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단평 ◈
카탈로그   본문  
1935.9~
김복진
목   차
[숨기기]
1
단평
 
 
 

1. 묵살과 묵인

 
3
나는 요동안에 이러한 투고를 받은 것이 있다. ‘일사일언’ 이니 ‘그 여자의 일생’ 이니 하는 명문 탁론을 쓰는 춘원 이광수 씨의 작품과 인격 그리고 그 동향과 경향을 전반적으로 비판한 김남천 씨의 이광수 전집 간행의 사회적 의의를 읽게 된 바를 기뻐하며 앞으로도 충(忠)을 말하고 절(節)을 말하고 신(信)을 말하며 의(義)를 말하는 춘원 이광수 씨의 지행의 불일치를 김남천 씨의 붓대가 꺾어질 때까지 논파하여 달라는 눈물섞인 독자의 주문이 있었다. 나는 본래 문학을 말할 지위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일이나 문학을 자랑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껏 이만한 생각만은 하고 있었나니 예술가로서의 이광수 씨와 문장가로서의 이광수 씨를 나눠 보고자 하는 것이다. 예술가로서 이광수 씨의 지위는 <무정> 발표 이후에 그 종언을 보였고 문장 가로서의 자격은 아마도 씨의 일생 가셔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판하는 사람은 오로지 그 문장을 통하여 주고받는 경향을 말할 따름이다. 또 이광수 씨는 으레 자칭 ‘묵살’ 하는 처세법으로서 준엄한 비판에 대하고 있으나 이는 ‘묵인’ 인 바를 과히 우둔하지 않은 사람들은 벌써부터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4
『조선중앙일보』, 1935.9.19
 
 
 

2. 대체누구냐

 
6
‘조선문단’ ‘정찰기’ 김남천, 민병휘, 한효 씨 등으로 재삼논의를 거듭하던 문예가협회의 결성 문제는 그 후 소식이 없어져 버리었다. 조선문단이 발의하고 ‘정찰기’ 가 성능에 과히 맞지 않은 고공비행을 하면서 선전하던 바의 문예가협회의 조직은 어떻게 된 것인가? 문예가협회의 필요론을 우리는 누차 읽게 되었고 필요론자의 실천을 여러가지 의미로 기대하였다. 자 기의 주장이 있고 그 주장 밑에 준비의 회합이 있었다면 그 다음으로 그 결과를 결과하여야 할 것이다. 김남천, 한효, 민병휘 씨 등의 반대론으로 하여 문예가협회의 탄생에 여하한 영향을 주었는지 모를 것이나 반대론이야 있든 말든 자기의 소신에 충실하여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고 반대자의 충고를 탐택(探擇)한다면 미해결(?)의 상태를 버리어야 할 것이다. 나는 믿는다. 문예가협회라든지 그 칭호는 하여간 한 개의 형태를 가진 회합이 필요 한 것이며 그렇다고 하여서 회원의 자격 행동의 범위 존속의 시기를 광막하게 할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니 정면으로 본명을 알리고 재토의하자고. 그래 서 결론을 얻어 사실에 있어서 미해결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정찰기’ 에 바라는 것이다. ‘대체 누구나’ 토론에서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실천적 성과를 얻기 위하여 변명(變名) 속에서 상아탑 속에서 촌평을 자랑 말기로 하기 위하여 나는 몹시 알고 싶은 것이다.
 
 
7
『조선중앙일보』, 1935.9.27
 
 
 

3. 계몽과 농담

 
9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은 먼저 진지한 태도를 가져 주었으면 한다. 나는 성의껏 의견을 교환하기 위하여서 익명을 버리고 본명으로써 책임있게 대하자고 재삼 말하였던 것이다.
 
10
내가 어찌하여서 문예가협회의 결성 문제에 뒤늦게 참고하고자 하는 것이며 내가 상념하고 있는 바의 문예가협회 내지 작가 구락부(칭호는 무엇이든지 간에) 등등의 기능 단체의 구성, 한계에 대한 의견도(물론 계몽을 받을 것이겠지만) 제의하고자 하여 지금까지 문예가협회의 결성운동에 가장 노력을 아끼지 아니한 동앙일보 학예면 정찰기에 습관적으로 명론(名論)을 발표하는 변명(變名) 논객에게 피차에 책임있게 대면하자고 요청하였던 것이다.
 
