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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강(臨津江)과 그 유역(流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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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8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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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津江[임진강]과 그 流域[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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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臨津江), 임진강 이렇게 입속으로 외어보느라면 어쩐지 여느 다른 강, 가령 한강(漢江)이니 낙동강(洛東江)이니 그런 강이름보다 훨씬 보드랍고 감칠성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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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것은 임진강의 유서 있는 고사(古事)에 대한 선입감의 소치보다도 ‘임진강’이란 제가 타고난 이름의 어감이 보드라운 탓이기 쉬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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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한양의 남쪽 변두리를 언뜻 스치면서 홀홀(忽忽)히 서북으로 빠져나가다가 하구 가까이 탄현(炭縣) 부근에 당도할 무렵이면 거기에서 불기(不期)히도 동북방으로부터 도도히 흘러내려오는 한 줄기의 딴 강과 서로 만나 두 강물은 한데 합수가 된다. 이 딴 줄기의 강이 곧 임진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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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은 한강과 합수가 되어가지고서 향을 서북으로, 양양히 흐르다가 강화도(江華島)의 뒷데시기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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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의 뒷데시기 연미정(燕尾亭) 발 밑을 고패로 물은 도로 갈리어 원 줄기는 곧장 서으로 가느다란 한 줄기는 김포땅과 강화땅을 쪼개면서 남으로 각기 흘러, 필경 의지할 육지가 없어 마침내 황해의 넓은 파도 속에 자취를 감추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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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는 그래서 임진강과 한강이 황해바다로 흘러드는 물받이를 하는 셈(島: 섬으로 道)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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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강물이 합치고 갈리고 함이 그만하면 곡절도 기특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임진강의 임진강다운 풍치하며 그 정조는 역시 상류로 올라가서 찾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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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탁류(濁流)를 잠깐 동안 참고, 하류 하구로부터 커다란 반원을 치면서 동북으로 휘는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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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느라면 이윽고 바른편으로 바라보이는 일좌의 산, 이것이 월롱산(月籠山)이요 옛날 고구려 때에 파해평사(坡害平史)로 시방도 그 이름이 남아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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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坡州)니 또 훨씬 올라가서 파평(坡平)이니 하는 지금의 지명도 멀리 거기서부터 유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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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롱산을 우편으로 바라보면서 다시 강을 거슬러 오르면 거미허(居未許)에 경의선(京義線)의 철마가 문산역(汶山驛)과 장단(長湍) 사이를 철교를 타고 우렁차게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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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반(江畔)이 경성의 서북 관문 임진진(臨津鎭)의 옛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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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진이라고야 하지만 시방은 강 저편으로는 강언덕 바투 산비탈에 두세 곳 한두 채씩의 오막살이 촌가가 현대로부터 멀리 물러가 역사 속에서 오도카니 처져 있고 , 강 이편은 훤히 퍼진 벌판의 논밭에서 요새같은 여름철이면 농부들이 무심히 김이나 매고 있을 뿐 아무런 옛자취도 찾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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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임진강은 경성의 서북으로 있는 첫 강이요, 강은 천연의 요새인만큼 들이껴서는 군사상 경성의 최후적 관문의 요충이 있었고 임진진의 의의도 매우 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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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강반 가까이는 임진란 때 권율(權慄) 도원수가 일병과 대치했던 봉서산성(鳳捿山城)의 구지가 아직도 남아 있고 병자의 난에 호병(胡兵)의 사태를 잠시나마 막아내던 것도 이곳 임진의 나루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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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멀리 삼국시대에 많은 병역을 치른 것은 물론이요, 근세에 이르러서 특기할 것으로는 일청(日淸)ㆍ일로(日露) 두 번의 전역에 다 일본군의 병참부가 된 곳이 역시 이곳 임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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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진을 지나 강을 또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파주땅에 들어서면부터 시방까지 탁하고 몰풍취(沒風趣)하던 강물과 양안의 경개가 비로소 일변 아름다운 풍경이 눈을 반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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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로부터 고랑포(高浪浦)까지 이 사이를 일러 임진적벽(臨津赤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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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의 적벽강을 본딴 명칭이겠지만 조선의 강류 가운데 풍경 좋은 곳으로 적벽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은 곳이 없듯이 이곳도 적벽강이다. 