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大同江水浸烟蕪 (대동 강물이 연기 낀 황무지를 적시니)
3
王儉春城似畵圖 (왕검성의 봄빛이 그림과도 흡사하네.)
4
萬里塗山來執玉 (만리 길 도산에 옥백 홀을 잡고 오니)
5
佳兒尙憶解扶婁 (예쁜 아이가 오히려 해부루를 기억하네.)
7
兎山山色碧森沈 (토산의 산색은 푸른색이 빽빽히 잠겼으니)
8
翁仲巾裾艸露侵 (옹중의 두건과 옷깃에 풀 이슬이 침노하네.)
9
猶似龍年奔卉寇 (오히려 임진년에 왜구를 쫓던 것과 같으니)
10
松風閒作管絃音 (솔바람이 한가하게 관현의 소리를 지었구나.)
12
麂眼籬斜井字阡 (궤안 울타리가 정자의 언덕에 비끼었으니)
13
一邨桑柘望芊芊 (한 마을의 뽕과 산 뽕이 바라보니 무성하네.)
14
誰知遼海蒼茫外 (누가 알았으리오? 요동 바다의 창망한 밖에)
15
耕種殷人七十田 (밭을 갈고 씨를 심던 은나라 사람의 칠십전을.)
17
魋結人來漢祖年 (북상투를 튼 사람이 한고조 당년에 오니)
18
同時差擬趙龍川 (같은 시대라 그릇 조용천으로 여기었네.)
19
箕王可恨無分別 (한스럽구나. 기준왕은 무분별하게도)
20
塡補梟雄博士員 (올빼미 같은 영웅을 박사로 보임하다니.)
22
樂浪城外水悠悠 (악랑성 밖에는 물이 유유하게 흘러가니)
23
誰識萩苴漢代侯 (누가 추저가 한나라 제후인 줄 알리오?)
24
不及當年津吏婦 (못미치는구나. 당년에 뱃사공 부인의)
25
箜𥱌一曲豔千秋 (공후 한 곡조가 천추에 아름다운 것에.)
27
當年枉信漢亡人 (당년에 한나라의 망명인을 그릇되게 믿었더니)
28
麥秀殷墟又一春 (보리 이삭 팬 은허에 또 한 봄이 돌아왔구려.)
29
可笑蒼黃浮海日 (가소롭다. 창황하게 바다로 떠서 가던 날에)
30
船頭猶載善花嬪 (뱃머리에는 오히려 선화빈을 싣고 있구나.)
32
大關嶺外大東洋 (대관령 큰 고개 밖 커다란 동해 바다에)
33
蘂國山川蔭搏桑 (예국의 산천은 그늘지게 부상을 두드리네.)
34
野老不知興廢事 (들판의 늙은 농부 흥폐의 일은 알지도 못하고)
35
田間閒拾古銅章 (밭 사이에서 한가하게 옛 동장만 줍고 있네.)
37
昭陽江水接滄津 (소양강 내린 물은 창진에 연이어 있고)
38
通道碑殘沒棘榛 (통도 비석은 깨어져서 형극 속에 매몰되었네.)
39
東史未窮班掾志 (동국 역사에서 반고의 뜻을 궁구하지 못하니)
40
堯時君命漢時臣 (요순 때의 임금이 한나라 때의 신하를 임명했네.)
42
弧矢橫行十九年 (활과 화살로 십 구 년이나 횡행하고 다니더니)
43
麒麟寶馬去朝天 (기린 같은 보배 말로 가서 하늘에 조회하네.)
44
千秋覇氣凉于水 (천추에 패왕의 기개가 물보다도 처량하니)
45
墓裏消沈白玉鞭 (무덤 속에는 백옥의 채찍만이 삭아 잠겼도다.)
47
昔日夫餘挾彈兒 (옛날 부여에서 탄자를 끼고 다니던 아이가)
48
東明王子號琉璃 (동명성왕의 아들로 유리라고 이름하였네.)
49
數聲黃鳥啼深樹 (두어 소리 꾀꼬리가 깊은 나무에서 울어대니)
50
猶似禾姬罵雉姬 (오히려 화희가 치희를 꾸짖는 것과 같다네.)
52
鷄立山前漲戰塵 (문경의 계립산 앞에 전쟁의 티끌이 불어나니)
53
丹㫌依戀沁園春 (붉은 깃발이 의연하게 심원을 봄을 생각하네.)
54
平生慷慨愚溫達 (일평생 비분강개하던 바보 같은 온달이가)
55
自是龍鍾可笑人 (이로부터 못생겨서 우스운 사람이 되었다네.)
57
遼海歸旌數片紅 (요해로 돌아가는 깃발 두어 조각만 붉었더니)
58
湯湯薩水捲沙蟲 (세차게 흐르는 살수가 사충 같은 군사를 걷었다네.)
