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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新人)에 대(對)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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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5
김영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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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人[신인]에 對[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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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진실한 데서 비로소 그 가치와 생명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위대한 작품들도 아직까지 후세(後世)에 남아 있는 것들은 모두가 작품으로서 진실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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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실이라는 것은 문학과 또는 인생에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말하는 것인데 아무리 고상(高尙)한 사상이라든가 철학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 해도 그것이 인간을 참되게 걱정하고 참뜻으로 아끼는 태도로 쓰이지 않는 한 값있는 작품이라고 존경을 받기가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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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대로 기교(技巧)가 좀 부족하고 표현력이 약간 불급(不及)하다 해도 인생을 생각하는 잘된 마음이 크게 움직인 작품이라면 그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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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례(一例)로 1차대전 후의 퇴폐적인 다다이즘은 문학사적(文學史的) 의의는 가지었을지 몰라도 예술적 가치로서는 높이 평가하지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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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스토옙스키의 문장(文章)은 좀 난삽(難澁)하다고 말한다지만 그의 작품 세계가 참된 인간적 고민을 상대로 하였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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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또 아무렇게나 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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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연대(聯隊)의 조국은 연대라고 말한 일이 있다. 그 말은 결국 시인의 조국은 시라고 해석되는 것인데 말하자면 문학인은 문학을 자기의 조국 으로 생각하여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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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처럼 받들어야 하는 문학인의 문학 세계는 가장 경건하고 가장 존경하 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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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문학인의 생리(生理)가 있는 것이다. 문학인의 피와 체온과 체취와 정서가 진실된 조국을 향하여 뻗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 생리(生理)에 조금이나마 불순한 티가 섞이었다면 그는 진실된 문학을 조국으로 가질 수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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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뒤, 우리는 신인(新人)을 대망(待望)하였다. 그것은 이미 자기의 세계를 이룬 기성(旣成)에게보다도 참신하고도 보다 더 진실된 문학을 보여줄 신인이 필연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해방 후 5년이 지나도록 우리의 기대를 만족시켜 준 신인은 나오지 못했다. 물론 하루 이틀 새에 혜성 같은 신인이 나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쯤 우리 문단에 일선(一線)을 획(劃)할 만한 신인이 한둘 나옴직한데도 불구하고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은 적이 적요(寂寥)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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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旣成)이라고 해서 언제나 신인(新人)만을 기다리며 신인의 뒤에 서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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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기성 역시 해방 이전의 문학 세계를 뛰어넘은 이가 없다는데 신인이 나오지 못한 몇배의 울분을 느끼는 것이지만 그것은 여기에서 말할 것이 못 되기에 약(略)하기로 하고 어쨌든 신인이 너무나 적게 나온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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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리라. 그러나 그 이유를 이유로 삼아 신인 대망의 마음을 꺾기에는 우리의 한적한 문단이 너무나 외로운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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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인 불가공(不可恐)이란 말로 현재까지 다른 신인을 과소 평가하기에는 우리의 마음이 좀더 너그러워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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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우리 문단이 절대로 신인을 대망하여야 하며 또 신인을 아껴야 한다는 뜻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성이 신인의 길을 터주어야 하겠고 또 그들을 육성하여야 하는 동시에 신인이 좀더 진실된 태도와 진지한 노력이 필요 하다는 말도 된다. 말하자면 기성이나 신인 자신이나 연대(連帶) 책임적인 관련성 속에서 우리의 문학을 상승시켜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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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재 신인으로서 장래의 촉망을 받아야 할 문학인 가운 데서 진실된 태도에서 왕왕 벗어난 언동을 보여 주고 있다는데 실망을 느껴 본다면 이것은 전통 무시(傳統 無視)란 우리 문단의 일대통사(一大痛事)라 아니할 수 없으며 아무래도 신인 자신이 맹성(猛省)하여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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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선생을 스승으로 취급 내지 존경하지 않고 부하가 상사를 어른으로 보지도 않으려 하는 것이 요즘의 사회적 악조류(惡潮流)라고 말해 치운다면 문단에서도 신인이 기성을 능멸의 눈으로 대하는 것도 사회의 일여파(一餘 波)로 넘겨 버릴 수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인생에 가장 진실되어야 한다는 문학 내지 예술인의 사회에서까지 그러한 조류에 물든다는 것은 우리의 조국인 문학의 명예를 위하여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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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파와 각자의 호불호(好不好)로 해서 진실한 어느 기성이 신인의 능멸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연대장(聯隊長)이 연대를 떠나 지위나 명예에 마음을 쓰게 된다면 그는 연대라는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에 틈새가 생길 것이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문학인이 문학을 떠나 어떠한 정략(政略)으로서 문학인의 명예를 붙잡으려 한다면 그는 벌써 문학인으로서 가치와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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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신인이나 기성이나 꼭 같은 이야기이지만 요즈음 문단에는 진실한 작품을 쓰기보다도 위대한 사교진으로서 문명(文名)을 올려 보려는 이가 불소(不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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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성이 2,30년 전에 신인이요, 조국 문학의 파종자(播種者)이었다는 것, 그러나 그렇게 경망(輕妄)한 부류의 인간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것 아닌가. 특히 신인으로서는 글자 한 자 한 자에 문학인의 생애가 묻히어 있어야 할 것이며 글 한 구 글 한 편에 각기 생명이 깃들어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기성을 능가할 만한 작품을 창작함으로써 신인된 패기와 실력을 보여 주는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 오직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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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패기와 실력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피땀이 섞인 노력과 파도와 같은 정열과 바다와 같은 끈기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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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생리를 벗어난 일체의 행동은 자기의 문학을 그릇되게 하는 동인 (動因)이 된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먼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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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는 노력과 정열과 끈기를 송두리째 바치는 일을 아니하고 발표욕(發 表慾)과 고료 수입욕(收入慾)에 눈이 먼저 번쩍인다면 그것은 그래도 맥맥히 흐르는 조국 문단의 맑은 흐름을 너무나 혼탁하게만 만드는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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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에는 신인을 육성하는 기성들의 책임이 중함을 느낀다. 작품을 보는 엄정한 눈을 딴 데로 쏠리어 그만 신인으로 하여금 독존(獨尊)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기성이 혹시나 한두 분이라도 있지 않았는가? 혹 있었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신인을 아끼는 태도라고 말할 수 없다. 아끼는 것이 역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되고 만다. 모름지기 신인은 겸허한 마음으로 인생을 진실되게 봄으로써 위대하고 가치있는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원인이 이루어지는 것이요, 나머지는 첫째도 글 공부, 둘째도 글 공부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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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는 문학인의 조국이 문학에 있다는 말과 같이 문학인은 문학 특히 작품의 세계에서만 평가된다는 것을 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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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문학에 대한 신념에서 우러나오는 문학 운동을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붙잡고 나아가야 할 문학을 위해서는 맹진하여야 할 것은 찬언(贊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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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문학의 생리(生理)에서 떠난 작품 행동이라든가 문단 정치(文壇政治) 라는 것이 문학 생활의 또는 그 수명에 플러스되기보다 도리어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말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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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 등장(出世登場)을 바라는 신인은 시면 평생을 자신할 수 있는 시 50 편쯤 가지고 나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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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면 단편 열, 장편 다섯을 완필(完筆)해 가지고 나오라. 우리도 이제 차츰 그러한 문단 연대에 서 있지 않았는가. 신인이여 자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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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聲[민성]》 6권 4호 1950년 5월)
【원문】신인(新人)에 대(對)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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