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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식국(安息國)에 연락(蓮絡) 있는 지봉유설(芝峰類設)의 일사인(一士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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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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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息國[안식국]에 連絡[연락] 있는 <芝峰類說[지봉유설]의 一士人[일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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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백여 년 전에 지은 李睟光[이수광]의 <芝峰類說[지봉유설]>에는 짤막짤막한 옛날 이야기를 꽤 많이 적어서 우리 이야기를 상고하기에 유력한 빙거가 되는 것인데, 그 중에 이러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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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비가 一妻一妾[일처일첩] 두고 센 나룻을 뽑히는데, 첩은 조심조심하여 센 털만 골라서 뽑건마는, 본처는 첩에게 젊게 보이려 드는 것이 미워서 검은 털을 뽑으매, 얼마 뒤에는 검은 털 센 털이 말끔 없어져서 늙은 마누라처럼 된 고로, 창피하여서 오랫동안 나들이를 못하였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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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士人[사인])라고 하는 것은 조선에서 벼슬 아니한 양반이란 말이다. 아내 밖에 작은마누라라는 것을 두는 풍속이 있어, 머리가 지끈지끈하는 시앗싸움의 이야기가 적다할 수 없는 조선이다. 이 이야기는 미상불 조선 냄새가 무럭무럭 하는 것이요, 조금도 외국 티를 띠지 아니하였지마는, <民俗[민속](Folklore)>이란 잡지를 보건대, 파르티스탄 지방(옛날 안식국의 일부)에도 신통하게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어, 이것이 조선에만 있는 것 아님을 알 만하다. 그 사연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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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처첩 하나씩을 거느렸다. 하나는 젊고 하나는 늙었다. 그런데 사나이가 젊은 계집에게를 가면, 계집이 남편의 머리에 센털 있음을 싫어하니까 사나이가 그 비위를 맞추느라고 센털을 뽑히었다. 그러나 늙은 계집에게를 가면, 계집이 남편의 머리에 검은 털 많은 것을 덜 좋아하니까, 사나이가 또 비위를 맞추느라고 검은 털을 뽑히었다. 이처럼 하여 두 계집에게로 왔다갔다 하는 동안에 사나이가 머리를 홈싹 뽑혀서, 보기 싫은 대머리가 되었더니 두 계집이 다 마다하여 버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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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약간 다른 곳도 있지마는, 두 이야기가 대체 한 뼈대로 된 것임은 의심할 것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어디든지 있음직한 사실과, 누구든지 생각할 듯한 재료는 손쉽게 어디 것이 어디로 왔느니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피차간에 아무 연락 없이 우연히 똑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도 적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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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처첩 때문에 대머리되는 이 이야기 같은 것은 파르티스탄에 그것이 있는데 조선에도 있다 하여, 이것이 저리로서 왔다거나 저것이 이리로서 갔다거나 하기는 도리어 경솔한 판단임을 면키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마는 두 이야기의 종요로운 마디가 하도 많이 비슷한 것을 보건대, 아마도 공통하는 근원이 있어서 한 끝은 저리로 흘러 들어가고, 한 끝은 이리로 흘러 들어온 것으로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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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상에 돌아다니는 이야기들은 대개 이렇게 생긴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군지 만든 이야기가, 이리저리로 떠돌아다니는 이야기가 매우 많은 것이다. 중요한 이야기들은 거지반 같은 조상에게서 퍼져 나온 자손들이여 여기 저기서 한 支派[지파]를 이룬 것이다. 겉 허울은 그다지 근사하지 아니하여도, 가만히 그 알맹이를 캐어 보면, 분명히 한 밑으로서 우러나온 것임을 꼬집어낼 것이 적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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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형편이 전과 달라진 것을 모르고 고지식한 체만 하는 어리석은 이의 비유로 쓰는 유명한 지나의 이야기에 「배에 표를 하였다가 칼을 찾으려 든다」(刻舟求劒[각주구검])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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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람이 강을 건너는데 찼던 칼이 뱃속에서 물로 떨어지니까, 여기가 내 칼 떨어진 곳이라고 칼로 에어서 표를 해 두었다가, 배가 멈춘 뒤에 금낸 곳으로부터 물로 들어가서 칼을 찾았다. 배는 그 동안 얼마나 왔는지 모르지마는, 칼이야 떨어진 곳에 떨어진 채 꼼짝도 아니한 것을 이렇게 칼을 찾으려 드니 딱하지 아니하냔 이야기다 (呂氏春秋[여씨춘추] 察今篇[찰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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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時勢[시세]의 변해 나가는 것을 배의 떠나감에 견주어 시세가 달라진 것을 모르고 한갓 옛날 법례를 고집하여 무슨 일을 하려 함의 어리석음을 기롱하는 거리로 아무든지 늘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아메리카에서는 그 고장 사정을 따라서 아래와 같은 모양으로 변하여 전해 내려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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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촌에서 적병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을 듣고, 백성들이 재산을 감추느라고 분주하였다. 