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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날 일이다. 차데찬 모진 바람이 살처럼 을여의는 듯이 불어 닥들인다. 이 차데찬 바람을 안고, 그 골 원의 行次[행차]가 山[산]모룅이를 지나게 되었다. 원은 勿論[물론] 그 고을의 主人[주인]인 만콤 솜을 퉁〃하게 놓은 명주바지 조구리를 입고, 명주두루마기를 또 그 우에 입고, 가마 속에 들어 앉어있다. 그러나 날이 워낙 차고 바람이 워낙 몾어서 아모리 뜨듯한 명주옷을 입고 가마 속에 들었어도 원의 몸은 가시나무처럼 덜〃 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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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산]모룅이를 다달러 어찟 원이 가마 밖을 내다보니, 왼 키가 어청한 녀석이 五六月[오육월] 曝陽[폭양]에나 입는 삼베 적삼을 몸에 걸치고 그리면서도 땀을 삐질〃〃 흘이며 앞에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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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저기 저 앞의 가느 놈을 좀 보아라! 이 嚴冬雪寒[엄동설한]에 삼베 적삼을 입고도 땀을 흘이고 가지 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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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 물으니, 가마를 멘 下人[하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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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 그 怪[괴]자 녀석을 딸어, 가마를 멈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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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왼놈인데, 嚴冬雪寒[엄동설한]에 삼베 적삼을 입고 견데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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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 저는 姓[성]은 가가고, 일홈은 거라라고 함니다. 왜 이 삼베 적삼이 추우신 줄 압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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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우순 녀석! 삼베 적삼이 춤지 않으면 무었이 치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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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 핀잔을 주니, 厥者[궐자]는 껄〃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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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 千萬[천만]의 말슴을 하십니다. 그것은 원임이 몰으시는 말슴입니다. 겨울에 삼베 적삼처럼 뜨신 것은 없습니다. 말슴을 들일 터이니 들어보시오. 아모리 찬바람이 불어도 이 삼베 적삼은 구멍 뚝〃 뚤너저서 들어갔다가는 또 딴 구명으로 나가지 않습니가. 그렇지만 명지 솜바지 저고리는 한 번만 바람이 들니가면 다시는 나올 데가 없으니 안 춥고 백이겠습니가. 원님께서는 명주를 입으셨으니 퍽 치우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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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퍽 춥다. 그리고 네 말이 그럴 듯하다. 그렇면 너 나와 옷 좀 밥구어 입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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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 厥者[궐자]의 삼베 적삼을 꼬이고, 솜을 통〃히 놓은 自己[자기] 옷을 厥者[궐자]에게 주었다. 厥者[궐자]는 이 옷을 줏어 꼬이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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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볼 일이 急[급]하여 곳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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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휘적〃〃 가 버렸다. 원이 삼베 적삼을 꼬여보니, 이것은 意外[의외]! 찬바람에 살이 여의는 듯, 잠간을 부지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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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이 놈한테 속었구나. 그 놈의 일홈이 무어더라? ― 은, 가거라라고 그랬지. 가거라!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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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 가겠습니다. 가라지 않어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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厥者[궐자]는 뒤를 돌어다보고, 이렇게 對答[대답]하고 그대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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