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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여송(李如松)과 이인(異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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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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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如松[이여송]과 異人[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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窮[궁]한즉 통한다는 격언이 있어서, 미상불 기막히는 境界[경계]에 있는 사람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꼭 그렇게 되는 與否[여부]를 초월해서, 이 말 한 마디가 얼마나 많이 죽을 사람을 살리고, 캄캄한 세상을 명랑하게 했는지 또 하는지 할는지, 이른바 不可稱[불가칭] 不可說[불가설]의 공덕이 이 말 속에 들어 있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개인에게만 볼 뿐아니라, 집단 생활의 위에와 역사 진행의 위에도 보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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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국민의 전설을 보든지, 內憂[내우]· 外患[외환] 간에 인민의 생활이 절박한 境界[경계]에 임하였을 때에나, 또 어떠한 사업이 막다른 골이 되어서 다시는 움치고 뛰지를 못하게 된 때에, 홀연히 이상한 인물이 나타나서 막힌 것을 트고 엉킨 것을 풀어놓는다는 투의 이야기가 있읍니다. 한 민간의 이야기니만큼, 사실의 배경이 있고 없음은 물론 문제되지 않습니다. 어떠한 의미로 말하면, 사실로는 그렇게 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관념상의 이야기나 얻으려 하던 것이겠지요. 조선에도 이러한 종류의 이야기가 옛부터 많이 행하여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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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人[이인]이나 숨었던 무명한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세상에 나와서 보통으로 불가능한 일을 손쉽게 성취하여, 세상을 구제하고 민생을 편안하게 했다는 투의 이야기입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 그 자취가 바람과 같고, 어느덧 나왔던가 하면 어느덧 가 버려서 그 행동이 번개와 같아서, 그 출처 진퇴는 어디까지고 비사회적이면서 그 만들어 놓고 가는 사실은 가장 심각하고 절실한 사회의 대망을 만족케 하며, 시대의 난국을 펴 놓는 것입니다. 그 두드러진 실례는 저절로 역사적 대사건의 위에서 볼밖에 없읍니다. 비교적 얻어 보기 쉬운 설화집인 〈溪西野談[계서야담]〉이란 책에서 몇 가지 例話[예화]를 뽑아서 말씀하겠읍니다. 첫째 ──
 
