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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론(隨筆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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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6
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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隨筆論[수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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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어느 文藝雜誌[문예잡지]의 좌담회에서 隨筆[수필]에 대한 이야기를 교환한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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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기억치는 못하나, 이야기의 초점은 아마 수필도 과연 다른 文學[문학], 이를테면 詩[시]나 小說[소설]과 같이 하나의 독립한‘장르’로서 취급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었던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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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런 제목이 골라진 것은 수필이 차차 盛旺[성왕]해 감으로 문학하는 사람들이 이런 것을 쓰는 데다가 多分[다분]의 정력을 傾注[경주]해서 足[족]한지 아니한지 하는 문제가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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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당시로부터 벌써 5,6년의 세월이 지났고, 이지음 와서는 잡지에는 물론 신문에까지 수필이 여간 많이 실리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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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그때에 비하면 수필의 성질이 꽤 변했고, 鷺山[노산] 같은 이는 이런 종류의 單行本[단행본] ── 만일 紀行[기행]도 수필 속에 넣는다면 ── 까지를 數三種[수삼종]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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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現像[현상]만을 가지고 우리 문단에 수필이 새로운 地步[지보]를 요구할 만큼 성장했다든가, 수필을 論[논]하는 게 이미 불가결의 과제가 되었다든가 하면 물론 하나의 성급한 과장임을 免[면]키 어려울 것이다. 헌데 도대체 수필이라는 것을 어떤 것을 가르켜 이름이냐 하면 우리는 곧 이것이다 하고 즉석에서 집어 보일 만한 그런 무엇을 가지고 있지 못함이 또한 수필의 수필다운 곳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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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용 日記體[일기체]의 문장이나 혹은 書翰體[서한체]의 글이나 또는 紀行[기행], 하다 못해 無題目[무제목]의 그야말로‘쪼오팅’한 斷片[단편]까지도 모두 수필류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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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문장 가운데 통털어서 볼 수 있는 공통된 특징은 쓴 사람이 어떤 특정한‘장르’로서의‘스타일’의 규범을 받지 않고, 혹은 완성을 목적하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이 제 생각이나 事物[사물]을 記述[기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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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論文[논문]이나 일반 저술과는 달라 어디인지 문학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는 게 우리에겐 소위 수필이라고 느껴진다. 따라서‘장르’로서의 문학과 논문이나 著述[저술]의 중간에 수필이란 것의 위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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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논문이나 저술이라는 것은 물론 과학적인 개념의 驅使[구사]나 論理的[논리적] 操作[조작]에 의한 분석이나 종합 혹은 부단한 체계화에의 노력으로 성격화 되어 있는 것을 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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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필이란 본시 분석이나 체계화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隨時[수시], 隨處[수처]하여 씌어지는 것으로‘스타일’에 있어서도 논리적 操作[조작]의 기술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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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小說[소설], 詩[시], 戯曲[희곡]처럼 소위‘장르’로서의 문학과 같이 성격(人間[인간]의)이나 사건이나 줄거리나 그것들이 서로 얽어 놓는 고유한 구조의 규범을 지킬 필요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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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한 構造[구조]!‘장르’로서의 문학은 제각기 다 제게만 있는 구조의 법칙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드라마’와 시와 소설은 동일한 대상을 취급하면서도 이 구조의 各異性[각이성] 때문에 獨自[독자]의 영역으로 분립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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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수필이 고유한 구조도 없이 論文[논문]이나 著作[저작]과 같이 개념이나 범주도 없다면 어떤 特長[특장] 때문에 눈에 띠우는가? 먼저 나는 하나의 규범으로서의 특성을 찾기가 어려운 데 수필의 수필다운 점이 있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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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수필이 논문처럼 논리적 操作[조작]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데서와 ‘장르’로서의 문학처럼 고유한 구조를 갖지 않은 데서 기인하는 것이나, 事物[사물]이나 생각을 形象的[형상적]인 방법으로 이야기 한다는 데 과학이나 논문과 결정적으로 分離[분리]되는 대신 문학과는 분리할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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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그 이야기 되는 형식에 있어서 아무래도 과학과 혼동될 수 없는 대신 현저히 소설, 시, 희곡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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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선 우리의 수필이란 고유한 구조를 갖지 않는 문학, 바꾸어 말하면 ‘장르’로서의 문학 이외에 아직도 존재 가능한 문학의 한 様式[양식]이란 규정을 내려 둘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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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문학일려면 불가불 갖지 아니할 수 없는‘장르’즉 소설, 시, 희곡 등의 고유한 구조를 갖지 않은 어떤 종류의 문학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하나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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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는‘씨나리오’같은 것도 최근에 와서는 콘티뉴티와 구별하여 씨나리오 문학 (즉 새 장르로서)으로 정립할려는 경향도 있다. 그렇지만 씨나리오가 문학 장르로서 독립될 수 없다는 이유는 희곡과 많은 공통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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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냐 하면 씨나리오나 희곡은 소설이나 詩[시]처럼 제 자신 가운데 제 자신의 전부를 실현할 機能[기능]과 수단을 겸비해 가지고 있지 못하는 때문이다. 