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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공(忠武公)과 그 소실(小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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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1
忠武公[충무공]과 그 小室[소실]
 
2
金[김]씨뿐 아니라 李忠武公[이충무공]에 대하여도 그 비슷한 이야기가 있읍니다.
 
 
3
忠武公[충무공] 李舜臣[이순신]이 처음 宣沙浦僉使[선사포첨사]를 除授[제수]하여 여러 재상의 집으로 돌아다니면서 하직을 고할새, 한 노재상이 특별히 두터운 정을 보이고 가로되
 
4
「내가 그대의 큰 그릇임을 아니 前程[전정]이 과연 한량 없을 터일세. 또 자네가 아직 室家[실가]를 갖추지 아니함을 알거니와, 그 작은집에 몸의 못생긴 딸이 있으니, 데려다가 곁마누라로 巾櫛(건즐)을 받들게 함이 어떠한가?」
 
5
李公[이공]이 그 뜻을 감격하여 허락한대, 老宰相[노재상]이 가로되,
 
6
「하필 남의 이목에 번거롭게 할 일이 없은즉, 자네가 길 떠나는 날 弘濟院[홍제원] 다릿목에서 기다려 주게」
 
7
하였다.
 
8
日字[일자]가 당도하여 행장을 차리고 다릿목에 이르러 있으니, 얼마 만에 轎馬[교마]를 선명히 차린 內行[내행] 하나가 와서 宣沙浦[선사포] 行次[행차]를 묻거늘, 李公[이공]이 그 색시를 맞아 보니, 몸집은 커다랗고 말도 아무 맛이 없는지라, 李公[이공]이 심중에 생각하기를,
 
9
「아마 속아서 勒婚[늑혼]을 당했구나」
 
10
하고, 그렇다고 돌려 보내는 수도 없어서, 억지로 데리고 到任[도임]해 가서는 의식이나 보살피게 하고, 돌연히 돌아볼 마음이 없었다.
 
11
어느 날 저녁에는 감영에서 비밀한 關子[관자]가 오거늘, 뜯어 보니 하였으되
 
12
「군사상 상의할 일이 있으니 시각을 멈추지 말고 얼른 달려오라」
 
13
하였거늘, 밥을 재촉하여 먹고 들어가 소실에게 다녀오마는 말을 한대, 소실이 가로되,
 
14
「영감께서 이번 행차에 무슨 일이 있음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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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늘, 가로되
 
16
「모르지」
 
17
소실이 가로되
 
18
「이러한 난세를 당하여 오고 가는 동안에 어떠한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짐작하지 못하고서 어떻게 큰일을 보시나요?」
 
19
李公[이공]이 그 말을 기이히 여겨서
 
20
「그래, 그대는 짐작이 있는가?」
 
21
물은대, 소실이 가로되
 
22
「예, 이러한 일이 있으리니 이러이러한 臨時處變[임시처변]을 하시지요」
 
23
하고, 인하여 붉은 비단 天翼(철릭)을 내어 입히는데 옷 품수가 꼭 맞거늘, 李公[이공]이 못내 칭찬하고 감영으로 달려 들어간대, 監司[감사]가 좌우를 물리치고 말하여 가로되
 
24
「시방 明[명]나라 사신이 환국하는 길에 이 성에 逗留(두류)하면서 白銀[백은] 만냥을 내라하면서, 만일에 쉬이 내지 않으면 監司[감사]의 목을 베어 달겠노라 하니, 일이 망단하고 물건도 辦備[판비]할 수 없는데, 백 번 생각하여도 그대가 아니면 이 일을 펴이게 할 사람이 없기로 청해 온 것이로라」
 
25
하는 말을 들은즉, 과연 소실의 이르던 말과 꼭 같거늘, 드디어 가르치던 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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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잘 조처해 보겠읍니다」
 
27
고 장담을 하고 나왔다.
 
28
이에 練光亭上[연광정상]에 나와 앉아서 營門[영문] 吏校[이교] 중의 영리한 자 一[일]인을 골라서 귓속으로 한참 무엇을 약속하고, 즉시 營妓[영기]의 똑똑하고 예쁜 자 四[사], 五[오] 인을 뽑아다가 守廳[수청]을 들려서 노래도 시키고 거문고도 뜯기면서 杯盤[배반]을 낭자히 벌이고, 또 營門[영문]의 吏校[이교]를 불러서 귀에 대고 일러 가로되
 
