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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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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고한승
1
크리스마스 선물
 
 
2
유쾌한 크리스마스가 돌아왔습니다. 어디든지 즐겁고 광명한 빛이 가득하였습니다. 집집마다 사람 사람마다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크리스마스를 축복하였습니다.
 
3
영희도 고운 비단 댕기를 새로 드리고 머리를 곱게 빗고 솔문과 색등을 예쁘게 달아놓은 예배당으로 갔습니다.
 
4
예배당에는 거룩하고 뜻 깊게 우러나와 바야흐로 어린 예수의 탄생을 아뢰는 것 같은 종소리를 듣고 모여 든 사람들이 남녀노소 수천 명이었습니다.
 
5
고요히 높은 천정을 장식한 만국기는 휘황한 전등불에 곱게 보이며 단 위에 장식해놓은 승탄수 에는 각시며 꽃이며 은실금실이 서로 어울렸고 새알 전등은 오색으로 찬란한 빛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6
참으로 유쾌하였고 참으로 기뻤습니다. 온 세상 모-든 사람마다 오늘 하루의 영광과 오늘 하루의 기쁨을 마음껏 받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7
얼마 지난 후 흰 수염이 휘날리는 늙으신 목사님은 찬송과 기도를 인도하고 가장 거룩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축하식은 열렸습니다.
 
8
곱고 예쁜 어린 영희도 주일 학교 선생님이 지어주신
 
9
‘어린 예수오시니 세상 밝게 되도다.’
 
10
의 노래를 독창하였습니다. 촛불 휘황한 승탄수 아래 남녀노소 수천 명이 둘러앉은 그 위에서 영희는 참말 진정에서 흐르는 기쁨과 축복하는 마음으로 꾀꼬리같이 예쁜 목소리를 가다듬어 노래를 불렀습니다. 영희가 노래를 그치고 파도치는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내려올 때 여러 사람은 미칠 듯이 손뼉을 쳤습니다.
 
11
“아- 누구네 딸인가? 예쁘기도 하다.”
 
12
하는 칭찬하는 소리가 물결치듯이 들려왔습니다.
 
13
과연 영희는 즐거웠습니다. 몇천 년 전 유대 땅에 나신 어린 예수가 영희를 축복하여주는 것 같은 영광과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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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식이 끝마친 후 영희는 자기의 동무들과 손목을 잡고 예배당 문을 나섰습니다.
 
15
어느 틈엔지 눈이 와서 온천지를 하얗게 덮었습니다. 어디를 보든지 순결하고 깨끗하였습니다. 은가루 같은 흰 눈은 집집마다 새어나오는 밝은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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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눈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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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 하나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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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크리스마스 날은 꼭 눈이 오지? 그리고 눈이 오지 않으면 퍽 섭섭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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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는 기쁨으로 뛰노는 어린 가슴을 손으로 만지면서 말하였습니다.
 
20
예쁜 소녀들은 뛰는 걸음으로 눈 위에를 사뿐사뿐 거렸습니다.
 
21
눈 온 뒤 하늘에는 아리따운 별들이 반짝반짝 하였습니다. 예수의 성탄을 축하하는 듯이 어린 처녀들의 마음을 비추려는 듯이 빙그레 웃고 있었습니다.
 
22
“야- 어서 우리 집으로 가자. 우리 어머니가 기다리시겠다. 과자를 준비하고 있겠다고 안 그러셨니”
 
23
하고 영희는 동무들을 재촉하면서 빨리 걸었습니다.
 
24
길가에 집집마다 웃고 지껄이는 소리가 울려 나옵니다. 이곳저곳에서 찬미 부르는 소리가 고요한 맑은 밤에 이리저리 파도칩니다.
 
 
25
영희가 동무들의 손을 잡고 자기의 집골목을 들어서려 할 때에 문득 발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골목 어귀에 있는 다- 쓰러진 초가집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 초가집은 작년까지 영희와 같이 유년주일학교에 다니던 순점의 집이었습니다. 순점이는 마음도 곱고 얼굴도 예쁜 소녀였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작년 겨울에 사랑하고 사랑하는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원래 집이 가난한데다가 어머님까지 돌아가셨으니 어찌 학교엔들 다닐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한 분 계신 할머님에게 길러지면서 집안일을 도외주고 있는 가련한 소녀였습니다.
 
