을 상상하여 보는 것도 자못 흥미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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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새해에 닥쳐올 유행은 어떠한 것일까? 물론 사람의 생활철학이라는 것이 고정된 단순한 일면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유동하는 제 사실이 천태만상의 격으로 다방면이니만치 유행의 종류란 그 수부터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새해에 닥쳐올 유행중에서도 가장 유력하게 보편화될 유행의 한 가지만을 말하여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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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신 유행 예상기, 새해에 올 유행 중의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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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구현(權九玄) [저자]
 
  192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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