29
「이제 은을 귀맞추어 내놓지 못하면 巡使道[순사도]께서 잡혀 돌아가시고 滿城[만성]이 죄다 魚肉[어육]이 될 것이니, 이왕에 죽기는 일반인즉 네가 성내로 다니면서 집집이 화약을 묻었다가 練光亭上[연광정상]에서 放砲[방포] 세 방을 놓거든 거기 불을 질러 버리라」
 
30
營吏[영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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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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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갔다가 한참 만에 들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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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하신 대로 다 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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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35
한참 있다가 放砲[방포] 한 방을 탕 놓으니, 妓女[기녀]들이 곁에서 몰래 엿보다가 그만 겁이 나서
 
36
「예, 小避[소피] 좀 하고 들어오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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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하나씩 하나씩 나가서 저희 집으로 돌아가서 이런 사연을 전하니, 조금 있다가 온 성중이 발끈 뒤집히고,
 
38
「아이구 아버지 어쩌나」
 
39
「아이구 어머니 어쩌오?」
 
40
하고 다투어 부모처자들을 끌고서 뒤죽박죽 성외로 피해 나가고, 들레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41
明使[명사]가 처음 포성을 듣고 심히 괴이히 여기다가, 이어 떠들고 들레는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라 일어나서 급히 탐문을 한대, 營吏[영리] 하나가 대답하기를
 
42
「宣沙浦僉使[선사포첨사]가 약시약시하였읍니다」
 
43
하는 참에 放砲[방포]가 또 한 방 탕 터지는지라, 만일에 나머지 한 방이 마저 터지는 날에는 그만 재 한 줌이 되어버리겠으므로, 明[명]나라 사신이 혼비백산하여 蒼荒罔措[창황망조]한 중 미처 신발도 신지 못하고 달음질로 練光亭[연광정]으로 달려와서, 李公[이공]의 손을 잡고
 
44
「잔명을 살려 줍시오」
 
45
하거늘, 李公[이공]이 사리를 타서 책망하여 가로되
 
46
「明[명]나라는 上國[상국]으로 모시고 지내는 까닭에 사신이 나오면 연로 관민이 대접을 극진히 하거늘, 이제 턱없는 銀子[은자]를 내라 해도 내주는 수도 없으매 이왕에 죽을 일이면 어디 다같이 화염에 사라져 봅시다」
 
47
明使[명사]가 가로되
 
48
「내 목숨이 영감 수중에 달렸으니 이제 말을 이 섬돌 앞에 세우고 말께 올라 떠나서, 밤 동안 달려서 三[삼]일 내에 꼭 鴨綠江[압록강]을 건너갈 것이니 제발 나머지 한 방을 姑停[고정]하여 주십시오」
 
49
하거늘, 李公[이공]이 가로되,
 
50
「당신이 원채 무례하여 믿을 수가 없소」
 
51
하고,
 
52
「이리 오너라, 砲手[포수] 待令[대령]해라」
 
53
하고 호통을 하매, 明使[명사]가 다급하여서 李公[이공]의 허리띠를 붙들고 울며 불면서 哀乞哀乞[애걸애걸]하는지라, 못 이기는 체 허락을 하고,
 
54
「그러면 냉큼 바삐 말에 올라 떠나라」
 
55
하니, 明使[명사]의 일행이 무한히 감사하고 일제히 말에 올라서 바람에 쓸린 듯 번개에 맞은듯, 그저 줄달음질을 하여, 과연 三[삼]일 내에 明使[명사]가 강을 건넜다는 기별이 들어왔다. 巡使[순사]가 大喜[대희]하여 大宴[대연]을 排設[배설]하여 치사하니, 이 때문에 忠武[충무]의 명성이 온 세상을 흔들게 되었다. 李公[이공]이 하직하고 돌아와서, 이로부터는 매사를 소실에게 물어서 처결하니라.
 
 
56
하는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李忠武[이충무]의 大勲業[대훈업]이 치맛자락에서 나왔다는 말쯤 됩니다. 민간 전설의 통쾌미는 가끔 이러한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이랬고 저랬고는 어쨌든지, 壬辰[임진] 이후 七[칠]년간에 걸치는 큰 병란을 무위무책으로 당해서 무위무책으로 치르는 꼴을 보고, 민중의 當路者[당로자]에 대한 신용은 한껏 떨어지고 말았읍니다. 더구나, 앞 문의 비가 채 그치지 아니하여 뒷동산의 바람이 사납게 불어서, 북방 오랑캐의 걱정이 아침 저녁 임박한 그 때에는, 조정을 쳐다보아도 아무도 믿고 바랄만한 사람이 없음에는, 민중이 새로이 적막한 설움을 가지지 아니치 못하였읍니다.
【원문】충무공(忠武公)과 그 소실(小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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