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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貞婦) 춘향가(春香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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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5
양건식
1
貞婦[정부] 춘향가
 
 
2
菖蒲[창포] 꽃이 피었으니
3
단오절 이 아닌가
4
일기가 화창하니
5
들에 놀기 좋으토다.
6
兒女[아녀]들은 다투어서
7
단장을 곱게 하고
8
높고 낮은 녹음 속에
9
그네 뛰고 노는구나.
10
한 공자가 산책하다 ―
11
廣寒樓[광한루]에 다리 쉬며
12
사방 풍경 바라보고
13
글 귀를 생각할 제
14
닭 틈에 학 한 마리
15
홀연히 보았구나
16
恍然[황연]히 취한 듯이
17
하인 불러 묻는 말이
18
“窈窕[요조]한 저 처녀는
19
어느 집 큰아기냐
20
나를 위해 불러오라
21
이야기나 하야 보자.”
22
하인 놈이 자세 보고
23
나와서 여짜오되
24
“늙은 퇴기 月梅[월매] 딸로
25
春香[춘향]이라 하옵는데
26
꽃다운 그 이름이
27
원근에 들렙네다.”
 
28
갖은 말로 달래어서
29
공자 앞에 데려오니
30
듣는 듯한 그 교태는
31
蜀海棠[독해당]에 비할려나.
32
옥과 꽃 같은 사람
33
둘이 마주 대해 앉아
34
羞澁[수삽]하게 묻는 말이
35
“지금 나이 몇 살인가?”
36
夙緣[숙연]일시 분명하야
37
破瓜之年[파과지년] 동갑이라
38
아마도 전신에는
39
원앙이 아닐런가.
 
40
南原府使[남원부사] 이씨 자제
41
夢龍[몽룡]이 부친 따라
42
공부를 하던 끝에
43
무단히 名花[명화] 만나
44
마음이 어즈러니
45
어찌나 견딜소냐.
46
그날 밤 洞房[동방]에서
47
금슬이 깊어지니
48
笑蓉帳[소용장] 내린 속에
49
千秋[천추]를 언약했네.
50
그렇지만 벼슬길은
51
浮雲[부운]과 한가지라
52
춘몽을 홀연 깨어
53
分袂[분몌]하게 되단말가.
54
십리 平郊[평교] 성문 밖에
55
斷腸[단장]으로 보내올 제
56
明春[명춘]에 다시 보자
57
臨別[임별] 언약 丁寧[정녕]하고
58
信物[신물]을 서로 주어
59
깊은 정을 표한 후에
60
은근히 손을 잡고
61
부디 평안 빌었어라.
 
62
이별 후에 쓸쓸하기
63
초상난 집 같아여서
64
탄금 소리 안 들리고
65
탄식성만 들리더니
66
신임 사또 卞學道[변학도]
67
治民[치민]에는 마음 없고
68
貪材好色[탐재호색] 일을 삼아
69
포학하기 무쌍이라
70
춘향의 고은 자태
71
숨길 길 바이 없어
72
부르라는 그 명령이
73
어미에게 내리었네.
74
月梅[월매]는 본래부터
75
창기의 출신이라
76
정절은 생각 않고
77
금전에만 욕심 내네
78
조그마한 어린 양이
79
虎狼[호랑]의 밥 면할소냐.
80
추상 같은 그 위엄에
81
官令[관령]을 어이하리.
82
인정없이 잡아다가
83
官庭[관정]에 꿇려노니
84
천생의 그 麗質[여질]
85
사방에 빛나누나.
86
“이내 목은 끊더라도
87
마음은 못 굴하오.
88
나의 놈은 찢더라도
89
절개는 변치 않소.
90
偕老[해로]하기 허락하온
91
우리 낭군 계시오니
92
생명으로 맹서하고
93
정절을 지키겠소.”
 
94
대칼을 목에 씌워
95
옥에 내려 가둬두어
96
곤장 笞杖[태장] 자주맞고
97
갖은 고초 받을 적에
98
아침 저녁 울음 울어
99
李郞[이랑]을 생각하니
100
두견새는 피를 토해
101
남의 창자 다 끊누나.
 
