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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裁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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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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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재단(裁斷)을 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령 자연에 인공을 가한다는 것은 한 재단에 속한다. 그리고 자연에 인공을 가하는 것이 곧 인간의 생활상(生活相)이다. 인공을 가하지 않고선 인간의 생활이란 성립치 아니한다. 넓은 포백(布帛)을 새로 오리고 도림으로써 옷은 이룩된다. 그리스·인도의 키톤(chiton)과 같이 특별한 양식을 갖지 아니한 옷이라도 역시 어느 광폭장척(廣幅長尺)만으로서의 재단을 받고 있는 것이다. 광장(廣長)에 무한된 것을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이 아니니만큼 역시 재단을 받아 이룩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재단에 단위의 차별은 있을지언정 재단 없이 성립되는 인간생활이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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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자연 그대로의 풍치(風致)란 자연 그대로의 현상일 뿐이지 인간의 생활과 하등 관계없는 존재이다. 그것이 인간적인 재단을 받을 때 비로소 인간생활과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 된다. 질서·형식·방법·예절 등이 곧 이 재단에서 이룩되는 것들이다. 자연에 인공을 가하는 것을 기피하고 저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곧 간접적으로 생활을 기피하는 사람들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으로의 회귀를 부르짖는다 해도 그곳에는 질서와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무턱대고 회귀란 없는 것이다. 생명을 품수(稟受)한 이상 그에게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이 재단적 활동이란 것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재단적 능력을 의식적으로 살리는 사람이 자각적 인간이요 능동적 인간이요, 의식하지 못한다든지 내지 의식하고서도 회피하려는 사람은 생(生)을 곧 회피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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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재단이 도를 지나치면 사치가 되고, 다시 그 도를 지나치면 파괴가 된다. 이곳에 재단에 다시 재단이 필요케 됨을 알 수 있다. 가령 일본의 화도(花道)에서 자연생 화초(花草)에 재단을 가한 것은 예도(藝道) 성립의 제일 요소로서, 일종의 자각적(自覺的) 활동이다. 이 재단에 다시 재단이 가해질 때 그때 화도라는 도(道)가 성립되고, 재단이 재단을 받지 아니하고 재단만을 위한 재단에 흘러 버릴 때 도(道)의 성립은 이룩되지 못하고서 자연생 화초의 파괴란 것만 남게 된다. 포목(布木)을 가위질하는 것은, 재단이란 작용에 다시 또 다른 재단이 가해지지 아니하면 첫 번 재단은 재단만을 위한 재단, 즉 파괴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민족에 따라서 이 첫 재단부터 기피하는 민족도 있지만, 이 첫 재단에선 남달리 적극적이면서 제이(第二)의 재단에서 소홀한 민족이 없지 아니하다. 개인을 두고 말하더라도 은퇴적(隱退的)인 사람, 자고적(自高的)인 사람은 전자에 속하고, 세속적(世俗的)인 사람, 호사적(好事的)인 사람은 후자에 속한다. 둘 다 취할 바 못 됨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원문】재단(裁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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