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옛날, 어느 산 속에 조그만 집 한 채가 있고, 그 집에 노파 한 분이 젖먹이 어린아기 하나를 얻어다가 기르고 있었습니다.
3
그리고, 그 집 뒤꼍 담 안에 올빼미 한 마리와 까치 한 마리가 있었는데, 올빼미와 까치는 서로 매우 친하게 지내고 또 주인 노파에게도 퍽 친하게 굴었습니다.
4
하루는 밤에 노파가 마을에 볼일이 있어서 가기는 가야겠는데, 어린애 때문에 염려가 되어서, 얼른 가지를 못하고 주저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이 밤중에 이 깊은 산 속에 아기를 두고 가도 괜찮을까 하고,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언뜻 생각이 나서, 뒤꼍에 가서 나무 위에 있는 올빼미와 까치를 보고,
5
“내가 마을에 잠깐 다녀올 것이니, 너희가 그 동안에 우리 아기를 잘 보아다구. 그 대신 잘만 보아 주면 내가 상으로 옷을 한 벌씩 만들어 줄 것이니…….” 하였습니다.
8
하고 대답하는 듯이 까치는 깍깍 울고, 올빼미는 꾸룩 꾸룩 울었습니다.
9
노파는 대답을 듣고 안심하고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깊은 산 속에 다만 한 채 있는 이 집에, 어린이 하나만 누워 있고, 밤은 점점 깊어 갔습니다. 캄캄한 산 속 저 밑에서 물 소리만 출렁출렁 나고, 바람이 쏴아 불고 몹시 무서웠습니다. 그래도, 무서움을 아니 타고 올빼미와 까치는 나뭇가지에서 자지 않고, 앉아서 지키고 있었습니다. 밤은 점점 깊어만 갔습니다.
10
그 때, 나무 밑에서 쏴아 하는 소리가 나더니, 밤눈 밝은 올빼미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내려다보니까, 아아 큰일 났습니다. 보기에도 무서운 시커먼 구렁이가, 어린애가 자는 방을 향해서 자꾸 갑니다. 그래서, 깜짝 놀라서 이것 큰일 났다고 까치를 보고 자꾸 울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까치도 정신을 차려 보니까, 큰 구렁이가 어린애 방으로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큰일났다고, 까치가 자꾸 깍깍 깍깍 울어서, 동무를 불렀습니다. 아닌 밤중에 군호 소리를 듣고, 까치 떼가 금시에 몰려왔습니다. 수많은 까치가 힘을 합하여 구렁이 몸뚱이를 쪼았습니다. 그 때 벌써 구렁이는 방 문턱에까지 왔으나, 까치 떼에게 뜯겨서 필경 죽어 늘어졌습니다.
11
구렁이가 죽는 것을 보고야 까치 떼는 헤어졌습니다. 올빼미와 까치는 혼이 나서 눈을 크게 뜨고, 또 지켰습니다. 얼마 아니 있어서, 마을에 갔던 노파가 다 꺼져 가는 등불을 들고, 어린애가 잘이나 있나? 하면서, 급히 돌아왔습니다. 오니까, 올빼미와 까치가 방문 앞에까지 와서 자꾸 우는 까닭에, 가서 등불을 밝혀 보니까, 거기 구렁이 한 마리가 몹시 뜯겨서, 피를 흘리고 죽어 늘어져 있었습니다. 노파는 어린애를 끼어안고 기뻐하면서,
12
“우리 복덩이 잘도 잔다. 오오! 까치야 올빼미야, 기특하다. 너희가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하였구나! 내가 내일 좋은 옷을 지어 줄 것이니, 오늘은 편히들 자거라.”
14
이튿날이 되어 노파는 약속대로 옷을 만들되, 올빼미에게는 얼룩덜룩하게 무늬 놓은 옷을 해 주고, 까치에게는 하얀 비단옷을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올빼미는 진드근하니까, 옷도 얼른 몸에 맞도록 잘 되어서 먼저 입었지만, 까치는 하얀 비단옷 입는 게 좋아서 자꾸 겅정겅정 뛰어 돌아다녔습니다. 노파가 옷을 대강 만들어서 맞는지 안 맞는지 보려고, 한 번 입혀 보았습니다.
15
“이 얘야, 좀 진드근하게 있거라. 어디 맞나 안 맞나 보자.”
16
하여도, 까치는 옷을 입더니, 그만 무한 기뻐서 자꾸 겅정겅정 뛰어 돌아다녔습니다. 너무 그러니까, 노파도 성이 났습니다.
17
“글쎄, 이리 좀 오너라. 맞나 안 맞나 보자. 그렇게 말을 안 들으면, 그 때때옷에 검정 물을 끼얹을 테다.”
18
하여도, 까치는 그저 새 옷 입는 게 좋아서, 자꾸 뛰어다니기만 했습니다.
20
소리를 질러도 까치는 기뻐서 뛰느라고 듣지도 못하고, 그저 좋아서 겅정겅정 뛰어 돌아다니기만 했습니다. 노파는 참다 참다 못해서,
22
하고, 옆의 대야에 있던 검정 물을 내어 끼얹었습니다.
23
까치는 겅정겅정 뛰다가, 머리에서부터 검정 물을 뒤집어 쓰고, 그 하얗던 비단 옷까지 까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만 배때기만 물을 안 맞아서, 하얀 채로 있었습니다. 그래도, 까치는 그저 새 옷 입는 게 좋아서, 그저 겅정겅정 뛰어다녔습니다.
24
그래서, 까치는 등이 까맣고, 지금까지도 그 옷을 그대로 입고 좋아서 겅정겅정 뛰어다닌답니다.
25
<《어린이》 3권 6호, 1925년 6월, 《소파 전집》(박문 서관 간) 대조>
|
|
|
|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
글쓰기
】
〔동화〕
|
|
|
▪ 최근 3개월 조회수 :
2
|
- 전체 순위 : 5287 위 (4 등급)
|
- 분류 순위 : 714 위 / 839 작품
|
|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
▣ 참조 지식지도
|
▣ 기본 정보
|
|
|
◈ 기본
◈ 참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