102
이몽룡은 서울 가서
103
정신을 가다듬고
104
龍門[용문]에 오르려고
105
공부를 힘써 하니
106
年紀[연기] 아직 어리지만
107
進就[진취]가 벌써 됐다.
108
과거를 한번 보니
109
謁聖[알성] 급제 都狀元[도장원]
110
어사 벼슬 시키시고
111
마패를 내리시네.
112
사은숙배 하온 후에
113
총총 궐문 하직하고
114
수령의 치민 선악
115
잠행하여 살피려고
116
과객 모양 차리고서
117
남원으로 내려가네.
118
남원 땅을 거진 가니
119
어떤 놈 돌에 앉아
120
어리고 미친듯이
121
혼자서 하는 말이
122
“서울은 예로부터
123
풍류로 유명하다.
124
吳姬越女[오희월녀] 미색들이
125
웃음으로 맞부르니
126
아마도 이도령님
127
마음이 변하얐다.
128
가엾다 춘향이는
129
수절만 헛 했구나.
130
편지 써 나를 주며
131
전하야 달라 하니
132
머나먼 저 서울을
133
언제나 이를거나.”
134
이 말을 듣고 보니
135
춘향 분명 옥에 있고
136
말하던 놈 자세 보니
137
예전 하인 분명하다.
138
강호령을 한번 하고
139
편지 뺏어 들고볼 제
140
더운 눈물 쏟아져서
141
차마 읽지 못하겠네.
142
눈믈을 씻고 나서
143
답장을 쓰려 하니
144
겨우 둬 자 적은 것은
145
쉬 만나잔 말 뿐이라.
146
그놈 주어 보면 후에
147
농부들을 다시 만나
148
군수 치적 물어보니
149
모두 말이 원성일세.
150
다시 소문 들어보니
151
근일의 생일잔치
152
盛宴[성연]을 벌리이고
153
손님 대접 한다 하네.
154
민간에는 그 때문에
155
恐慌[공황]이 일어나서
156
苛重[가중]한 구실 돈에
157
빈궁만 해간다네.
158
암행어사 그 말 듣고
159
赫然[혁연]히 성을 내어
160
걸음을 급히 하야
161
타 고을로 넘어서니
162
흉중에 품은 계책
163
모르괘라 무엇인가.
164
번쩍하는 마패 바람
165
潭陽[담양]군수 깜짝 놀라
166
어사를 우대하야
167
경의를 표한 후에
168
唯唯諾諾[유유낙낙] 명을 받어
169
역졸을 相約[상약]하니
170
계책이 다 되어서
171
의기가 軒昻[헌앙]이라.
172
공중에 솔개 뜨듯
173
다시 남원 들어섰네.
 
174
“이 도령은 어쩐 놈이
175
우리 딸만 속여 놓고
176
한번 올라 간후에는
177
소식조차 묘연한가.
178
세도 길에 다니는 놈
179
으례히 그런 것을
180
우리 춘향 모르고서
181
苦節[고절]만 지키이네.”
182
한탄과 원망 끝에
183
노발대발 욕설하며
184
柴扉[시비]을 굳이 닫고
185
방문 밖도 아니날 제
186
공연히 이몽룡이
187
그 문 앞에 우뚝 서서
188
밥을 주오 술을 주오
189
行資[행자] 없소 돈을 주오.
190
모르는 저 월매야
191
이랑인 줄 어찌 알리.
192
문을 열고 내다 보다 ―
193
홀연히 깜짝 놀라
194
낯빛을 변하면서
195
톡 쏘아 하는 말이
196
“저것이 무엇이야
197
거지 꼴이 웬일인가.
198
어리석다 우리 춘향
199
가련코도 불쌍쿠나.”
 
200
이도령을 데리고서
201
옥문 앞에 당도하니
202
상면을 시키이나
203
어미 心腸[심장] 딴판일세.
204
춘향은 반겨하야
205
쇠창살에 기대 서서
206
“낭군의 헐벗음도
207
괴이하게 아니 보오.
208
몸은 기생 딸일망정
209
행실이야 낮으리까.
210
진흙에 되는 연꽃
211
정신 더욱 깨끗하오.
212
소문을 듣사오니
213
사또 생일 명일이라
214
大宴[대연]을 배설하고
215
사방 손님 청하는데
216
읍 중에 있는 기생
217
모두 불러 들인다니
218
첩도 응당 불리어서
219
들어를 갈 터이라
220
낭군 어데 가지 말고
221
그때에 부디오셔
222
첩이 쓴 칼머리나
223
받들어 주옵소서.”
224
말 마치고 정은 남아
225
물끄러미 보는 눈에
226
悲喜[비희]가 交集[교집]하야
227
눈물만 흐르누나.
 