적벽인만큼 아뭏든지 절승(絶勝)은 절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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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짝으로 깎아지른 석벽(石壁)이 솟은 그 밑을 푸른 강물이 고요히 흐르는가 하면 맞은편 강안은 눈이 부신 명사(明沙) 벌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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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고 한 굽이를 돌아들면 백사장이 좌편에 있던 것이 우편으로, 우편에 있던 석벽이 좌편으로 바뀌고, 그러나 맑고 푸른 강물은 그대로 소리없이 흘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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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상을 어찌하다가 배 한 척이 지나가고 있을 따름, 아닌게아니라 백구가 종일 조올되 한가한 꿈을 방해하리 없을 만큼 강을 오르내리는 주즙(舟楫)과 연안의 인연(人煙)이 한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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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벽범장소(地壁帆檣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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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희구로순(人稀鷗鷺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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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숙제(私淑濟) 강희맹(姜希孟)의 임진적벽을 읊은 일구인데 정히 사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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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정한 백사장과 맑게 흐르는 강물과 기이한 석벽으로 이루어진 절경이 시방은 주인을 잃은 듯 무류하지만 그것은 인사(人事)가 바뀐 오늘 말이요, 들이껴 고려시절에는 당대 서울의 한강과 진배없이 임진적벽은 번화스러운 수향(水鄕)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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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은 뒤로 장산(長山)을 등지고 앞으로 강을 띤 그 중간의 땅을 이상적인 도읍지로 삼았다. 평양을 보아도 그러하고 한양을 보아도 그러하고, 부여나 공주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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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오늘날과 같이 병기가 발달이 되지 못한 때라 산과 강으로써 군사상 천연의 요새를 삼는 동시에 앞의 강류를 운수에 이용하는 이중의 이(利)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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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려의 도읍터인 송도는 산과 물의 두 가지를 겸전치 못하여, 뒤로 천마(天摩)ㆍ성거(聖居)와 송악(松嶽)은 등지고 있었으나 물은 멀어 부중으로부터 50여 리나 떨어진 곳에 임진강이 놓여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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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국방상으로는 평양의 대동강이나 한양의 한강 못지않은 역할을 했을 것이지만 운수상으로는 그다지 공이 없었고, 더구나 월풍(月風)의 터로서는 매우 푸대접을 받을 운명의 것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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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상은 그렇지도 않아서, 고려 때의 송도의 궁정이며 귀현(貴顯)들은 이 임진적벽을 놀이터로 매우 번번히 찾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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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임진강보다는 좀더 가까운 예성강이 없는 게 아니었으나 그는 풍경으로 헤아려 임진적벽을 가히 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역시 송도의 한강은 임진강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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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도 그 중엽때가 임진의 놀이의 전성시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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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려중엽이라면 조정의 문무 양파가 대립되어 알력과 살벌이 심하던 시절인만큼 그 충돌은 임진강의 뱃놀이에서도 자주 벌어져, 고요하고 아름다운 강물이 붉은 피와 피비린내로 아닌 수라장을 이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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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栗谷)의 고사로 이름이 지명에까지 남아 있는 율곡리(栗谷里)와 및 그의 화석정(花石亭)도 임진적벽에서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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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은 상류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강안의 풍경은 더욱 아름다와, 고랑포로부터 전곡 (全谷) 사이의 한 토막은 가위 절묘의 경이라 추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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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언덕의 석벽은 그새와 같이 험하지 않으나 그 묘함은 훨씬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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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깊지 않고 한편 언덕의 모래벌판은 더욱 정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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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아름다운 강류에서 화방(畫舫)에 술과 풍악과 계집을 한데 싣고 놀던 옛 송도의 귀인이라는 사람들도, 한 병의 술을 차고 와서 나룻배를 빌려 타고 강안의 절경을 읊조리던 수많은 시객(詩客)들도, 권세 다툼에 강물에다가 피를 흘려 보내던 여조(麗朝)의 문무들도 시방은 세월로 더불어 형적없이 다 가고 이제 남은 것은 옛모습 그대로 있을 풍경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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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강물은 지난 적에도 그랬거니와 앞으로도 면면 누만년, 인거(人車)의 허망한 변천을 보면서 그러나 말없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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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은 본시 그다지 규모가 큰 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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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발원을 보면 저 멀리 함경남도의 마괴령(馬鬼嶺), 마괴령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강원도의 서북 변경을 황해도 접경 가까이 서남으로 흘러, 안협(安峽) 근처에서 황해도로 들어서는 체하다가 토산(兎山)에서 급히 남으로 머리를 두르고 경기땅으로, 경기땅으로 들어와서는 전곡에서 서으로 꺾여 황해를 바라보고 곧장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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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작기는 해도 네 도를 거쳐 흐르는 강이요, 뿐만 아니라 다른 곳의 어느 강보다도 여러 왕조 동안 그 변천을 몸 가까이 겪어오던 게 이 임진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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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은 그리하여 풍월도 상줄 만하거니와 고사도 여러 가지고 아롱다롱이다. (이상 地理風俗大系及[지리풍속대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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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代朝鮮文學全集[현대조선문학전집](朝鮮日報社出版部版[조선일보사 출판부판]) 第5卷[제5권] 中[중] 李殷相篇[이은상편] 「石壁流」[석벽류]에 依[의]함)
【원문】임진강(臨津江)과 그 유역(流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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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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