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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고의 흥부 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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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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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의 흥부 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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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몇 가지 실례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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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가장 널리 퍼진 이야기가 무엇이냐 하게 되면, 아무든지 먼저 손꼽는 몇 개 가운데 반드시 한 목을 보는 것이 흥부 놀부 박 타던 이야기다. 어려서는 어머니 반짇고리 옆에서 듣고, 자라서는 광대 북 앞에서 듣고, 들을 뿐 아니라 책으로 보고, 책뿐 아니라 연극으로 구경하여, 뼈에 박히고 살에 들도록 우리들 하고 익숙한 것이 실상 이 흥부 놀부 이야기다. 조선 이야기 중에도 특별히 조선 냄새가 무럭무럭 나는 이 이야기는, 그것이 본래 조선에서 생기고 아니 생긴 것을 당초부터 문제거리 삼을 이가 있을 리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몽고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 하나를 여기 옮겨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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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때 처녀 하나가 있었다. 하루는 바느질을 하고 있노라니까, 무슨 서투른 소리가 들리는데, 나가 본즉 처마 기슭에 집을 짓고 있던 제비가 한 마리 땅으로 떨어져서 버둥거리며 애를 쓴다. 에그 불쌍해라 하고 집어 살펴본즉, 부등깃이 부러졌다. 마음에 매우 측은하여, 오냐 네 상처를 고쳐주마 하고, 바느질하던 오색 실로 감쪽같이 동여매어 주었다. 제비가 기쁨을 못이기는 듯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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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에 그 제비가 여상히 튼튼한 몸이 되어서 날아오더니, 고마운 치사를 하는 듯이 하고 날아간다. 우연히 날아간 자리를 본즉, 무엇인지 씨앗이 하나 떨어져 있다. 이상한 일도 있다 하고, 무엇이 나는가 보리라고 뜰 앞에 심었다. 그것이 점점 커다래지더니, 그 덩굴에 가서 커다란 박이 하나 열렸다. 엄청나게 크니까, 희한한 김에 굳기를 기다려 하루 바삐 타 보았다. 켜자마자 그 속으로서 금은 주옥과 기타 갖은 보화가 쏟아져 나왔다. 이 때문에 그 처녀가 금시에 거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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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웃에 심사 바르지 못한 색시가 하나 있었다. 이 색시의 박 타서 장자된 이야기를 듣고, 옳지 나도 그 색시처럼 제비 상처를 고쳐주리라 하였다. 그래서 제 집 처마 기슭에 집 짓고 사는 제비를, 일부러 떨어뜨려서 부등깃을 부러뜨리고, 오색 실로 찬찬 동여매어 날려보냈다. 얼마 지나니까 과연 박씨 하나를 가져왔다. 좋다꾸나 하고 얼른 뜰에 심었더니, 여전히 커다란 박이 하나 열렸다. 오냐, 금은 주옥 갖은 보화가 네 속에 들었느냐 하고 그 박을 탔다. 뻐개어 본즉 야단이 났다. 그 속에서 무시무시한 독사가 나와서 그 색시를 물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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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니 놀부니 하여 임자가 있고, 전라·경상도 지경이라고 처소를 지목하고, 「초상난 데 춤추기, 불붙은 데 부채질하기, 해산한 데 개닭잡기, 장에 가면 억매흥정하기, 우는 아기 볼기 치기, 늙은 영감 덜미잡기, 우물 밑에 똥 누기, 올벼 논에 물 터놓기, 재친 밥에 돌 퍼붓기……」따위 모과나무 같은 심사를 주워 섬기니까, 박타령 일판이 조선의 인물 풍속으로 만들어낸 조선 이야기로 아는 것이 괴이치는 아니하지마는, 이 위에 적은 몽고 이야기를 듣고 보면, 누구든지 둘이 꼭 같은 이야기임을 앙탈하지 못하는 동시에, 박타령이 위불없는 조선 이야기라고 할 기운이 움츠러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몽고하고 조선하고는 고려 시절쯤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었으니까, 혹시 그 때 여기 이야기가 저리로 들어갔든지, 거기 이야기가 이리로 나왔든지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는지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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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야기와 똑같은 뼈대로 생긴 것이 동방 아시아에 널리 퍼진 것을 볼 것 같으면, 박 타는 이야기가 두 고장에 똑같이 있는 것이 결단코 가까운 몇 백 년 동안에 구을러 들어온 것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어느 곳 이야기가 다른 곳에서 들어왔다 하는이보다, 어디서 생겼달 것도 없고, 언제부터 시작하였다고 할 것도 없이, 아득한 옛날로부터, 같은 문화의 테 속에 있는 여러 민족에게 골고루 퍼진 이야기로만 보는 것이 온당할 줄을 깨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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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조선에 고유하던 것으로만 알던 박타령이 실상 동방 아시아 여러 민족들하고 공동으로 가진 재산인 줄을 아는 동시에, 문화라는 것이 어떻게 형적과 기척 없는 속에 민족과 국가를 뛰어나는 대 활동을 하는지, 새삼스럽게 놀라와할 것이다. 오붓한 내 것으로만 아는 우리의 살림살이가, 신기한 무슨 끈에 여러 다른 이들과 한가지 매달려 있음을 깊이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원문】몽고의 흥부 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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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남선(崔南善) [저자]
 
  1922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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