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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업장군(林慶業將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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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
1
林慶業將軍[임경업장군]
 
 
2
林將軍 慶業 [임장군 경업]이 선비 때에 忠州 達川[충주 달천]에 살면서 가끔 사냥질을 다니는데, 하루는 사슴을 쫓아 月岳山[월악산]으로부터 太白山[태백산]까지 가서, 깊은 산중에서 날은 저물고 길은 분명치 못하여 애를 쓰다가, 마침 한 樵夫[초부]를 만나서 인가가 어디 있음을 물은대, 가로되
 
3
「여기서 한 등성이를 넘으면 그 밑에 인가가 있읍니다」
 
4
林公[임공]이 그 말대로 찾아 가니, 과연 一大瓦家[일대와가]가 있거늘, 林公[임공]이 바로 대문으로 들어간즉, 캄캄하여 동서를 분간할 수 없되,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없는 빈 집이었다.
 
5
林公[임공]이 종일 山行[산행]을 하여 몸이 몹시 고달프므로, 어쨌든 문내 一間房[일간방]을 열고 들어가서, 잘 자리를 잡고 옷을 끄르고 혼자 누워 있노라니, 홀연 창외에 화광이 와서 비치거늘, 마음에 도깨비불인가 하였더니 문을 득하고 열면서 물어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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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 방에 드셨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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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쳐다보니 아까 만났던 초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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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療饑(요기)나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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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늘 「어디서 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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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즉, 초부가 들어와서 벽장을 열고 酒肉[주육]을 내어주며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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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말고 다 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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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늘, 林公[임공]이 시장하던 판에 얼는 받아 먹고 數語 酬酌[수어 수작]을 하는데, 초부가 다시 벽장을 열고 한 장 검을 꺼내 놓거늘, 林公[임공]이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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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무엇 하려오? 내 목을 베려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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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즉, 초부가 웃어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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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오, 오늘 밤에 구경함직한 일이 있는데 좀 보시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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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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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치 않고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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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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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아직 정밤중은 되지 못하였는데, 초부가 장검을 가지고 林公[임공]을 데리고 한 구석으로 한참 들어가니, 대문 중문을 겹겹이 지나서 연못이 나무 숲에 싸여 있고 한가운데 누각이 솟았는데, 映窓[영창]에 두 사람이 마주앉은 그림자가 등불에 비치어 은은하고 가댁질하여 웃는 소리가 자못 爛漫[난만]하였다. 초부가 池邊[지변]의 높다란 나무를 가리키면서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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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무로 올라가서 허리띠를 끌러서 몸을 나뭇가지에 꼭 붙잡아 매고 숨도 크게 쉬지 말고 있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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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므로, 林公[임공]이 그대로 한즉, 초부가 훌쩍 뛰어 누각 중으로 날아 들어가서, 三[삼]인이 한데 앉아 술도 먹고 수작도 하다가, 초부가 어떤 남자더러 일러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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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約條[약조]한 날이니 끝장을 내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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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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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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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같이 일어나서 문을 밀고 나와서 연못으로 훅하고 솟아 뛰더니만 공중에서 번쩍번쩍하는 칼 그림자와 제꺽제꺽하는 마주 부딪는 소리가 한참 야단이매, 林公[임공]이 나무 위에서 찬 기운이 몸에 덤벼서 가만히 부접할 수가 없으니, 이 차가운 기운은 곧 칼 기운이었다. 얼마 만에 무엇이 지상으로 쿵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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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내려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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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소리가 들리니 곧 초부의 음성이라, 겨우 추운 기운이 가시고 정신이 돌아와서 林公[임공]이 나무에서 내려온대, 초부가 옆구리에 끼고 함께 누각 중으로 들어가니, 거기 절세의 미인이 있는데, 초부가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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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요년, 조그만 계집으로서 세상에 크게 쓰일 재목을 해하였으니 네 죄를 네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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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林公[임공]에게 일러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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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여간 담력과 용기가 있다고 해도 세상에 나가서 번득거릴 생각 말고, 내가 이제 이 집과 이 계집을 당신에게 줄 것이니, 산중 한적한 곳에서 편히 行樂[행락]하고 餘年[여년]을 보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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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公[임공]이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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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오늘 밤 일이 어떤 셈인 줄을 모르니, 곡절이나 자세히 듣고서 어쩌든지 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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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부가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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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상한 사람이 아니라 도적의 괴수요. 이러한 排置[배치]를 여기 저기 해 놓고 곳곳에 절세미인을 두었는데, 저년이 아까 죽인 남자로 더불어 不義行事[불의행사]가 있어 둘이 공모하여 나를 해하려 하기를 한두 번이 아니므로 부득이 아까 광경이 있게 된 것이오. 그러나, 한 짝을 떼어 버렸으면 그만이기로, 시방 이 세간과 계집으로써 당신이나 주어서 살게 하자함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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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公[임공]이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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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성명이 무엇이며 어디 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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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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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그 사람도 역시 兩國[양국] 대장 재목입디다. 남대문 밖에 사는 折草匠[절초장]이 ── 담배 써는 匠色[장색] ──로 저녁이면 왔다가 새벽이면 가는 것을 내가 벌써 알았지마는, 사람이 아까와서 보고도 모르는 체하여 오더니 근래는 요악한 계집의 말을 듣고 꼭 나를 해하고 말려 하므로 부득이 요정을 짓기는 하였지마는, 인재를 생각하면 과연 아깝소」
 
