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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의 여인(麗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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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이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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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여인(麗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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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그는 동해의 정기를 혼자만 타고난 듯이도 맑은 여인(麗人)이었다. 시절의 탓도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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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의 이른봄은 애잔하고 엷은 감촉을 준다. 그런 배경 속에 떠오르는 그도 역시 애잔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 심홍의 저고리와 검은 치마의 조화가 할미꽃의 그윽한 색조와도 같았다 그 빛깔을 받아 얼굴도 불그레한 반영을 띠었다. 그 모든 것이 독특한 아름다운 인상을 주었다. 눈망울의 초점이 명확은 하나 망연하다. 개물(個物)을 보는 눈이 아니오, 꿈을 보는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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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미는 맺힌 점의 미가 아니오, 흩어진 구름의 미다. 이지미(理知美)라는 것이 있다면 그의 그런 것은 낭만미라고나 할까. 중세기의 재현. 사실 그는 드물게 보는─몇 세기를 넘어서 볼 수 있는 희귀한 여인이었다. 중세기의 왕비인 대신에 현세기의 여인은 여교원이었다. 근심 없는 여교원이라는 것은 없을 것이니 여인의 무비의 홍안은 근심의 빛이었다. 가슴속에 병마가 근실거리는 것이다. 가엾은 일이다. (이야기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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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에게도 속사(俗事)가 많은 듯하다. 장성한 애제(愛弟)를 데리고 학교에 입학시키러 왔다가 미치지 못하는 재주로 낙망의 결과를 가지고 돌아갔다. 홍안이 더욱 근심에 흐렸을 것이 가엾다. 여인의 속루(俗累)만은 여의(如意)의 해결을 줌이 인류의 공덕일 것 같다. 그의 불여의를 마음 아프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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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값에는 안 가나 이것은 구화(構話)가 아니고 실화이다. 실화란 항용 이야기 값에 못 가는 법이다. 그러나 여인의 구화를 애써 꾸미느니보다는 차라리 그와의 현실의 이야기를 가질 수 있으면 오죽 다행하랴고 생각하였다. 그만큼 그는 반생 동안 기억 속에 적힌 중의 최상급의 여인이었다. 외람한 생각은 나의 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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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성을 모름이 도리어 다행이다. ‘권(權)’ 이니 ‘피(皮)’ 니를 들었을 때의 환멸을 생각함으로이다. 이름을 모름이 차라리 행복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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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금(福今)’ 이나 ‘봉이(鳳伊)’ 니를 들었을 때의 비애를 즐기지 않음으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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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거리가 먼 그는 그러는 동안 일종 꿈속의 사람이 되고 말았다. 꿈속에서 이모저모 빚는 마음─역시 소설을 만들려는 마음 이외의 아무것도 아닌 듯싶다. 결국 여인은 소설의 대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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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은 슬퍼야 될 것 같다. 애잔한 홍안이 그것을 암시한다. 둘째로 여교원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웬일인지 세상에 여교원같이 소설심을 자극하지 못하는 산문적 존재는 없다. (소설 자체는 산문이나 그것을 벗는 정신은 시인 것이다.) 셋째로 데설데설 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인의 웃음은 향기와도 같이 미묘한 것이어서 벌리는 입의 각도가 조금 빗나가도 시심을 상하는 까닭이다. 넷째로 노래를 잊고 침묵해야 할 것이다. 서투른 노래란 마음의 은근성을 도리어 천박하게 하기 때문이다. 돌같이 침묵할 때 마음의 심연은 더욱더욱 심화되는 법이다. 다섯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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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꿈속에서 자라는 동안에 마음의 여인은 자꾸만 이상화하여 가는 것 같다. 인물의 성격이 유형화만 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굳이 불행한 일은 아니다. 결국 여인의 운명은 비(臂)하면 ‘마그리트’ 의 경우와도 흡사했으면 한다. 거기에 홍안의 여인의 완전한 표현이 있을 성싶다. 굳이 비운과 박명을 원함은 작가의 불행한 악마적 근성이라고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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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진 여주인공이 아니오, 얻어진 여주인공이며 소설되다만 이야기가 아니고 소설되려는 이야기이다. 하기는 지금에 있어서는 결국 잃어진 여주인공이고 소설이 되다만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원문】동해의 여인(麗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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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해의 여인 [제목]
 
  이효석(李孝石) [저자]
 
  1936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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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9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