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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성북정객(城北町客)으로 살던 한 토막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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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무월(水無月)의 여름달이 숲 사이로 은은히 보이고 밤 안개가 물빛 같이 고요히 나부끼는 극히 서늘한 밤이다. 저녁을 먹은 우리 가족은 집 앞 계곡가로 의논이나 한듯이 의자를 끌고 모두 나가게 되었다. 구렁이 같이 구불구불 흘러내리는 시냇가에는 그리 적지 아니한 돌들이 4~5개 버려져 있다. 우리는 겨우 두개 밖에 없는 등의자를 그 반석 가까이 갔다놓고 한 의자에 두 사람씩 끼어 앉았다. 그리고 그나마 아내는 치마 폭을 깥고 돌 위에 그저 털썩 앉고, 누렁이는 내 옆에 와서 꼬리를 치며 엎드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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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조그마한 그릇에 오늘 밭에서 새로따온 옥수수를 쪄서 가운데 놓고 한 개씩 먹기를 권한다. 우리는 옥수수를 한개씩 씹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어스름 달이 부드러운 발자국으로 나무그늘 속에 은결을 꾸미는 듯 하다. 나무 그림자가 먼 이국의 꿈을 가져오는듯 이 땅위에 길게길게 가로 누웠다. 어디서인가 쑥쑥새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여기는 모기가 지독하여 견딜 수가 없다. 몇 십 마리씩 윙윙거리며 뺨을 핥키고 이마를 뜯어먹으려 한다. 이 모기의 기용에 우리의 저녁 향연은 적지않게 곤란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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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북동에서 모기를 모두 퇴치할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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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원 조선 안에 있는 모기약이란 약은 모두 사다가 성북동 골짜기가 빽빽하게 쌓아놓고, 불을 지르면 그만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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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그만 입맛을 다신다. 그러나 뒤를 이어 네살된 영희가 시냇속에 둥실둥실 떠 있는 달을 보고 생전 처음 보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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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하늘의 옛날 달이 물속에 비친 탓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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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땅에는 달이 보이지 않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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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애의 이 말에 갑자기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과연 달은 물속에만 비쳐서 옥덩이나 잠긴듯이 물속이 환하다. 나무그늘과 나무그늘을 찾아다니는 저녁바람이 고운 사람의 부채질보다 더 시원하지 아니한가? 잠깐 침묵에 잠겨있던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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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 삼월특제(三越特製)의 아이스크림이나 좀 먹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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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나 엿에 인절미나 찍어 먹어봤으면……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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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끝맺지 못하고 호호 웃는다. 우리집 뒤에는 부엉새가 날아온다. 밤나무 잎이 기름져 반들거리고 잣나무 위에도 어스름 달빛이 흘러 그 잎파리들이 마치 은침같이 번들거린다. 고요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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