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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파진 푸른바다여 너는 영광스런 역사를 가졌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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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성웅 충무공의 가장 외롭고 어려운 고비에 고작 빛나고 우뚝한 공을 세우신 곳이 여기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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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에서 풀려나와 삼도 수군 통제사의 무거운 짐을 다시 지고서 병든 몸을 이끌고 남은 배 십이척을 겨우 걷우어 일찍 군수로 임명되었던 진도땅 벽파진에 이르니 때는 공이 오십삼세되던 정유년 팔월 이십구일 이때 조정에서는 공에게 육전을 명령하였으나 공은 이에 대답하되 ‘신에게 상기도 십이척의 전선이 남아 있삽고 또 신이 죽지 않았으매 적이 우리를 업수이 여기지 못하리이다’하고 그대로 여기의 바다목을 지키셨나니 예서 머무신 십육일 동안 사흘은 비내리고 나흘은 바람불고 맏아들 회(薈)와 함께 배 위에 앉아 눈물도 지으셨고, 구월초 칠일엔 적선 13척이 들어옴을 물리쳤으며, 초구일에도 적선 2척이 감보도까지 들어와 우리를 엿살피다가 쫒겨났는데 공은 다시 생각한 바 있어 십오일에 우수영으로 진을 옮기자 바로 그 다음날 큰 싸움이 터져 12척 적은 배로써 삼백삼십척의 적선을 모조리 무찌르니 어허 통쾌할사 만고에 길이 빛날 명량대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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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진도 백성들은 모두 달려나와 군사들에게 옷과 양식을 나누었으며 이천귀, 김수생, 김성진, 하수평, 박현, 박희령, 박후령과 그의 아들 인복 또 양응지와 그의 조카 계원 그리고 조탁, 조응량과 그의 아들 명신 등 많은 의사들은 목숨까지 바치어 천추에 호국신이 되었나니 이는 진실로 진도민의 자랑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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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장 민속 강강술래 구슬픈 춤과 노래는 의병의 전술을 알려주는 양 가슴마다 눈물 어리고 녹진, 명양 두 언덕 철쇄 걸었던 깊은 자욱엔 옛 어른들의 전설이 고였거니와 이제 다시 이곳 동포들이 공의 은공과 정기를 영세에 드높이고자 벽파진두에 한덩이 돌을 세움에 및여 나는 삼가 끓어 엎디어 대강 그 때 사적을 적고 이어 노래를 붙이노니 열 두척 남은 배를 걷우어 거느리고 벽파진 찾아 바닷목을 지키실제 그 심정 아는 이 없어 눈물 혼자 지우시다삼백척 적의 배들 산 같이 깔렸더니울도목 센 물결에 거품같이 다 꺼지고북소리 울리는 속에 저 님 우뚝 서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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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님의 은공이 어디다 비기오리. 피흘린 의사 혼백 어느 적에 살아지리. 이 바다 지나는 이들 이마 숙이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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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사천이백팔십구년 팔월 이십구일 노산 이은상 글을 짓고, 소전 손재형은 글씨를 쓰고 진도 교육구 교육감 곽충로는 구내 교직원 생도들을 비롯한 모든 군민과 도내 교육 동지들의 성력을 모아 이 비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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