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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未婚)의 젊은 남녀(男女) 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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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5
방정환
1
未婚[미혼]의 젊은 男女[남녀]들에게
2
─ 당신들은 이렇게 배우(配偶)를 고르라 ─
 
 
3
“정말로 행복한 결혼을 해야겠는데.”
 
4
하고 생각하는 것은 다 젊은 남녀의 가장 열심으로 회망하는 바인 동시에 가장 신중히 생각하는 큰 걱정일 것이외다. 아드님을 둔 부모나 따님을 둔 부모도 자기 아들이나 딸에게 어떻게 하면 더할 수 없이 훌륭한 결혼을 시켜 줄까 하고 초심할 것이요, 그 분더러 말하라면 아들딸 당자보다도 더 깊히 훌륭한 혼인을 희망하고 애쓴다 할 것이외다.
 
5
그러나 그것은 아들딸의 생각에 이해와 동정이 부족한 까닭일 것이니 어떻게 부모의 걱정이 직접으로 할 당자의 걱정보다 더하다 할 수 있으리이까. 사랑하는 아들이나 딸이 병들어 누웠을 때, 또는 바꾸어 그 부모가 병석에 누우셨을 때, 간호하는 부모나 자녀의 괴로움이 앓는 당자보다도 더하다고 보는 때가 많지마는 병자는 심한 열기로 호흡이 괴로워 신음할 때에도 간호하는 사람은 여러 날 피곤에 아무것 다 잊어버리고 깜박 잠이 들 수도 있는 것이외다. 간호하는 괴로움이 앓는 이의 괴로움보다 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앓는 당사자의 고통에 이해와 동정이 부족한 까닭일 것이외다.
 
6
아무리 인정 많은 동정자라도 아무리 사랑 많은 부모라도 모든 일에 그 당사자의 통절한 실감에 미치지 못할 것은 도리어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외다. 그리고 사람 각자의 귀중한 독립적 생명도 거기에 있을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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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남녀의 결혼에 관하여도 물론 그 부모는 없어서는 안 될 보조자외다. 보조자는 보조자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고 고심할 것이외다. 그러나 자기를 위하여 가장 훌륭한 배우자를 얻게 되기를 빌고 그를 위하여 가장 간절히 힘을 쓸 사람은 오직 오직 그 당자인 청춘 남녀 자기 자신밖에 다시 없는 것이외다.
 
8
아들이나 딸을 위하여 좋은 신랑을 얻어 주리라, 좋은 색시를 얻어 주리라하고 찾아 다니지만 부모들은 결국 자기의 눈에 맞고 자기 의사에 합당한 인물을 구하고 마는밖에 별 수가 없을 것이니 아무리 아들과 딸을 위하는 마음으로라도 결국은 자기에게 맞는 사람을 골라서 아들이나 딸에게 틀어 맡기는 재주밖에는 더 가진 아무 수도 없는 것이외다.
 
9
어떻게 백 년 고락을 같이할 당사자의 의사를 제쳐놓고 보조자의 의견만으로 좌우할 수 있는 일이리이까. 당사자 자기 자신들이 자기네 생활의 완성을 위하여 좋은 배우자를 선택하기에 주도한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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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간한 집안의 정리쯤은 대리로 시키는 수가 있을 것이외다. 그러나 자기 남편이나 아내의 선택뿐만은 자기 생각 자기 뜻으로 할 것이요, 친척이나 부모에게도 부탁하여서는 못 쓸 일이고 할 수도 없는 일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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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선의 많은 젊은 사람이 이혼을 바라면서 하지 못하고 징역 생활같이 차고 쓰라린 생활에 괴로워하는 것도 자기가 선택하지 아니한 배우자와 동거하기 시작한 까닭이 아니고 무엇이리이까. 기왕 결혼한 사람은 잘못된 까닭으로 괴로워하려니와 장차 결혼할 사람들은 이 괴로움은 피하여야 할 것이외다.
 
12
“부모가 여러 사람을 후보자(候補者)로 골라 가지고 그 중에서 아들이나 딸의 뜻에 맞는 사람하고 결혼을 시키면 그것은 강제 결혼이 아니고 당사자 자신이 선택한 것과 일반이라.”
 
13
고.
 