59
乙支文德眞才士 (고구려 을지문덕은 참으로 재주 많은 선비인데)
60
倡五言詩冠大東 (오언시를 창도한 것이 우리 나라에서 으뜸이네.)
62
句麗錯料下句麗 (왕망은 구려를 잘못하여 하구려라고 요량하고)
63
駐蹕山靑老六師 (당태종의 주필산은 푸르른데 육사가 늙었도다.)
64
爲問西京紅拂妓 (서경에 사는 홍불기야 말을 한 번 물어 보자.)
65
虯髥客是莫離支 (이무기 같은 수염을 한 사람이 바로 막리지이지.)
67
春草萋萋金馬渚 (봄에 돋은 풀은 익산의 금마 물가에 무성하니)
68
句麗南渡有荒城 (고구려가 남쪽으로 건너감에 황성만이 남았네.)
69
未知欲報誰家德 (알지 못하겠네. 누구의 덕을 갚으려고 하는지.)
70
可惜英風劒大兄 (영웅의 풍모를 지닌 검모잠 대형이 가석하구나.)
72
劒樣靑峰一十二 (칼모양을 한 푸른 봉우리가 십이봉이나 되니)
73
遊車衣水逝湯湯 (유거의 나루의 강물은 세차게도 흘러가는구나.)
74
朱蒙不是眞豪傑 (고주몽은 이 사람이 진정한 호걸이 아니어서)
75
欺負酸寒喫菜王 (산한하게 나물이나 먹던 왕을 속이고 저버렸네.)
77
歌樓舞殿向江開 (노래하던 누각과 춤추던 궁전이 강을 향해 열리니)
78
半月城頭月影來 (부소산의 반월성 머리에는 달 그림자가 오도다.)
79
紅㲮𣰆寒眠不 (得 차디찬 붉은 털 담요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니)
80
君王愛在自溫臺 (군왕의 사랑이 절로 따뜻해지는 자온대에 있다네.)
82
落日扶蘇數點烽 (지는 해 부소산에 두어 점 봉화불이 타오르고)
83
天寒白馬怒濤洶 (차가운 하늘 백마강엔 성난 파도가 흉흉하네.)
84
奈何不用成忠策 (어찌하여 의자왕은 성충의 계책은 쓰지 않고)
85
却恃江中護國龍 (다만 강물 가운데의 호국룡만을 믿었던고?)
87
雨冷風凄去國愁 (차가운 비와 쓸쓸한 바람에 나라 떠나는 근심이여)
88
巖花落盡水悠悠 (바위꽃은 떨어져 다하고 물은 말없이 흘러가네.)
89
泉臺寂寞誰相伴 (적막한 황천길에 누구를 서로 짝하여 돌아갈꼬?)
90
同是江南歸命侯 (강남땅 오나라의 귀명후가 된 손호와 한가지라네.)
92
浴槃零落涴臙脂 (궁녀들 목욕 소반은 영락하여 연지가 빛 바래니)
93
石室藏書事可疑 (석실에 서적 감췄다는 그 사실이 의심스럽네.)
94
時見荒原秋艸裏 (때때로 황량한 언덕 가을 풀 속을 바라보니)
95
行人駐馬讀唐碑 (행인이 말 멈추고 소정방의 기공비를 읽고 있네.)
97
浿上悲歌別弟兄 (대동강 위에서 슬픈 노래로 형제가 이별하고는)
98
登山臨水汨南征 (산에 오르고 물에 다달으며 빨리 남으로 갔네.)
99
三韓地劣姜肱被 (삼한의 땅이 강굉의 이불같이 적으니)
100
休築崢嶸恚忿城 (문학산에다 높다랗게 에분성을 쌓지는 말게나.)
102
辰韓六部澹秋烟 (진한땅의 육부에 가을 연기가 담담하게 피어나니)
103
徐菀繁華想可憐 (신라 서울의 번화함을 상상하니 가히 어여쁘네.)
104
萬萬波波加號笛 (만만파파의 이름을 더한 효소왕의 만파식적을)
105
橫吹三姓一千年 (빗기 불면서 삼성이 돌려가며 일천년을 누렸네.)
107
幾處靑山幾佛幢 (몇 곳의 푸른 산에 몇 개의 불당이 있었던고?)
108
荒池鴈鴨不成雙 (황폐한 안압지엔 안압이 쌍을 이루지 못하네.)
109
春風谷口松花屋 (봄바람 부는 골짜기 어귀의 송화옥 속에서는)
110
時聽寥寥短尾尨 (때때로 적막하게 꼬리 짧은 개짖는 소리 들리네.)
