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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타령의 동원(同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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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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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령의 同源[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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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들어서 남의 이야기와 같지만 아니하실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의 〈沈淸傳[심청전]〉의 줄거리만을 추려내서 옮기는 이야기만 같기 때문입니다. 沈奉事[김봉사]고 뺑덕어미고 黃州[황주]고 인당수고 蓮[연]꽃송이고 盲人[맹인]잔치고, 이러한 소리꾼의 입에서 겹겹이 분바르고 살올리고 처덕처덕 옷입힌 것을 죄다 벗겨버리면, 〈沈淸傳[심청전]〉 일판이 역시 이 유구의 無漏[무루]호수 이야기하고 如合符節[여합부절] 꼭 같은 것임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琉球[유구]와 朝鮮[조선]과의 사이에는 혹 무역상 관계를 인하고 혹 漂風[표풍]한 船人[선인]들의 왕래로 인하여, 두 나라 사이의 교통이 진작부터 열렸었고, 우리가 거기, 저희가 우리에게서 피차간에 여러 해씩 살다가 돌아오고 돌아간 일도 많이 있은즉, 피차의 옛이야기가 서로 전해질 기회는 미상불 없지 아니하였읍니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심청이가 琉球[유구]에도 있고 조선에도 있게 된 것을 본 듯하게 말할 수는 없읍니다. 우선 심청이가 조선에만 있는 효녀가 아님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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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日本[일본]으로 건너가서 시방부터 八[팔], 九[구]백 년 전의 著述[저술]로 인정되는 〈宇治拾遺物語[우치습유물어]〉라는 古談集[고답집]을 떠들어 보건대, 그 卷三[권삼]에 「雀報恩事[작보은사]」란 제목으로 이런 이야기를 적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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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일기 화창한 봄날에 마누라님 한 분이 뜰에서 일을 하노라니, 참새 한 마리가 돌팔매에 맞아서 허리를 부러뜨리고 날개를 퍼덕거렸다. 불쌍해라 하고 얼른 집어서 쓰다듬고 물과 모이를 주어서 나날이 정성을 다하여 구완하였더니, 여러 날 만에 다친 데가 다 나아서 아주 기쁨에 못 이기는 듯한 모양으로 훨훨 날아갔다. 그런 지 수십 일만에 이 할머니가 있는 방창 밖에서 참새 소리가 요란히 나므로 행여나 하고 내다본즉, 과연 눈에 익어 잊히지 않던 그 참새이므로, 오냐 너이더냐 하고 마주 나가매, 새가 반기며 즐겨하며 입에서 낟알 하나를 뱉아 놓고 그만 훌쩍 날아갔다. 무엇인고 하고 주워 보니, 박씨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그것도 귀엽다 하고서 땅에 심었더니, 무럭무럭 자라서 박이 어찌 많이 열리는지 모르므로, 그대로 따서 동네에 무한 인심을 쓰고, 그 중에도 잘 여문 것 몇 개는 바가지를 타서 쓰리라 하고 따서 매달고 굳기를 기다렸다. 얼마 뒤에 끄집어 내리려 하나 무게가 유난히 무거운지라, 에그 힘들어라 하고 간신히 내려놓고 칼을 대고 씨적씨적 켜고 보니, 그 속에 박속은 없고 하얀 쌀이 하나 가득하였다. 