극장이나 필름이 씨나리오나 희곡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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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씨나리오 같은 것은 희곡과 비슷이 고유한 구조를 가질 수 있고 장르로서 확립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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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필은 한가지 문학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既存[기존], 未存如何[미존여하]를 물론하고 어떤 장르에도 편입될 수 없고, 장르로서의 문학으로도 확립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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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이 수필이 여지껏 문학의 여러 장르와 더불어 문학적 저술의 일종으로 존속해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한 시대의 문학의 확고한 主流[주류]를 이루지 못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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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점이 여지껏 여러 사람이 수필을 완전한 의미의 문학이라고 평가하기를 꺼린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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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수필이란 불완전한 의미에서는 어떻게 해서 문학일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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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던 간, 불완전하던 간, 문학이기 위하여는‘장르’로서의 특징과 구조의 규범을 형성하지 아니하면 아니된다. 그러면‘장르’와‘구조’에 있어서만 문학은 일체의 非文學[비문학]과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장르’와 ‘구조’는 문학의 형식적인 측면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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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은 내용, 즉 사상에 있다. 다시 말하면 문학이 다른 非文學[비문학] 이를테면 과학같은 것과 구별되는 것은 이 사상의 부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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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학의 사상과 문학의 사상, 그 자체가 근본에서 質[질]을 달리하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고, 思想[사상]의 形成[형성]과 파악의 방법에 있어 문학과 비문학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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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思想[사상]을 形象[형상]의 直觀[직관]으로서 파악하고 形象[형상]의 倫理[윤리]로서 형성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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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있어 논리는 그것이 대단히 重用[중용]되는 때일지라도 윤리에 종속되는 것이고, 모든 논리적인 것은 형상적인 것으로 번역됨이 마땅하다. 그러나 非文學[비문학]은 이것과 順次[순차]가 正[정]히 반대다. 여하히 倫理[윤리]나 形象性[형상성]이 농후하다 할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든지 논리와 체계에 종속되고 또한 종속된 前者[전자]로 번역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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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非文學[비문학]이 冷血[냉혈]의 客觀者[객관자]이라면, 문학은 피가 흐르는 주관자인 感[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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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이 문학을 주관의 표현이라 하고, 非文學[비문학]을 객관의 인식이라 하는 등의 俗說[속설]과, 문학만을 정서의 문자라고 생각하는 稚拙[치졸]한 견해가 생기게 되는 근거이다. 그러나 논리의 객관성과 윤리의 주관성은 진실한 것이 표현되는 두가지의 다른 형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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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진리에 대하여 인간적, 윤리적 진실! 이 한점의 차이에 서서 우리는 문학과 과학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개념은 자연 논리를 통하여 체계가 되므로 진리란 것으로 끝맺는다면 形象[형상]은 생활을 통하여 윤리를 전개하는 것이다. 여기서 윤리란 것은 물론‘모랄’이란 外語[외어]의 假托[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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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이켜 수필이란 것의 문학이 되는 이유를 생각할제 이‘모랄’이란 것의 중대성을 생각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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重大性[중대성] 뿐만 아니라 그 형식이 非文學的[비문학적]인데(즉 문학적인 불완전성!) 불구하고 그것이 사상으로서 전연‘모랄적’인데 불가불 문학적인 外[외]에 도리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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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작품 가운데 인간처럼, 작가‘몬데뉴’는 세상을 논리의 껍찔을 쓰지 않고 살아 가는 인간으로서‘엣세이’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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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수필은 체계나 法式[법식] 따라 무엇을 教說[교설]하는 것이 아니라, 思索[사색]이나 생활의 眞率[진솔]한 개성적인 기록임을 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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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성적인 점, 一身上[일신상]의 각도에서 모든 것이 이야기 되는 친밀성, 肉迫味[육박미]는 수필이 문학인 때문에 생기는 별다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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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같이 사상을 모랄로서 표현하는 데도 수필과 장르로서의 문학은 대단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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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이 모랄리티를 갖는 것은 쓰는 사람 자신이 직접 제 一身上[일신상]의 각도에서 사물을 보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필자의 모랄이란 것은 대개 일인칭의 방법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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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形象[형상]은 필자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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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장르로서의 문학은 본래에 있어선(예외가 적지 않으나) 작자가 직접 제 一身[일신]을 작품 속에 노골적으로 내어 놓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개개의 形象[형상]과 그것들이 산 인간처럼 서로 관계하는 형상들의 생활을 통하여 간접으로 작품은 모랄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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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形象[형상]의 독립성이 있고 독자는 이 形象[형상]들과 그들의 생활 관계를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 단지 어떤 최후의 一點[일점]에서 책을 덮어 둔 한참 뒤에야 작자의 모랄이란 것을 暗示[암시]로서 享受[향수]할 따름이다. 즉 개성으로 생존하고 있는 작자 자신의 개성을 脱却[탈각]함으로써 개성이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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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수필의 또 하나의 특징이 나타난다. 