26
영희는 매일같이 이 순점의 집 앞을 지나다니면서 불쌍한 동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별히 순점의 가련한 신세가 더욱 불쌍히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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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천하 사람마다 다- 오늘 하루를 즐거워하고 축복하며 집집마다 광명한 불빛과 유쾌한 노래가 새어나오는데 유독 이 집만은 쓸쓸하고 고요하였습니다. 다- 쓰러진 창틈으로는 희미한 램프불이 비칠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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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크리스마스도 이 집만은 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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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생각을 하며 영희의 어린 가슴은 베어가는 것같이 아프고 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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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서 가자. 무엇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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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동무들의 소리에 영희는 억지로 발길을 돌이켜 걷기를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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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저- 순점이도 같이 즐겁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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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생각에 마음은 한껏 무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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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불이 휘황한 영희 방에는 어머님이 벌써부터 준비하여놓으신 과자와 차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희는 맛있는 과자 따뜻한 차도 먹을 생각이 도무지 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멍-하니 적은 가슴만 졸일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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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난한 순점이는 이런 과자도 먹지를 못하겠지. 사랑해주시는 어머님이 안계시니 얼마나 외롭고 쓸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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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적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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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는 가만히 일어서서 들창으로 바깥을 내다보았습니다. 온 천지는 밝고 하얗습니다. 즐거운 기운과 슬픈 기운이 서로 엉켜서 뭉게뭉게 올라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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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는 알 수 없는 쓸쓸함과 괴로움으로 눈에는 이슬까지 맺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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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야 무엇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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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동무들은 영희의 앞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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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의 슬픔을 알지 못하는 동무들은 하-얀 길을 가리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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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조 길로 산타클로스라는 할아버지가 선물보퉁이를 지고 올 거다. 나는 내일 아침에는 선물을 많이 받겠지. 아이 좋아…….”
 
43
하고 손뼉 치며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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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희는 조금도 기쁨이 없었습니다. 아니 아니 기쁨 속에 슬픔이 가득하였습니다. 영희도 내일 아침에는 많은 선물을 받을 줄 압니다. 그러나 영희는 그 선물을 받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쓸쓸하고 괴로운 가슴을 마음껏 기쁘게 할 아름다운 무슨 선물을 받았으면-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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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는 참을 수 없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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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찬송가나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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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습니다. 외롭고 슬픈 가슴으로 찬송가나 마음껏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예쁜 소녀들은 소리를 합하여 고운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소녀들의 청아한 찬미가 소리는 굽이굽이 쳐서 저 하늘나라 별나라로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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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들과 작별을 한 영희는 자기의 침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영희는 가만히 저녁기도를 올리고 옥 같은 두 손을 합하여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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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시여, 저- 불쌍한 순점이에게 복 많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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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빌었습니다.
 
51
영희는 무슨 소리에 깜짝 놀라 깼습니다. 자기의 베갯머리에 밝은 의복은 입고 선물보퉁이를 젊어진 수염 하-연 늙은 할아버지가 싱글싱글 웃고 섰습니다. 영희는 얼른 뛰어 일어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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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신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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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반가운 듯이 손을 잡았습니다. 할아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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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래 잘 있었니? 올해에는 작년보다 더 많이 선물을 가지고 왔다. 자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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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붉은 보퉁이에서 각시며 꽃이며 과자며 연필 그림엽서 공책들을 한아름 꺼내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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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웬일인지 영희는 많은 선물을 받고도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한끝 섭섭한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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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 나는 이런 선물은 싫어요. 좀더 좋은 것을 가지고 오실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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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 네가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때 스스로 좋은 선물이 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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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할아버지는 그대로 가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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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는 문득 저- 불쌍한 순점의 생각이 나서 얼른 할아버지의 손목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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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그런데 저- 순점이에게도 가는 선물이 있습니까?”
 
62
하고 다정히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섭섭한 얼굴로 할아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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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그 아이에게는 조그만 각시 하나밖에 없다. 그 아이는 이런 선물보다는 어머니를 더 보고 싶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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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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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어머님을 보여주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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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것은 운명이라는 할아버지가 맡은 일이니까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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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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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할아버지! 내게 오는 선물을 모두 순점이에게 갖다 주세요. 퍽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인데요.”
 