11
나는 결코 정찰기 등등의 무서운 근대적 무기라든지 ‘알파’ ‘오메가’ 등등의 궁리 깊은 변명이라든가 ‘전법’ ‘군법회의 것 같은’ 의 지식 ‘계몽’도 원치 않고 오로지 ‘정찰기’ 가 그다지도 노력하던 문예가협회의 그 후의 행위를 알고 싶었고 말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12
우리는 농담을 자랑말고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자. 흐리멍덩한 결과는 ‘정찰기’ 역시 그다지 좋아할 바 아닐 것이며 변명에 숨어서 농담을 거듭하면 그 누(累)가 귀중한 동아일보 학예부에 직사적으로 미칠 것이라는 것만 말하여 둔다.
 
 
13
『조선중앙일보』, 1935.10.3
 
 
 

4. 음악을 들으니

 
15
옹졸한 세계에 사는 사람은 ‘한담’ ‘욕설’ 이 발달한다고 몽테스큐는 말 한 듯 하다. 어찌 이런 것 뿐이리요. 그 일에 치정에 흐르는 연파(軟派) 문학이라던가. 속조(俗調)로 범벅한 음악회 같은 것이 유행, 취미 교제 또는 사업으로 되는 것이다. 좀 큼직한 일이라든가 좀 살이 아플 일이라든가는 도저히 옹졸한 세계의 인간으로는 하염직도 못할 뿐더러 미리 꺼내도 떠올리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저 욕이나 놀이를 하룻밤 소일거리 하고 압축된 생활의 ○○한 것을 풀어버리고 마는 것이 아니랴. 그러나 어찌 한 일이냐. 문학 아닌 문학, 음악 아닌 음악, 미술 아닌 미술이 천하에 범람하고 있다. 더구나 이를 싸고 말고 그리고 돌아다니는 문학을 파는 사람, 음악을 파는 사람, 미술을 파는 사람이 한심하게도 많은 것이다. 전집의 간행, 회합의 유행이 이것을 말하고 있다. 나도 김영길 독창회를 보았다. 나는 이런 것을 연상하였다. 초가 검우스레한 이엉에 박꽃이 하나 둘 피어있는 것을 가림이 없고 소박한 바가지 꽃에 김씨의 성음을 비하여 보았다. 음악을 듣고 지금 까지 이를 싸고 돌던 분위기에 공식된 나의 가슴도 가벼워졌다. 흙내가 물씬 나고 백성과 같이 지저분하기도 하고 백성과 같이 위대한 예술의 탄생을 뱃속으로 바라며 군더더기 같은 문학을 파는 회합을 파는 음악을 파는 미술을 파는 주위가 깨끗하여졌으면-깨끗하여질 수가 없을까-옹졸한 세계에 사는 사람의 다 같이 가지고 있는 희구이며 노력을 기다리는 과제일 것이라고 나는 안다.
 
 
16
『조선중앙일보』, 1935.10.6
 
 
 

5. 전문가는 존경할 것인가

 
18
가을의 화단은 이여성, 이상범 양 씨의 소품전람회로 비롯하였다. 그 다 음으로 목일회, 조선서화협회의 전람회가 있으리라고 하니 서울의 가을은 이런 전람회로서 다채영롱하여질 것이니 우리는 주렸던 미감을 이 시절에나 배부를 것 같으나 기실은 기대에 배타(背駝)함이 많다. 훈련(?)된 필법으로 좌지우지하는 전문가의 화작을 응접할 때에는 도리어 압증(壓症)을 갖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나 세련(?)되고 너무나 격(?)에 맞는 것을 너무나 지루하게 보여 주는 까닭이다.
 
19
전문가는 존경할 것이냐. 전문에 치우치어서 세상과 작별하는 것은 지금 의 전문가의 행세거리지만 전문하는 자기의 일의 그 본래의 태의(胎意)까지 잊어 버리는 것은 전문가의 행세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나 전람회를 구경할 때마다 이런 느낌을 주는 화작이 많은 것 같고 전문가 아닌 전문가의 화업에(미술전문가 아닌 이여성 씨의 신선한 작풍을 대하고) 도리어 예술을 찾음이 많으니 어찌할 연고일까-.
 
