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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시평(映畵時評) (1929년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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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4
윤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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映畵時評[영화시평]
 
 
 

1. 조선영화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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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하 조선영화계에 있어서 조선영화를 제작하는 데 한 위기를 당면하게 된 것이 한 개의 현상으로 나타난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면 이른바 당면한 위기란 어떠한 것이며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여 새로운 진전을 보여주려면 어떠한 용의와 어떠한 실천적 행위가 필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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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조선영화가 위기를 당한 것이 이 아래에 구명됨에 따라 사실로 증명된다면 조선영화 제작에 유의하는 사람으로서는 반드시 그 위기를 공동적인 집단적 행위로써 적극적 타개에 노력하지 않아서는 안 될 시기에 이른 것이다. 이것도 조선예술운동의 일부인 영화활동을 위하여 우리로서 문제삼게 되는 것이다. 조선영화가 위기를 당면하게 되었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초기에 있어서 조선영화라면 조선사람의 손으로 활동사진이 제작되었다는 일종 호기심으로 일반민중이 무조건하고 환영하던 것이 최근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경향이 현저히 변하여졌다. 이와 같은 현상을 두 가지의 의의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으니 하나는 조선영화가 일반관중에게 비판을 받을 만큼 생장하였다는 반증이요, 또 하나는 조선영화가 질적으로 신경지를 개척하지 못하고 현상유지에 머물러 큰 진보를 보여주지 못한 관계상 조선영화에 기대를 가졌던 관중이 새 영화가 대체될 때마다 기대하였던 바가 깨어지고 오히려 실망을 느끼게 하였던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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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최근에는 조선영화를 대체할 때보다 歐米[구미]의 영화가 상영될 때에 흥행성적이 오히려 양호하다고 한다. 이것만 보이더라도 조선영화에 대한 일반영화는 ○○○○○○○○○○○히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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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화는 번번이 그 모양인데 구경은 가서 뭘해. 이던도 또 그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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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 물론 우수한 영화를 제작하였겠지, 하고 고가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면 번번이 속고 말았으니까 또 속기 싫어……. 차라리 서양사진 좋은 것을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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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조선영화가 새로 제작되어 대체될 때마다 여러 사람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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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조선영화 제작상에 있어서 한 난관인 위기에 직면되어 있다는 것을 사실로써 증명할 수 있다. 이처럼 조선영화가 조선사람의 기대로부터 차차 벗어져 나아간다고 하면 결국은 한 개의 영화도 제작되지 못할런 지도 모를 일이다. 수요자가 없는 생산품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다소의 수요자가 있다손 치더라도 생산비에 대하여 이익은커녕 도리어 손해를 보게 된다면 이 제작에 있어서는 영화제작이란 도저히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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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까닭에 조선사람의 기대가 없이는 조선영화가 제작되지 못하고 결국 영화계란 존재가 없어질 것이다 . 그러면 이러한 위기를 당면하게 된 영화인들은 얼마만한 용의와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물론 당사자이니 만큼 남다른 고민이 있고 多大[다대]한 계획이 있을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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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화가 앞으로 신경지를 개척하고 새로운 진전을 보여주려면 비약적인 실적 전환이 없이는 안될 것이다.” 이 말은 어느 영화인의 신국면 타개에 대한 이론의 일단이다. 과연 그렇다. 조선영화가 질적 전화이 없이는 일반관중의 기대가 없을 것이며 또한 위기는 파멸을 가져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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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조선영화가 실적 전환을 요구하게 되었으며 위기를 맞이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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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은 한 개의 완전한 영화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우수한 기술자들이 모이지 못한 까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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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는 영화제작상 태도라든가 영화에 나타나는 근본정신이 너무나 지나치게 개인주의에 입각한 영웅적 행위의 반영이었던 까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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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은 설비의 불완전(촬영소 하나 없는 영화계이니까 물론 설비의 불완전은 말할 것도 없지만)으로 화학적 기술이 영화제작 상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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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 지적한 세 가지 조건이 조선영화의 발전을 저해하였고 또한 위기를 가져오게 한 원인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將來[장래]할 조선영화가 씩씩한 보조로 민중과 함께 걸어 나아갈 만큼 진전을 보여주려면 이 시기에 있어서 질적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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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나리오에 유의하는 사람이 많이 생겨야 하겠다. 시나리오란 영화의 내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만큼 영웅심이나 명예심에 좌우되는 개인주의자는 몇 만 명이 시나리오를 쓴다고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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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나 배우나 촬영기술 등이 우수한 기술자라고 인증되기 전까지는 영화제작에 참가하지 말고 자신이 있을 때까지 자체의 기술을 연마하지 않아서는 안 되겠다. 