39
하고 그만 목을 놓아 한바탕 통곡을 하여 가로되,
 
40
「어쩌다가 내 손으로 큰 남자를 죽였단 말이냐?」
 
41
하고 다시 林公[임공]더러 일러 가로되,
 
42
「당신도 잘 생각하고 나 하자는 대로 하여, 결코 세상에 나서서 엉거주춤할 일을 하려 들지 마시오. 만사가 천명이거늘 부질없이 헛수고할 것이 무엇이오.」
 
43
임공이 일향 고개를 외로 끄덕이매 초부가 가로되,
 
44
「할 수 없다」
 
45
하고, 곧 칼을 뽑아서 그 계집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튿날 초부가 가로되
 
46
「당신이 쓰일 모 있는 줄은 아오니, 남자가 세상에 나서자면 검술을 알아야 하는 것이니 나에게 좀 배우라」
 
47
하여 五[오], 六[육]일 林公[임공]을 붙들어 두고 대강 필요한 방법을 가르쳐 내보내었다. 대개 초부가 丙子年[병자년] 일을 미리 알고 이렇게 검술을 전함이었다.
 
 
48
하는 이야기가 있읍니다. 세상에 인물이 없는 것 아니라 지위를 얻지 못하매 나라일이 될 수가 있느냐는 말이지요. 양국 대장감이 담배 써는 작두 자루를 잡고 솟아나는 기운을 주체하지 못하여 수백 리 길에 오입이나 다니다가 하잘것 없는 거적 송장이 되며, 양국 대장은 새로에 三六國[삼육국]이라도 거느려 갈 듯한 비상한 대인물도 겨우 도적의 괴수로 심심풀이를 할밖에 없는 세상이니, 山東宰相[산동재상] 山西將[산서장]이 彼丈夫兮我丈夫[피장부혜아장부]라고 하는 林慶業[임경업] 장군인들 어느 기틀에 무슨 사업을 하겠느냐는 말이지요.
 
49
白馬山城[백마산성]에 헛물을 켜고 登州[등주] 해상에 꿈을 싣고 다니는 것이 마지막 옥중의 寃魂[원혼]을 짓고 마는 준비밖에 아니 되었으니, 그럴진대 차라리 이날 太白山[태백산] 초부의 선물 주는 넉넉한 세간과 절세의 미인을 데리고 관능적 향락이나 하고 지내는 편이 좋지 않았으랴 하는 이야기는, 실로 林將軍[임장군]의 불행한 운명에 간절한 동정을 표하노라고 만들어 낸 이야기로 볼 것입니다.
【원문】임경업장군(林慶業將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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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