 
20
『조선중앙일보』, 1935.10.8
 
 
 

6. 동업자 도덕

 
22
동업자 사이에 굳은 악수를 하고 일체의 경쟁을 피한다면 어떠한 이익이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것을 생각하고 싶다. 언론기관이 서로이 보조를 같 이한다면 어떠한 결과를 가져질 것인가. 우리는 이것을 다시 생각하고 싶다. 언론기관의 중요한 기사 원천과 언론기관의 자유로운 사명을 확수(確守)하는 곳에 기관의 상호의 협동 여부와 언론기관 자체의 오류와 실태를 은폐하는 곳에 기관간의 제휴와 정사를 한 개의 ‘동업자 도덕’ 이라는 교리를 가지고 일률로 판단하여 버릴 수 있을까? 우리는 ‘독자의 이름으로서’ 이를 부정한다. 언론기관의 본래의 직분을 엄수하려는 고난은 언론기관 상호의 긴밀한 연계가 절대로 필요로 하는 동시에 언론기관 자체의 모순과 오류를 상호 비판함도 또한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이니 이 두 방면의 옳은 행위로서 비로소 언론기관의 권위를 가져지는 것일까. 협동과 경쟁 이것은 오직 이 땅의 독자를 위하여서만 성립되는 행동 명제이며 결코 기업적(?) 의미는 아닐 것이 아닌가 한다.
 
 
23
『조선중앙일보』, 1935.10.15
 
 
 

7. 문예영화를 대면하고서

 
25
근대인(하여간)의 취미생활에 영화와 같이 뿌리깊게 박힌 것은 보기에 드문 것이다. 영화가 조선에 수입된 지 불과 반세기간에 조선 각지방을 통하 여 활동사진관이 수많이 생기고 매관(每館) 천여 명의 관객을 수용하여 연 일 아메리카제 기타로써 이들의 취미, 이들의 오락 생활을 배불리고 있다. 공원이 있고 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접물(接物)하고 격투하고 그리고 행복 한 결과를 맺는 영화를 완상하는 곳에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아메리카 문명 내지 취미에 범속한 것을 우리는 배워서 장차 어찌 될 것인가.
 
26
하룻밤 소일로 지난다면 그뿐이겠으나 한때의 유흥에 그쳐질 수는 결코 없는 것이니 그것은 우리의 기억이 병들고 더구나 사념(思念)의 건전치 못한 사람에게는 중대한 경향을 갖게 하는 것이다.
 
27
근일 문예영화, 예술영화가 간혹 조선의 은막 위에 나타나고 있다.
 
28
우리는 아메리카의 천속한 취미로 분식되었으나 톨스토이의 <부활>을 구경하고서 그래도 이런 것이 이 땅에 자주 방문하여 주었으면 한다.
 
 
29
『조선중앙일보』, 1935.10.22
 
 
 

8. 서화협회의 공적

 
31
제14회의 전람회를 개최한 서화협회는 조선에 있어서 최고의 역사를 가진 미술단체일 것이다. 어떠한 형태의 회합을 물론하고 이를 운전하고 그 수명과 발전을 도모하는 데에 국외자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하지 못할 고난이 있는 것이다. 한탄과 같은 지장은 부절히 머리를 누르며 자라나는 어린 님에 서리(露)를 퍼붓는 것이니 인고와 견집(堅執)의 굳은 지행(志行)이 아니면 형극의 길을 일보도 걷지 못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14회의 전람회를 거듭하는 서화협회의 회장을 일별하고 출품된 서화에 있어서 개개의 난점을 지적하기 전에 먼저 이를 포육(胞育)한 선배와 회원 제씨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32
수백 점의 진열된 서화는 바야흐로 현재 조선미술의 정화일 것이다. 그는 조선의 미술은 이 이상의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이하의 아무것도 아닌 까닭이다.
 
33
우리는 서화협회의 과거의 공적을 예찬하고 그리고 그 찬미하는 깊은 정으로서 앞으로는 더욱 많이 세계적 안목과 신인의 양성에 전심하기를 바란다.
 
 
34
『조선중앙일보』, 1935.10.27
【원문】단평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수필〕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6
- 전체 순위 : 5790 위 (4 등급)
- 분류 순위 : 1240 위 / 183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단평 [제목]
 
  김복진(金復鎭) [저자]
 
  # 조선중앙일보 [출처]
 
  1935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단평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