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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支那[지나]의 類話[유화]에는 분명히 옷을 벗고 사람 되는 귀절이 있읍니다. 이를테면 〈雲南通志[운남통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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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南省城[운남성성]의 沙浪里[사랑리]란 곳에 龍湫[용추]가 있으니 傳[전]해 오는 말에, 옛날에 용이 人形[인형]을 하고 인간으로 나와 놀새, 그 허물을 벗어서 石間[석간]에 두었더니, 장사하는 사람 하나가 마침 그 石上[석상]에서 쉬다가 甲冑[갑주]한 벌이 龍鱗[용린] 같은 것을 보고 좀 입었더니, 홀연 비린 바람이 湫中[추중]으로서 일어나고 水族[수족]들이 나와서 맞아들였다. 얼마 뒤에 용이 와서 저의 허물을 찾으나 없으므로 그냥 水中[수중]으로 들어가니, 水族[수족]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온통 나서서 내몰아 버리고 장사치가 그냥 용이 되어서 그 湫[추]를 차지하고 있으니, 鄕人[향인]들이 이런 줄 알고 이름짓기를 장사치 용(貨郎龍[화랑용])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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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이야기는, 허물을 벗으면 사람이 되고 허물을 쓰면 용이 되는 관념이 분명하게 나타났읍니다. 아마 이 부분이 있어야 옛 맛이 있을 것이겠지요. 물론 지나에도 허물을 벗고 입는 귀절이 없이 다만 용이 필요할 때면 사람이 되는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아까 범들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예를 들지라도〈鶴林玉露[학림옥로]〉란 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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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가 서울로 갔다가 龍母廟[용모묘]를 들어가서 거기 塑像[소상]해 앉힌 龍母[용모]님의 姿容[자용]이 아름다움을 보고, 이 다음 벼슬하거든 저런 미인을 얻어 살았으면 행복이겠다고 생각하고 나와서 말을 타려고 한즉, 뱀이 안장에 가서 걸쳐 있거늘 자세히 보니 고삐이었다. 뒤에 좋은 고을을 얻어 부임하여 가다가 中路[중로]에 숙소를 댔다가, 뒷채 簾箔[염박] 內[내]에 얌전한 처녀가 오락가락 하는 양을 보고 마음을 두었다가, 주인이 나온 뒤에 인사를 마치고 말을 하다가 혼인을 청하여 그 색시에게 장가를 들었다. 고을을 가서 三[삼]년에 아들을 둘이나 낳았는데, 몸하인이 있어 항상 물을 길어 들이고 음식은 桶[통]에 버리고 먹지를 아니하더니, 하루는 계집 하인을 방으로 불러들이니, 홀연 雷電[뇌전]이 大作[대작]하고 化[화]해서 二龍[이룡]이 되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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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이야기는 처음에 옷을 벗고 뒤에 그것을 도로 입는다는 말만을 집어넣으면 아까 말씀한 범을 장가들었다가 아들 낳은 뒤에 놓쳐버린 이야기들하고 똑같은 본새로 볼 것입니다. 또 名僧大德[명승대덕]이 불법을 연설하는 자리에 용이 人形[인형]을 하고 와서 듣는다는 이야기는 조선이나 지나에 다 있는 바인데,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말한 것은 없어도 아마 허물을 벗고 입고 하는 줄로 생각하였을 것이 아까 雲南[운남] 龍湫[용추]의 이야기에 나타났음과 같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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