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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낭만’이란 말을 무한정으로 남용하는데 반대해 온 사람이다. 그러므로 ‘낭만 정신’운운으로 시대 정신을 표시하려는 태도에도 반대해 온 사람이다. 더구나 그것을 창작 슬로건으로 내거는 데는 더욱 완강히 반대해 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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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이 술어가 리얼리즘을 고집하는 분들 가운데 막대한 환영을 받기 비롯한 것은 수년 전에 발표된 임화 씨의 「낭만적 정신의 현실적 구조」이후이다. 씨는 최근 그것을 일종의 계기론(契機論)이라 하여 자기 비판하였으나 의연히 혹종의‘낭마’이 있을 수 있는 현실적 지반이 우리에게 존재한다는 것을 되풀이하고 있다. 물론 씨는 필자의 ‘낭만 반대’에는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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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임화 씨보다도 고리끼의 신(!)낭만주의론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있을 것이다. 임방웅(林房雄)의 일본 낭만주의가 고리끼의 영향이라고 단언키는 힘드나 구정승일랑(龜井勝一郞)의 낭만이 그것으로부터 흐른 것은 거의 명료한 사실이고, 다시 임화 씨의 이론이 이것과 동일하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마는 역시 씨의 의연한 고집 가운데는 아닌게 아니라 고리키를 배후에 가지고 있다는 든든한 마음이 있은 때문이라고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하여 나는 다소 극단적인 것을 각오하면서 일찍이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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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사정이 다른곳에서 정책적으로 연설된 것을 그대로 가져다가 원리적인 것과 혼동시켜 사용하면 구할 수 없는 미망에 사로잡히고 만다. 씨 등이 부르는 ‘낭만적 요소’란 본래 리얼리즘의 한 개의 고유의 성격인 것이다. 리얼리즘을 단순한 물질주의나 사진으로 생각해 온 그릇된 관념이 이러한 개념을 남용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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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이 자리에서 좀더 자세히 생각해 보자, 고리끼의 문학론을 보면 그가 부르짖는 신낭만주의에 대한 생각은 대개 이러한 것 같다. 낭만주의에는 적극적인 것과 소극적인 것의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현실의 모순을 초극하려는 고매한 정신과 자연과 싸우는 고도의 영웅주의를 갖는 문학이요 후자는 환상적이요 신비적이요 감상적인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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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끼의 초기의 작품과 시가는 전자이요 문예 사조로 나타난 낭만주의, 터크 • 슐레겔 등은 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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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낭만 정신의 현실적 기반이 이 땅에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리키의 소위 적극적인 낭만주의라는 것은 본래 리얼리즘에 속할 것이고 후자의 소극적인 것은 아이디얼리즘에 붙어야 할 것이라고 나는 주창할 따름이다. 왜냐하면 창작 방법에는 『캐피탈』의 저자가 말한 바 실러적 방법과 세익스피어적 방법의 두 개, 다시 말하면 아이디얼리즘과 리얼리즘의 두개를 생각할 수 있을 뿐이고, 이것과 병립 혹은 병렬되는 낭만주의란 생각 할 수 있(‘없’의 오기인 듯 - 편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창작 이론에 의한 리얼리즘 또는 고발 정신에 의한 리얼리즘이 양자의 지양 위에서는 것임은 재언을 요(要)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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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38년 2월 23일, ‘고기도(cogito)’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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