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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하는 인재씨! 21일 주신 편지를 어제 받았읍니다. 그리고 오늘은 편지가 오지 않았읍니다. 그리고 저도 어제는 장난에 팔렸다가 기차 시간을 놓쳐서 어제만은 못했답니다. 그러나 당신이 매일 하지 않으니까 나도 매일 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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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은 정말 고운 조각반달을 보았읍니다. 송림위에 은삽같이 비친 그 달…… 송림 사이에는 하얀 달빛이 고요히 흘러서 나무 가지에는 은실이 걸렸읍니다. 만약 당신이 계신다면 그 은실로 인재씨의 목을 매어 보았으련만…… 아, 그 고운 달 아래 우리 님과함께 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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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늘을 바라보니 황금빛 구름이 둥실둥실 남쪽으로 갑니다. 그리고 매미가 몹시 울고요. 물소리가 하품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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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몰래 오셨다가, 가방(佳房)속에 계셨다가, 그리고 몰래 가신다고요.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가방(佳房)에 쇠를 채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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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밤마다 꿈을 타고 당신께 간답니다. 당신의 행복과 당신의 기쁨을 위하여 기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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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일 장수가 와서 과일을 사라고 합니다. 하하. 그러나 누구와 함께 먹을까? 요사이 복숭아 장수, 옥수수 장수, 아주 야단입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은 떡장수 엿장수가 와서, 다 조금씩 샀답니다. 그러나 내 사랑하는 그대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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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뜰에는 나비가 자고 시냇가엔 고기 뛰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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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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