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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미(己未) 3·1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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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3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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己未[기미] 3·1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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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앙학교(中央學校) 2년급이었고 단독(丹毒)으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였다가 퇴원한 지 얼마 안되어서였다. 그리고 아직도 통원(通院)을 하면서 치료를 받느라고 얼굴과 머리에 온통 붕대를 감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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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도 그래서 오전중에 병원엘 가 붕대를 감고 한 것이 환자가 들이 밀려 그만 시간에 조금 미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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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을 허덕이면서 탑골공원 앞에 달려드니 군중은 벌써 손에손에 태극기를 들고 목청껏 대한독립만세, 조선독립만세를 부르면서 좁은 물꼬를 터뜨린 큰 물결처럼 몰려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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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태극기…… 6,7세 무렵에 보고는 늘 일본국기만 보아오던 그 태극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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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서로 갈리는 군중의 틈에 끼여 동쪽으로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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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만세! 조선독립만세! 군중과 함께 외치면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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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인산(因山)에 온 하향(遐鄕)의 老父(노부)리라. 70도 되어보이는 노인 하나가 굽은 허리를 지팽이에 의지하고 열광하는 군중 틈에 섞이어 허둥지둥하다가 팔을 덤쑥 잡으면서 잔뜩 겁먹은 얼굴과 음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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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학생, 이 웬일이요?”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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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독립이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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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답에, 노인은 당장 표정이 환희로 바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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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허어! 그럼……그럼” 하더니 지팽이를 높이 쳐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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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 만세! 만세!”하는 것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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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이 차서 허덕이는 노인과 함께 동관 대궐 앞까지 갔다. 그 앞께서 군중은 더 높이 만세를 부르면서 더 날뛰었다. 굳게 닫힌 돈화문 문안에서는 파수하다 몰려들어간 이왕직보병(李王職步兵)의 노란 두루막만이 문 밑으로 내어다보이던 것이 지금도 눈에 서언히 남은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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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화문 앞에서 한동안 만세를 부르고 날뛰던 군중은 이윽고 헤어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대로 흩어지고 마는 것이 미흡하여 다른 군중을 찾으려 종로로 도로 나와 남대문 편으로 달리었다. 이때부터 소위 무장경관과 총 끝에 창을 꽂은 일병이 거리거리를 지키는 광경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일경(日警)에 붙들려가는 사람도 비로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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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서 하숙집으로 돌아오니 상급생이 독립신문을 한 뭉텅이 주면서 밤에 돌리라고‘명령’을 하였다.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갑자기 어른이 된 것 같아 속으로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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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城日報[한성일보] 1946.3.1>
【원문】기미(己未) 3·1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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