그리고 영화제작 당사자는 일시적 사정이라든가 친분관계에 끌리지 말고 과연 기술자다운 기술자를 엄밀히 考選[고선]해서 그 任[임]에 맡기지 않으면 아무리 과대한 비용이 들었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영화가 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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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화의 레 - 벨이 일반관중에게 영합되지 않으면 않을수록 거액의 자본과 함께 우수한 기술자가 생각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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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상 근본적 태도란 한 개 영화의 생명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니 최근의 예를 들면 이경손군의 「淑英娘子傳[숙영낭자전]」과 나운규군의 「벙어리 三龍[삼룡]이」등이 순전히 돈벌기 위한 태도였으나 흥행성적도 별로 좋지 못하고 남겨놓은 것은 다만 반동성의 발로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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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淑英娘子傳[숙영낭자전]」에 있어서는 흥행에 대한 이해를 더한층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로서도 흥행성적을 전혀 무시하는 것은 아니나 너무 이해에만 기울어져서 무슨 내용이든 생각지 않고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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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의식적으로 반동성이 농후한 내용을 영화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까닭에 제작자의 근본태도란 중요하게 문제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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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나 배우나 촬영기술 등이 한 개의 영화를 제작함에 당하여 그 영화가 가진 내용이 반동적이라면 기술적 활동을 당연히 거절하거나 중단할 것이다. 이만한 권리가 그들에게 부여되지 않아서는 안되겠다. 이와 같은 일은 반드시 기술자의 ○○○행동으로 나타나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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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소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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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영화인으로서 누구나 시급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바이지마는 하루바삐 소규모의 촬영소가 한 개라도 설치되어야 하겠다. 이것의 실현이 없이는 조선영화의 새로운 진전을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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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실현하는 데에는 영화인의 조직적, 집단적 행동이 필요하다. 영화 제작소와 제작소의 힘을 합하고 영화인과 영화인의 힘을 합하여 촬영소 期成[기성]운동을 일으켜 금년내로 공동촬영소를 설치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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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의 촬영소와 소규모의 내부설비가 없어가지고는 조선영화의 새로운 발전이 없을 것이요, 새로운 발전이 없이는 조선영화계가 날로 위기에 빠지다가 마침내 영화계라는 존재까지도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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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하 조선영화계의 저기압적 위기를 타개하는 데에는 사회과학에 理解[이해]가 있고 건실한 필치의 소유자인 <시나리오>작가의 출현이 많아야 할 것이며 우수한 기술자(물론 개인주의자가 아닐 것)와 현사회 사정에 다소라도 이해를 가진 건전한 제작자의 출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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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에는 촬영소 건설문제이다. 이와 같은 일이 여의하게 된다면 조선영화의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 반동영화의 재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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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화계에 새로운 기적이 나타나게 되었으니 그것은 반동영화의 전형적 표본인 『벤허』의 재상영이다. 한 개의 영화가 재상영은 말고 3 ․ 4회 거듭 상영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적될 것이 없겠지마는 이 영화가 신흥 중국 광동에 가서 하루의 공개도 못하고 도로 쫓겨온 것인데 조선에 와서는 재상영까지 되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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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기현상이 절대로 기적은 아니다. 다만 민중운동이 그러한 불순한 영화를 추방, 항거, 상영금지 등에까지 미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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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반동적 영화인「벤허」의 내용은 어떠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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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2월호에 게재된 영화시평 중에서「벤허」에 관한 부분을 인용하면 대개 내용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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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를 볼 때에 ××사람으로서는 한 사람도 그 영화에 공명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 영화가 상영되어 관중의 얻은 바 이익이라는 것은 고대 유태민족의 ×××민족생활상을 볼 수 있는 것과 종교의 해독과 마취성을 깨달을 것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한다면 자본주의 사회제도 하에 제작되는 영화가 얼마나 반동성을 띄우고 돌아다니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제작비를 일천 육백 만 원이나 들였다는 점으로 보아 그들이 얼마나 예술정책을 대규모로 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술정책권 내에 끼어서 그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고 전반의 그만한 내용을 담은 영화를 조선 안에서 상영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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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초반은 어떠하였나? 불같이 타오르던 반항심은 예수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 종교의 마취성으로 말미암아 - 여지없이 식어버리고 말았다. 『벤허』라는 유태의 청년은 일시의 열렬하였던 복수심, 반항심이 종교 때문에 봄눈 녹 듯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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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내용을 가진 영화가 중국에 가서는 민중의 힘에 못 이겨 추방을 당하고 말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중국에서 쫓겨 온 사진이 무사히 재상영까지 하게 되었으니 우리들의 무자각, 무능력의 반증이 아니고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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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중앙인 경성에서 이러한 사건이 있는 데에도 아무러한 물의가 없었다는 것은 일반 영화인의 부끄러움인 동시에 모든 민중의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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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같은 사건을 그대로 묵과한다든가 미연의 방지를 못하였다는 것은 우리들의 조직의 힘이 미흡한 까닭이다. 그리고 일반영화인의 조직적 기능이 집단적으로 나타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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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반드시 영화비판회와 영화인의 총결성인 조직형태를 띄운 단체가 조직되어서 집단적 행동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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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지광』, 1929년 4월
【원문】영화시평(映畵時評) (192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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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10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