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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나 예전이나 평양은 기생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역대의 그 허다한 기생들 중에는 물론 천하절색도 많았거니와 그와 반대로 천하추색도 또한 없지 않았다. 이조 광해조(光海朝) 때에 평양에는 한 기생이 있었으니 (이름은 전ㅎ지 않았다) 얼굴이 추하게 생기기로 유명하여 누구나 처음 보면 정이 붙기는 고사하고 놀라 학질이 떨어질 만한 까닭에 별명을 학질기(瘧疾妓)라고까지 하였다. 명색이 기생으로 인물이 그렇게 그렇게 생기고 보니 젊은 오입장이들이 얼굴도 한번 잘 치어다보지 않음은 물론이고 수령 방백 같은 사람들에게 수청드는 것 같은 것은 꿈도 꾸어보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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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소위 뚝배기 보아서는 맛이 좋다는 격으로 그 기생은 얼굴은 비록 그렇게 추하게 생겼지마는 시재(詩才)가 비상하여 어떠한 난운(難韻)이라도 응구첩대로 잘 지으니 오입장이나 수령 방백 중에 시를 좋아하는 풍류객들은 간혹 그의 시재에 반하여 다소 사랑하고 같이 노는 일도 있었다. 그때 평양감사 박엽(監司 朴燁)은 광해조의 신임하는 천신으로 세력도 당당하거니와 위인이 호협 맹렬하고 문재 무략을 겸하여 관서 일대에서 엄연히 왕(王) 노릇을 하며 인민의 생사여탈을 마음대로 하고 밤과 낮으로 수백 명의 기생을 한곳에 모아놓고 별의별 짓을 다 하며 질탕히 노니 평양 천지에서 소위 기생이란 기생은 제각기 감사에게 곱게 뵈려고 갖은 재조와 갖은 아양을 다 부리고 감사도 또한 여러 기생을 살펴보아서 그중에 얼굴이 좀 어여쁘거나 가무 기타 무슨 재조가 있어 한가지만이라도 취할 만한 점만 있으면 하나도 남겨두지를 않고 모조리 수청을 들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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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 기생을 다 총애하지마는 유독 한 기생만은 그 얼굴이 추한 까닭에 한 번도 그 얼굴이 돌아다 보지를 않았다. 아무리 제 얼굴이 추하게 생긴 기생이라도 남들이 다 호강을 하는데 유독 자기만은 귀염을 못 받게 되니 동무들 보기에도 제면적고 자심에 부끄러웠다. 그리하여 하루 밤에는 아주 결심을 하고 대담스럽게 박감사를 찾아보고 수청들기를 자원하니 감사는 그 기생의 하는 행동이 방자도 스럽거니와 얼굴이 하도 추하고 밉게 생겼으므로 수청 드자는 것을 무슨 모욕이나 당한 것 같이 생각하고 당장에 노염이 나서 호령을 추상같이 하며 하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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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명색이 기생이라면 얼굴이 이쁘다든지 그렇지 않으면 가무서화(歌舞書畵) 간에 무슨 재조가 있다든지 해야 하지 너와 같이 추하게 못생긴 년이 무슨 재조가 있다고 감히 내 앞에 가까이 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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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생은 조금도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이 대답하되 제가 비록 못생기기는 하였사오나 시구(詩句)는 다소 조박이나 해독을 한다고 하였다. 박감사는 시험으로 운자(韻字)를 부르니 그 기생은 응구첩대로 시 한 수를 지어 박감사를 깜짝 놀라게 하고 그날부터 그 추악하던 기생도 박감사에게 사랑을 받게 되어 지금까지 평양 화류계에 한 일화꺼리로 전해 내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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