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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李箱) 이십주기(二十週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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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4.7
고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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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箱[이상] 二十週忌[이십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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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더니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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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12월 그러니 세상을 버리기 한 4개월 전에 이상은 고국에 있는 친구에게 다음과 같이 적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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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돌아 보니 회한 뿐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속여 왔나 봅니다. 정직하게 살아 왔거니 하던 제 생활이 지금 와 보니 비겁한 회피의 생활이었나 봅니다.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고독과 싸우면서 오직 그것만을 생각하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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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상은 자기를 불령선인으로 구금한 일제의 땅을 딛고 있은 것이다. 고국을 떠날 때 그는 마지막 도피지를 꿈꾸고 있었다. 그가 만일 더 자유롭고 방대한 이국으로 갔던들 이렇게 뼈저린 회한을 느끼지 않아도 넉넉히 처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의 탈출과 이상의 운명은 거의 동시적인 선택이며 보상이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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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箱[상]의 한계점은 그 자신으로 말미암은데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식민지 예속민으로서의 불행을 고려치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가책하며 회한한 이유란 전혀 타율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어디까지나 내부의 갈등이며 그 자신의 임의적인 선택(문학 방법상의)이 끝내는 그로 하여금 도저히 헤어나지 못할 파국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사뭇 민족의 단위로서가 아니라 시인으로서 또는 지성인으로서의 의식적인 비극을 바라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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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은 한 마디로 내용에 반발하는 형식(방법)의 비늘만이 수두룩히 돋히고 내용의 무게가 좀체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종합적인 문학으로서의 「이데」가 결여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경향을 들어 「모더니즘」이라고 일컬었으니 「모더니즘」과 무내용으로서의 자아분열이 여간 혼동된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바로 말하여 이상 그는 한국의 전형적인 모더니스트의 한 사람이었다. 딴은 복수인 모더니스트가 아니고 고립된 모더니스트였던 것이다. 따라서 내용에 반발하는 그의 방법이란 것도 실은 임의적이며 개인적인 선택에 지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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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짓 「무아무기(無我無技]」가 곧 문학하는 그의 좌우명이었으므로 난해 시 「오감도」따위는 기필코 무아무기하는 고립된 「모더니스트」의 유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제 아무리 비평가(타자)가 능숙한 해석을 그의 문학에 붙여본다 하여도 알만치 알고 그 이상은 역시 모르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니 이상 문학은 「이상의 모더니즘」으로써 밖에 헤아리지 못한다. 알기로는 「모더니즘」과 「이상의 모더니즘」과의 간격이 곧 이상문학의 난해성을 져며내는 유일한 첩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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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箱[상]은 1930년대에 이미 한국문학이 종횡으로 미칠 수 있는 범위(가능성)에 대한 최대한의 모험을 치룬 것이다. 「의식의 흐름」「내면독백」그리고 「아폴리즘적 구성법」등을 열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한국시나 한국소설이 그에게로부터의 방법적 성과를 어느 정도 계승 영향받고 있는지 자못 의심스럽다. 다시 말하면 「이상의 모더니즘」이 「모더니즘」으로써 불리워지기는 하되 실제 방법상에 있어 어떻게 효용되고 있는가를 살피자는 것인즉 특히나 문학사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이상문학의 방법(형식)적인 시도란 오늘에 이르러 거의 단절된 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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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다름없는 방법을 선택하면서도 이상화된 방법(실상 그 존재여부가 의문되는)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의식 중에라도 「이상문학」과 접할 수 있는 면이 상호 닫혀졌다는 암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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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생활과 문학 속에 베어들었던 「箱[상]의 모더니즘」적인 성격과 기질이 箱[상]자신에 의하여 회한반성(懷恨反省)된 것처럼 「箱[상]의 모더니즘」적인 방법도 오늘에 와서 회한반성되고 있다는 조짐이나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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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여기에 있어 나는 하나의 오롯한 교훈을 얻게 되니 그것은 비단 「모더니즘」을 표방하는 일부에게만 요청되는 과제가 아니라 한창 서구의 주의방법(主義方法)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모두가 족히 반성할 만한 꺼리라고 생각되는 ― 소위 방법은 방법이전의 것과의 관계를 몰락하지 않는 한에 있어서만 방법이란 것이다. 이상의 형식(방법)이 형식만으로서 계승· 영향되지 않은 연유를 그의 내용(인간성 이데 등)과 서로 관계 지움으로써 우리는 이 점을 냉정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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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이여! 너의 흰 손이 보인다”고 바레리가 경고하듯이 우리는 “箱[상]이여! 당신의 흰 손이 흰 얼굴과 함께 보인다”고 말하지 못할 바도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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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상의 문제성은 한동안 우리 자신의 문제성이 되어 무방하리라. 어쨌던 이상문학에의 구체적인 검토와 음미에서 우리가 터득할 교훈이란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의 생애가 비록 심연의 그늘에서 참담히 묻혀갔을 망정 우리에게 언제나 새로운 교훈과 새로운 지양의 눈동자를 불러 일으키게 하는 힘이야 말로 다시 이상문학이 차지하는 불가침의 당연한 위력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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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4월 17일 그의 20주기를 맞이하면서 나는 지난 해 『이상전집』을 간행해 주신 임종국씨와 고대문학회 여러분의 업적을 높이 찬양하며 아울러 고인의 명복을 조용히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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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 4. 7. 국제신보》
【원문】이상(李箱) 이십주기(二十週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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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 이십주기 [제목]
 
  고석규(高錫圭) [저자]
 
  # 국제신보 [출처]
 
  1957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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