14
그러나 그것도 생각이 부족한 말이니 가령 어떠한 물건을 살 사람이 자기 뜻대로 이 곳 저 곳에 널리 골라 보아 선택하는 것과 부모나 친척이나 누구가 어느 곳 상점에서 자기 뜻대로 골라 온 그 중에서 선택하는 것과 똑같을 수가 어찌 있으며, 부모나 친척이 선택한 그 범위 더 밖에 훌륭한 배우자가 없으란 법이 있으리까. 또 설사 그것이 당자의 선택과 틀릴 것이 없다 하기로 남편이나 아내의 선택은 다른 물건 고르기와는 같지 아니할 것이니 부모가 가리켜 이것이 줗으냐 저것이 좋으냐 할 때에 어떻게 선택하는 재주가 있을 리 있으며 만일 당자가 그 자리에 능히 선택한다 하면 그것은 지위와 재산과 용모로써 헤아릴 것 외에 다른 것이 없을지라 그것은 대단히 불행한 선택일 것이요, 또 그러한 선택으로 족하다면 그것은 부모나 친척에게 맡겨도 훌륭할 것이외다.
 
15
자기 선택이외다. 오직 자기 선택이 있을 뿐이외다. 자기 생활에 끝없는 의무를 가진 사람도 자기요, 절대의 책임자도 자기일 뿐이니 자기 인격의 완성을 위하여 자기 생활상을 위하여 백 년의 배우를 선택할 사람도 자기 자신 외에 다른 아무것이 있을 리 없는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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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나 친척이 아들이나 딸을 위하여 좋은 배우자를 발견하였을 때는 소개자의 지위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갈 것이 아니요, 딸이나 아들 자신이 좋은 배우를 구하여 가지고 의견을 구할 때는 경험이 많고 고려가 깊은 일의 고문격(顧問格)인 지위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말 것이외다. 세상에 아들 딸의 장래를 잘 되기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으리까마는 생각을 잘못하는 까닭으로 종종 자녀의 장래를 해롭게 하는 폐가 있는 것이니 진정으로 아들딸의 장래 행복을 바라는 이어던 마땅히 그 배우의 선택을 당사에게 맡길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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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수많은 젊은 남녀 당신네는 마땅히 스스로 주도한 용의와 관찰로써 자기 일생의 배우를 선택하여야 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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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 나 젊은 남녀들에게 결혼에 실패하지 않게 정말 훌륭한 배우자들을 선택해 낼 힘이 있느냐.” 하는 데 있을 것이외다. 과연 이것이 크게 주의해 생각할 문제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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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정해 주는 것은 싫다고…… 저희끼리 좋아서 사는 것은 퍽도 의좋게 잘들 살더라.”이 말은 근래에 몹시 많이 들리는 빈정거리는 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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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어디로부터 나는가, 어찌하여서 생기는가. 이 말이 생기는 원인과 출처, 그것이 곧 “지금의 젊은 남녀들은 자기 배우자를 자기가 선택할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 하는 것을 증명하는 사실이 될 것이외다.
 
21
조선의 부모들도 종래의 강제로 결혼시키던 짓이 옳지 못하였던 것과 그 결과가 좋지 못한 것을 깨달은 이가 점점 많아지고 부모의 뜻에 반대하고 자기의 뜻대로 자기가 선택한 배우자와 결혼하는 남녀가 점점 늘어가는 것은 기뻐할 경향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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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 ─ 자기 의사로 배우를 선택한 ─ 의 결혼 생활은 과연 행복하였으며 참으로 부모가 임의로 선택하여 틀어맡긴 생활보다 값있고 의의있는 생활이었소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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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너무도 어그러져서 거의 모두라고 하여도 좋을 만큼 많은 수효가 실패 실패하여 이 위에 말한 빈정거리는 말이 나오게 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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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녀들이여, 배우의 선택을 당신네 스스로가 하는 만큼 실패없이 잘선택해야 할 책임과 일종의 의무가 무겁게 따르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외다. 최선의 선택을 하리라는 자부와 용의가 있어야 할 것이외다. 충분한 위에 또 충분히 있어야 할 것이외다. 지금의 당신네에게 그것이 있소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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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하자면 먼저 알아야 할 것이외다. 남자면 여자를 잘 알아야 할 것이요, 여자면 남자를 잘 알아야 할 것이외다. 알되 깊이 알고 널리 알아야 할 것이외다. 하나 하나를 깊이 알고 또 그리 알기를 널리 아는 중에서 자기와 이성(理性)이 합치하는 배우자를 발견해야 할 것이외다. 그런데 지금 당신네는 그렇게 잘 알고 있소이까. 잘 알게 될 기회가 있소이까. 예배당 모퉁이에서 몇 번 마주쳐서 성명이나 알게 된 여자나 남자, 한 고향 사람인 인연으로 학우회나 친목회에서 몇 번 만나게 된 남자나 여자, 그리하여 공연한 편짓장이나 바꾸었다 하여 그것으로써 여자 남자를 잘 안다고는 도저히 못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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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알게 된 사람에게 철없이 사랑의 편지를 보내고 그 답장이 잘 온다하여 그것으로써 좋은 배우자를 얻었다고는 도저히 못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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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의 조선에서는 더 잘 알지도 못하고 알게 될 기회도 없는지라 모든 젊은 남녀가 그것으로써 배우자를 정해 버리는 것 같소이다. 아무 고려할 여가도 없고 아무 선택할 사이도 없이 어떻게 한 사람이나 두 사람쯤 (그것도 겉으로만) 알게 된 그 이성(異性) 중에서 어떻게 편지 왕래나 하게 되면 그만 성공하였노라고 결혼하려는 모양이외다. 이보다 더 심한 자는 강연(講演) 좀 잘 하는 남자에게서 편지를 받아도 곧 시집을 가려 하고 소설이나 시 좀 쓰는 체하는 사람에게 편지 몇 장쯤 받아도 벌써 시집갈 생각을 하는 여자가 많고, 학교에 다니는 길거리에서 맵시 좋은 여자를 보고 뒤를 쫓아다니다가도 그냥 결혼 신청을 하고 여관에 몇 번 찾아오거나 편지 몇 장쯤 하는 여자가 생기면 벌써 본처 이혼할 생각을 하는 남자가 또한 많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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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나 그렇지. 내가 혼인하려는 나의 애인은 그렇게 경솔한 사람도 아니요, 정말 진정으로 서로 잘 이해하고 서로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요.”
 