112
料峭風中過上元 (점점 높아지는 바람속에서 상원 보름을 보내니)
113
忉忉怛怛踏歌喧 (도도 달달하는 답가 소리가 시끄럽게 퍼지는구나.)
114
年年糯飯無人祭 (해마다 찹살밥으로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없으니)
115
一陣寒鴉噪別村 (한 떼의 차가운 까마귀가 다른 마울에서 우지짖네.)
117
金鰲山色晩蒼蒼 (경주 남산 금오산 산빛이 저물녘에 푸르고 푸르니)
118
渲染鷄林一半霜 (짙게 물이 든 계림은 한결같이 반이나 서리로다.)
119
萬疊伽倻人去後 (만겹으로 중첩한 가야산에 사람이 떠나간 이후로)
120
至今紅葉上書莊 (지금까지 상서장에는 붉은 단풍잎만 뒹굴고 있네.)
122
城南城北蔚藍峯 (성남쪽과 성북쪽에 빽빽히 들어찬 쪽빛 봉우리에)
123
落日昌林寺裏鍾 (해는 넘어가고 창림사의 종소리만 울려 퍼지네.)
124
閒補東京書畵傳 (한가로이 동경에서 글씨와 그림의 책을 보완하니)
125
金生碑版率居松 (김생이 쓴 비석판과 솔거가 그린 소나무가 있네.)
127
三月初旬去踏靑 (삼월달 초순 청명절에 답청놀이를 하러 갔더니만)
128
蚊川花柳鎖冥冥 (문천가의 꽃과 버들이 어둑어둑하게 잠궈 있네.)
129
流觴曲水傷心事 (굽이치는 물에 술잔 띄우고 마시던 일이 상심되니)
130
休上春風鮑石亭 (봄바람이 불 때에는 포석정엘랑 오르지 마시오.)
132
鷄林眞骨大王親 (계림의 진골로 태어나 대왕의 친척이 된 무월랑이)
133
九雉分供左海濱 (아홉 마리 꿩을 좌해의 물가에서 나누어 공봉하네.)
134
最憶如花池上女 (가장 기억하는 것은 꽃과 같은 못 위에 사는 여자가)
135
魚書遠寄倦遊人 (편지를 멀리 벼슬길에 오르는 사람에게 부쳤도다.)
137
訪古伽倻咽竹枝 (옛날 가야국을 찾아오니 죽지사에 목이 메이는데)
138
婆裟塔影虎溪湄 (파사 석탑의 그림자가 호계의 물가에 잠겼도다.)
139
回看落日沈西海 (머리를 돌려서 서해로 잠기려는 낙일을 바라보니)
140
正似紅旗入浦時 (정히 붉은 깃발이 포구에 들어오는 때와 같구려.)
142
千載高山流水音 (천년 세월에 백아의 고산곡과 유수곡 같은 것을)
143
泠泠一十二絃琴 (영영하게 울려 퍼지는 열두 줄 거문고로 타네.)
144
凄凉往事無人問 (처량하게 지나간 일을 물어 볼 사람조차 없는데)
145
紅葉迎霜作錦林 (붉은 잎만 서리를 맞아서 비단 수풀을 지었구나.)
147
獐姬一去野花香 (감문국 장부인은 한 번 가고 들꽃만 향기로운데)
148
埋沒殘碑古孝王 (묻혀 있는 낡은 비석은 옛날 김효왕의 비석이네.)
149
三十雄兵曾大發 (삼십 명의 웅장한 군사를 일찍이 크게 징발하니)
150
蝸牛角上鬪千場 (달팽이 뿔 위에서 만국과 촉국이 천 번은 싸웠네.)
152
春風五兩邏帆廻 (다섯 양의 순라하는 배가 봄바람 불 때에 돌아오니)
153
海上桃花寂寞開 (울릉도 바다 위에 복숭아꽃이 적막하게 피었구나.)
154
唯見可之登岸臥 (오직 가지가 언덕에 올라와서 누워 있는 것만 보고)
155
更無獅子撲人來 (다시 사자란 놈이 사람을 치러 오는 것은 없다네.)
157
三乙那城瘴霧開 (삼을라가 쌓은 성에 장기 안개가 걷히고 나니)
158
耽津江口峭帆廻 (탐진강 강어귀에 높은 돛대를 단 배가 돌아왔네.)
159
厥初還有毛興穴 (처음부터 제주목에 오히려 모흥 동굴이 있었더니)
160
何必他人袴下來 (하필이면 다른 사람은 바지가랭이로 나왔는가?)
162
往事悠悠疽背翁 (지난 일은 아득하게 등창이 났던 늙은이여)
163
繽紛紅葉古城東 (어지럽게 붉은 낙엽 고성의 동쪽에 흩날리네.)