즉, 수필은 形象[형상]이나 구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일상의 현실을 그대로 가지고 모랄리티를 표시하지 않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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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가장 非詩的[비시적]인, 가장 散文的[산문적]인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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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사소한 우수깡스러운 日常事[일상사]를 통하여 深遠[심원]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技能[기능]이 수필에는 요구된다. 이것은 문학의 가장 어려운 방법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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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수필을 대단히 쉬운 文學的[문학적] 表現[표현]의 양식이라고 생각하는 俗見[속견]과 결별하지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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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 좋은 수필은 일상의 지지한 些少事[사소사]를 사상의 높이에까지 高揚[고양]하고, 마치 거목의 하나 하나의 잎사귀가 강하고 신선한 생명의 표적이듯이 일상사가 모두 작자가 가진 높은 思想[사상], 純良[순량]한 모랄리티의 충만한 표현으로서의 가치를 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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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교묘한 수필과 훌륭한 수필이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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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事[일상사]를 찬찬히 잘 記述[기술]하는 것은 교묘한 수필일지는 모르나, 사상의 깊이가 없이는 훌륭한 수필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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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작가의 사상이 도그마에서 教養[교양]으로 혈육 속에 용해되고, 교양은 그 사람의 모든 생활과 감정의 세부에까지 滲透[삼투]하고, 그것이 그의 생활의 전부를 통하여 여유 있는 자유로운 한 개 人性[인성]으로서의 모랄로 작용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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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수필을 예로 든 대도, 그 사람이 제 科學[과학]의 방법을 그대로 척도삼아 현실을 맞추어 간다면 수필의 가치는 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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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작자 개인의 한 人性[인성]으로 生活世界[생활세계]의 모든 것을 개성적으로 분별하는 자유로운 모랄로서 원숙될 때, 그의 붓 끝은 하잘 것 없는 日常世界[일상세계]를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신선한 시각에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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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 사람 개인이 아니고는 보지 못할 발견의 새로움을 독자에게 전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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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수필이란 과학이나 사상의 견고함이나 体系[체계]의 整然[정연]하므로 일상 세계를 처리하는 데서 생기는 文學的[문학적] 美感[미감]이 아니라, 그 사상이나 과학이 진실로 그 一個人[일개인]의 것으로 용해되었을 때 수필은 美麗[미려]한 문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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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美[미]는 요약하면 만인이 다 같이 보고 느끼는 日常世界[일상세계] 가운데서 투철한 개인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의 자유로운 정신활동이 초래하는 所産[소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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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사상이 개성의 모랄이란 세계까지 충만되지 못하면 정작 좋은 수필은 씌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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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우리는 어느 작가가 작품을 쓰면 그리 흉치 않은 것을 쓰면서도 한번 수필에 붓을 들면 말이 아닌 소리를 펼처 놓는 예를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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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교로서 그런 작가가 수필에 능치 못한 때도 있을 수 있는 것이나, 정작은 그의 사상이 그 한 개인의 자유로운 정신활동의 높이에까지 도달치 못한 증거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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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란 어느 의미에서는 작자의 생각의 불철저나 未熟[미숙]을 가릴 수 있는 가능성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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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일상의 些少事[사소사]를 집어다가 직접 제 思想[사상]으로 燦然[찬연]한 생명을 부어 넣는 곤란한 사업(이것은 수필의 중요한 성격의 一面[일면]일 뿐 아니라 예술의 결정적 요소다)에 비하여 작품의 구조에 의하여 媒介[매개] 된다는 利[이]로운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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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 따라서는 직접 사물을 제 思想[사상]으로 濾過[여과]해 낸다는 것 보다 작품을 통하여 그 일을 해낸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 같으나, 그러나 작품의 구조나 性格[성격] 形成[형성]의 原理[원리] 등은 보편적인 이미 만들어저 있는 어떤 規範[규범]으로서 작자의 노력을 덜어 주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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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어 말하면 개인의 방법을 가지고 제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혹은 남도 더 널리 쓰는 규범으로 제 생각을 표현해 가기 때문에 사상의 도그마로서 生硬味[생경미]가 가리워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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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最良[최량]의 작품에 적용될 이야기는 아니나, 작품이란 것의 구조상 성능이 다수인의 公有財産[공유재산]인 半面[반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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構造[구조] ── 그것은 바로 형식의 한 개 법칙성, 합리성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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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필은 구조를 아니 가진 까닭으로 형식의 어떤 법칙이나 합리성이 없고, 따라서 타인이 만들어 놓은 어떤 규범을 이용하여 사물에다 제 생각을 접할 시킬 수가 없다. 수필은 아무 매개물 없이 직접으로 현실과 사상이 融合[융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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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실로 微微[미미]하고 사소한 日常事[일상사]가 전혀 개성의 강한 정신의 힘으로 엄청난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69
이것은 사상이 도그마로서가 아니라 실로 개인의 모든 部面[부면] 가운데 침투하고 정서, 感情生活[감정생활]의 구통이에까지 충만했을 때, 다시 말하면 원만한 교양으로서 그 사람의 일신 가운데 용해되어 있을 때 비로소 될 수 있는 일이다.
 