29
하는 이가 있을는지 모르나, 역시 오십 보, 백 보의 차(差)일 뿐이요, 마찬가지로 안 될 말이외다.
 
30
여자가 남자를 잘 알고 못 알 사이도 없고, 선택하고 못할 사이도 없이 어떤 외나무다리 위에서 맞닥뜨리듯이 공교롭게 알게 된 그와 그냥 알게 되고 친하게 되었다고 그것으로써 잘 선택한 배우자라고는 못할 것 아니리이까.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그 외에 넓은 세상에 얼마나 더 훌륭한 배우자가 있을는지 모르건마는 그것을 돌아다보지도 아니하고 그냥 이성 교제에 주린 남녀들이 아무나 만나는 대로 맞닥뜨리는 그 자리에서 마음이 끌리고 사랑하고 결혼해 버리는 것이 얼마나 경솔한 일이리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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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지라 그 결혼 생활이 도저히 행복될 수 없는 것이요, 금시에 서로 나쁜 단처만 발견되고 그 나쁜 단처와 단처가 매일 충돌하거나 충돌을 피하느라고 충돌보다 더한 고민을 살 것은 불보다 더 밝게 환한 일이외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한 불행은 이성 교제에 굶주린 남녀가 맞닥뜨리는 자리에서 손쉽게 마음이 끌리고 결혼까지 하는 사람이라 그 후로 젊은 이성을 만나게 되고 알게 되는 때마다 또 손쉽게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하고 싶게 되는 것 일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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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필연으로 그들은 결혼을 몇 번 거듭한 후라도 앞날에 영원히 진정한 결혼 생활을 동경하여 헤매며 고민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 그의 생활이 참담하고 가련할 것은 완연한 사실이외다. 세상에 수많은 미혼(未婚)의 젊은 남녀들이여! 애인이 있다고 결혼을 다그려는 이들이여! 특히 이 점에 깊은 생각과 많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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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많은 젊은이들 중에 여러 가지 못 겪을 비극과 못 당할 경우를 무릅쓰고 이혼까지 해 버리고 뜻대로의 새 결혼을 이룬 사람들도 선택을 경홀히 한 탓으로 새로운 고민에 빠지는 것을 보아서도 당신들 종래의 태도가 어떻게 틀린 것과 배우자 선택이 어떻게 지중한 것인가를 속 깊히 알아야 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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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들 이 생각을 등한히 하여 자기 일생의 행복을 깨치고 우리들 힘들여 하는 결혼 개조를 또 망칠까보오리까. 참으로 행복된 결혼 생활은 자기 선택이요, 자기 선택이되, 최선으로 잘된 선택에서뿐 바랄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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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최선의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랴. 이것이 그 다음 문제일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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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남녀 교제를 더 자유롭게 하는 데 있소이다. 이 남녀 교제를 자유롭게 하는 일은 다만 결혼 상대의 선택에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새 시대에 처하는 새 인물[新人物]로서의 진실한 새 생명을 활기 있게 키우는 데 크게 값있는 일이 되는 것이외다.─ 그러나 남녀 교제 문제에 관하여는 다른 날 또 논의할 기회가 있겠기 여기에는 약하고 다만 결혼 문제를 주로 하여 몇 말씀 더 하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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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선택을 잘 하려면 먼저 이성(異性)을 잘 알아야 할 것이요, 이성을 잘 아는 길은 이성 교제를 널리 하는 데서 열릴 것이외다. 이성 이성간의 자유 교제! 그렇소이다. 진정한 의미의 자유 결혼은 자유 교제가 있는 곳에서뿐 바랄 수 있는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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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녀의 자유 교제라 하면 벌써 부모들은 젊은 남녀가 손에 손목을 잡고 은근한 곳에 소곤거리고 다니는 것을 생각할 것이니 아드님이나 따님의 타락할 것을 근심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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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런 근심을 놓지 못하고 또 부모들로 하여금 이런 근심을 놓지 못하게 하면 어느 때까지 가도 남녀 교제의 길은 열리지 못하고 진정한 자유 결혼은 바라지 못하게 될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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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교제는 부모라던가 약혼자끼리의 사이가 아닌 한에서는 결코 개인적(個人的)이어서는 안 될 것이외다. 반드시 사회적(社會的)이라야 할 것이외다. 어릴 때부터 이 집의 수남이는 저 집의 효남이와만 놀고, 저 집의 옥희는 이 집의 복순이와만 놀게 되지 말고, 이 집 남매와 저 집의 남매가 다같이 한데 엉켜 놀아야 할 것이고, 또 그네 사람끼리만 친하지 말고 네 사람이 노는 데 다른 동무가 오더라도 어느 때던지 넷이 놀 때와 다름없는 마음으로 그를 반겨하도록 되어야 할 것이외다. 그리고 누가 보던지 그렇게 단 둘이나 단 넷이 노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게 되어야 할 것이외다. 그것을 가리켜 사회적이라 하는 말이외다.
 