그네들은 교당에 걸린 쇠복을 가장 보물로 아는 고로, 여러 사람이 애를 퍽 써서 그것을 떼어내리기까지는 하였으나 합당하게 숨겨 둘 곳이 없었다. 대동이 모여서 무수히 공론들을 하고, 나중에는 촌에 있는 큰 늪의 가장 깊은 곳에 빠뜨려 두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 쇠북을 배에다 싣고 늪의 한가운데까지 저어 나가서 뱃전으로서 물 속으로 떨어뜨렸는데, 그 중의 한 사람이 딴 정신을 차리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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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염려 없이 되기는 하였지마는, 적병이 물러간 뒤에 무슨 수로 쇠북을 찾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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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였다. 다른 한 사람이 바로 똑똑한 체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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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야 용이하지. 쇠북 빠뜨리던 곳에 칼금을 내어 두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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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하여서 주머니칼을 끄집어내어서 쇠북이 굴러 떨어지던 뱃전을 칼로 베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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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 여기로서 떨어진 것이니 이 표만 있으면 손쉽게 찾아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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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곤댓짓을 하였다 (C. Johnson The Oak-tree Fairy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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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물속으로 물건을 떨어뜨림, 배에 칼금을 냄 같은 이야기의 밑둥에서와, 또 무엇에 달라붙어서 변통성이 없음을 비웃는 뜻에서 먼젓번 이야기하고 분명히 우연치 아니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언젠지 어디서 이 의취의 이야기가 생겨가지고 이리저리로 퍼진 것인데, 지나에서는 칼이 아메리카에서는 쇠북 됨은 그 고장 형편을 인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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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이야기를 비교하건대, 그 사연이며 형식이 하나보다 하나가 매우 커졌음을 보겠다. 한 이야기가 이리저리로 돌아다니는 동안에, 사연이 많아지고 형식이 변역됨은 이야기의 천지에서 항다반 있는 일이다. 어느 민족의 틈에서 생겨난 무슨 이야기가 다른 민족에게로 옮겨가서 새 판을 차려서 옮길 때에 더욱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란 것은 이리 저리 옮아다니는 동안에, 너무 긴 것은 추려지기도 하고, 너무 짧은 것은 늘리기도 하며, 없어야 좋은 부분은 후리기도하고, 있어야 긴한 사연은 보태기도 하며, 고치기도 하고 바로잡기도 하여, 이리쿵저리쿵 변화가 많은 것이다. 동닿지 아니하는 것은 후려버린다. 구석이 비는 것은 보공을 지른다. 쐐기도 친다. 양념도 뿌린다. 여러 가지 어우러지게 만드는 솜씨가 아는 듯 모르는 듯한 동안에 많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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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놀부와 별주부 토생원의 이야기가 몽고나 인도보다 조선의 그것이 어떻게 더 톡톡하고 짭짤하고 사개가 꼭 들어맞는지를 보아, 그지간 일을 얼마쯤 짐작할 것이다. 또 별주부의 이야기 같은 것은 일본에 가서 더욱 어우러진 형식을 가지게 된 것도 재미있는 예증으로 볼만하다. 인도나 조선에서는 이 짐승 저 짐승 사이의 겯고 트는 이야기로만 생겼지마는, 일본에서는 해파리가 는질는질한 몸뚱이를 가지게 되던 내력 이야기가 되었다. 전에 없던 설명적 분자가 새로 붙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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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 일본의 민간에서 옮기는 이야기에는 남생이와 잔나비 밖에 해파리가 나온다. 해파리란 것은 혹시 「는지렁이」라고도 하여, 바다에 사는 하등동물이니, 이름과 같이 는질는질하여 뼈도 아무것도 없고 물때가 엉긴 것처럼 생긴 것이다. (水母[수모] •海蛇[해사] •石鏡[석경] •樗蒲魚[저포어] 等名[등명]이 있는 것) 용왕의 따님이 중병에 들어 그 약으로 산 잔나비 간이 소용되므로, 남생이가 잔나비를 속여서 데리고 왔더니, 해파리가 그 비밀을 몰래 일러주어, 잔나비가 도리어 남생이를 속이고 도망하여 돌아간 뒤에 해파리의 일러준 것이 탄로되어서, 난장에 결치를 죽도록 얻어맞고 뼈를 홈싹 뽑아버려 준 고로, 시방 보는 것처럼 는질는질한 것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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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이야기 학자로 유명한 덴할트의 큰 저술인 <나투르 자아게(天然說話[천연설화]>란 책에서도 일본의 이야기로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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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二二年[일구이이년] 十一月[십일월] 十九日[십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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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二三年[일구이삼년] 一月[일월] 十四日[십사일] <東明[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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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三號[제삼호] ~ 第二券[제이권] 三號[삼호]>
【원문】안식국(安息國)에 연락(蓮絡) 있는 지봉유설(芝峰類設)의 일사인(一士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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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