164
可憐探鷇金山寺 (가련토다. 금산사에서 아버지를 가둔 일이여)
165
亡國何關絶影驄 (망국이 어찌 절영도의 총마와 관계가 있으리오?)
167
烏鵲飛邊認故宮 (까마귀와 까치가 나는 곳이 고궁인 줄 알겠으니)
168
凄凉覇業黑金東 (철원의 동쪽에 패자의 왕업이 처량하게 무너졌네.)
169
設弧猶記端陽節 (상봉호시 베풀던 단오절이 오히려 기억이 나니)
170
未作鷄林老薛公 (계림 땅에 늙어빠진 설공을랑 되지 말지어다.)
172
荒凉二十八王陵 (황량한 고려조의 스물 여덟 임금의 능침들은)
173
風雨年年暗漆燈 (풍우 치는 해마다 해마다 칠등 같이 어둡도다.)
174
進鳳山中紅躑躅 (송악의 진봉산 산중에 있는 한정 없는 두견화는)
175
春來猶自發層層 (봄이 오니 오히려 저절로 층층하게 피었다네.)
177
鳳輦逶遲降帝姬 (봉황연이 느릿느릿 제국대장공주 하가할 때에)
178
春寒氈帳祓羊脂 (봄이 찬데 담요 장막치고 양기름으로 액막이하네.)
179
浮生白眼應難較 (부생을 백안으로는 응당 계교하기가 어려우니)
180
紅淚先沾勺藥枝 (붉은 눈물이 먼저 작약의 꽃가지를 적셨도다.)
182
結識中朝趙子昻 (중국 조정의 조자앙과 사귐의 연분을 맺었으니)
183
風流都尉瀋陽王 (풍류를 아는 도위로는 오직 심양왕 뿐이라네.)
184
敎人提擧征東省 (사람으로 하여금 정동행성을 관리하게 하고)
185
留醉蘆溝萬卷堂 (노구에 있는 만권당에 머물러 취하게 했다네.)
187
銀燭如星照禁扃 (별빛 같은 은촛불이 대궐의 빗장을 비추나니)
188
題詩多上牡丹亭 (시를 짓는 시인들이 얼마나 모란정에 올랐던가?)
189
如今破瓦嵩山在 (지금까지 깨어진 기와 조각이 숭산에 있는데)
190
不復三呼繞殿靑 (다시는 삼호가 푸른 궁전에 둘리지 아니하네.)
192
指點前朝宰相家 (전조에 재상이 살던 집을 여기 저기 점을 찍으니)
193
廢園風雨土墻斜 (황폐한 정원에 풍우가 치니 흙담장이 비끼었네.)
194
牡丹孔雀凋零盡 (차약송과 기홍수의 모란과 공작이 조령해 다하니)
195
黃蝶雙雙飛菜花 (누런 나비만이 쌍쌍으로 나물 꽃에 날아다니네.)
197
潮落潮生急水門 (조수가 밀고 조수가 써는 예성강의 급수문에)
198
年年商舶到江村 (해마다 장사하는 배가 강 마을에 이르러 오도다.)
199
攢峯十二巫山似 (칼날 끝과 같은 열두 봉우리는 무산과 흡사한데)
200
只少三聲墮淚猿 (다만 삼성에 눈물을 떨어뜨리는 원숭이만 적구나.)
202
天壽南門春暮時 (개성 천수사의 남문에 봄날이 저물어 가는 때에)
203
丹樓碧閣影參差 (붉은 다락 푸른 집의 그림자가 들쭉날쭉하네.)
204
風蓑雨笠何村客 (바람 도롱이 비 삿갓은 어느 마을 나그네인가?)
205
終日沈吟看鷺鷥 (진종일을 잠겨 읊조리며 가마우지를 바라보네.)
207
紫霞洞裏艸霏霏 (자하동 골짜기 속에는 풀만 수북하게 우거졌는데)
208
不見宮姬並馬歸 (나란히 말을 타고 오던 궁녀를 다시는 못 보겠네.)
209
爲是辛王行樂地 (이것은 고려말 우왕이 행락을 하던 땅을 위해서)
210
至今猶有燕雙飛 (지금까지 오히려 제비만 쌍쌍이 나는 것이 있네.)
212
可憐靑木未藏龍 (가련하도다. 푸른 나무에 용을 감추지 못하고)
213
蕭瑟千年鵠嶺松 (천년의 곡령에는 쓸쓸하게 솔바람만 불어오네.)
214
鐵犬寥寥東向吠 (쇠로 만든 개가 요요하게 동쪽을 향해 짖으니)
215
白雲飛盡見三峯 (흰 구름이 날아 다함에 삼각산 봉우리가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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