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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고통 이제 그 고통을 잊고 현실을 떠나심에 어느 누가 감히 隕石[운석]이 땅에 파묻히겠다고만 하겠는가. 혜성처럼 빛나든 그 휘황한 광채! 길이길이 빛이리니 당장 숨을 쉬고 있는 인류의 한사람이요 문학에 뜻 둔 한사람으로서 그 위대한 업적 문학자로서의 거룩한 일생을 우러러보매 어찌 머리가 제절로 수그려지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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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한 빛도 감사하지만, 이제 다시 더 빛내지 못하고 사라지심에 뼈에 사무치는 고통을 고통으로 여기시지 않고 오직 한길로만 돌진하여 쌓고 쌓아놓은 거룩한 문학적 업적만을 돌이켜보면서 그윽하고 정성된 마음으로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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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한 조문을 참으로 경건한 마음에서 우러나와 쓴 지 어언간 일년이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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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이제 다시금 편집자로부터 그분의 ‘일주기에 제하야’란 제목의 글을 부탁받고 보니 새삼스럽게 애도의 정을 금할 수 없다.
6
사람이 나면서부터 죽게 마련된 일이지만 일생을 통하여 가장 뜻있게 살고 가장 값있게 산 사람일수록 그의 삶의 짧음을 한하며 또한 죽음을 지극히 애달파하는 것은 뒤에 남아있는 뭇사람들의 상정이 아닐수 없다.
8
그분의 별명과 같이 그분은 사실 최대의 고통을 몸소 겪고 맛 본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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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생활 최하층에서 최하층으로 헤매고 역경에서 허덕이면서도 인류의 앞날의 광명과 문학을 잊어본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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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마침내 무수한 사람이 우러러보는 위대한 세계적 대문호가 되지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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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명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의 노력은 정비례였고 배가의 감이 없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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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 말년에 혹은 노구를 이끌고 혹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가야만할 데는 꼭 가고 또는 집필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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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십년’ 을 이내 마치지 못하고 현실을 떠나게 될 순간! 그분은 반드시, 그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운명하는 것을 큰 유한으로 생각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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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그 분 일주기를 당하야 새삼스럽게 애도하기를 마지않는 것은 그분의 거룩한 새 작품을 또 다시 얻어 보지 못하는 것도 못하는 거려니와 ‘사십년’ 의 속편을 영영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더한층 슬픔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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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의 불멸의 업적으로 보아 고리키의 육체는 죽었어도 고리키의 정신은 길이길이 살았다고 하지만 이제 일주기를 맞이하고 보니 평소에 사숙하고 숭배하든 대문호의 그리운 생각과 애도의 정이 용솟음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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