70
한 思想[사상]이란 항상 이러한 것이다. 즉 개인의 자유로운 정신이 모랄로서 定着[정착]되었을 때 견고하고 영구히 살 수 있는 것이다.
 
71
이것은 사상이 현실 속에 굳세이 발을 붙이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一個人[일개인]에게 있어 사상과 현실과의 통일과 조화란 바로 이 좋은 모랄의 형성이다. 그러므로 수필은 좋은 생각만으로도 씌어지는 것이 아니며, 명철한 觀察眼[관찰안]을 가져야 하며, 또한 좋은 觀察眼[관찰안] 뿐이 아니라, 좋은 사상을 가져야 씌어 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72
이렇게 생각하고 볼 때 과거의 傾向文學[경향문학]의 수필이 명철한 눈을 채 갖지 못한 사상의 언어였다면, 純文學[순문학]의 수필이란 단지 눈으로 쓴 글이지, 마음이 쓰는 글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가 있다.
 
73
마음과 눈의 조화, 높은 정도의 융합이 없는데서 좋은 수필을 기대할 수 없고, 그러므로 자연스러웠다 할 수 없다. 이것이 조선 수필의 성격이 아닐까?
 
74
教養[교양]은 사회적으로는 風俗[풍속]으로 표현되고, 개인에 있어서는 취미로 나타나는데, 돌이켜 우리 문단의 수필을 다시 이런 시각에 비추어 보면, 傾向文學者[경향문학자]의 것들을 아직 趣味[취미]에까지 미치지 못한 生硬[생경]한 관념의 操作[조작]이었고, 純文學者[순문학자]의 그것은 반대로 趣味[취미]만의(思想[사상]으로서 中核[중핵]이 없는)술회였다 할 수 있다.
 
75
그러므로 그들의 취미란 것은 근대화 되지 않는, 즉 현대 정신을 통하여 현대 문화로서의 교양이 되어진 현대 취미 그것이 아니고, 前代[전대]의 소위 東洋[동양] 취미 그것이었다.
 
76
鷺山[노산] 같은 이는 물론 그 외에도 논문이나 소설에선 제법 현대인이면서 수필을 쓰면 依例[의례]히 동양 취미를 발휘하는 것으로 藝術可然[예술가연]하는(교양과 취미와의 不一致[불일치]?) 실로 적지 않은 사람을 대할 수 있는 것은 이 까닭이다.
 
77
이 밖에 종류의 수필도 있지 않으냐? 할지 모르나 그것은 우리가 수필로서 論[논]하기엔 上記[상기]의 종류의 글과 견주기 어려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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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의미의 思想[사상](개인에 있어선 教養[교양])과 취미의 조화가 생기기 전엔 우선 朝鮮[조선]서 좋은 수필은 읽기 어려우리라는 게 나의 隨筆論[수필론]의 결론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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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6)
【원문】수필론(隨筆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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