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황해(黃海) 노감사(老監司)와 곡산(谷山) 명기(名妓) 매화(梅花)
2
지금으로부터 약 백 년 전에 황해도 곡산(谷山)에는 매화(梅花)란 이름난 기생이 있었다.
3
어떤 늙은 재상이 황해감사가 되어 그 고을을 순찰하다가 매화를 보고서는 해주감영으로 데려다 두고 극진히 총애하며 지냈다.
4
그때에 한 명사(名士)가 있었는데 곡산부사(谷山府使)가 되어 감사를 찾아가 보던 길에 얼핏 그 기생의 어여쁨을 보고 마음에 그리게 되었다.
5
그리하여 곡산으로 돌아오던 길로 매화의 어미를 찾아 아무 까닭도 말하지 않고 그저 선물만 자꾸 보내었다.
6
그리다가 마침내 그 어미에게 매화를 그린다는 이야기를 하니 그 어미는 거짓 편지를 띠워 자기가 거의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7
매화는 그 편지를 받고 감사에게 여가를 청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어미는 병든 것이 아니라 부사가 자기를 그리어 일을 그렇게 꾸민 것이었다.
8
그리하여 부사를 만나보니 젊고 훌륭히 생긴 것이 늙고 병든 감사와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그 부사와 날마다 사랑이 깊어갔다.
9
그러나 한정 받은 시일이 차서 도로 해주로 돌아갔지마는 그 뒤로 늘 그 부사를 그려 마침내 꾀를 내어 병들어 누웠다가 어느 날 갑짜기 고함을 지르고 미친 사람 같이 굴어 필경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10
매화는 돌아와 그 부사와 질거운 날을 보내더니 뒤에 부사가 어떠한 옥사(獄事)에 걸려 옥에 들어가 매를 맞아 죽으니 그 아내 또한 따라 죽는지라 매화가 비록 기생일찌라도 그 동거의 정의를 생각하고 홀로 남아 그 두 시체를 건수하여 부부의 장례를 지내주고 그도 따라 그 무덤 아래서 자결해 죽었다. (溪西野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