228
월매를 따라가서
229
억지로 잠을 잘 제
230
창피함을 굳이 참고
231
새벽 되길 기다렸다.
232
233
아침결에 인마 소리
234
떠들썩 함을 보고
235
군수의 위엄 아래
236
백성들이 놀래었다.
237
이웃 고을 대관들은
238
下僚[하료]들을 거느리고
239
威儀[위의]가 당당하게
240
아문으로 들어가니
241
喜賓雅客[희빈아객] 滿堂[만당]이요
242
옥배 은잔 낭자한데
243
피리소리 요량하야
244
선악을 아뢰는 듯
245
나삼 소매 翩翩[편편]하야
246
학의 춤이 분명하다.
 
247
군수는 어사 보고
248
홀연히 꾸짖는 말이
249
“네 어인 거지놈이
250
尊座[존좌]에 범하놋다
251
사람도 같지 않은
252
저것 어서 내쫓으라.”
253
만좌는 이 말 끝에
254
파흥이 되었구나.
255
雲峰營將[운봉영장] 옆에 있다 ―
256
손을 저어 말리는 말이
257
“저 양반의 풍채 보오
258
일향 걸객 아니오니
259
한 흥치 돕기 위해
260
내 한 계책 있소이다.
261
筆硯[필연]을 빌려주어
262
시 한 수 짓게 했다 ―
263
만일 짓지 못하거든
264
내어쫓아 버리구요.
265
짓거든 기생시켜
266
술 한잔 주옵시디.”
267
만좌가 박수하며
268
그 말이 좋다 하니
269
여러 사람 環睹[환도] 중에
270
어사 從容[종용] 붓을 들어
271
풍운이 일어나고
272
龍蛇[용사]가 나는듯이
273
一筆揮之[일필휘지] 지어내니
274
그 글에 하였으되
275
“金樽美酒[금준미주]는 千人血[천인혈]이요
276
玉盤佳希[옥반가희]는 萬姓膏[만성고]라.
277
燭淚落時[촉루락시]에 民淚落[민루락]이요
278
歌聲高處[가성고처]에 怨聲高[원성고]라.”
279
부사가 이 글 보고
280
마음에는 불쾌하나
281
언약이 빚이 되어
282
기생시켜 권주하니
283
여러 기생 서로 밀고
284
도무지 술 안붓네.
285
그중에도 늙은 기생
286
외면하고 술을 칠 제
287
삼문을 두드리며
288
어사출도라 외와치네.
289
만당한 대관들은
290
얼굴이 잿빛이라
291
제각기 도망할 제
292
혹은 가마 말을 타고
293
겁결에 운봉영장
294
거꾸로 말 탔구나
295
홀연히 담양 역졸
296
階下[계하]에 들어서니
297
걸객이던 그 양반이
298
마패를 내어 거네.
299
한바탕 번개같이
300
벼락을 내리이니
301
부사의 혼과 넋이
302
몸에 붙지 않는구나.
303
학정을 하던 것은
304
말길이 막히이고
305
애맨 사람 가둔 것은
306
원성만 쏟아지네.
307
육방 관속 모두 불러
308
封庫[봉고]부터 한 연후에
309
죄수를 불러들여
310
하소연 자세 듣고
311
聽訟裁斷[청송재단] 하는 것이
312
흐르는 물 터놓듯
313
갇힌 사람 풀어내어
314
寃罪[원죄]들은 다 내놓고
315
부사는 파면하여
316
署理[서리]를 둔 연후에
317
不政[부정]을 개혁하야
318
綱紀[강기]를 숙청했네.
 
319
월매가 소식 듣고
320
어찌나 좋으튼지
321
미칠듯이 손뼉치며
322
고함쳐 하는 말이
323
“얼씨구나 좋을시고
324
어사또가 내 사윌세.
325
우리 집안 가법에는
326
딸을 중히 여기더니
327
이런 때를 당코 보니
328
일문 중에 빛이 나네.”
329
가인은 절개 지켜
330
재사와 짝이 되고
331
재사는 영달하야
332
貞女[정녀]에게 갚는구나
333
사나이도 이 정신은
334
따르지는 못하리니
335
이렇게 맑은 지조
336
몇이나 있을손가.
337
명화의 남은 芳香[방향]
338
어찌 그리 열렬한고.
339
천 봄이나 만 봄이나
340
길이길이 빛나리라.
【원문】정부(貞婦) 춘향가(春香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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