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꽃이 피고 잎이 지고 화조월석(花朝月夕) 고운 날이 몇 번이나 변하더니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구려. 아, 가는것은 세월이요, 빠른것은 세월입니다. 누가 세월의 무상함을 탄식하지 않겠읍니까? 그러나 세월이 가고 시간이 가도 언제나 이가슴에 살아있는것은 당신입니다. 아, 사랑은 영원한 것인가 봅니다. 저는 언제나 당신을 생각하며
6
어차피 외로운 신세 들이니 이 한밤 울어나 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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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금반옥(半金半玉) 밤 물결 더욱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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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창(絲窓) 위에 뜨는 달 어이나 지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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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래를 부르고 있읍니다. 당신과 함께 한강에서 뱃놀이 하던 일. 또는 장춘단 송림에서 뜰꽃을 따던 일. 이것들을 늘 가슴에 새겨두고 즐겁게 그때를 추억하며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답니다. 그때는 서로 사랑을 하고 마음껏 즐거워 하며, 행복의 철문을 우리 앞에 세우려 하지 않았읍니까? 그러나 운명이 허락지 않고 환경이 허락지 아니하여, 당신과 나는 남북으로 갈라지고 따라서 당신은 남의 아내가 되고 나는 남의 남편이 되었지요. 그러나 이 가슴에 박힌 사랑의 도장을 지을수 없구려. 아, 즐거운 것이 사랑이라면, 괴로운 것도 사랑입니다. 누가 사랑을 달다고 하였읍니까? 달고 즐거운것은 한 때 뿐이요, 괴롭고 쓰린것 만이 깊이 이 몸에 얽매여 나를 괴롭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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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늘날인가, 아마 10년전 어느 첫여름 저녁이지요. 우리둘은 타산(駝山) 위에 앉아서 딸기빛 같은 붉은 황혼 아래 금실이 엉킨듯한 서천에 구름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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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과함께 이슬 내린 풀 길에 내가 걸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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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래를 불렀었지요. 그러나 성희씨! 그 즐겁던 사랑의 노래는 어디로 갔읍니까? 그 구름같은 우리의 정열은 그만 떠나 버렸읍니까? 날마다 서천에 금실구름이 뜨고 아침 저녁으로 풀밭에 이슬이 내리지만 사랑은 가고 행복도 가고 괴로운 추억만이 가슴에 남았구려. 아, 한번 울고싶고 부르고 싶은 나의 월남(月南)씨.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나는 이제 옛날 옛날의 자취를 이 가슴에서 자욱마다 찾으며, 저 황혼 아래서 사랑의 노래를 다시 부릅니다. 그러나 이 노래를 다시 부른들 무엇합니까? 이제 부터는 강하게 잊어 버리렵니다. 내내 안녕하시기를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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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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