이상한 일도 많다 하고 어쨌든 쏟자 하면서 다른 그릇으로 옮겨내니, 금시에 또 하나가 가득한지라, 옳지 우리 귀여운 그 새가 은공을 갚노라고 갖다 준 것이야 하고, 쏟고 닫고 열고 쏟아서 그만 거룩한 長者[장자]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 소문이 나자, 그 전에 빈정거리던 동리 사람들이 이제와서는 부러워하기를 마지아니하는 중에 욕심꾸러기 여인 하나가 와서 전후 사연을 자세히 물으므로 숨길 것 없이 지난 일을 낱낱이 일러 주니, 응 그랬어 하고는 저희 집으로 돌아가서, 쭉지 부러진 참새를 갑자기 만날 수 없으매, 돌 몽둥이를 주워 가지고 참새 모여 있는 데를 가서 팔매질을 하여 퍼덕거리고 애쓰는 놈을 세 번에 세 마리나 붙잡아다가 다친 데를 싸매고 모이를 주어 구완하다가, 다 나을 만하매 날려 보내고, 이제나 저제나 하고 참새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과연 십여 일 뒤에 새 세 마리가 다 와서 씨를 떨어뜨리거늘, 이제 왔느냐 하고 바삐 주워다가 땅에 심고, 더디 자람만을 갑갑해하였다. 얼마 만에 박이 열리매 동리 사람에게 자랑 겸하여 많이 따서 두루 나눠주고, 저도 하나를 먹어보니 어찌 맛이 쓰고 고약한지 입을 주체 할 수가 없는데, 가져다가 먹은 동리 사람들도 사람 먹지 못할 것을 주어 생으로 병들을 얻었다고 꾸역꾸역 모여들어서 시비를 하고, 들이덤벼 때리는 통에 우선 죽을 지경을 한 번 치렀다. 그러나 이 여인의 생각에 아마 지레 따서 채 익지를 못하여 그런 것이지 하고, 나머지는 따서 화수분을 만들려고 오래 달아 두었다가, 그만하면 하고 하루는 쌀 받아 넣을 그릇을 수두룩하게 가지고 박 달아 놓은 방으로 들어가니, 박마다에서 벌에 등애에 지네에 그리마에 갖은 독한 벌레들이 떼를 지어 나와서 이 女人[여인]의 눈 코 입 손 발 할 것 없이 쏘고 물고 해서 그만 죽어버렸다. 부리지 말 것은 괜한 게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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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야기가 눈에 뜨입니다. 여러분 들으시기에 과연 서투른 외국 것만 같습니까. 아마 그것이 日本[일본] 이야기야, 하고 싶으실 것입니다. 또 한 번 발길을 돌려서 반대되는 北方[북방] 몽고의 古談[고담]을 한 번 구경하실까요. 거기 이런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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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색시가 마루에 앉아 띕질을 하고 있더니, 처마 끝에 집 짓고사는 제비 한 마리가 바닥으로 떨어져서 날개를 퍼덕거리고 애를 쓰는지라, 왜 그러노 하고 가서 본즉 쭉지가 부러졌거늘, 에그 불쌍해라 하고 바느질하는 오색실로 부러진 데를 동여매 주니 제비가 고맙고 기쁜 낯으로 날아갔다. 얼마 뒤에 제비가 튼튼해진 모양으로 날아 돌아와서 고마운 치사를 하는 체하고 도로 날아갔는데, 그 자리에 무엇이 떨어지는 듯하기로 살펴본즉 박씨 한 알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심어 보리라 하고 땅을 파고 심었더니, 다 자란 뒤에 박이 하나 엄청나게 크거늘 이런 것 보았나 하고 켠즉, 그 속에서 金銀寶貨[금은보화]가 수없이 나와서 그 색시가 그만 長者[장자] 巨富[거부]가 되었다. 동리에 심사가 바르지 못한 색시가 있더니, 이런 이야기를 듣고 게염이 더럭 나서, 나는 그렇게 못할 줄 아느냐 하고, 제집 처마 밑에 집 짓고 있는 제비를 휘두드려 쳐서 쭉지를 부러뜨리고, 오색 실로 동여매서 날려 보내었다. 얼마만에 과연 박씨 하나를 물어다가 떨어뜨리므로 얼른 심으니 역시 커다란 박이 하나 열렸다. 어서 金銀[금은]을 꺼내야지 하고, 그 박을 켠즉, 무서운 毒蛇[독사]가 그리로서 나와서, 그 게염장이 색시를 물어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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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입니다.
【원문】박타령의 동원(同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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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9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