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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2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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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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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학생들 간에 무전여행이 성행하였다. 방학 때를 이용하여 서넛이 작반하여 지방을 순회하는 것인데 고을이나 술막에 들르면 신문지국이나 지방 인사의 신세를 졌다. 학생 위에 무거운 책을 지웠던 당시의 사회는 생판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학생들의 하숙을 주선해 주고 그들의 점심값을 알선해 주면서도 불평은 샘스러 다시 없는 즐거움으로 여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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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다시피 지금은 그런 무전여행대도 없거니와 있다고 해도 대접을 받지도 못할 것이다. 어느 동안에 시세가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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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요즘 가끔 가다 이 무전여행을 하고 스스로 즐기고 혼자서 유쾌해 한다. 품안에 아전(아錢) 한 푼을 지니고 않고 팔도강산을 헤매이는 것이다. 때로는 멀리 만주 벌판과 배를 타고 항해도 한다. 북경의 계집과 술도 나누고 항구의 청년과 도박도 하는 것이다. 때로는 비행기 위에서 태산 준령도 굽어보고 푸른 바다도 내려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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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학수 씨도 「표박(漂迫)의 혼」에서 이러한 무전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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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도 없어 낙엽이 창을 치는 밤, 나는 또 벽에 기대어 차시간과 선가(船價)를 따지고, 눈은 준령과 평원을 한숨에 넘어, 저 멀리 기러기 날르는 초원과, 아득히 남쪽 하늘의 유구한 성좌를 좇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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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시인을 본받은 것이 아니다. 소설가란 속되어서 관광협회에 아는 부인이 있는 것을 기화로 그 분한테서 각처의 여행 안내를 한 묶음 잔뜩 얻어다 두고 가끔 소설을 쓸 때 써먹곤 하였다. 한번 다녀온 곳도 숙박비나 실내의 구석 구석이나 그리고 차편이나 유람 코스 같은 데 자세한 기억이 남아 있지 않는데, 황차 가보지 않은 고장을 알 턱이 있는가. 그러나 가 본 적이 없다고 꼭 필요한 고장을 소설에서 생략해 버릴 수는 없다. 상상력이 얼마나 부족한 것을 알고서 슬퍼지는 때는 이런 순간이다. 그러나 저러나 곧 여장이라도 꾸려 갖고 나서서 다녀올 경우렴 몰라도 그렇지 못할 형편이면 부득이 튜어리스트 뷰로의 신세를 질밖에 딴 방도가 없다. 나는 설합을 들춰서 한참 종이 위에서 여행을 즐기는 것이다. 그것이 또 소상하고 자상해서 그 지바의 연혁에서 인문지리 숙박 유흥에까지 ‘심득(心得)’과 아울러 없는 것이 없다. 백문이 한 번 봄과 같지 못하다 하거니와 이건 반대다. 이리해서 머리가 아찔할 때, 심사가 우울할 때, 공연히 방랑벽이 솟아날 때, 나는 이를 뒤적거리며 무전여행을 하면 한 나절을 즐기는 것이다. 소설가라 「표박의 혼」이라는 하이칼라한 제목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저 무전여행, 돈없이 여행한다는 그런 종류의 여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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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己卯] 국추[菊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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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 1940년 2월호)
【원문】무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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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 [저자]
 
  1940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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