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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의 촛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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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노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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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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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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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십니까 . 건강합니까? 감기라도 걸리지 않았읍니까 당신의 입술은 아직도 장미 송이같이 아름답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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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 이런 말을 내가 왜 묻나. 그 아름다운 입술이 변하였다면 내가 이렇게 이 글을 쓸수가 있을까 ─ 당신의 건강에 대한 분명한 증거는 괴로움도 슬픔도 없는 기쁜 얼굴이 내 앞에 떠오릅니다. 나는 언제든지 옥선씨를 만나리라고 기약도 없이 기다린 답니다. 만일 당신이 불행하다면 당신의 혼령은 공간을 통하여 내 마음에 어떠한 감흥을 일으키리라고 믿습니다.(가마귀 떼가 내 앞에서 울기라도 할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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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스럽고 이전 보다도 더 아름다울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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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씨, 내가 지금 당신을 향하여 호소하는 이마음을 당신이 알아 준다면 ─ 믿어 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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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나는 그것으로 만족하고도 남습니다. 나는 지금 무선전신의 기수와 같이 당신의 혼령을 향하여 내 마음에 감추었던 사랑을 보냅니다. 필연코 당신 마음에 부딪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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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면 당신은 나를 잊어 버릴 테지요. 나는 이것이 슬퍼요. 괴로워요. 옥선씨! 나라는 사람이 당신 마음속에서 안개같이 사라질 때 내 마음은 끝없이 헤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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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생명과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것을 지금에야 똑똑이 알았어요. 그리고 내 자신 스스로가 놀랐읍니다. 이것이 절대 사실입니다. 당신은 나의 빛이요, 우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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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씨, 당신이 이 세상에 안계신다면 나는 더 살수 없어요. 내 전부를 다 바쳐서 당신을 사랑하는것이 옥선씨에게는 털끝만큼의 기쁨도 아니라면 아, 나는 어찌 하오리까. 나는 더 살수 없어요. 나는 그렇게 잔인한 판단을 내 자신을 위하여 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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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씨, 왜 당신은 대답이 없어요. 나는 어리석게도 내가 안타깝게 당신을 생각할때는 당신이 어디에 있던지, 무엇을 하던지 나를 꼭 생각하리라고 믿습니다. 이것이 착각 일까요. 그리고 당신은 내게 대한 가책을 받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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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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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봄에 당신이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읍니다. 그때 옆에 앉은 친구와 농담삼아 한 바탕 웃어버린 기억이 아직도 생각 합니다. 그러나 그 웃음이 지나간 후, 내 마음은 무슨 빛으로 변하였는지 짐작 하시겠읍니까? 내 마음은 황막한 사막에 재빛 침묵으로 떨어졌읍니다. 절망 ─ 그것보다도 다른 세상의 그림자가 내 심장을 지배하고 행복의 촛불은 그 찰라에 꺼져 버렸읍니다. 이것이 다만 내가 당신에 대한 야심은 아니지요. 당신의 결혼이 본질적으로는 나의 감정에 아무런 댓가도 가지지 못했읍니다. 실연은 이미 이전에 결정된 사실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당신은 내 감정에 무슨 의무나 책임을 가질 일도 없지요. 나는 이런 생각을 할때에 눈물이 흐릅니다. 내 눈은 흐려지고 심장은 뛰지요. 그러나 나는 자신을 조롱합니다. 네 눈물에 가치가 날 때는 벌써 지났다라고. 그러나 눈물은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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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옥선씨. 당신은 내 친구 김군에게 내 안부를 몇 번이나 묻더란 말을 들었읍니다. 나는 그 말을 들을때 가슴이 저려서 앉아있을 수가 없었어요. 옥선씨! 나는 이미 꺼진 ‘행복의 촛대’를 바라보고 끝없이 앉아서 날을 새었읍니다. 그러나 지금도 그 마음이 찢어지는듯 합니다. 그리고 거미줄같은 행복이 남았다면 그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의 결혼 보고를 들은 후에 나는 병상에서 지내야 했읍니다. 여러번의 각혈은 나를 죽음의 구덩이로 끌고 갔읍니다. 나는 9개월 후에는 다시 살아 났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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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씨, 이 실연자에게는 이름이 하나 더 붙었읍니다. 폐병쟁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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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씨, 이런말을 하면은 옥선씨의 결혼이 나를 폐인으로 만든것 같이 생각하시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그 이유는 그렇게 무서운 병에서 회복된 것도 당신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내 육체에도 삶의 힘이 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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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씨, 그러면 당신은 분명히 내 생명을 구한 사람입니다. 나는 언제까지나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것만은 용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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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생활에 전부 입니다. 당신의 광명 입니다. 당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서는 내 생활이 암흑 속으로 빠져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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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씨, 그만 쓰렵니다. 만일 그치지 않는다면 죽을때까지 쓸는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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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께 당신의 모든 행복을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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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P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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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원문】행복의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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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의 촛불 [제목]
 
  노자영(盧子泳) [저자]
 
  1939년 [발표]
 
  서한문(書翰文) [분류]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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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10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