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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은 22세에 사마시에 합격하고 6년 후인 28세에 문과에 급제하였다. '유세검정기'는 다산이 벼슬길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은 30세 젊은 날에 동료들과 세검정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 추억을 기록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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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劍亭之勝, 唯急雨觀瀑布是已. 然方雨也, 人莫肯沾濕鞴馬 而出郊關之外. 旣霽也, 山水亦衰少. 是故亭在莽蒼之間, 而城中士大夫之能盡亭之勝者鮮矣.
3
세검정의 구경거리는 오직 소나기가 폭포를 보는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비가 한창 내릴 때는 사람들이 비에 옷을 적셔 가며 말에 안장을 얹고 성밖[郊關(교관)]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러나 비가 개면 산골 물도 벌써 조금 수그러들어 줄어진다. 이 때문에 세검정이 들판 사이에 있음에도 성 안[城中]의 사대부 가운데에 이 정자의 빼어난 경치를 만끽하는 사람은 드물다.
4
辛亥之夏, 余與韓徯甫諸人, 小集于明禮坊. 酒旣行, 酷熱蒸鬱, 墨雲突然四起, 空雷隱隱作聲. 余蹶然擊壺而起曰, 此暴雨之象也, 諸君豈欲往洗劍亭乎. 有不肯者罰酒十壺, 以供具一番也. 僉曰可勝言哉. 遂趣騎從以出. 出彰義門, 雨數三點已落, 落如拳大. 疾馳到亭下, 水門左右山谷之間, 已如鯨鯢噴矣, 而衣袖亦斑斑然. 登亭列席而坐, 檻前樹木, 已拂拂如顚狂, 而酒浙徹骨.
5
1791년(신해) 여름에 나는 한혜보(韓徯甫) 등 여러 사람과 함께 명례방(明禮坊)에서 조그마한 모임을 가졌다. 술이 몇 순배 돌자 무더위가 찌는 듯 하였다. 먹구름이 갑자기 사방에서 일어나더니, 마른 우레 소리가 은은히 울렸다. 내가 술병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나며 말하기를. "이건 폭우가 쏟아질 조짐이야. 자네들 세검정에 가보지 않겠나? 만약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벌주 10병을 한꺼번에 주겠네."라고 하니, 모두들 말하기를, "가고말고!"라 하였다.
6
마침내 말을 재촉하여 출발했다. 창의문(彰義門)을 나서자 벌써 비가 몇 방울 떨어지는데 크기가 주먹만 했다. 서둘러 내달려 정자 아래 수문에 이르자 양편 산골짝 사이에서는 이미 암코래 숫고래가 물을 뿜어내는 듯했고, 옷소매도 얼룩덜룩하였다. 정자에 올라 자리를 벌여놓고 앉으니, 난간 앞의 나무들은 이미 뒤집힐 듯 미친 듯이 흔들렸고, 마구 뿌려대는 비바람이 뼈에 스며들었다.
7
於是風雨大作, 山水暴至, 呼吸之頃, 塡谿咽谷, 澎湃砰訇, 淘沙轉石, 潑潏奔放. 水掠亭礎, 勢雄聲猛, 榱檻震動. 凜乎其不能安也. 余曰何如. 僉曰可勝言哉. 命酒進饌 諧謔迭作. 少焉雨歇雲收, 山水漸平. 夕陽在樹, 紫綠萬狀. 相與枕藉吟弄而臥. 有頃沈華五得聞此事, 追至亭. 水已平矣. 始華五邀而不至, 諸人共嘲罵之. 與之飮一巡而還. 時洪約汝, 李輝祖, 尹无咎亦偕焉.
8
이때 비바람이 크게 일어나 산골 물이 사납게 들이 닥치는데, 순식간에 골짜기를 메우고, 산골을 울리며, 물결은 사납게 쿵쾅거리며 세차게 흘러갔다. 모래를 일고 바위를 구르면서 콸콸 쏟아져 내렸다. 물줄기가 정자의 주춧돌을 할퀴는데 그 기세가 웅장하고 소리는 사납기 그지없었다. 서까레와 난간이 온통 진동하였다. 두려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자! 어떤가."고 말하니, 모두들 "말할 수 없이 볼만하이!"라고 했다. 술과 안주를 내오게 하여 우스갯소리로 실컷 웃고 떠들었다. 잠시 후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혔다. 산골 물도 점차 잦아들었다. 저녁 햇살이 나무 사이에 비치자 온갖 모양들이 자줏빛과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서로를 베개 삼아 베고서 시를 읊조리다가 누웠다.
9
조금 있으니까 심화오(沈華五)가 이 소식을 듣고 뒤쫓아 정자에 이르렀는데 물은 이미 잔잔해진 뒤였다. 처음에 심화오를 불렀는데도 오지 않았으므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놀리며 욕을 했다. 그와 함께 한 순배 술을 더 마시고 돌아왔다. 그 때에 홍약여(洪約汝)와 리휘조(李輝祖), 윤무구(尹无咎) 등도 역시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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