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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부우어(愚夫愚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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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1월
김상용
生活(생활)의 片想[편상]들
1
愚夫愚語[우부우어]
 
 
2
車中[차중]에서 우연히 ─ 우연이란 반드시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어둔다. ─ 그저 건건쩝찔한 면식이나 있는 친구와 행ㆍ불행간 무릅을 맛대고 대좌하게 되면 내 심장은 가엽게도 어떤 공포에 慄然[율연]해 한다. 하필 만물이 잠에서 깬다는 아츰이라 일은 더 비경에 빠젓다.
 
3
어느 정도로 알건간 아는 사람과 마조 앉았으니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지꺼리든지 지꺼리기는 해야 될게 아니냐? 저편에서 무엇을 뭇는다면 뭇는 대로 필용에 의해 대답이나 하고, 그렇지 않어서 그저 제 할 소리만을 한다면 이따금 “네, 네” 하는 정도로 이亦[역] 필요에 의해 들어만 두면 그만이겠는데 이건 어찌된 셈인지 마진 편에서 내 입을 처다보면, 무슨 말이 나오기를 기다릴 때 내 ‘기’는 무한이 막힌다. 무슨 말이고 해야될 마츰네의 형편이다.
 
4
그래서 나는 “부인도 태평하시죠”해본다 ─ 이때 나는 저편의 결혼여부를 모르는 것은 물론이다. ─ 얼마 있다“무엇하러 가십니까? 彼我間[피아간] 毫末[호말]의 관계도 없는 뚱딴지 질문이다. 그러나 하여튼 이런 질문이라도 질문할 재료가 있는 동안 나는 구함을 받은 사도일 수가 있다.
 
5
문듯 이 救渴[구갈]의 샘마자 사막의 비ㅅ방울로 말라 버리는 다음 순간 내 머리속은 오즉 강감한 암흑 아니 망막한 백지만이 깔려진다. 실로 백치적 눈자위로 窓外蒼天[창외창천]을 우루러 구제의 은혜가 나리기를 빌어볼 밖에 없다. 오 ─ 전지 전능의 그대여! 이런 때 내 능히 時勢[시세] 는 여하, 인생은 여하, 또 우주는 여하여하하야 九龍瀑[구룡폭]을 거꾸로 단듯 滔滔數千言[도도수천언]의 변으로 對方[대방]의 버린 입이 담으러지질 못하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나 복된 자겠나뇨? 秒秒刻刻[초초각각]이 내게 강제되는 침묵을 격파할 녹쓸은 短刀[단도]하나도 없어, 이때 내 꼴은 진실로 비참 그것이 된다.
 
6
彼方[피방]은 구지 또 세네 시간은 더 가야 할 노정이라 한다. 나亦[역] 그보다 몇 십리를 더 가게 된 운며일 때에 나는 이 모든 것을 전생의 業寃[업원]으로 알고 瞑目[명목]하기는 한다. 그러나 비극인 즉 한 배우로는 넘어 감당기 어려운 重荷[중하]적 비극임에 틀림이 없다.
 
7
눈을 감고 짐짓 코를 골아 버릴가? 그럴 배짱이 있으면 오작 좋으랴, 그렇나 내게는 다변의 능이 없는 것과 똑 마찬가지로 이런 대륙적 시민의 두터운 面皮[면피]조차 없어 오작 오작 내 초조만이 가슴에 졸아든다.
 
8
“침묵이 금이라”하나, 이건 도대체 어떤 몽유병적 궤변학자의 膽語[담어]인지 피방이 구하는 듯, 애원하는 듯 아니 위협하는 듯 이편을 바라본다.
 
9
무슨 말이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것마는 내 입은 難功不落[난공불락]을 자랑하는 듯 구지 폐문의 수세를 고집할 때, 오 - 그 괴로움, 안타까움, 그 부끄러움, 그 눈물겨움, 서거품, 이를 어찌 지옥고로 비길 뻔이나 할 뻔이랴?
 
