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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찰나(刹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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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1
최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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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刹那[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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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홉 해 전에 서백리아 어떤 금광에 가서 돌아다닌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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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스물 남짓한 젊은 아내를 남의 집구석에 버려 두고 고국을 떠난 것은 돈을 벌자는 작정이었다. 우리 함경도서는 서백리아 해삼위쯤은 문밖 출입하듯 한다. 장사하는 사람은 다달이 다니고 막벌이나 하는 사람은 봄에 갔다가 가을에 돌아온다. 그렇게 다니는 사람을 함경도서는 강동꾼이라고 부른다. 나도 집 떠날 때는 강동꾼 모양으로 어떤 금광에 가서 얼마간 벌어 가지고 가을에 돌아올 작정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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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해삼위를 지나고 소학령을 지나고 허발포를 지나고 이렇게 들어가 놓고 보니 처음 계획과는 다 틀렸다. 얼마씩 번다는 것은 그날그날의 밥값도 되나 마나 하고 또 그 해따나 내가 간 K금광에는 금이 잘 나지 않아서 빈 주먹을 불끈 쥐게 된 사람이 퍽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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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니 고국 생각이 어떻게 나는지 날마다 동천으로 눈이 돌아지고 마음이 달아서 밥맛까지 잃었다. 그러나 수중에 돈 한 푼 없으니 나가서 겨울 날 것은 뒤두고라도 노비가 없으니 어떻게 하랴? 하는 수없이 날마다 떠난다 떠난다 하면서 그 해 겨울을 K금광에서 났다. 한겨울을 나게 되니 떠날 때 어린애처럼 엉엉 울던 아내가 생각나서 어떤 날 밤은 한숨으로 세웠다. 더구나 통신은 영영 통하지 못하는 데이니 그 어린 것이 겨울에 얼어 죽지나 않았나 싶어서 더욱 마음이 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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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뿐 아니라 거개 겨울을 거기서 나게 되었다. 이렇게 명년은 명년은 하다가 십여 년이나 그 꼴로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 참말 해삼위(서백리아) 귀신이 되는 수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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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듬해에 서백리아에 전쟁이 터져서 교통이 아주 막혔다. 봄이면 들어오던 고국 사람들은 그림자도 볼 수 없고 다만 이 골 저 구석에서 겨울 난 사람들만 모여 들었다. 그런 중에 그 해에도 금이 잘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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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구러 오 년이 지내었다. 처음에는 고국 강산이 나날이 눈에 떠오르고 젊은 아내가 생각나서 미칠 듯이 가슴을 쥐어뜯었으나 한 해 두 해 넘어가 놓으니 점점 그 열이 스러졌다. 그리고 차츰 술, 아편, 노름에 마음이 쏠려서 고국은 한때 꿈같이 이따금씩 떠오르나 그 때문에 큰 번민은 없었다. 그리고 마음은 점점 거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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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년 되던 해 겨울 어떤 날이었다. 나는 B와 같이 L이라는 곳에서 떠난 지 이 년이나 되는 K금광으로 가려고 아침에 길을 떠났다. K금광은 들어가던 해부터 삼 년 동안이나 있던 곳이라 아는 사람들이 많다. 돈이 넉넉지 못하더라도 아는 친구들만 있으면 겨울나기가 쉬운 판이 되다 보니 K금광으로 겨울 나러 가는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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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이 훤히 틀 때에 금광에서 떠났다. 동행이라고는 B밖에 없었다. B는 그때 삼십이 가까운 사람인데 그도 나와 같이 명년 명년 하다가 칠 년이나 묵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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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서 검극이나 세워 논 듯한 삼림 속의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저어서 H강 빙판에 나오니 금물결 치던 농천의 구름이 스러지고 붉은 태양이 높으게 솟았다. 해발이 보일락 말락 할 때부터 술술술 눈을 몰아치던 바람은 이때에 이르러서는 한껏 맹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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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
【원문】그 찰나(刹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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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서해(崔曙海) [저자]
 
  # 시대일보 [출처]
 
  1926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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