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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政丞弘淳[정정승홍순]은 規則的[규칙적]으로 찬〃한 사람이였다. 그 때는 모두 갓을 썼었는데, 비 오면 쓰랴고 出入[출입]할 때에는 누구나 갓모를 가저 단여야 하였다. 그런데 이 鄭政丞[정정승]은 갓모를 두 개式[식]이나 가지고 단였으니, 하나는 自己[자기]가 쓰고, 또 하나는 或[혹] 안 가저온 사람이 있으면 주랴고 하는 뜻이였다. 卽今[즉금]부터 二百年前[이백년전] 鄭公[정공]이 아즉 科擧[과거]를 못하였을 쩍에, 하로는 美廟朝[미묘조]께서 東九陵[동구릉]으로 擧動[거동]하시는데, 이를 求景[구경]하다 瞥眼間[별안간]에 비를 맛나 鄭公[정공]은 언제나 하듯이 갓모 하나는 自己[자기]가 쓰고 또 하나는 옆에 있는 젊은 친구에게 주었다. 그 젊은 친구는 이튼날 곧 갓다준다 約束[약속]하고 갓다 주지 않음으로 下人[하인]을 식켜 찾어왔다. 後[후]에 鄭公[정공]이 戶判[호판]이 되어 있을 때, 어느 佐郞[좌랑]이 新任人事[신임인사]로 와 뵈이는데, 卽[즉] 二十年前[이십년전] 그 사람이였다. 이 不信者[불신자]가 辭職[사직]된 것은 여긔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