10
나는 일 면식의 차중지인과 몇 시간의 졸변을 계속지 못하는 가소ㆍ가련한 존재다. 이런 가소ㆍ가련한 존재에게 ‘글’을 쓰라, 쓰되 한줄 두줄이 아닌 幾千幾十行[기천기십행]을 대작하라 하는 것은 이 또 무슨 가혹한 誅求[주구]일까? 손의 一絲[일사]의 燈[등]이 없이 幾十枚[기십매] 원고지의 암흑천지를 방황할 내 가얍슨 ‘펜’과 ‘詩魂[시혼]’의 꼴을 스사로 서러 아니할 수가 없다. 나는 목욕 재계는 안했을망정 오즉 정성된 마음으로 상두에 暝目端坐[명목단좌]해 한줄의 글이 강림하시기를, 기, 도, 구,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호라. 글은 어느 천외에 방만하는지 조희는 흰채 있도다.
 
11
哀[애]코 痛[통]홉다. 나는 말을 해야 할 때, 말문이 막히고, 債鬼[채귀]를 쫏일 財囊[재낭]이 없고, 원고지를 펴노매 써 노을 글이 없도다. 언문이, 재낭이, 또 文泉[문천]이 내게만 이러히 폐코, 枯[고]사, 渴[갈]할진대, 나는 당연히 세사의 불공을 痛哭且痛罵[통곡차통매]할 권리만을 엄숙히 보류하랴노라. 도서실을 둘러 실로 수천의 서적이 林立[입립]한 것을 본다. 저 모다 글이 아니냐? 십수종의 잡지가 또 조석으로 새로 끼여지는 신문의 페 ― 지, 페 ― 지, 그것이 다 글이 아니냐?
 
12
말이 글이라니 저 喧騷[훤소]가 이를테면 모두 글이 아니냐? 생각하면 무릇이 세상은 글의 홍수다.
 
13
아 ― 한 시절 나도 짐짓 글의 과잉을 조소된 경험이 있기는 하노라. 바이론은 과장이 천하다. 밀톤은 固陋[고루]가 밉다. 톨스토이의 講道床[강도상] 냄새의 비위가 상한다. 모 ― 팟상의 化粧[화장]에도 눈을 감는다. 꾀테 ― 는 저도 모를 소릴 가끔 하였다. 그들의 과잉적 다변을 웃었든 시절이어! 都承旨[도승지]불상이 역이든 ‘걸어지’의 胡蝶夢[호접몽]은 꿈이 깨여 보니,綺羅[기라]·찬연한 왕공 귀빈의 宴坐[연좌]에 호을로 남루한 내 꼴이 보이도다.
 
14
何暇[하가]에 주옥의 편을 기다리리오. 매움짭짭한 어리굴젓 종주는 없는 채 그저, 콩장, 멜치뭇침, ‘타꾸앙’등등을 청병하드래도 상만 가득 벌려 놀수 있게 된다면 내 소원은 이룬 것이여늘 꾀꼬리의 청아, 귀또리의 애상이 없어도, 이즉 그날을 울어 보낼 수 있는 ‘매미’를 위대한 악사로 그 앞에 跪拜[궤배]하랴노라.
 
15
“예술은 영혼의 토로”라는 문학개론적 상식을 나도 들어설망정 모르는 배가 아니다. 그러할사 몇 자이고 내 심혈의 흔적이 지면에 찍혀지는 그날에 나는 예술가로서의 他認[타인]은 받고말건 그러한 자인만은 허락할 금도를 장만할 것이다. 나는 그저 가는 세월을 가게 하며, 유한한 생에 그날이 오기를 무한히 기다리기로나 할가. 형제여 나는 지금 외람히 예술의 전당에 오로지 못함을 탄할 정도로 자부치 못한다. 침욕의 집북데기를 채랴는 자같이 오즉 量[량]을 부피를 구하노라. 그러나 나는 그런 복이 없다.
 
16
재언커니와 나는 예술의 禁苑[금원]을 簒奪[찬탈]하랴는 逆徒的[역도적] 간담을 타고 나지 못했다. 차라리 문필의 한 駄軍[태군]으로 자자히 牛馬[우마]의 勞[노]를 감수하고 싶다. 그러나 내겐 한줄을 筆耕[필경]할 힘이 없는 이때 차라리 붓을 꺾어버릴가? 쓰레기통을 뒤지는 ‘거리의 왕자’는 그 심경이라도 한가할게 아니냐?
 
 
17
(「三千里文學[삼천리문학]」,1938년 1월)
【원문】우부우어(愚夫愚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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