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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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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無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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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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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一瞬) 천 리의 황막(荒漠)한 광야는 고고(高高)한 벽락(碧落)과 한계가 닿았구나. 도도(島島)한 대양(大洋)도 돌아오지 아니하는 무변경(無邊境)에 잔원(潺湲)한 추수(秋水)만 흘러 드니는도다. 햇다리 길게 빗겨 추일(秋日)도 장차 저무려 하는가. 추추(秋秋)히 나는 봉자(鳳子) 옹울(蓊鬱)한 황초(荒艸) 위에 보이고, 편편(片片)한 떼 오작(烏鵲)은 소삽(蕭颯)한 추풍(秋風) 속에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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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前途)를 바라보니 다만 암암(暗暗)하고나. 국축(跼蹙)한 나는 향방(向方)을 모르겠노라. 서려도 의지할 장리(杖履)가 없고, 가려도 인도될 죽마(竹馬) 없구나. 봉명(鳳鳴)을 들은 지 이에 이미 수천 년. 일월(日月)은 영전(永轉)컨만 성인(聖人)은 불귀(不歸)토다. 덕(德)은 버려지고, 사람은 죽어져 삼천세계(三千世界)도 심판의 날이 가까웠으리, 때의 부패된 날짜도 길어졌도다. 세인(世人)은 어찌타 진화의 미명(美名) 속에 멸망의 사실이 배태(胚胎)되어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가. 귀명불귀실(貴名不貴實)도 넘어오라지 않았나. 위선으로 친척을 만착(瞞着)하고 붕우(朋友)를 기만하고, 이어나가 천하를 기만하려는 자여, 중심엔 추악(醜惡)을 부여안고 외면에만 현미(衒微)하는 자여, 너희들에겐 양심이 없나 보이. 가책(苛責)의 본성을 양심이 잃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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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숙어(熟語)를 다시 읊조리나니, 참회하여라. 세상은 이미 이극(二極)에 달(達)치 않았느냐. 너희는 마땅히 일편(一片)의 면포(麵麭)가 너의 생명의 유지자(維持者)가 아님을 깨달아라. 청백(靑白)한 냉광(冷光)이 도는 삼척청평(三尺靑萍)을 우수(右手)에 높이 들고, 불꽃이 솟아나는 진리의 거화(炬火)를 좌수(左手)로 받쳐 든 탄탄한 나의 웅자(雄姿)가 장차 보이리라. 참비(驂騑)는 비대(肥大)되고, 천주(天柱)는 다시 높소와라. 금안(金鞍)에 높이 앉아 일편(一鞭)을 올려 칠 때 일구천리(一驅千里)의 상제(霜蹄) 밑에서 유린(蹂躪)되는 너희들의 허위를 나는 냉소하리라. 오호라, 너희는 허위의 창작물이었더냐. 허위의 결정체가 너희였도다. 영장(靈長)을 과긍(誇矜)하는 너희의 오장(五臟)은 이미 썩었다. 너희는 살아 있는 대천세계(大千世界)도 냉철(冷徹)의 조향(噪響)을 내인 지 이미 오램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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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즐겨할 자연의 미(美)가 없으면, 차라리 바다를 밟고서 트라이튼(Triton)의 노래를 들으리라.”
 
7
이러한 완가(惋歌)에 이르게 하였음이 너의 소업(所業)이 아니었더냐. 그러나 그의 윤회(輪廻)의 고민(苦悶)을 당하는 너희 자신을 나는 보노라. 끝까지 허위의 도로(徒勞)로써 고통에서 민번(悶煩)하면서도 나날이 이검(利劍)을 양심 속으로 촌분(寸分)을 깊게 하는 자여, 너희는 이러한 방법의 길로써 너희가 너희의 자신을 멸망시킴에 이르리로다. 아아, 그 우치(愚癡)를 무엇에 견주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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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너희로 하여금 말하게 할 때는 모두가 교육가·도덕가·종교가 아님이 없고, 철인(哲人)·위사(衛士) 못 됨이 없다. 스스로 만인지표(萬人之表)에 처하고, 늠연(凜然), 엄연(嚴然), 거연(巨然)히 대도(大道) 좁아라 하고 활보(活步)를 치낫다. 오호(嗚呼), 가련한 무리들아, 미명(美名)의 가면으로 우마(牛馬)를 덮은 듯한 너희 무리여, 깨쳐라. 그리하여 회개하여라. 이는 다만 너희에게 후시지탄(後時之歎)이 없도록 함의 일문(一文)이다.
【원문】무제(無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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