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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모 강씨의 상행(喪行)을 보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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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보
 

1. 유모 강씨의 상행(喪行)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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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년 갖은 고생 다시 없을 외론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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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질 때 날 찾다가 고만 감아 버린단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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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 믿고 바라던 그 맘 느껴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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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참아 왝왝하기 잘하고도 유명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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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는 고만이오 인정많아 병이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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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라 다 밉다 해도 나는 구수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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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툇절* 불공갈 제 나를 어이 속였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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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가 엄마 생각 베정적이* 어제런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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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던 님 안 계시니 이제 운들 뉘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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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조차 못 지니고 다 늙기에 곁방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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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서 저즘 보니 해진 치마 속알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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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뒬 바랐더니 빈 맘만이 님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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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자 보고자던 공능(恭陵)장터 `양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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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다 몹시 일평생에 못이 박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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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을 뉘 믿으리만 모자 만나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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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라 술군이오 딸 아우라 범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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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적에 싸다시피 막 꾸리어 치어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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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던 젖먹인 아들 얼굴 없어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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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단간방에 밤중 사경(四更) 누었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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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몇 번 말랐던가 속쓰린 들 뉘 알았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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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하려든 말도 있었을 줄 아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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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 내 얽매어 범연한 적 많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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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한 늙은이냥 오면 오나 가면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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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해 더 설웠을 일 가슴 뭉클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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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종일 걱정하기 어이런줄 몰랐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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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상 받고나니 눈물 돌자 목이 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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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넋 섭섭다 마소 내 못 잊어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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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도 즐기드니 반 거의나 보살 할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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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행(僧行)야 있으리만 말쎄로는 어여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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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없는 불쌍한 이 넋 존 데 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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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위 : 남 주기를 좋아한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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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수하여라: 소박(素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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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툇절 : 정토사(淨土寺)의 와전(訛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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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정적이 : 어린애가 떼부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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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능(恭陵)장터 `양완실' : 유모의 아들 이름. 우리집에 들어온 뒤 그 아들이 보고 싶어서 국문(國文)을 배우면서 쓴다는 것이 `공능장터 양완실이' 이 여덟 글자뿐이었다. 그 뒤에 데려다가 장가까지 들였다.
【원문】유모 강씨의 상행(喪行)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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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3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