69
하고 애원하듯이 말을 하니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귀여운 듯이 영희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70
“오- 좋은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 나하고 가자. 순점이도 퍽 기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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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영희의 손목을 이끌고 나갔습니다.
 
72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영희는 순점의 집까지 와서 창문으로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어머니 없는 불쌍한 순점이는 아직 자지도 않고 희미한 램프 아래 혼자 앉아서 수척한 얼굴을 들고 한 팔에는 때 묻은 베개를 각시 모양으로 안고 앉아 구슬픈 소리로 이 같은 옛날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73
아가 아가 울지 마라
74
떡을 주랴 밥을 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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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도 싫고 밥도 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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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젖만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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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뒷동산에
78
진주 서 말 앞동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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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 세말 그 진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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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이 나면 온다더라
 
 
81
슬프고 애달픈 이 노래를 부르는 순점의 목소리는 떨리고 그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흘렀습니다.
 
82
아- 어머니를 생각하고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우는 저- 순점이의 신세야 얼마나 가련합니까? 영희는 그만 참지를 못하고
 
83
“어서 들어가봐요.”
 
84
하고 눈물이 글썽글썽 하였습니다.
 
85
산타클로스와 영희가 순점이 방에 들어가니 순점이는 베개에 고개를 숙이고 울다가 깜짝 놀라 보았습니다.
 
86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유순한 소리로
 
87
“순점아, 이거 영희가 받은 선물을 너에게 주라고 하여 가지고 왔다. 아무쪼록 정답게 지내라.”
 
88
하고 한아름의 선물을 내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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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점이는 다만‘고맙다’할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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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무엇보다 어머님을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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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는 다시 눈물을 씻었습니다.
 
92
“그렇게 울지 마라. 인제 어머님은 꿈나라로 찾아오신단다.”
 
93
하고 영희는 위로하면서
 
94
“너 어찌해서 오늘 예배당에 구경도 안 왔니”
 
95
하고 물었습니다.
 
96
“아니야. 가기는 갔지만 문간에서 입장권 가진 아이나 그렇지 않으면 유년주일학교 아이들만 들이란다고 해서 도로 쫓겨왔어.”
 
97
하고 순점이는 다시 원통한 듯이 말하였습니다.
 
98
“어쩌면- 할아버지 어째 순점이 같은 아이를 축하식에 안 들일까요? 네-”
 
99
하고 분한 듯이 물었습니다.
 
100
할아버지는 두 눈을 껌벅껌벅하면서
 
101
“그러기에 예수께서 두 번째 오신단다……. 자- 나도 다른 곳에 선물 전할 곳이 있으니 그만 가자.”
 
102
하고 둘이는 나왔습니다.
 
103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영회의 집까지 데리고 와서 영희의 머리를 만지며
 
104
“마음 고운 영희야, 잘- 자거라. 그리고 내년에는 더 아름다운 아이가 되어야 한다. 너의 아름답고 다정한 마음은 반드시 하나님이 살피시고 예수 두 번째 이 세상에 오실 때에 좋은 선물을 주실 것이다. 자- 나는 간다.”
 
105
말을 마치고 할아버지는 새빨간 선물보퉁이를 메고 터벅터벅 걸어갔습니다.
 
106
영희는 방에 들어와 창밖을 내다보고 오래 섰습니다.
 
107
별은 기쁜 듯이 축복받은 듯이 반짝반짝 하며 웃고 있었습니다. 달빛은 푸르게 흰 눈을 비췄습니다.
 
108
영희의 마음은 무슨 이름디운 음악을 듣는 것같이 상쾌하고 가벼웠습니다,
 
109
어디서인지 곱고 거룩하고 뜻 깊은 천사의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110
아름답고 고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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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도 거룩한 뜻
112
길이길이 가진 아이
113
예수 다시 오실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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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물 주시리라
 
 
115
영희는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꿈꾸는 것같이 가만히 꿇어앉아 오래 기도를 올렸습니다.
 
 
116
-『무지개』
【원문】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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