 
5
壬辰亂[임진란]에 明[명]나라에서 제독 李如松[이여송]을 보내어 군사를 거느리고 조선을 구원하게 하여 平壤城[평양성]을 회복하고 府內[부내]에 入據[입거]하니, 如松[여송]이 산천이 嫩麗(눈려)한 것을 보고 가만히 異圖[이도]를 품고, 제가 그만 平壤[평양]을 차지하고 지낼 생각을 하여, 하루는 막료들을 모아서 大宴[대연]을 練光亭[연광정]에 排設[배설]하였더니, 홀연 亭下[정하]의 강변으로 老翁[노옹]이 검은 소를 타고 막 軍前[군전]을 지나려하거늘, 軍校[군교]가 소리를 질러 네 이놈 어디라고 이리로 무엄히 지나가려 하느냐 하고, 아무리 辟除(벽제)를 하여도 그 노옹이 들은 체도 아니하고 고삐를 잡고 천연히 지나가므로, 제독이 大怒[대노]하여 곧 軍校[군교]로 하여금 그 놈을 잡아 들이라 하여, 건장한 군사가 빠른 말을 타고 나가매, 쇠걸음이 빠른지는 모르되 아무래도 쫓아가는 수가 없는지라, 제독이 더욱 분노해서 스스로 千里名騾(천리명라)를 타고 칼을 빼어들고 따를 새, 소가 멀지 않은 앞에 있고, 노새가 나는 듯이 따르되, 밤낮 그만큼 떨어져 마침내 따르는 수 없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어느 산촌으로 들어가더니만, 노옹이 소를 溪邊[계변]의 버드나무에 매고, 그 곁에 있는 초가집으로 쑥 들어갔다. 李如松[이여송]이 노새에서 내려서 칼을 짚고 들어간대 노옹이 일어나 맞이하거늘, 如松[여송]이 성내어 꾸짖어 가로되 「내가 천자의 명을 받자와 백만 대군을 이끌고 너희 나라를 와서 구원하거늘, 네가 한 野老[야로]로서 감히 군율을 犯觸[범촉]하여 顧忌[고기]함이 없으니, 죄가 마땅히 萬死[만사]하리라.」 노옹이 천연히 대답하기를 「예, 내가 아무리 山野[산야]에 무식한 물건이기로 대장의 위엄과 균율의 엄함을 모르오리까마는, 다만 한 가지 대장께 원하는 일이 있기로 이렇게 무람 없는 짓을 함이올시다. 내가 난봉 자식 둘을 두었으되 士農工商間[사농공상간] 정당한 생업을 아니 하고, 이놈들이 강도의 짓만 하여 천지에 무서워함이 없기로 그 놈을 없애려하나 도리가 없더니, 그윽히 들으니 대장의 神勇[신용]이 천하에 무쌍하다 하기로 행여 대장의 힘을 빌어 이 悖子(패자)를 없애고자 함이올시다.」 如松[여송]이 가로되 「그래 그 놈이 어디 있어?」 노인이 가로되 「뒷방에 있읍니다」, 如松[여송]이 칼을 들고 뒷방으로 들어가니, 兩少年[양소년]이 있어 얌전한 선비 모양으로 글을 읽고 있거늘, 如松[여송]이 대성으로 꾸짖어 가로되 「너희 놈들이 悖逆[패역]이 무쌍하다 하니, 그저 둘 수 없은즉 쾌히 내 칼을 받으라」 하면서 칼을 들어 친대, 그 소년이 곧 畵鎭[화진]으로 놓았던 대쪽을 들어 막는데 칼이 들어갈 틈이 없는지라, 如松[여송]이 더욱 분함을 참지 못하여 고쳐 기운껏 칼을 들어 치매, 이번에는 畵鎭[화진]으로 받아서 쩡 소리가 나면서 칼이 두 동강이 나므로, 이제는 如松[여송]이 이럴 수가 있나 하고 疑懼[의구]할 즈음에, 노인이 뒤에 있다가 소년들을 꾸짖어 가로되, 이놈들 대국 대장의 무서운 줄을 모르고 감히 무례한 짓을 하느냐 하여 다 退坐[퇴좌]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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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松[여송]이 무색하게 사례하여 가로되 「이 사람들의 용력이絕倫[절륜]하여 내 敵手[적수]가 아니니, 그대의 부탁을 듣지 못함이 미안하노라」, 노옹이 웃어 가로되, 「응, 아까 말은 다 농담이거니와, 이 아이들이 비록 용력이 있다 해도 저희들 열 놈이 덤벼야 늙은 나 하나를 抵當[저당]치 못합니다.
 
7
이제 장군이 천자의 명을 받들어 우리 나라 구원으로 왔으니, 말끔하게 적군을 물리치고 개가를 불러 돌아가면 공이 한 세상에 덮이고 이름이 천추에 전할 것이거늘, 장군이 이럴 생각은 하지 않고 도리어 다른 뜻을 두고, 그래 조선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셈이오? 장군이 비록 용맹이 三軍[삼군]에 으뜸이요, 지혜가 諸葛亮[제갈량] 같을지라도, 만일 그런 마음을 버리지 아니하다가는, 내가 늙었지마는 장군의 목숨은 내가 마음대로 하리니 조심하오」 하거늘 如松[여송]이 이 말을 들으매 그만 식은 땀이 등으로 쭉 흐르고 고개가 저절로 숙여서, 그만 「잘못했으니 용서하시오. 가르치신 말씀을 지키오리다」 하고는 돌아와서 다시는 딴 생각을 못하였다.
 
 
8
하는 이야기가 있읍니다. 壬辰亂[임진란]의 다급한 대목에 이러한 異人[이인]이 가끔 나와서 아슬아슬한 위기를 지내었다는 이야기가 퍽 많이 있읍니다.
【원문】이여송(李如松)과 이인(異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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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0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