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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여(眞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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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8.19
홍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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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眞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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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여의 두렷한 달은 어디메쯤에나 떠 있느냐. 삼계(三界)가 오직 일편의 마음뿐이라 마음밖에는 아무러한 법도 없다 이르거니 천심일륜(天心一輪) 마음의 달 참되인 눈 앞에는 대우주의 삼라(森羅)한 실상도 미(迷)나 오(悟)가 모두 일여(一如)라. 다하지 않는 묘미와 말할 수 없는 묘취(妙趣)가 여기에 있으리로다.
 
3
이에 이제 천지와 인생 온갖 상을 여실(如實) 그대로 지견(知見)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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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의 유정(有情) 그것이 다 ― 본각(本覺)이오 진심이라. 저 무시(無始)로부터 이래로 항상 주(住)해 청정하여 소소(昭昭)히 어둡지 않고 요료(了了)히 당지(當知)한다고……. 이렇듯이 들었거니와 마음의 원저(原低) 자기 본래의 면목은 불(佛)이나 서로 다를 것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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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人性)의 근본은 청정한 것이나 그 몹쓸 망념으로 말미암아서 진여를 어둡게 덮어두었나니 다만 그 망상만 없이해 버리면 본성은 저절로 청정해지리라”고 육조대사(六祖大師)는 말씀하였고 “심즉시불 불반시심 심불여여긍고긍금(心卽是佛 佛半是心 心佛如如亘古亘今)”이라 말한 이도 있겠지마는 미욱한 중생은 이 마음을 체득하지 못한지라. 사람마다 스스로 고뇌하기를 마지 않는 바이로다. 중생의 마음의 샘물이 맑기만 하면 선제(善提)의 그림자가 그 가운데에 저절로 나루올 것이매 내 눈 앞에 세상은 모두가 이 내 마음의 한 영우(影于)일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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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우리는 그 나의 그림자가 구부러진 것을 혐의(嫌疑)하여 감추려고 애쓰는 이보담은 애당초 그 그림자를 바로 잡아 놓았으면 좋았을 것이 아닌가. 한갓 외계의 미추(美醜)만을 꼬집어 탓하지 말고 안경알의 구듭진 때를 얼른 깨끗이 씻어버리면 좋을 것이다. 실없는 마음 하나로서 고락부침(苦樂浮沈)의 모질은 매듭을 맺게 되거늘 한 발자욱 안으로 걸음을 돌이키어 자기 마음을 내성(內省)해 보지는 않고 부질없이 갈팡질팡 헤매이다가 단안절애(斷岸絶崖) 낭떠러지에 투신 자멸을 해버리게 된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웁고 가엾은 일이라 현대인인 우리의 행동은 대개가 모두 그러하였었느니라. 부질없이 부운(浮雲)을 꿈구고 표박(漂泊) 유랑, 타향살이 수십 년에 자빠져도 코만 깨겠으니 다시 한번 일국암루(一掬暗淚)로 가엾은 일이 아니랴.
 
7
사조도신(四祖道信)이 삼조승찬(三祖僧璨)에게 “원컨대 화상의 자비로써 해탈의 법문을 열어주소서”하니까 승찬이 이르기를 “누가 너를 결박해 놓았더냐” “별로 누가 결박을 지어준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그리 새삼스레 해탈을 구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 이 말 한 마디에 도신(道信)은 즉각으로 깨달아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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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게 아니라 사람마다 제 손으로 올가미를 만들어 결박을 지어놓고 애달피도 끝없이 번민하고 오뇌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이지 그것이 우리가 일상으로 되풀이하는 생활의 형태일 것이다. 손으로 지어놓은 결박을 남더러만 해결해 달라고 안타까웁게 보채고 조르고 비지발락 천의만뢰(天依萬賴)를 한다 했자 무슨 소용이 있으며 그 무슨 신통한 도리인들 있을소냐. 무단 중도사공왕(無端中途事空王)이라 원래가 아무러한 오랏줄도 없는 것이건마는 제 손으로 애써 그것을 만들어가지고 스스로 결박을 꼭꼭 옭아지어 애달피 우는 가엾이 우는 중생…… 미욱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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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명(王陽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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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인자유완반침 만화근저총재심 각소종전원도견 지지엽엽외두심(人人自有完盤針 萬化根底總在心 却笑從前願倒見 枝枝葉葉外頭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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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읊조리었다. 사람마다 그 마음 속 근원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그것을 공연히 전도하여 외두(外頭)에서 분주히 지엽을 헤쳐 찾아내려고 허둥대는 꼴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냐.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말도 있고 또 “도재류이각구제원(道在遛而却求諸遠)” 이라고 탄식한 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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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일심춘불견춘 망혜답편롱두운 귀래소연매화후 춘재지두기십분(盡日尋春不見春 芒鞋踏遍隴頭雲 歸來笑然梅花嗅 春在枝頭己十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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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궁자객타향 분주천애세월장 일입왕성심아부 방지청석실랑당(可憐窮子客他鄕 奔走天涯歲月長 一入王城尋我父 方知晴昔實郞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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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왕양명 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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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무취독지심 차시건곤만유기 포기자가무진장 연문지발효분아(無聲無臭獨知心 此是乾坤萬有基 抛棄自家無盡藏 沿門持鉢傚盆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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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臨濟)는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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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처위주(隨處爲主)며 입소개진(立所皆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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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하였거니와 여기에 이르러 비로소 무변광대(無邊廣大)한 광명과 공덕이 나타나나니 이곳의 오인(吾人) 생활의 큰 의의가 한 번 뚜렷이 변성(變成)하리로다. 새로운 생명이 번쩍거리고 진실의 의의가 구족(具足)할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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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호시일(日日好是日)”로 여실지견(如實知見)하리라.
 
 
20
(『每日新報[매일신보]』 1938년 8월 19일)
【원문】진여(眞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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