41
이러한 마음과 태도로 크게 자라서도 남녀 교제를 아무 기탄없고 아무 딴 생각없이 사회적으로 개방적으로 자유롭게 널리 해 가는 중에 진실하게 마음에 맞는 사람이 있어 그에게 뜨거운 사랑이 끌리고 그의 모든 것이 결혼 조건에 가합하면 그 때에 그에게 결혼을 신청하여야 할 것이외다. 이렇게 자유로운 교제 중에서 남자면 여자란 것을, 여자면 남자란 것을 잘 알고 잘 안 후에 그 중에서 자기에게 맞는 사람을 선택해서 그 한 사람을 또 잘 알아야 할 것이외다. 그래야 진실한 의미의 행복한 결혼이 될 수 있는 것이외다.
 
42
남자와 여자가 공변된 사회적 교제를 잊어버리고 처음부터 개인적이고 비사회적(非社會的)인 마음으로 자주 접촉하게 되면 대개는 억지라도 연애 심리가 발동되어 저절로 끌리게 되는 것이외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의 젊은 남녀들이 편지 몇 장에도 연애, 방문 몇 번에도 연애하게 되는 것이외다.
 
43
만일 그렇게 선택없이 어떤 기회에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듯 만나서 알게 되고 편지하게 되었다고 ─ 혹은 방문쯤 하게 되었다고 ─ 연애니 결혼이니 할 바에는 도리어 부모에게 친척에게 맡겨서 간접으로라도 여기저기 널리 수소문하여 선택하게 하는 편이 얼마나 더 나을는지 모를 것이외다.
 
44
가엾고 딱스럽게도 지금 젊은이들 사이에 이러한 연애와 이러한 자유 결혼이 어떻게도 많이 쌓였는지 모를 것이외다.
 
45
자유 결혼을 한다는 그 등 뒤에는 반드시 많은 동무(특히 異性[이성]) 중에서 골랐다 하는 조건이 있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외다.
 
46
다복한 젊은 동무들이여! 당신들의 배우자는 반드시 당신 자신이 선택하소서. 선택하되 잠깐 안 사람이 있다고 그로써 경홀히 마소서……. 자유 교제 외다. 널리 교제한 후에 선택하소서. 그리하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개방적으로 고결한 교제에 정성을 쓰소서.
 
 
47
〈1924년 5월, 《신여성(新女性)》제5호, 편집인〉
【원문】미혼(未婚)의 젊은 남녀(男女) 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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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환(方定煥) [저자]
 
  신여성(新女性)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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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